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올해가 저물어 간다.
2022년은 21세기 이래로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새 버전 소식이 한 번도 없었던 최초의 시기이다.
일종의 휴양· 요양을 한 셈인데.. 거듭 말씀드리지만 개발 중단은 절대 아니고 개발할 것 리스트가 한가득 쌓여 있다.
개인적으로 이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다시 일을 할 예정이다.
전쟁 때문에 에너지와 식자재 물가가 많이 올라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세계적으로 적지 않을 것이다. 내 블로그를 구독하시는 모든 방문자께서 편안한 잠자리에서 따뜻한 밤을 보내시기를 개인적으로 기원한다.
그러나 만약 아직 그리하고 계시지 못한다면 나처럼 해 봐도 좋을 것 같다. ^^
유난히 따뜻했던 11월이 지나고, 지난 11월 30일부터는 밤 기온이 서울 기준 -5도 아래로 떨어지면서 기습 한파가 찾아왔다.
그 날 밤에 본인의 무장은 텐트, 두꺼운 담요, 패딩 잠바, 침낭 두 겹이었다.
밖엔 강풍이 휘몰아치고 물병에 담긴 물이 꽁꽁 얼었지만, 이불 속 침낭 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따뜻했다.
"추위가 뭐야? 먹는 거야?" 생각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무너무 따뜻하고 포근하고 아늑하게 잘 자고 아침을 맞이했다.
내 경험상, 무장이 부족하면 새벽 2~3시쯤 깨거나, 하체 쪽이 추위에 떨게 된다. 특히 발가락 말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 절대적인 무장 자체가 부족: 날씨 예측 실수, 또는 자전거 타고 멀리 나간 상태여서 무장을 충분히 많이 실을 수 없었음
- 처음 잠들던 때는 별로 안 추워서 무장을 안 하다가 나중에 추워져서 무장이 뚫림
그러나 저 때는 작정하고 처음에 잠들 때부터 중무장을 했기 때문에 밤중에 무장이 뚫리는 일도 없었다.
따뜻한 공간에 여유가 있어서 이불 속에다 노트북과 호박 한 덩이까지 같이 보온을 시켜 줬다.
참고로, 기습 한파의 바로 전날 밤은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10도를 훌쩍 넘어 있었기 때문에 그냥 고가도로 아래의 공원 벤치에서 이렇게 잤었다. 보온은 별로 필요 없고 비만 피하면 되니까..
그랬는데 같은 시간대의 기온이 전날 대비 15도가 넘게 곤두박질쳤으니.. 날씨도 고삐 풀린 듯 급발진과 급제동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내 입을 돌아가게 만들려면 동장군이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참고로 이건.. 날씨도 따뜻하고 비도 안 와서.. 그냥 공원 풀밭에서 텐트도 안 치고 자연을 즐기며 잤을 때의 모습이다. ^^
나는 1년 중 과반.. 6~70%는 늘 밖에서 자고 이걸 지난 수 년 동안 반복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매뉴얼이 있다.
1. 대원칙
일단 밖에서 자기로 했으면 친환경 최소주의 이념에 입각해서 텐트와 침낭과 담요로 간단하게.. 100% 내 체온과 근성만으로 자연을 즐기고 쉬었다가 돌아오는 게 좋다.
온갖 장비빨에 살림살이를 통째로 옮기는 듯한 캠핑은.. 내가 보기엔 그닥 바람직한 캠핑이 아니다.
- 자고로 보일러라는 건 몸을 씻을 물을 데울 용도로만 사용하는 거다. 실내에서 단순히 공기나 바닥을 데우는 건 낭비다.
- 자동차의 기름은 무조건 차를 가게 하는 데만 쓰여야 한다. 차 시동을 걸어서 엔진을 공회전시키면서 히터를 튼다니 그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 캠핑을 못 하는 조건은
- 열대야: 그냥 집에서 선풍기· 에어컨 틀고 자는 게 나음
- 나쁨 이상 수준의 미세먼지: 야외 공기가 너무 안 좋음
그 반면, 무조건 반드시 밖에 나가는 조건은 기록적인 강추위 또는 폭우이다.
3. 밖에서 텐트 치고 하룻밤 자고 나서는 텐트를 싹 걷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야 된다. 누가 여기에 텐트를 치고 갔다는 티를 안 내는 게 정상이다.
쓰레기를 잔뜩 버리고는 안 치우는 놈, 텐트를 안 걷고 알박기 하는 놈들은 캠핑계의 상도덕을 모르는 몰지각 몰상식한 또라이들이다. 정말 공개적으로 거듭 거듭 씹고 욕과 비방을 퍼부어 줘야 된다.
이런 애들 때문에 훌륭한 캠핑 장소들이 다 출입금지 주차금지 걸리고 유료화되고 인심이 야박해지는 거다.
4. 개인적으로 제일 김빠지고 힘빠지는 소식은..
텐트 안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누가 죽었다는 소식이다. 도대체 난방을 왜 하냐..??
그냥 자기 체온만으로 버티면 절대로 저렇게 될 일 없다.
5. 과거 기억에 남는 캠핑은..
- 호우경보가 내려졌는데 출입 통제를 무시하고 안에 들어가서 강가에서 텐트. 수위가 내가 있는 곳에 근접할 정도로 굉장히 올라가서 흥미진진했음. 당연히 아무 탈 없이 무사 귀환.
- 한겨울 -15도. 꽁꽁 얼어붙은 강물과 눈 위에다 텐트 치고 캠핑. 폰과 노트북은 다 퍼지고 차 시동도 제대로 안 걸렸음. 딴 덴 다 괜찮은데 발가락이 정말 시렵고 따가웠음.
- 산속 군용 벙커에서 캠핑.
- 600m 남짓한 높이의 산 정상에서 캠핑. 야간 산행을 하는 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상에 올라왔다가 텐트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서 내려간 듯했음.
- 어느 무덤 옆에서 캠핑. 평평한 풀밭이 있어서 텐트 치기 좋았음.
세상에 신학, 목회 권유도 받고 기인 엽기 유튜브 권유도 동시에 받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_-;;
글쎄.. 이 나이에 결혼이나 해서 곱게 가정을 꾸려도 시원찮을 판에 혼자 튀는 짓을 비디오로 찍어서 유포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난 아무도 유튜브 안 하던 시절, 무려 2008년에 새마을호 Looking for you 영상을 독보적으로 올리긴 했었다.
마치 컴퓨터과학자 도널드 커누쓰 할배가.. 무려 1970년대에 이메일이라는 걸 썼고 정작 1990년대 이후부터는 안 쓰는 것처럼... 나도 유튜브 동영상을 비슷한 시기와 방식으로 활용했던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