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인선 특급

작년(2017년) 7월 7일부터 경인선엔 일반적인 급행을 넘어 그거보다도 정차역이 적은 일명 '특급'이 운행되기 시작했다.
사실 경인선에는 지난 2010~2012년 사이에 일명 '급행A'라는 이름으로 역사상 최초로 특급의 전신이 잠시 운행되었다가 곧 없어진 적이 있는데, 그게 5년 남짓 만에 다시 부활한 것이다.

그때와 지금의 특급 정차역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지금 매우 인상적인 것은 구로-용산 구간에서도 여러 역들을 건너뛰고 노량진· 신도림· 구로에만 정차한다는 것이다. 즉, 노량진과 신도림 사이의 대방· 신길· 영등포는 스킵이다.
그리고 기존 급행이 정차하는 역곡도 건너뛰어서 구로 다음의 정차역은 무려 부천이다.

물론 특급은 거의 1시간에 1대꼴로만 다니기 때문에 경부선 천안 급행에 준하는 간격이다. 그리고 이른 아침과 저녁에는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대에 이 열차를 탈 수는 없다는 게 아쉬운 점으로 느껴진다.
운행이 뜸한 전동차도 순위를 매기면 상위권은 얼추 이렇게 분류 가능할 것 같다.

  • 하루 다섯 손가락 안의 횟수: 서울-천안 급행 (하루 단 3회), 중앙선 지평 (하루 단 4회)
  • 1시간에 0.n대급: 광명 셔틀. 그리고 최근에 연장된 분당선 청량리-왕십리 구간 (평일 한정 하루 9회)
  • 1시간에 1대꼴: 경의선 신촌-지상 가좌, 용산-천안 급행, 광주 지하철 녹동
  • 1시간에 2~3대: 1호선 종점들 (신창, 소요산), 경의선 서강-지하 가좌, 중앙선 덕소 이후 용문까지

이거 다음으로는 1시간에 4~5대 꼴로 서울 7호선 장암, 서동탄, 경의중앙선 (경의선은 DMC 이북부터, 중앙선은 덕소까지), 경춘선, 1호선 천안 정도가 오를 듯하다.

2. 강남의 지하철역 배치

서울 강남의 삼성동 일대에 횡축으로 지하철들이 들어선 걸 보면 꽤 흥미롭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가장 아래에 가장 먼저(1980년대) 생긴 2호선은 쿨하게 두 블록 간격으로(거의 1.3km!) 선릉과 삼성 역이 들어섰다.
  • 그 다음으로 생긴 7호선은 어정쩡한 거리의 구간에 굳이 역을 여러 개 만들지 않기 위해 청담 역을 엄청나게 길게 만드는 꼼수를 썼다. 그렇기 때문에 '청담역 사거리'라는 이름의 교차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 그 반면 가장 나중에 생긴 9호선은 중간에 역을 하나 더 만들었다. 코엑스에 가려면 당연히 삼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봉은사가 코엑스에서 더 가까워졌다.

위의 그림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더 아래의 대치동· 개포동을 지나는 3호선과 분당선도 9호선처럼 각 블록마다 일일이 역을 다 만들었다. 3호선은 그렇다 치더라도 분당선은 광역전철인데도 도시철도 수준으로 역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비판받고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성북· 강북구에 비해서 강남구는 지하철역이 정말 많긴 하다.

그리고 봉은사는 원래 서울 도심과는 전혀 관계 없는 조용한 오지 언덕에 자리잡은 절이었는데.. 강남 지역 개발과 지하철 9호선 연장 개통 덕분에 초대박 난 사례임이 틀림없다.
분당선 구성 역 덕분에 초역세권이 된 옆의 전통사, 그리고 처음부터 서울 종로 한복판에 자리잡은 조계사 뺨치는 입지를 갖추게 됐다.

3. 지하철 소프트 환승 예외

현재 서울· 수도권의 대중교통 통합 요금제는 잘 알다시피 버스와 버스(같은 번호끼리는 제외), 버스와 지하철 간의 환승 할인(30분 이내)은 인정하지만 지하철과 지하철 간의 환승은 인정되지 않는다. 지하철에는 애초에 하드웨어적인 환승 통로가 있으니 카드를 찍을 필요 자체가 없으며, 굳이 별도의 조건부 환승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말이다.

지하철 간의 환승 할인도 기술적으로 구현하려면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다. 단지 할 필요가 없으며, 한번 예외를 만들었다간 형평성 차원에서 여기저기 다 열어 줘야 되기 때문에 그게 번거로우니 안 할 뿐이다.
물론 용산(1)-신용산(4) 같은 경우는 버스 한 정거장 거리도 안 되고 해 줬으면 싶기도 하다.

지금이야 환승 통로가 뚫렸으니 의미가 없어졌지만.. 옛날에는 지상 청량리(지금의 경의· 중앙선)와 지하 청량리(1)도 서로 별개의 역이었으며 환승이 안 됐었다. 사람이 승차권을 일일이 개표하던 시절에는 승차권에다 특수한 표시를 해서 두 청량리 간에 상호 소프트 환승이 가능하게 유도리를 봐 줬을 정도였다. 자동차로 치면 외곽순환 고속도로의 청계 TG 영수증을 제시할 경우, 경부 고속도로의 판교 TG에서는 통행료 추가 징수를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이패스가 있으면 이런 거 다 자동으로 처리됨)

아무튼, 지금도 우리나라 전철에서 지하철의 환승은 무조건 전용 통로를 이용하는 것만이 원칙인데, 여건상 전용 통로가 갖춰지지 못했을 때에만 극히 제한적으로 소프트/간접 환승 예외를 인정한다. 그래서 노량진 역이 1호선과 9호선 환승 통로가 없던 시절에 지하철 간 환승 할인이 인정되었으며, 현재는 유일하게 경의선 서울 역과 타 노선 간의 환승만이 예외로 남아 있다. 공항 철도도 전용 환승 통로가 뚫린 뒤부터는 간접 환승이 막혔다.

옛날에 노량진과 서울 역 딱 둘밖에 없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만...
지금은 카드를 찍고 나갔다가 5분 안으로 그 동일한 게이트로 다시 들어갈 때는, 환승 횟수가 1회 차감되지만 기본 요금 재부과는 없는 유도리도 추가되었다.
글쎄, 없는 것보다는 나은지 모르겠지만, 이것만으로는 반대편 승강장 횡단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실생활에서는 거의 무용지물이다. 화장실 다녀오는 것 정도만 가능하고 그나마도 남자 소변 한정일 것이다. 서울 지하철이 지하철을 카드 찍고 나갔다가 그대로 다시 들어가는 쪽은 정책이 엄격한 편이다.

4. 중복 구간과 연속 환승역

수도권 광역전철과 지하철에서 둘 이상의 노선이 나란히 지나면서 환승역도 연달아 만드는 예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청량리-회기 (1 vs 중앙): 지상/지하 청량리, 국철/지하철 청량리 등으로 구분하다가 2010년에부터 정식 환승 통로가 생겼다. 물론 청량리는 환승 거리가 회기보다 훨씬 더 길다.
  • 상봉-망우 (중앙 vs 경춘): 역간거리가 좀 짧긴 하다. 상봉은 그나마 두 노선의 승강장이 가까이 붙은 편이지만 망우는 선로 수가 매우 많고 전철 승강장이 양 끝에 있어서 환승 거리가 길다.
  • 동대문역사문화-을지로4가 (2 vs 5): 얘는 5호선이 꼬깃꼬깃 굴곡져 있기 때문에 둘 다 평행이 아니라 수직 교차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 신용산-서울역 (1 vs 4): 4호선이 미군 기지를 피해서 만들어지느라 1호선과의 어설픈 중복 구간을 형성했다. 그래도 1호선의 수요를 분산하는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 효창공원-공덕 (6 vs 경의): 옛 용산선 구간을 따라 경의선과 공항 철도가 복층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여기는 지하철 6호선조차도 동일 노선을 그대로 따라가니 무려 3중복이다. 그래도 공항철도는 급행을 표방하느라 효창공원 역엔 서지 않는다.
  • 수색-DMC: 원래 경의선 수색 역이 먼저 있었는데 거기서 어중간하게 떨어진 곳에 지하철 6호선이 또 수색이라는 이름의 역을 독자적으로 만들었다. 마치 경의선 신촌과 2호선 신촌처럼 말이다. 그런데 경의선까지 수도권 전철로 들어오면서 지하철 수색은 DMC로 이름이 바뀌고, 기존 수색도 역이 유지되면서 굉장히 가까운 중복역이 생겨 버렸다.

5. 서울 지하철의 선형과 연장 가능성

서울 지하철 중 순환선이거나(2호선) 이미 광역전철들과 얽힐 대로 얽힌 다른 1기 지하철들을 제치고 5호선 이후부터 살펴보면..
5호선은 Y자 분기 굴곡(배차간격 너무 길어짐)에다 강북 도심에서도 1· 2호선과 차별화하기 위한 온갖 굴곡으로 가득하다. 6호선도 은평구와 용산구의 지하철 소외 지역을 일부러 들쑤시느라 굴곡이 심하며, 서쪽 끝은 아예 단선 루프로 매듭 지어져 있다(매듭을 역행하기가 매우 불편)
8호선은 남쪽의 성남 구시가지를 경유하느라 선형이 분당선에 비해 좋지 못하다.

그나마 선형이 전반적으로 곧은 축에 드는 지하철은 7호선과 9호선이다. 얘들은 정말 잘 만들었고 승객들이 터져난다. 특히 7호선의 경우 인천 서쪽 끝까지 계속해서 연장 떡밥이 나돌고 있을 정도이다.
다만, 이렇게 서쪽으로 잘 나가고 있는 7호선과 달리, 9호선은 서쪽 연장 없이 김포시와의 연계는 별개의 김포 경전철로 귀착된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다. 9호선은 공항 철도와의 직통 운행은 어째 성사되려나 모르겠다. 직· 교류 겸용 차량이 필요할 텐데..

그리고 노선이 굴곡졌다 해도 5호선은 상일동 지선이 하남시로 연장되고 있고, 8호선도 암사 이북이 구리시로 연장 중이다. 8호선은 복정-산성 사이라든가 모란 종점 근처에 역을 하나 더 만들 생각도 있는 모양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9/01/16 08:34 2019/01/1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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