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한 달쯤 전 토요일엔 본인은 친한 사이였던 옛 교회 동생의 결혼식이 있어서 오랜만에 안산에 다녀왔다.
예식장이 안산선의 모 전철역에서 가까이 있었으니, 거기만 다녀오는 게 목적이면 4호선 전철만 쭉 타고 가볍게 갔다 오면 됐다.
그러나 모처럼 장거리 여행의 기회가 찾아왔으니 본인은 차를 동원했다. 그리고 결혼식의 앞뒤로 스케줄을 더 추가해서 2박 1일짜리 주말 여행 미션을 만들었다.
텐트를 가져가서 전날과 당일 밤에는 캠핑을 했다. 그리고 결혼식이 오후 늦은 시간에 있었기 때문에 그 전에는 안산에 사시는 다른 교회 지인을 뵈었다. 장소와 시간 동선이 딱 잘 맞았다.
안산은 재작년 가을에 수인선 전철의 전구간 개통을 기념해서 본인이 개인 여행을 다녀 온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느낌이 더욱 낯익었다.
내비가 안내한 경로는 양재 IC까지 경부 고속도로 서울 시내 구간, 그 다음엔 대부분 과천-봉담 도시 고속화도로였다. 그러다가 39번인지 42번인지 국도를 넘나들면서 수인로(구 수인 산업 도로)를 통해 안산으로 진입했다. 평소에 달릴 일이 없던 길을 마음껏 달리니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았다.
가는 도중에 혼자 한두 차로만 쏙 빠져나가는 진출로가 아니라, 전체 차로가 절반으로 싹 나뉘는 갈림길이 두세 번 나왔던 것 같다. 고속도로로 치면 기존 중부와 제2중부가 갈리는 것처럼 말이다. 평소에 주행할 일이 없는 생소한 도로를 야간에 달리느라 주변 지형을 제대로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나름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결혼식 전날 밤엔 반월천 근처.. 경부고속선과 안산선 전철 고가, 서해안 고속도로를 모두 볼 수 있는 천혜의 요지에서 캠핑을 했다. 재작년의 여행 때 주목하고 머릿속에 집어넣었던 장소로, 농사가 다 끝나고 지푸라기들만 가득한 허허벌판이다. 차는 아무데나 세우고 차 바로 옆에다 텐트를 쳤다.
KTX가 지나가는 소리를 수시로 들으면서 캠핑이라니,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상· 하행을 불문하고 막차는 아마 0시 20분 무렵에 지나간 것 같다.
주변은 지나가는 사람이고 차고 하나도 없으면서 와이파이 하나 잡히는 게 없을 정도로 적막했다.
이 형형색색의 호박들은 내가 직접 키워서 수확한 것...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고 산 거다. 의외로 좀 덜 익은 호박도 동네 채소 가게에서 좀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아 참, 여기까지 온 김에 맑고 시원한 반월천 강물을 말통에다 가득 채워 넣기도 했다. 이건 올겨울 실내 농업용수로 보태 쓸 예정이다. ㄲㄲㄲㄲ
이렇게 밤을 보낸 뒤, 당일 아침을 맞이했다. 안산 지인과 함께 돌아다닌 곳은.. 바로 성포동의 '노적봉'이라고 불리는 야산 언덕의 주변이었다.
안산에는 본인이 알기로 정육각형 모양의 공원 로터리가 두 군데 있다. 그 중 서쪽의 것은 선부동에 있어서 중앙에 서해선 '선부 역'이 만들어져 있다.
그 다음 동쪽의 것은 성포동에 있는데, 여기에는 신안산선 '성포 역'이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안산선과는 중앙 역에서 만나는 종축 간선이 될 것이다.
이 성포 광장 내지 성포 역 예정지에서 남동쪽으로 슬금슬금 내려가니 산기슭에 자리잡은 성포 도서관이 나왔다. 여기에 있는 등산로를 따라 노적봉의 능선을 돌기 시작했다.
노적봉은 높이나 면적이 서울로 치면 봉화산과 비슷한 규모인 언덕이다. 그런데 둘레길이 온갖 공터와 운동 시설, 놀이터로 굉장히 잘 꾸며져 있었다. 지도만으로는 여기가 이런 곳이라는 걸 전혀 알 수 없었다.;;
1시간 정도면 능선 산책로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으며, 조금만 더 올라가면 정상에도 금방 도달할 수 있다.
산의 남동쪽에는 장미 공원과 폭포 공원도 있고, 차 댈 곳과 돗자리 깔고 누울 곳이 넘쳐났다. 국도 39호선과 42호선이 여기 부근에서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육교를 통해 국도를 횡단해서 동쪽 건너편으로 가면.. 무슨 조각상 공원과 '성호이 익' 기념관, 그리고 안산 식물원이 있었다. 여기가 나름 관광 휴양 명소인 것 같았다. 안산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남양주에서는 다산 정 약용이 자기 지역 출신이라고 대대적으로 띄우는데(목민심서), 이 동네는 성호 이 익을 배출한 곳이더라(성호사설).
공교롭게도 이 익은 1763년에 죽었고, 정 약용은 1762년에 태어났다. =_=;;
식물원은 아주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구역이 넷으로 나뉘어서 열대 식물과 꽃과 각종 나무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무료에 이 정도 서비스이면 나쁘지 않지~~
이렇게 구경을 잘 하고 지인과 헤어졌다.
지방은 주차가 관대해서 참 좋았다.;; 길가 아무데나 차 세워도 되고, 골치 아프게 주차 확인 받고 1~2시간 따지느라 초조해할 필요가 없다.
다만.. 내가 원래 가려던 예식장은 진작부터 주차장에 몽땅 만석이 돼서 빈 자리가 없었다. 어이쿠~ 나름 예식 30분 전에 간 거였는데..
그래서 부득이하게 건물 주변의 도로에다가 대충 차를 세우게 됐다. 그래도 다행히 불법주차 딱지 같은 건 부과되지 않았다.
결혼식장에서 저녁도 잔뜩 먹고.. 사람 만나는 모든 일정이 모두 끝난 건 저녁 6시경이었다. 이제 근처의 카페에 들러서 폰과 노트북을 충전하면서 오늘 캠핑을 할 준비를 했다.
낮에 산책했던 공원에도 텐트를 칠 만한 곳은 아주 많이 있었지만, 그리로 가려면 집 쪽이 아니라 더 서쪽으로 가야 했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캠핑 지점까지의 거리도 만만찮았다.
그래서 고민 끝에 안산을 떠나서 3년 전쯤에 갔던 의왕-성남 사이의 꼬불꼬불 산길을 다시 찾아갔다. 하오개로.
지금이야 100번 고속도로와 57번 지방도 같은 좋은 대체제 때문에 차들이 거의 다니지 않는 레거시가 됐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여기가 밤에 한적한 캠핑 장소로는 최적이었다.
길가 공터에다 차를 세우고 바로 옆에다가 텐트를 쳤다. 차나 사람은 전혀에 가깝게 다니지 않고 와이파이 신호도 잡히는 게 없고.. 서울을 벗어난 덕분에 환상적인 캠핑을 두 번이나 한 뒤 집에 돌아왔다. 그래서 이렇게 기록도 남긴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내가 미처 사진을 못 찍었다. 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