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셋 타자연습 3.8

날개셋 프로그램의 개발 패턴은 십중팔구 입력기와 타자연습이 같이 버전이 올라가거나, 입력기만 바뀌는 형태였다. 본인에게는 아무래도 입력기가 비중이 더 높은 프로젝트이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좀 이례적인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입력기는 변화 없이 타자연습만 먼저 다음 버전이 완성· 공개되었다. 입력기 다음 버전(9.1)의 개발 일정은 많이 지연된 반면, 타자연습은 이미 2개월 가까이 전에 작업이 완료된 게임 관련 개선 말고는 추가 작업의 여지가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둘의 릴리스 날짜를 동일하게 맞출 수 없게 됐다.

타자연습의 변화 사항은 저게 전부이다. 게임에서 방어력 업그레이드가 각 주인공별로 성능이 다른 장갑(armor)으로 바뀌었으며, 큰 글꼴 모드에서 1024*768 전체 화면이 정확한 해상도로 진입하지 않던 문제를 해결했다. 다른 변화 사항은 없으니, 게임을 하지 않는 분이라면 굳이 새 버전을 구할 필요가 없다.

새 버전은 3.7에 비해 절대적인 작업 분량이 많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굉장히 오랫동안 동일하게 유지되었던 게임 시스템의 일부가 크게 바뀌었다는 상징성을 감안하여 3.7에서 0.01 대신 0.1을 올린 3.8로 버전을 정했다. 입력기와 타자연습이 나란히 0.1씩 올라가서 동시에 공개됐으면 참 좋았겠다만..
이제 게임을 하다가 armor를 지급받고 나면 HP 게이지 밑에 노란색의 armor 게이지도 추가로 생기는 것을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올해도 벌써 8월이 다 지나고 아침과 저녁 날씨는 반쯤 가을처럼 돼 간다. 이랬는데 정작 9~10월엔 '늦더위 기승' 이러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 상반기 때는 여러가지 이룬 일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행복했다. 복합 낱자 입력 로직 생성기를 다 완성하고 예정에 없던 24픽셀 큰 글꼴 지원을 구현해서 입력기가 깔끔하게 9.0대에 진입했다. 거기에다 타자연습도 게임 시스템 개편을 이렇게 이뤘다.

하지만 이번 여름방학 기간은 2개월 간격으로 입력기 8.9와 9.0을 나란히 만들어 냈던 저 때와 달리, 솔까말 좀 슬럼프에 빠져서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채로 보냈다.
뭐 핑곗거리를 만들자면 끝도 없겠지만, 무더위, 뒤숭숭한 나라 사정, 그리고 '자신감과 확신(confidence) 결핍'으로 인한 의욕 감퇴 때문에 유난히 방황했다.

외부적으로는 "이 와중에 이런 마이너한 프로그램 계속 만들어 봤자 니 신세가 펴지는 거 있나" 같은 무력감,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지금 이 디자인이 정말 이보다 더 나을 수 없는 진짜 최적이 맞나.. 이런 고민이 본인을 압박했다.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9.0까지 실컷 잘 만들어 놓고는 갑자기 내가 왜 이러나 나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여름 동안 컨디션 전환을 위해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고, 특히 광복절 연휴 타이밍 때 강원도도 과감하게 다녀온 뒤에야 조금씩 컨디션이 회복됐다. 최적이 맞는지, 이대로 개발하면 되겠는지 승인과 결재를 기다리고 있던 머릿속 여러 밀린 proposal들이 드디어 처리됐다. 요 기능은 마침 저 아이디어와도 연계가 된다는 식으로 답이 딱딱 나왔다.

2017년 상반기에 저런 것들을 이뤘다면, 하반기의 키워드는 '입력 도구'이다. '화면 키보드, 부수로 한자 입력'처럼 마우스로 조작하는 보조 UI들 말이다. 이것들도 5.x 시절에 완성되고 나서 수 년 동안 변화가 거의 없었다.
제5의 '빠른설정'이 '복합 낱자 입력 로직 생성기'였다면, 제5의 '입력 도구'는 '휴대전화 입력기'가 될 것다. 이미 있는 화면 키보드와 기능이 일부 겹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자체적인 입력 방식과 독창적인 기능 구조를 갖췄다.

이것뿐만 아니라 입력에 도움을 주는 도구들을 몇 개 더 추가한 뒤, 현재 계획으로는 10월쯤에 입력기 9.1을 내놓을 계획이다. 원래는 이걸 지금 무렵까지 끝내고 싶었지만 그건 물 건너갔으니..
9.1 다음으로 대단원을 장식할 마지막 추가 기능이 무엇인지는 이미 여러 번 말한 적이 있었고, 또 떠벌리는 건 입만 아플 테니 이 자리에서는 언급을 생략하겠다.

요즘은 어지간한 프로그램들은.. 심지어 복잡한 게임조차도 번거롭게 받아서 하드에 설치할 필요 없이 웹페이지에서 바로 구동하는 게 대세가 됐다.
자체 폰트를 사용하는 편집기라든가 타자연습, 타자 게임은 자바스크립트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운영체제용 IME는 그 특성상 여전히 철저히 local 환경에서 네이티브 코드 기반으로 돌아가는 영역으로 남지 싶다. Windows 운영체제 자체가 싹 다 뒤집어 엎어지지 않는 한 말이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새 기능 말고, 내부의 리팩터링 쪽도 욕심이 생기는 게 있다. 본인이 지금까지 다음과 같은 사항들 얘기를 한 적은 없었지 싶다.

(1) 현재 내 프로그램 내부에서는 입력 스키마가 문자 생성기를 포함하는 형태로 구현돼 있다. 그래서 제어판에서 한 입력 항목의 '입력 스키마'를 딴 걸로 바꾸면 입력 스키마뿐만 아니라 문자 생성기도 같이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프로그램을 다시 만든다면 두 계층을 명백하게 분리해서 입력 스키마와 문자 생성기를 한데 묶은 '입력 항목'이라는 계층 더 명확히 할 것이다. 심지어 한 입력 항목에 입력 스키마와 문자 생성기 말고 다른 개체가 붙을 수도 있게 말이다. 이건 유니코드에 한글 자모가 더 추가되고 날개셋 설정 저장 파일 포맷이 2008년 이래로 또 바뀌는 정도의 대격변이 불가피해진 먼 미래에나 화폐 개혁하듯이 추진할 것이다.

(2) 문자 생성기는 오토마타나 낱자 결합 테이블 같은 입력 설정 '데이터'와, 스택이나 조합 상태 같은 '내부 상태' 정보 계층을 완전히 분리할 것이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설계할 때 처음부터 이 정도 추상화 수준을 생각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역시 (1) 만만찮게 거의 2020년대 이후에 버전 10.0대의 초장기 과제로나 실현 가능할 듯하다.

이런 썰들을 길고 두서없이 남기며 타자연습 새 버전을 조촐히 기념하고자 한다. 어서 입력기도 다음 버전이 완성되기를..

Posted by 사무엘

2017/08/30 19:35 2017/08/3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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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선호 2017/09/03 18:07 # M/D Reply Permalink

    안녕하세요. 좋은 프로그램 감사히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예전 날개셋 8.0버전을 사용하다가 어제 9.0으로 업데이트를 했습니다. 그런데 날개셋 편집기에서 완성형 글꼴(굴림, (굵은)바탕체)만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조합형 글꼴들이 많은데 텍스트의 저장 형식을 utf-8이나 ansi, 조합형 등으로 해도 완성형 글꼴로만 변경이 되지 조합형 글꼴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프로그램을 재설치 해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거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요?

    1. 사무엘 2017/09/03 20:57 # M/D Permalink

      안녕하세요?
      UTF-8이나 조합형 같은 텍스트의 인코딩은 글꼴의 형태와는 아무 관계 없는 개념이고요,

      편집기의 '편집 화면 설정' 대화상자에서 "완성형(W)" 글꼴을 맨 위에 있는 "사용 안 함"으로 지정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그 위의 "한글(H)"에 지정돼 있는 조합형 글꼴만 표시될 것입니다.
      이건 8.0 9.0 버전 차이와는 무관한 동작 방식입니다.

  2. 김선호 2017/09/03 21:24 # M/D Reply Permalink

    아아 감사합니다. 완성형 글꼴 부분을 사용안함으로 했더니 이상없이 나옵니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좋은 저녁 되세요~

  3. 동영 2017/10/07 20:15 # M/D Reply Permalink

    긴 연휴 기간 중 소리소문없이 업데이트!
    잘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 사무엘 2017/10/07 21:32 # M/D Permalink

      앗, 빠른 확인에 감사드립니다. ^_^
      이번 9.1은 사실상 보조 입력 도구 쪽밖에 변화 사항이 없고 그나마도 넣고 싶었던 기능을 다 넣지 못한 버전이지만 그래도 내부적으로 굉장히 많은 게 바뀌고 추가됐답니다.
      한글날에 새 버전의 자세한 소개글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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