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호박밭 근처의 생태
다음은 본인이 개인적으로 호박을 키우는 아지트의 근처에서 본 자잘한 동물/곤충의 모습이다.
여름에 풀숲에서 텐트를 치고 자고 나면, 다음날 아침에 달팽이가 텐트의 표면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야 최대한 다 떼어내긴 하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달팽이를 집에까지 데려오기도 했다.
이건 무슨 곤충 커플인지는 모르겠지만.. 하필이면 남의 텐트의 꼭대기에 올라가서 번식 행위를 하고 있었다.;;
도의적으로 3분 동안 기다려 줬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꼼짝도 안 하고 있고, 그 당시 나도 어서 텐트를 걷고 집으로 복귀 후에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얘들을 떼어냈다.;;
우와, 이건 도대체 무슨 애벌레인 걸까..??
애벌레 실물을 본 걸로는 정말 역대급 크기였다. 징그럽기도 하고.. 참고로 위의 사진 기준으로 왼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왼쪽이 애벌레의 앞쪽인가 보다. ㄲㄲㄲㄲㄲㄲ
자 눈금을 함께 대고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아쉽다.
여담이지만, 비가 한번 내리고 나면 밭 주변의 포장된 자전거 도로는 밟혀 죽은 지렁이 시체들로 쭉 도배되곤 한다.;;;
도대체 어디에 짱박혀 있던 지렁이들인지, 비만 내리면 왜 기어나오는지...? 땅을 파고 들어갈 수도 없는 위험한 포장 도로로는 도대체 왜 가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저 애벌레도 그 꼴 나지 않고 무사히 흙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흙이 물에 완전히 잠겨 버리면 농작물 식물의 뿌리도 숨을 못 쉬어서 익사한다고 한다. 하지만 불어난 강물에 파묻히는 급의 침수가 아니라, 식물이 멀쩡히 버텨내는 평범한 비라면 지렁이도 숨을 못 쉴 정도는 아닐 텐데 말이다.
본인은 육교 위에서도 지렁이 시체를 본 적이 있다.;; 거기는 어째 왜 어떻게 올라간 걸까?? 거기는 흙도 없는데!!
마치 고가도로 위에서 로드킬 당한 야생동물 시체와 비슷한 격이라 하겠다.
이건 강물 밑바닥을 옆으로 기어가던 게들인데.. 신기해서 한 놈 사진을 찍었다.
바다뿐만 아니라 민물에도 게에 속하는 동물이 살기는 하는가 보다. 물속이 뿌얘서 선명도를 보정하고 나니 무슨 흑백 사진처럼 돼 버렸다. ㄲㄲㄲ
폭우가 쏟아져서 강이 범람하고 강물 주변이 다 휩쓸려 가거나 식물들이 진흙을 뒤집어썼는데..
그래도 한두 주 뒤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물가가 다시 풀이 무성해지고 녹색천지로 바뀌곤 한다.
식물의 생명력이란 게 이런 거구나..!!
물론 그렇게 아무렇게나 잘 자라는 식물은 오로지 자기 생존과 번식에만 최적화돼 있다. 인간에게 유익한 열매를 생산하는 식물은 아니다. 그러니 이런 것들은 그냥 잡초라고 불린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잉여스러운 잡초들이라도 뿌리를 내려서 흙을 붙잡고 있어야 강물이 범람했을 때 주변 지역이 물에 덜 휩쓸리고 초토화가 덜 될 수 있다.
소리쟁이와 가시박은 강변 어디에나 퍼져 있는 끈질긴 잡초인 것 같다.
8. 외박
지난 9월 말엔 큰 일교차에 늦여름 더위가 계속되면서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강물도 많이 마르고 줄어들고 수위가 낮아졌다. 일부 수심이 얕은 바닥은 수면 위로 드러나기까지 했다.
본인은 하루는 그렇게 튀어나온 모래톱 위에서 혼자 하룻밤 잤다. 텐트는 없이 침낭만 덮었다.
본인은 이렇게 자야 좀 잠다운 잠을 잔 것 같다. 모래는 정말 푹신하고 편안했다.
새벽 5~6시 사이에만 해도 긴팔에 점퍼에 침낭을 다 뒤집어써도 추웠으나.. 해가 뜨면서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서 점퍼 벗고 팔까지 걷어붙여도 될 정도가 됐다. 그 당시에 아침 5시부터 7시 사이의 기온 변화는 정말 드라마틱했었다.
저 매트는 이렇게 자고 일어난 뒤에도 밑바닥에 흙이 거의 묻지 않아서 아주 좋았다.
그 뒤 10월 3일, 서울에 비가 하루 종일 쏟아지자 시내의 하천들이 몽땅 수위가 올라갔다. 본인이 며칠 전에 이용했던 숙소도 싹 물에 잠겨 사라져 버렸다. ㅋㅋㅋㅋㅋ
이때는 비 한번 정말 시원스럽게 잘 내렸다. 오랫동안 많이 세차게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도를 넘는 폭우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는 침수 피해나 도로 통제 같은 건 없었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