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기관의 기술 동향

1. 내연 기관과 외연 기관

열기관, 엔진이라는 건 오늘날 지구상의 수많은 기계들을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인데.. 크게 내연기관과 외연기관으로 나뉜다. 연료의 연소가 기관의 안에서 이뤄지냐, 밖에서 이뤄지냐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만 말을 해서는 차이점이 쉽게 와 닿지 않는다.

내연은 연료 자체의 폭발 팽창력으로 힘을 내고, 외연은 연료로 다른 매개물질을 끓여서 기화 팽창력으로 힘을 낸다고 말하는 게 더 나을 듯하다.
전자에서 말하는 폭발력이란 건 찰나의 순간에 ‘펑’ 강하게 발생했다가 바로 사라진다. 후자의 팽창력보다 더 제어하기 힘들다.

이걸 축적해서 큰 힘을 지속적으로 만들려면 내연기관은 연료를 끊임없이 아주 찔끔찔끔 연소· 폭발시키면서 일정 회전수 이상 빠르게 계속 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이산적인 출력을 연속적인 형태로 취합하는 플라이휠 같은 장치가 필요하며, 밖의 바퀴가 원하는 저속/고토크 비율로 변환하는 변속기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전기 시설로 치면 이게 변압기나 마찬가지이다.

그 반면, 증기기관 같은 외연기관에서 물 같은 비열 높은 물질이 한번 끓어 수증기가 되면, 얘는 열을 간직하고 있는 동안 내연보다야 꽤 가늘고 부드럽고 길게.. 저속으로도 큰 힘을 낼 수 있다.
물론 열역학적으로 매우 비효율적이며, 처음에 물을 끓이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속도 조절 같은 반응이 늦다는 건 매우 큰 단점이다. 하지만 외연기관은 내연기관보다 기계 구조가 훨씬 더 단순하고 제작 난이도가 낮으며, 연료도 훨씬 덜 가리고 신뢰성이 높다는 결정적인 장점이 있다.

외연기관은 공간이 많이 필요해서 소형화가 어려운 반면, 내연기관은 복잡하고 제작 난이도가 높아서 고출력 대형 버전을 만드는 것이 오랫동안 난감했다. 괜히 20세기 이후에 실용화된 게 아니다.

또한, 증기라는 유체는 불을 때는 기관과 분리된 덕분에 그 자체가 자연스럽게 변속기 오일 같은 역할도 한다는 게 인상적이다. 즉, 외연기관은 엔진도 구조가 단순하지만 변속 계층도 더욱 단순하다.

2. 폭발

자동차가 부드럽게 잘 굴러가려면 연소실에 들어가는 공기와 연료의 양, 그리고 이 회전수를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적절한 부하로 바퀴에다 전달하는 변속비가 잘 결합해야 한다. 공기와 연료의 배합 문제는 어느 엔진에서나 매우 중요한 문제일 것이며, 굳이 폭발이 아니라 열만 왕창 뜨겁게 만드는 물건인 용광로에서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할 것이다.

좀 뜬금없는 얘기이다만, 이건 세탁기에서 빨래의 양 대비 물과 세제가 잘 맞물려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세제 찌꺼기가 빨래에 남은 건 연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고 불완전 연소해서 매연과 검댕이 나오는 것과 동일하다.
적정 비율을 계산하는 게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오죽했으면 세탁기에도 컴퓨터(콤퓨타 세탁)가 들어갔고, 엔진엔 진작부터 전자 제어 기술이 동원돼 있다.

수소는 맹렬히 반응하고 잘 폭발해서 단독(액체 수소) 또는 탄화수소 형태로 동력기관의 연료로 쓰이는데, 질소는 화합물이 화약· 폭약의 재료로 쓰인다는 차이가 있다.

3. 무연 휘발유외 유연 휘발유

21세기엔 자동차의 동력원 중 디젤 엔진만이 더티하다는 오명을 잔뜩 뒤집어쓰고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구석이 있었다. 특히 유로 규제는 6단계까지 올라가서 DPF에다 SCR까지 도입되고, 연료뿐만 아니라 요소수도 주기적으로 번거롭게 넣어야 하게 됐다.

하지만 휘발유 엔진도 아무 조치 없이 저절로 깨끗해진 건 아니었다.
고온 고압으로 인해 공기 중의 질소가 질소산화물로 합성되며, 불완전 연소로 인해 일산화탄소와 각종 탄화수소가 배출되는데, 이걸 고온(300~500도)에서의 화학 반응을 통해 물· 질소· 이산화탄소로 환원시키는 삼원촉매 정화 장치가 개발되었다.

얘는 모든 자동차에 장착이 의무화됐다. 이것 덕분에 세계 각국의 대도시에 자동차가 이렇게 많이 다녀도 사람들이 그럭저럭 숨 쉬고 지낼 수 있게 됐다.
단, 이 촉매 장치는 백금이나 팔라듐 같은 비싼 귀금속을 써서 제조되기 때문에 자동차의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백금은 수소 연료 전지에도 촉매로 쓰이는걸? 몇 그램 남짓한 미량이지만 이거라도 건지려고 폐차장을 뒤지는 귀금속 도둑도 나돌았다고 한다.

그리고 참 운명의 장난인지..
이 촉매 장치는 휘발유 엔진의 노킹 오동작을 방지해 주는 효자 첨가제이던 '납' 성분과는 어울릴 수 없는 캐상극이었다.
얘는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은 잘 반응시켜 주지만, 납이 들어가면 그게 촉매 장치에 달라붙으면서 촉매를 망가뜨렸다.

삼원촉매 정화 장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납이 아닌 다른 대체제가 들어간 무연 휘발유의 개발이 필수였다. 대체제는 아무래도 납보다는 더 비싼 물질이었다.
환경 규제 때문에 기름값도 비싸지고 차값도 더 비싸지고..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유연 휘발유는 공기 중에 미세하게나마 납을 내뿜으니 그것만으로도 인체에 해로운데, 촉매 변환이 되지 않아서 다른 배기가스의 정화조차 못 하게 만드니 "이중으로 해로웠다". 환경과 건강에 백해무익이니 빨리 퇴출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부터 무연 휘발유 도입이 논의되었고, 1987년 7월부터는 무연 휘발유 차량만 생산 가능하게 바뀌었다.
그렇게 과도기를 거쳐서 1993년 1월부로 유연 휘발유는 국내에서 유통이 전면 금지되었다.

요컨대.. 무연과 유연 휘발유 문제는 납이 있고 없고만의 문제가 아니라 촉매 변환 장치의 사용 가능 여부도 같이 딸린 문제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휘발유도 경유처럼 환경 규제로 인한 규격 변화를 거쳤다는 것..
유연 휘발유는 작년 여름에 마지막 생산 시설이 폐쇄되고 전세계에서 완전히 퇴출됐다고 한다. (☞ 보도 자료)

4. 독특한 기술들

자동차 업계엔 통상적인 가솔린/디젤 왕복 엔진 말고 자신만의 독특한 엔진 기술을 육성한 걸로 유명한 기업이 좀 있다.

(1) 마쓰다: 반켈 엔진. 거기에다 휘발유 자연착화 디조토 엔진도 선구자인 듯?
둘 다 제대로 동작만 한다면 굉장히 획기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실용화에 갈 길이 먼 상태인 걸로 내가 알고 있다. 그리고 내연기관 자체가 마이너 퇴물로 전락한다면.. 대형차용 디젤도 아닌 이런 엔진 기술은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
반켈(로터리?) 엔진은 그 특성상 2행정 엔진과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배기량 대비 고출력, 하지만 내구성 메롱, 엔진오일도 같이 연소 등...

(2) 도요타: 가솔린-전기 하이브리드
거의 1990년대 말부터 육성했기 때문에 이 바닥 기술은 도요타가 완전 본좌라고 들었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 때문에 일본 전체가 순 배터리 전기차는 보급이 굉장히 더디고, 오히려 그건 요즘 중국이 더 많이 연구하고 팔아먹고 있다. 우리나라에까지 중국산 BYD 배터리 전기 시내버스가 다닐 정도이니..
순 내연기관도, 순 배터리 전기도 아닌 하이브리드 차가 과연 얼마나 더 상품성이 있을지 궁금하다.

(3) 현대: 수소 연료전지
현대는 이례적으로 저 분야에다가 사운을 걸고 집중 연구 개발을 해 왔다.
충전 인프라가 열악한 게 큰 약점이다만.. 배터리 전기가 영 들어가기 곤란한 대형차 상용차 쪽으로 승산이 있어 보인다.

이러니 21세기의 초-중반은 자동차 엔진의 주 동력원이 다양해지는 매우 흥미로운 시기로 역사에 기록될 듯하다.

옛날엔 증기와 전기가 자동차의 동력원에서 퇴출되고 철도에서만 살아남았다. 당연히 전자는 대형화에 유리해서, 후자는 길 따라 전깃줄을 부설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뒤 증기는.. 왕복 엔진이 아닌 터빈 형태로 발전소나 선박에서만 현역이다. 내연기관으로는 저렴한 석탄을 이용한 화력 발전이 가능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전기는 눈부신 전기공학과 배터리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100여 년 뒤에 다시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는 중이다.

5. 가스 터빈

외연기관인 증기 터빈이 저런 대형 기계에서 쓰인다면, 내연기관인 가스 터빈은 비행기에서 주로 쓰인다. 왕복 엔진과 덩치를 어떻게 비교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른 조건이 유사할 때 터보샤프트(회전익) 및 터보프롭(고정익) 같은 엔진이 왕복 엔진보다 고회전 고출력이 더 잘 나오고, 엔진 자체도 구조가 덜 복잡하고 정비성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프로펠러 비행기라도 아주 아담한 경비행기 급이 아닌 한, 조금만 덩치가 커지면 왕복 엔진 대신 이런 가스 터빈 기반 엔진이 쓰인다.

다만, 이런 가스 터빈 엔진이 왕복 엔진보다 더 비싸고, 연료 소모도 더 심하다는 건 감안할 점이다. 터보샤프트 엔진은 헬리콥터뿐만 아니라 탱크 같은 일부 특수한 육상 기계/교통수단(?)에도 쓰인다.
가스 터빈을 더욱 발전시켜서 배기 가스를 적극적으로 뒤로 내뿜으면 '제트' 엔진이 된다. 오늘날 크고 빠르게 날아가는 비행기들은 모두 이런 제트 엔진 기반이다. 프로펠러만 돌려 갖고는 피스톤이든 터빈이든 초음속 비행이 무리이며, 소음도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기 때문이다.

하긴, 비행기뿐만 아니라 기록 수립만이 목적인 초음속 초고속 자동차도 이런 제트 엔진이 탑재된다고 들었다.
공기를 빨아들이지 않고 산화제를 내장한 채, 이런 분출에만 특화된 엔진은 로켓 엔진이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2/08/31 08:35 2022/08/3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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