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국내 철도 동향에 대한 평론을 좀 하고자 한다. ㅎㅎ

1. 철도 차량기지들의 변화

서울에는 '구로'와 '창동'이라고 각각 코레일과 서울 교통 공사 소속의 전동차 차량기지가 있다.
그런 기지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절엔 거기 주변이 허허벌판이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이제 공항이나 군부대와 비슷한 취급을 받는 중이며, 해당 지역에서 당장 이전시키지를 못해 안달 나 있다.
구로는 생각 같아서는 광명 역 주변으로 치워 버렸으면 싶고, 창동 기지의 경우 지하철 4호선이 당고개 이북으로 연장되면 북쪽 종점이 있는 남양주 쪽의 더 외곽으로 이사 가는 것이 실제로 확정되었다.

그런데 이들보다 서울 중심부에 훨씬 더 가까이 있는 군자 기지는 그런 잡음이 없이 당당히 건재하다. 얘는 서울에서 최초로 지어진 지하철 차량기지로, 근처에는 서울 교통 공사의 통합 본사가 있다(과거 서울 도시철도 공사의 사옥). 앞으로는 군자 기지의 내부에 9호선까지 포함한 서울 지하철 통합 관제 센터까지 지어질 거라고 한다.

하긴, 군자 기지는 애초에 주요 부지부터가 복개 하천(전농천)이었으며, 주변에도 평범한 주거 구역이 아니라 가스 저장소에 하수도 처리 시설 같은 거나 있으니.. 아파트나 업무 건물에 밀려서 이전할 여지가 없기도 했다. 지금 구로 차량기지의 내부엔 코레일 관제 센터가 있는데, 군자 기지도 바로 그와 비슷한 급의 서울 지하철 허브로 쑥쑥 발전할 듯하다.

군자 말고 서울 지하철 2호선의 다른 차량기지인 신정 차량기지는.. 기지의 공간 일부를 덮어 버리고 그 위에 아파트가 지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2호선은 순환선이기 때문에 차량기지를 서울 중심부에서 한없이 멀리 옮길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땅을 활용하게 된 듯하다.

한편, 코레일 소속의 차량기지 중에는 신이문 역과 함께 있는 이문 차량기지가 기존 철도역과 노선(망우선) 부지를 활용하여 그럭저럭 잘 만든 사례에 속한다. 코레일의 수도권 동부지사 본부가 같이 있기도 하다.
과거엔 용산 역의 바로 옆에도 차량기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수도권 철도차량 정비단'이 있었는데 이 넓은 부지는 앞으로 어찌 개발되려나 모르겠다. 용산 미군 부대 부지만큼이나 떡밥이다.

2. 철도가 새로 개통하는 도시들

서울 주변의 경기도에는 수원, 부천, 인천, 의정부처럼 진작부터 철도의 혜택을 입은 도시가 있는가 하면 안산, 과천, 성남처럼 나중에 따로 건설된 철도의 혜택을 입은 도시가 있고, 21세기가 되도록 철도가 아직 전혀 존재하지 않는 철도 불모지도 있다.
아래의 세 도시는 서울 주변에서 철도 불모지로 유명(?)했던 곳인데, 서로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거나 바뀔 예정이다.

(1) 하남 (기존 지하철의 연장)

따로 경전철을 만드네 마네 말이 많더니 결국은.. 잘 알다시피 서울 지하철 5호선의 상일동 지선 구간이 더 연장되는 것으로 결정되어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이다.
서울 지하철 7호선이 서쪽으로 연장되어 부천과 인천으로 가듯이, 5호선은 동쪽으로 연장되어 하남까지 가게 된다. 환승 없이 한 열차만 타고 서울 도심까지 쭉 갈 수 있으니 승객의 입장에서도 편리하다.

5호선의 마천 지선은 자신이 아닌 타 노선이 연장되어서 환승역이 더 생겼지만(오금, 올림픽공원), 상일동 지선은 타 노선과 만날 여지가 없이 자신이 더 연장된다는 게 흥미롭다.

하남 연장 이후에는 5호선 열차들은 더 길어진 상일동으로만 가고, 강동-마천은 별도의 지선으로 취급되지 않을까 싶다. 마치 경의선 전철이 중앙선과 직결된 뒤부터 서울역-신촌-가좌 구간은 별도의 지선으로 떨어져 나간 것처럼 말이다. 애초에 차량기지가 있어서 가장 먼저 개통했고 본선으로서의 정통성(?)을 지닌 구간은 마천이 아닌 상일동 쪽이기도 하다.

(2) 김포 (경전철)

이 동네는 올해 철도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연장 대신, 김포 공항에서 시작하는 경전철이 따로 만들어져서 개통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원래 올여름에 개통했어야 했는데 몇 달 더 미뤄진 모양이다.
김포는 하남과는 반대로 서울의 서쪽 끝 지역인데, 도시철도도 하남과는 정반대 형태로 개통한 셈이다. 그 대신 경전철의 노선색은 9호선과 거의 같은 금색으로 정해졌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동쪽으로는 신논현과 종합운동장을 거쳐 서울의 완전 끝인 보훈 병원까지 쭉쭉 연장됐지만, 서쪽으로는 지금까지 결코 더 연장되지 않았다. 그리고 동쪽으로든 서쪽으로든 서울을 벗어나지도 않았다.
그렇게 9호선은 자기 노선은 변함없는 대신, 오랜 떡밥이던 "공항 철도와의 직통 운행"이 추진되고 있다. 양 노선간 입체교차 연결선은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 직· 교류 겸용 차량과 운임 분배 같은 문제만 해결되면 된다.

한때는 공항 철도에 KTX가 다녔다. KTX 정차역으로 지정된 검암 역에는 이에 맞춰 저상홈 승강장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건 평창 동계 올림픽이 끝난 뒤 몇 달 못 가 폐지되었으며, 그 다음으로는 가까운 미래에 9호선 열차가 공항 철도 구간을 같이 달리게 될 것이다. 지금 서울 지하철 1, 3, 4호선에서나 볼 수 있는 직· 교류 겸용 전동차도 오랜만에 다시 등장하면서 말이다.

(3) 시흥 (광역전철+일반열차)

여기는 기껏해야 안산선 말단(정왕, 오이도)이나 수인선이 조금 스쳐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시가지들을 연결하고 서울로 직통으로 가는 철도 같은 건 없었다. 그랬는데 바로 1년 전 2018년 6월에 수도권 전철 서해선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철도가 개통하면서 아쉬운 대로 숨통이 트였다.

얘는 평범한 지방 지하철이나 경전철이 아니라 엄연히 광역전철이며, 아예 일반열차와 화물열차까지 다니게 될 장거리 간선 철도의 일부이다. 스케일이 제일 큰 셈이다. 이름을 괜히 '서해선'이라고 지은 게 아니다.
다만, 얘는 경강선이나 부산 '동해선'처럼 민간 자본의 개입 없이 순수하게 코레일만이 운영하는 형태는 아니며, 그렇다고 신분당선처럼 대놓고 별도의 운임 체계를 쓰는 형태도 아니다. 지금의 서울 지하철 9호선이나 공항 철도처럼 운영되는 것 같다.

3. '송정'이라는 역명

난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김포공항의 바로 옆 역이 '송정'이기 때문에.. 공항 근처의 강서구에 송정동이라는 행정구역이 있기라도 한 것으로 오랫동안 생각했다. 같은 5호선의 '양평' 역이 영등포구 양평동을 가리키듯이 말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추측이다.
하지만 실제로 확인해 보니 그렇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놀랐다. 송정동은 강서구가 전혀 아니라 성동구에 있다.

신사동은 서울의 강남구(3호선)에도 있고 은평구(6호선 새절)에도 있다. 도화동과 논현동은 서울뿐만 아니라 인천에도 있다. 신길동은 서울뿐만 아니라 안산(신길온천..)에도 있다.
하지만 송정동은 겹치는 것도 없이 유일한 명칭이다. 먼 옛날, 거기가 인서울이 아니던 시절에 쓰였던 '김포군 송정리'라는 명칭에서 유래된 거라고 한다.

물론 인서울에서만 안 겹칠 뿐이지, 전국적으로는 송정이라는 동이 여럿 존재한다.
서울 밖에서는 광주에 KTX도 서는 광주송정 역이 유명하다. 거기는 진짜로 송정리에서 송정동/광주송정의 순으로 행정구역과 철도역명이 바뀌어 왔다.

4. 역명에 '역'이 또 붙는 경우

우리는 지하철역을 가리킬 때 'XXX 역' 같은 식으로 이름의 뒤에다가 '역'을 덧붙인다. 정류장/정거장이라는 명칭은 버스를 타는 곳에다가만 쓴다.
따지고 보면 철도역 중에도 건물이 없이 진짜 허접한 버스 정거장 수준에 불과한 간이역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철도에 대해서는 그냥 관습적으로 역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역 중에는 기존 철도역과 연계하는 것도 있다. 용산이나 영등포 같은 역은 일반열차와 지하철 계열의 전동차를 타는 곳이 한데 있지만 수원· 서울 같은 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두 시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런 역은 이름에 '-역'이 또 붙게 되는데, '서울역 역'이라고 부르기는 뭣하니 이럴 때는 '지하철 서울 역 / 기차(철도, KTX) 서울 역' 같은 형태로 구분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5. 역명에 '동'이 또 붙는 경우

그리고 일반열차건 도시철도건 역의 이름은 아주 특출난 사연이나 명물이 있지 않은 이상, 아무래도 인근의 지명을 따서 평범하게 지어지는 편이다.
일반열차야 역간거리가 시· 군 또는 구의 수준으로 길기 때문에 그런 큰 등급의 지명이 그대로 붙는 편이다. 그러나 도시철도는 역이 그보다 훨씬 더 조밀하게 많이 있기 때문에 동 수준의 명칭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역명이 곧 지명은 아니기 때문에 역명에다 동, 시, 군, 구 같은 행정구역 접미사가 굳이 또 붙을 필요는 없다. 특히 '동' 말이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신설동'('신설' 단독으로는 고유명사로서의 변별력이 너무 부족해서), '목동/길동/상동'(외자 이름이어서), '상일동/둔촌동'(??) 정도가 예외인 것 같다. '동'을 예외적으로 붙이는 조건 내지 원칙을 잘 모르겠다.

부산에서는 원래는 동을 꼬박꼬박 붙였다가 2010년대 초쯤에 일괄적으로 다 떼어내 버린 바 있다. (예: 노포동 → 노포)

Posted by 사무엘

2019/08/13 08:35 2019/08/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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