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추억의 산소 드립
먼저 심각한 시사· 정치 분야가 아닌 재미있는 분야부터 생각해 보자.
2007년 12월, 디씨 미연시 갤러리에서 H2O가 뭐냐는 질문이 올라왔다.
미연시란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라는 게임 장르 명칭의 준말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굉장히 하앍하앍 오타쿠스러운 명칭이다.
그리고 H2O는 사실 얼마 전인 2006년에 출시된 어느 미연시 게임의 이름이었다. 정확히는 H2O - Footprints in the sand이라고..
질문자가 의도한 정답은 저것이었다. 허나, 어느 눈치 없거나 장난기 발동한 네티즌이 ‘물이잖아?’이라고 동문서답 또는 개드립을 쳤다..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바로 그 와중에 어느 용자께서 너무 당당하게
“병시나 산소
문과 출신인 나도 알고 있음”
이라고 확인사살을 해 버렸다.
그냥 산소라고 평범하게 실수를 한 것도 아니고, “그것도 모르냐 이 ㅂㅅ아”라는 면박 뉘앙스를 팍팍 담아서, 자신의 학력과 전공을 당당히 인증까지 하면서..
자기 무덤 속으로, 물 안 담긴 풀장 아래로 장렬하게 자폭 다이빙을 해 버렸다..ㅠㅠㅠ
그럼 그렇지. 무슨 오비탈이 어떻고 공유결합 수소결합, 반 데르 발스 힘 이런 건 문과 출신이 알 수 없겠지만,
H2O가 무슨 물질인지쯤은 문과 출신도 당연히 알지~!!
당사자는 곧 실수를 깨닫고 몇 분 후 글을 황급히 지웠으나, 겨우 그 짧은 시간 동안 캡처 화면은 이미 전국으로 퍼졌다. 쌀은 쏟고 주워도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으며, 이런 댓글도 도로 거둬갈 수 없었다.
H2O 산소 드립은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종 회자되고 있다. 저 당사자 분은 저 사건을 정말 일생일대의 흑역사로 치부하면서 “아 이제 제발 좀 그만..” 뭐 그런다고 들었다.
본인 역시 그 용자분을 비웃거나 명예 훼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쁜짓 한 것도 아닌데 뭐..
단지 “병시나 산소” 덕분에 나도 이 각박한 세상에서 잠시나마 빵터질 수 있었고 심히 즐거울 수가 있었다. 오히려 이름도, 누군지도 모르는 그분에게 감사하고 싶다.
2. 잘못된 근자감
"난민들은 위험하지 않으며 그들이 오히려 위험에 처해 있어요~"라고 주장하면서 난민 인권 운동을 해 온 독일의 한 20대 여성(소피아 뢰슈)이 얼마 전 6월 21일, 역설적으로 무슬림 이민자에게 살해당하여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 관련 링크)
이 사건 때문에 온 유럽이 충격에 빠졌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전혀 새삼스럽지 않은 일인데 뭐가 그렇게 충격적인지 모르겠다.
더 옛날에 스웨덴에 '엘린 크란츠'(Elin Krantz)라고 "우리는 다문화 다양성을 좋아해요", "제3세계 난민들이 우리나라와 북유럽 일대로 이민 오시는 거 쌍수 들고 환영해요 ♡" 이러는 운동을 하던 20대 아가씨가 있었다.
그러나 2010년 9월 26일, 그녀는 밤에 노면 전차(버스라는 말도 있음)에서 내려서 귀가하던 중, 음욕을 품고 같이 따라 내린 어느 에티오피아 난민 출신의 불량 청년에게 무참히 성폭행 당한 뒤 살해 당했다. (☞ 자세한 정보)
게다가 2008년경엔 이런 일도 있었다.
"인간은 착하다며 돈 한푼 없이 여행 떠난 여성의 최후" (☞ 자세한 정보)
Pippa Bacca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좀 낸시 랭 같은 인상이 풀풀 풍기는 이탈리아 처자가 겁도 없이 치안 안 좋은 곳에서 혼자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다가 결국은 쥐도 새도 모르게 성폭행+살해당했다.
(출처를 완전히 까먹어 버린 상태였는데, '여자 터키 살해'라고만 검색하니까 명예살인 관련 자료 다음으로 2순위로 곧장 걸려 나옴..! 구글 너무 대단하다 ㄷㄷ ㅠㅠ)
이런 사례들은 냉정하게 말하면 거의 다윈 상 좀 줘야 하지 않나 싶다.
분야만 다르지, 오토바이 헬멧 강제 착용 법규에 항의하려고 헬멧 없이 질주하다가 넘어져서 죽어 버린..-_-;; 미국의 2011년 다윈 상 수상자랑 다를 게 무엇인가?
인종· 민족에 대한 편견이란 게 큰 그림에서는 나쁜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는 나쁘게 '변질되고 타락할 위험성'이 높다. 마치 정치에서 독재처럼 말이다. 악을 악으로 맞서는 방법론들이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이다.
구약 성경은 줄곧 "너희(이스라엘 백성)는 이집트에서 오랫동안 이방인 나그네였다. 그러니 너네 나라 세운 뒤에도 이방인· 나그네 취약 계층에게 자비와 아량을 베풀어 줘라"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어린 학생들이 베트남이던가 노동자들 비하하며 수군거리자, 고집불통 아재 꼰대 영감쟁이인 주인공 덕수가.. "나도 옛날에 한때는 억만 리 타지에서 외국인 노동자였었는데(독일 사람 입장에서) 어딜 감히!" 이러면서 빡치는 장면이 나온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질 나쁜 종자들에 대해서는 편견이라는 게 마냥 아무 근거 없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걸 무시하고서 그냥 다양성, 아량? 그것도 중동 이슬람 애를 상대로?
원자력 발전 박살내고 있는 것만큼이나 나라를 그냥 고의로 말아먹겠다는 수작이다. 성경은 인간에 대해 성선설을 결코 지지하지 않으며 필요악을 적극 인정한다.
3. 호의를 권리로, 당연한 것으로 아는 어리석음
여름철에 물과 관련해서 한 20~25년쯤 전의 환경 여건을 회상해 보면 다음과 같다. 본인이 옛날 글에서 간간이 언급한 적이 있긴 했을 것이다.
(1) 1990년대 중반쯤에 한번 대차게 가뭄이 들었었다. 그러고 나서는 전국적으로 제한급수를 하네 마네 말이 많았다. 온통 "물을 아껴 씁시다" 캠페인을 했다.
특히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게, 이때 공중목욕탕의 샤워기들이 다 '절수형'으로 바뀌었다. 물이 한없이 계속해서 나오지 않고 중간에 멈추는 거. 한창 씻고 헹구고 있는데 물이 툭 끊어졌으며, 불편하게 버튼을 또 눌러 줘야 물이 나왔다.
절수형 샤워기가 몇 년 동안 쓰이다가 2000년대에 와서 언제부턴가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 1990년대 중반까지는 한번 장마나 태풍, 홍수가 지났다 하면 TV에서 뉴스 끝나고서 맨날 내보내던 게 이재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과 전국 수재의연금 성금 모금 내역이었다.
수천만 단위로 제일 많이 낸 모 회장님은 영화 엔딩 credits에서 A급 주연 배우가 나오듯이 큰 글씨에 단독 화면으로 나왔다. 그 뒤로 천~만 단위로 낸 사람들은 이름만 목록으로 주욱 떴다.
그에 반해 요즘은? 모금 자체는 알음알음 하는 것 같지만 옛날처럼 대놓고 기부 독려와 홍보를 하지는 않는다.
요즘은 2~30년 전에 비해 기상이변 천재지변이 더 늘면 늘었지 날씨가 더 유순해졌을 리는 없을 것이고.. 그럼 남는 가능성은 하나다.
우리나라는 치수를 잘한 덕분에 알게 모르게 옛날보다 환경 여건이 굉장히 더 개선된 것이다.
신토불이 국산품 애용, 양담배 추방, 외화 유출하는 타이타닉 안 보기 운동 이러던 게 2~30년 전 일인데.. 지금은 외국 문물을 물 쓰듯이 이용해도 경제가 멀쩡히 돌아가는 것 역시 그냥 공짜로 된 일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솔직히 너무 흔해 빠져 넘치는 커피만 해도.. 커피가 무슨 쌀이나 담배처럼 국내 재배되는 작물이기라도 한 것 같다.. ㅠㅠ)
너무 당연한 듯이 풍부하게 풍요롭게 누려 왔던 것들..
지킬 수 있을 때 지키거나 유지하지 못하고 몽땅 빼앗기거나 비용이 폭등하고 나면, 그제서야 아쉬워하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4. 말을 뱉어내는 입의 무서운 파괴력
이 글은 언뜻 보기엔 기독교/성경 카테고리에 들어갈 내용이지만, 마침 산소드립도 언급되고 했으니 그냥 여기에다 마저 적도록 하겠다.
Behold also the ships, which though they be so great, and are driven of fierce winds, yet are they turned about with a very small helm, whithersoever the governor listeth. (약 3:4)
성경에서 바다 냄새가 많이 나고 선박 항해가 나오는 걸로 손꼽히는 책은 요나서, 그리고 사도행전 후반부 정도이다.
그런데 야고보서에서도 배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는 문장이 있다. 다만,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문맥에서다.
제아무리 엄청나게 많은 사람과 화물을 실은 거대한 배라 해도 조타수 한 명이 키를 어디로 돌리느냐에 따라서 가는 방향이 확 좌지우지된다.
타이타닉 호를 생각해 보라. 빙산을 뒤늦게 발견하고 조타를 잘못하는 바람에 빙산과 측면 충돌을 하고 침몰해 버려서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인명· 재산 피해가 나지 않았던가?
말을 쏟아내는 '입'이 사람이라는 배에서 조타 장치와도 같은.. 크리티컬한 존재라는 것이다. 성경은 어째 이렇게 비유를 할 생각을 했는지 참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이걸 잘못 내뱉으면 산소드립이야 그냥 귀여운 병맛으로 유명해지는 정도이지만, 완전 패가망신하고 심지어 전쟁까지 날 수 있다.
한국어는 동물 말과 언어 말이 동음이의어이다.
그런데 약 3:2에서는 '말에서 실족하지 아니하면'(word)이 나오고, 바로 다음 3절에서는.. 동물 말을 통제하기 위해서 입에 재갈을 물리듯이 사람도 입을 자물쇠를 잘 채우고 잘 관리해야 된다고 말한다. 이 역시 절묘하다.
그리고 끝으로.. 내가 약 3:4의 영어 구절을 굳이 소개한 이유는.. 뒷부분 ... whithersoever the governor listeth라는 표현이 무척 친근하게 느껴져서이다.
저기서 list는 wish, desire과 비슷한 뜻의 고어이다. "원하는 대로 어디든 간다"라는 문맥에서 이 단어를 쓴 것은 요 3:8 "The wind bloweth where it listeth"와 짝을 이루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