20세기와 그 이후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옛날 사람이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정도로 많은 물자를 생산하고 소비하고, 그리고 폐기하면서 산다. 과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 플라스틱 같은 신소재를 발명하고, 자동차와 컴퓨터를 발명하고 냉동 기술을 개발하고, 거기에다 자본을 극도로 집약하여 첨단 기계 공작 기술에다 대량 생산 설비를 갖춘 덕분이다. 헉헉~ 인류가 지금까지 이뤄 놓은 것들이 정말 대단하긴 하다.

단적인 예로, 종이컵이나 봉지, 플라스틱 컵 같은 간단한 일회용품이라도 없거나 값이 비쌌다면 간편하게 커피를 뽑아 마시는 것조차도 왕창 불편해지고 애로사항이 꽃폈을 것이다. 배달 음식 같은 건 말할 필요도 없고.
그런데 문제는 내용물을 다 먹고 나서 빈 용기의 처리는 누가 하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먹다 남은 음식은? 그래서 오늘은 쓰레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느 쓰레기들 중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축축하고 제일 더럽고 냄새 나고, 장기 방치할 경우 파리와 구더기가 들끓게 되는 무척 난감한 부류이다. 갓 만들어진 음식이 내는 좋은 냄새는 재료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양하지만, 음식물이 썩는 냄새는 어떤 재료건 그 특유한 시큼한 냄새로 비슷한 것 같다. 실제로 부패 악취를 일으키는 성분은 다 동일하다고 함..

다만, 법적· 행정적으로 엄밀하게 따지자면 음식물 쓰레기는 원래 인간이 먹을 수 있는데 변질됐거나 다른 사람 입이 닿아서 먹을 수 없게 된 것, 가축 사료로 재활용 가능한 것만이 해당된다. 음식물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해서, 혹은 언젠가는 썩어 없어진다고 해서 전부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다.

파뿌리, 각종 뼈와 가시, 과일· 달걀 껍질과 조개 껍데기처럼 런타임이 아니라 빌드/컴파일 타임 때부터 진작에 먹히지 않고 버려지는 것들은 그냥 일반 쓰레기이다. 그러니 분리해 줘야 한다. 수박이나 참외 정도 되면 외피가 껍질이라고 불러야 할지 껍데기라고 불러야 할지 좀 모호해지긴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어차피 다 거름이 된다는(?) 생각에 산에서 과일 껍질 같은 걸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방뇨 방변 역시 마찬가지이며, 길거리에서는 침도 뱉지 말아야 한다.
썩어서 없어지는 게 무슨 방사성 물질이나 플라스틱 부류보다는 나을지 모르겠지만, 그게 만능은 아니다. 썩어 없어지는 건 그렇게 금방 신속하게 이뤄지는 게 아니며, 중간 과정이 절대로 보기 좋거나 깨끗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패는 그 과정에서 심각한 위생 문제를 일으킨다.

현실에서는 홍보 부족이나 귀차니즘 등의 이유로 인해, 수박 껍질이건 생선 가시건 닭뼈건 모조리 음식물 쓰레기로 싸잡아 버리는 경우도 많다. 법적으로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지만, 그래도 식료품에서 유래되었으며 오래 놔 두면 냄새 나고 벌레가 끼니 완전 일반 쓰레기처럼 취급하기는 여전히 난감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보행자도 아니고 자동차도 아니고 어느 도로에서 어떻게 달리라는 건지 난감한 이륜차(자전거 또는 오토바이)와 비슷한 처지인 것 같다.

다음으로, 종이류는 예전보다 더 질이 낮은 종이나 휴지로라도 재활용 가능한 반면, 비닐· 플라스틱은 재활용 효율이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기름기 넘치는 음식이나 더러운 물건을 한번 담은 뒤엔 그렇게 호락호락 씻기지도 않는 것 같고.. 맹물만 담은 페트병조차도 위생 문제가 우려되니 재활용하지 말고 즉각 버리라는 조언까지 있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나마 딱딱한 형태가 있는 물건이 아니면 그냥 일반쓰레기로 간주해서 버리는 편이다. 플라스틱류는 석유값이 내려가면 재활용 가성비가 더욱 떨어진다.

그래도 0순위로 제일 적극적으로 반드시 재활용해야 하는 물건은 금속류, 그 중에서도 알루미늄 캔 깡통 같은 것들이다. 텅 빔, 무식을 상징하는 비유적인 의미와는 달리, 깡통은 생각 이상의 최첨단 공업 기술의 산물이다. 통조림에 쓰이는 원터치 캔 같은 건 참 편리한 한편으로 만들기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이 가시는가?
알루미늄은 가공이 워낙 어려워서 100수십 년 전엔 용기 가격이 동급의 은과 비슷했을 정도였다. 그러니 속에 담뱃재 같은 거 털지 말고 깨끗하게 해서 분리 배출하는 게 좋다.

요즘도 학교엔 뒤편에 쓰레기 소각장이 있나 모르겠다.
국민 의식이 미개하던 시절에는 나라에서 (1) "쓰레기를 제발 아무 데나 버리지 말고 휴지통에 버리세요"라고 지겹도록 계몽했었다. 사실, 옛날에는 소비하고 버리는 물자 자체가 워낙 적고, 물자들도 어차피 다 친환경적인(?) 간단한 것들이어서 대충 버려도 문제될 게 없었다. 오늘날 같은 문명 사회가 되니까 그런 안일한 습관이 문제가 되었을 뿐이다.

그렇게 쓰레기통에 버리라는 캠페인이 나중에는 더 심화· 분화(?)돼서 (2)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재료별로 분리해서 버리세요"가 됐고, 국어를 사랑하는 분들은 '분리 수거'와 '피로 회복'은 잘못됐으니 '분리 배출'과 '피로 제거'라고 용어를 바로잡아야 된다고 깐깐하게 군다. 어쨌든, 쓰레기의 재활용이라는 개념은 이제 2,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전국민에게 각인돤 듯하다.

그리고 한편으로, 재활용 가능하지 않은 레알 쓰레기들은 유료 봉투에다 담아서 배출하라는.. (3) '쓰레기 배출을 위한 비용'이라는 종량제 개념까지 정착했다.
국민 의식이 그렇게 바뀌는 동안 업계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신속하게 건조시키고 퇴비화하는 기술, 부패 가스로부터 연료를 추출하는 기술 등 별별 기술을 개발해서 그나마 198, 90년대에 매체에서 비관적으로 끔찍하게 상상했던 환경 재앙이 201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 실현되지 않게 했다. 세상 종말처럼 묘사되어 온 석유 고갈도 아직까지는 딱히 실현되지 않았다.

사람을 가리켜 인간 쓰레기라고 하면 굉장히 경멸적인 욕설이 되는데... 이말년 만화에서나 봤던 인간 쓰레기 퍼포먼스를 얼마 전에는 실사판으로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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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사정은 딱하지만 지금 노동 생산성이 최저임금이나 그 미만밖에 안 되는 사람이 최저임금만 1만 원으로 덥석 올려 주면 그러면 돈만 무식하게 찍어 낸 것과 다름없지, 밥값과 교통비는 더 오를 것이고 최저임금만치 못 주는 사업장은 이미 있던 알바들도 다 해고할 텐데? 그런 건 왜 생각을 못 하냐..

Posted by 사무엘

2017/09/04 19:33 2017/09/04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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