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수라는 건 제곱하면 값이 폭발적으로 커지거나(>1 발산), 반대로 0으로 급격히 오그라는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1은 그 양극단의 딱 중앙에서 자기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1이나 i 같은 건 제곱하면 다른 수가 되었다가 도로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며 순환한다.

망델브로(만델브로트) 집합이라는 게, 0부터 시작해서 더하고 제곱, 더하고 제곱을 반복했을 때 발산하지 않는 복소수의 집합인 걸 생각해 보자. 꽤 오묘한 개념이다.
리만-제타 함수도 그렇고, 평범해 보이는 함수가 복소수 범위로 가면 난이도와 복잡도가 눈 튀어나올 정도로 치솟는 것들이 좀 있다. 제곱해서 -1이 되는 수를 하나 정의함으로써 사고 체계가 이 정도로 확장된다는 것이다.

수학이란 게 발명인지 아니면 발견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대부분의 업적들은 엄밀한 논리 체계를 찾아낸 발견에 가깝겠지만, 허수와 복소수는 아무래도 발명의 범주에 넣어야 할 것 같다. "제곱해서 -1이 되는 수도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건 아무래도 자연 세계에서 존재하는 개념을 추상화한 건 아니니까 말이다.

복소수가 그런 것처럼 행렬도 발명에 가까운 도구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가로와 세로 크기가 같은 정방행렬에 대해서는 거듭제곱을 생각할 수 있다.
행렬은 거듭제곱을 하면 행렬식 값도 거듭제곱 된다.
그런데 모든 원소가 몽땅 0이 아니어도 행렬식 값은 0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단독 숫자의 연산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특성이 존재할 수 있다.

제일 작고 단순한 2*2 크기의 행렬의 제곱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a b]^2 = [a^2+bc  b(a+d)]
[c d]     [c(a+d)  bc+d^2]

이를 토대로 이런 행렬을 생각해 보자.
2*2 행렬이란 게 원래 2변수 연립방정식을 푸는 도구인데, 얘 분석을 위해서 4변수 연립방정식을 풀게 생겼다.;;

1. 영행렬이 아니면서 제곱하면 영행렬이 되는 행렬

원소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은 0이 아닌 행렬 중에 제곱 했을 때 완전 영행렬이 되는 행렬은 원소가 이런 꼴인 녀석이다. 요러면 제곱해 보면 모든 원소들이 x^2와 -x^2가 상쇄되는 식으로 소거되어 0이 된다.
[   x     y]
[-x^2/y  -x]

y가 원소 단독과 타 원소의 분모에 동시에 존재하니, 원소 중 하나는 반드시 nonzero여야 함이 보장된다.
이걸 전치시킨 것도 동일한 속성을 지니므로, nonzero 원소가 꼭 저 자리에만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y에다 1을 대입해서 식을 좀 간소화시키면 이런 형태가 되며..
[  t    1]
[-t^2  -t]

t에 1을 대입하면 일례로 요런 행렬이 나온다. 이런 게 제곱하면 영행렬이 된다는 것이다.
[ 1  1]
[-1 -1]

2. 영행렬이나 단위행렬이 아니면서 제곱하면 늘 자기 자신이 되는 행렬 (멱등행렬)

이건 프로그래밍 언어로 치면 자기 소스 코드를 그대로 출력하는 콰인 같은 느낌이다.;;;
사실은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단위행렬뿐만 아니라 거기서 숫자 일부를 0으로 바꾼 얘라든가, 0과 1이 일렬로 나란히 늘어서 있는 행렬도 다 멱등행렬이다.
[1 0]    [1 1]
[0 0] or [0 0]

이렇게 trivial한 경우 말고, 네 원소들이 모두 nonzero라고 가정하고 식을 세워 보면.. 반드시 a+d = 1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먼저 나오고, 최종적으로 답이 이렇게 나온다.
[    x+1      y]
[-x*(x+1)/y  -x]

이런 행렬의 구성 원소는 아까 제곱-영행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2개의 변수만으로 원소 4개의 값이 모두 결정됨을 알 수 있다. 또한, 오른쪽의 b와 d 원소를 동기화시켰을 때 a와 c는 저런 차이가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왼쪽에서 x가 x+1로 바뀐 정도의 차이가 전부이다. ㄲㄲㄲㄲ

저 식은 뭔가 미묘하게 규칙성이 있어 보인다. y=1인 경우만 생각해 보면 아래 row는 위의 row에다가 단순히 -x배를 한 것일 뿐이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2 1]    [ 2  1]
[-6 3] or [-2 -1]

그러니 행렬식 값은 당연히 0이다. 사실, 행렬식이 0이 아닌 멱등행렬은 단위행렬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행렬식이 0인 2*2 행렬에다가 평면의 궤적을 선형변환 시키면, 평면도형을 일직선 위로 다 찌그러지게 된다. 제곱 결과물의 차이(영 또는 자기 자신)는 서로 다른 점조차 동일한 점에다가 겹쳐지는지 정도의 차이만을 만들 뿐이다.

제곱했을 때 특정 원소의 값이 확 커진다 하더라도, 행렬식이 0이면 그 일직선에서 엄청 먼 점까지 선형변환을 시킬 뿐, 일직선을 벗어나서 면적을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이것이 이런 행렬이 갖는 대수적 의미이다.
3 이상의 더 큰 정사각행렬에서는 멱등행렬의 원소 관련 공식이 당연히 훨씬 더 복잡할 것이다. 그래도 규칙성은 갖추고 있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8/03 08:35 2022/08/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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