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답사기: 관악산

본인은 성남 산행을 마친 뒤, 그 다음으로는 정상에 거대한 구가 놓여 있고 방송사 송신탑과 기상청 레이더가 있는 서울 남부의 그 유명한 산을 올랐다. 나름 상수도에 준하는 대단히 중요한 국가 기간 시설이 놓여 있는 셈이다. 중구에 있는 남산은 이름만 남산일 뿐이고 실제로는 이 관악산이 서울의 실질적인 남산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과 그 근교에 있는 별별 산들을 다 찾아가 봤지만, 정작 관악산은 이 블로그에서 다루지 않고 있었다. 수 년 전에 회사· 교회 동료와 이미 몇 번 가 봤기 때문이다. 관악산 대신에 서쪽의 삼성산은 가 봤었다.

하지만 등산로와 둘레길의 차이도 모르고 서울 지리에 대해서도 배경 지식이 전무하던 시절과, 2016년 이래로 수십 회에 걸친 개인적인 등산 노하우가 쌓이고 산들에 대한 비교 분석· 기록 관행이 정립된 지금이 동일한 산에 대한 등산 경험이 같을 수가 없는 법이다.
스타크래프트도 리마스터링판이 나오는 와중에 등산로를 그 시절과 최대한 다르게 하여 또 다시 '리마스터링 등산'을 했다. 사실, 2015~16년 초창기에 갔던 인능산, 대모-구룡산, 인왕산 같은 산도 기회가 되면 리마스터링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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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쪽 등산로는 너무 잘 알려져 있으니 거기를 피해서 사당 역에서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사당 역에서 제일 남쪽을 향하고 있는 4번 출구로 나간 뒤, 한 블록쯤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이런 아담한 골목이 나온다. 여기서 관악산 등산로까지는 거리가 1km가 채 되지 않으며 도보로 접근 가능하다.
단, 위의 사진은 내리막 경사가 말해 주듯, 산이 아닌 역 방면으로 뒤돌아보며 찍은 것이다.

등산로 입구에는 차를 대여섯 대 정도 댈 만한 공터도 있긴 했다. 완전 이른 새벽에 자기 차를 끌고 오면 주차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공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저기는 인근 주민의 차량으로 24시간 점령당해 있을 가능성이 90% 이상인 레드오션으로 보인다.
공원이나 둘레길 말고 '연주대'라고 안내되어 있는 곳을 찾아서 입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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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돌계단과 흙바닥 위주의 평범한 오르막 언덕이 시작됐다. 등산로 주변에는 각종 진지와 참호가 유난히 많이 보였다. 생각해 보니 수방사 본부가 여기 근처에 있긴 하다.
숲이 울창하면서도 이렇게 서울 시내를 북쪽으로 쫙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많아서 좋았다. 경치 조망 하나는 용마산· 아차산급으로 아주 우수했다.
등산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맑고 땡볕이 이어지다가 이 날은 천만다행으로 흐리고 해가 안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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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좌측에 공사판이 벌어진 곳이 살피재 고개이고, 그 오른쪽의 산이 서달산이다. 서울 현충원은 저 산 넘어 건너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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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산 자체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관악산은 엄연히 북악산, 도봉산 같은 바위산이다. 이름에 괜히 '악'(岳)자가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여길 오랫동안 안 올라서 그런지, 난 어이없게도 옆의 청계산 같은 퀄리티를 생각했다가 좀 당혹스러움을 겪었다. 관악산은 발뿐만 아니라 손도 써서 바위를 올라야 하는 험난한 구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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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지도에서는 볼 수 없는 어느 공터에 헬리콥터가 시동이 걸린 채 로터가 돌아가고 있었다.
위의 사진에서는 좀 짤렸지만 왼쪽으로는 남태령 마을의 아담한 집들이 옹기종기 늘어선 게 보였다.
관악산을 오르니 이런 곳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소득을 얻을 수 있었다. 등산 할 맛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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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돌로 가득한 어느 등산로의 모습이다.
관악산은 혼자 거대한 피라미드 같은 산이 아니며 나름 여러 봉우리들이 삐죽삐죽 솟았고 봉우리들 사이를 오르내리는 능선도 복잡 정교하게 발달해 있었다. 다만, 보안 때문인지 그런 봉우리들에 대한 안내는 미흡한 편이었다.

흙을 판 것도 아니고 바위를 뚫고 또 저런 군사용 참호 같은 건 어떻게 만들었나 모르겠다.
비바람과 추위를 피해서 저기서 쉬거나 한숨 자면 아늑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움푹 패인 곳에 쏙 들어가서 짱박히는 걸 좋아한다. 테트리스라든가 세균전 같은 게임에서도 언제 가장 강렬한 쾌감이 발생하는지를 생각해 보시라. 다 인간의 그런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작대기 쑤셔넣을 때, 주변의 상대편 세균을 몽땅 내 편으로 바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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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돌길뿐만 아니라 여느 평범한 산 같은 흙길도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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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캠퍼스도 내려다보였고..
그러고 보니 비행기 항로인 것치고는 이 날은 비행기는 그렇게 자주 눈에 띄지 않았던 것 같다.
근처의 삼성산을 오를 때는 하늘에서 그야말로 수 분 간격으로 비행기가 돌아다녔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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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쪽으로는 경마 공원이 보였으며 그 주변에는 비닐하우스들이 가득했다.

연주대 정상이 가까워져 오자 마지막 오르막 돌계단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이 때쯤엔 본인도 체력에 살짝 한계가 느껴졌다. =_=;; 계단을 오르는 속도가 곤두박질쳤다. 해가 안 나고 덜 더웠음에도 불구하고 땀을 얼마나 흘렸으면, 물은 2리터 가까이 챙겨 간 것을 몽땅 다 마시고도 갈증을 겪었다. 그러고도 화장실은 아침부터 낮까지 한 번도 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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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특유의 연주대 정자가 드디어 나타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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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 됐건 밥이 됐건 정상에 도달했다. 정상까지도 온통 바위이구나. 저 바위 너머에도 등산로가 이어져 있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산은 정상과 가까워질수록 인구 밀도가 급증하는 것이 공통된 현상이다.
관악산은 정상 근처의 제법 높은 부위까지도 절이 있어서 불교스러운 냄새가 많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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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의 상징인 기상청 레이더와 송신탑을 가까이에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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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산을 내려갈 차례인데.. 하산은 안양 쪽으로 갈까 하다가 그냥 더 짧고 대중교통 연계도 더 잘 되는 과천 방면을 선택했다. 산을 오르는 데 시간과 체력 소모가 예상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내려가는 길은 전반적으로 계곡을 따라 온통 목조 계단 또는 돌계단이 끝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오를 때처럼 바깥 경치를 볼 수 있지는 않았다.

군사 시설 같은 것도 없고, 반대로 오를 때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약수터가 종종 있었다. 여러 모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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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고 1시간 남짓한 시간 만에 과천 향교 방면으로 잘 착륙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밟는 것으로 모든 산행이 끝났다.

사진 첨부를 생략하지만, 알고 보니 관악산 과천 구간에는 남산처럼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었다. 단지 민간인 관광용이 아니라 송신탑에서 볼일을 봐야 하는 방송사 직원 및 관계자 전용일 뿐..
거기 긴급히 갈 일이 있을 때 매번 등산(!)을 하거나 비싼 헬기를 탈 수는 없으니 뭐 수긍이 가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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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갔던 수락산에도 기슭에 무슨 향교가 있었던 것 같다. 검색해 보니 그건 노강서원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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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기슭에는 나름 공원· 공터가 잘 꾸며져 있었다. 단지 개울에 물이 바짝 말라 버린 게 아쉬운 점이었다. 삼성산 등산 후에 도달했던 안양 예술 공원을 따라 흐르던 개울도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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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이번엔 하남· 남양주가 아니라 과천에 잘 도착했다. 아담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났다. 서울은 산기슭에 빌라가 있는 편이지만 서울 밖에서는 대체로 산기슭에 알록달록한 단독 주택들이 놓여 있다. 붉은 벽돌 건물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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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내려온 길을 올려다보는 걸로 여행기의 종지부를 찍는다. 공교롭게도 산행을 완전히 마치고 나자 빗줄기가 굵어졌다.
서울 사당뿐만 아니라 과천 정부청사 역에서도 관악산 등산로까지 비교적 가까이 접근 가능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12 19:35 2017/09/1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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