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와 전지

세상에 전기라는 에너지는 발전기 아니면 전지로부터 얻어진다.
먼저, 발전기는 전자기 유도 원리를 이용해서 각종 동력 기관의 원운동으로부터 교류 전기를 생산하는 물건이다. 빨리 돌릴수록 전기가 많이 나오고 전력 생산량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즉각 가장 쉽게 조절할 수 있다.

현대 전기 공학의 주요 산물은 (1) 전자석, 그 다음으로 (2) 모터(전동기)와 (3) 발전기, (4) 변압기의 순인 듯하다. 전자석과 모터는 직류의 성격이 강하지만, 그래도 교류 전동기니 유도 전동기니 하는 물건도 없는 건 아니다. 브러시가 어떻고 정류자가 어떻고.. 흠~
그리고 발전기와 변압기는 빼박 교류 전기의 산물이다. 변압기는 영락없이 지레의 전자기 버전이며, '영구자석 : 도체'와 '전자석 : 반도체'는 비슷한 관계인 듯하다.

과학에서 전기 쪽이 단순 V=IR 수준을 벗어나서 패러데이와 맥스웰, 테슬라가 나오고 본격적으로 엄청나게 어려워지는 건 아무래도 전기와 자기가 결합하고 이런 교류 전기가 등장하는 시점부터일 것이다.
하지만 교류가 온갖 난해한 특성과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전기의 주된 취급 형태가 된 건..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교류가 장거리 송전을 위한 변압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발전기로 생산하고 변압기로 가공하기가 직류보다 훨씬 더 용이하다.

즉, 얘는 전기의 안정된 대량 생산에 가장 유리하다. 얘들 덕분에 인간이 다루는 전자기 관련 장비가 영구자석 나부랭이에서 전자석으로 업글 되고, 화학 건전지 나부랭이에서 초고압 대용량 교류 전기로 확장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의 메이저급 발전소들은 모두 발전기 기반이다. 발전기를 돌리는 동력원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화력이나 원자력, 수력 따위로 나뉠 뿐이다. 이런 추세는 획기적인 직류 장거리 송전/변압이나 무선 송전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예측 가능한 미래에 변화가 없을 것이다.

교류 전기는 그 특성상 직류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변화 주파수라는 개념이 있다. 이게 나라마다 완전히 일치하는 게 아니어서 50hz 내지 60hz 같은 차이가 있다. 심지어 일본은 동부와 서부가 이 규격이 서로 다르다.
전압이 일치하더라도 이 주파수가 호환되지 않는 전자기기를 꽂아서 가동하면 기기의 출력이나 성능 따위가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교류 전기의 주파수는 발전기가 돌아가는 회전수(rpm)로부터 결정된다는 게 흥미로운 점이다. 좀 낡은 멀티탭에다 전원을 연결하고 스위치를 켜면.. ON된 스위치에 불빛이 들어오긴 하는데 불빛이 좀 깜빡거리는 편이다. 그 깜빡거리는 것도 교류 전기의 주기와 동일하게 꺼졌다가 켜지기를 1초에 수십 번 반복하는 것이다.

과거 전자 공학이란 게 처음 태동했던 아날로그 시절엔, 컴퓨터 모니터의 주사율, 그리고 텔레비전 영상 신호의 프레임 수도 이 교류 전기의 주파수와 맞물려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값이었다.
영화 필름의 24프레임은 약수가 많아서 분할하기 쉬우면서 인간이 충분히 부드럽다고 느끼는 최소한의 수를 따라 정해진 것이다. 그 반면, 텔레비전 신호 30프레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이 더 발달한 디지털 시대가 돼서야 그런 기기들도 전기 종류에 종속되어 동작하지 않게 됐을 뿐이다.
그래도 모니터 주사율은 75hz 정도는 돼야 하고, 유튜브도 60fps짜리 고화질 동영상을 보면 화면이 확연히 부드러운 게 느껴지고 눈이 편하고 좋다.

아무튼.. 교류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데.
이런 거 말고.. 전선이 연결돼 있지 않고 발전기를 돌리는 동력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도 없는 환경에서 전기· 전자 기기들을 가동하려면? 전지라는 게 필요하다. 특히 산소가 없어서 내연기관을 돌릴 수 없는 우주 월면차나 잠수함 같은 건 선택의 여지 없이 전지로 전기 모터를 돌려서 움직여야 한다. 대형 잠수함은 배터리로 도저히 감당이 안 되니 아예 원자로를 집어넣기도 했지만 말이다.

전지는 좁은 의미에서는 전기 에너지를 화학적으로 축적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그 에너지를 화학 반응을 통해 직류 형태로 방출하며 방전되는 물건이다. 방전 후에 재충전이 가능하면 이차 전지 내지 배터리라고도 불린다. 배터리 중에서도 자동차용 황산-납 배터리와 나머지 리튬이온 배터리는 특성이 서로 많이 다르다.

하지만 이런 것 말고 넓은 의미의 전지는 터빈으로 발전기를 돌리는 게 아닌 다른 원천으로부터 전력을 생성하는 모든 물건을 뜻한다. 수소 같은 연료 전지도 이런 범주에 들며, 원자력 전지나 태양광 전지는 화학보다는 그래도 물리에 가까운 전지이다.

전지는 직류 기반답게 연결할 때 + - 극 구분이 존재한다.
원자력 발전소와 원자력 전지, 그리고 우주왕복선의 액체수소 엔진과 수소 연료전지 엔진은 구동 방식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
아주 오래 전부터 개인적으로 해 온 생각인데.. 발전기는 정렬 알고리즘 중에서 비교 연산을 기반으로 동작하는 범용적인 놈이고, 나머지 전지들은 비교 연산을 하지 않는 특수한 놈과 비슷한 심상인 것 같다.

요즘은 10여 년 전의 우려와 달리 배터리 기술도 많이 발전하긴 한 것 같다. 하지만 배터리 전기차가 초대형 트레일러, 건설 기계, 군용차나 건설 기계까지 꿰차고 들어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리튬이온이건 수소 연료전지건, 이런 전지들은 사고로 파손되고 충격을 받았을 때 화재가 그리도 잘 발생하는가 보다. 게다가 이런 불은 기름 화재가 차라리 낫다 싶을 정도로 끄기도 굉장히 난감하다고 하는데.. 이런 안전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 같다. 컴퓨터뿐만 아니라 배터리도 너무 밀도가 높아지고 불안한 유리몸이 되긴 했다.

그리고 요즘은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 배터리의 '메모리 효과'와 관련된 낡은 낭설들이 많이 불식됐지 싶다.
끝까지 완방 완충을 하면서 쓰는 게 좋다는 얘기 말이다. 이건 과거의 니켈 카드뮴 배터리를 기준으로는 맞는 말이었지만 요즘 배터리를 기준으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 배터리를 끝까지 소모하지 말고, 조금만 썼더라도 곧바로 도로 충전하는 게 배터리의 수명에 더 낫다.
요즘 배터리가 완방 완충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은 요즘 자동차가 시동 직후에 수 분 이상 길게 공회전 웜업/예열을 할 필요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기술이 더 발전했기 때문이다.

재충전이 불가능한 단순한 건전지가 통용되는 곳은 정말 가늘고 단순하고 오래 쓰는 기기들 한정인 것 같다. 벽시계, 도어락, 가스레인지, 무선 키보드-마우스 같은 곳..?? 손전등은 LED가 등장하면서 배터리 기반으로 가는 듯하고..
글쎄, 제아무리 핸드폰 시계니 스마트 워치니 하지만 고개만 돌리면 간편하게 볼 수 있는 벽시계나 종이 달력도 여전히 필요하긴 한 것 같다.

끝으로.. 전지는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는 것이든 대개 아무렇게나 폐기해서는 안 되는 물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함부로 부수거나 분쇄· 분해하면 유독성 화학 물질이 누출될 수 있고, 소각하면 폭발 위험이 있다. 그리고 전지에는 각종 특수한 희소 원소가 들어가곤 하기 때문에 이런 걸 최대한 재활용할 필요도 있다.

이런 여러 이유로 인해, 전지는 쓰레기 처리의 관점에서 볼 때 진작부터 특별 취급의 대상으로 분류되어 왔다. 재충전이 되지 않아서 더 쓸 수 없는 놈은 알루미늄이나 종이류처럼 반드시 별도로 수거해서 폐기하게 돼 있다.

하긴, 옛날에는 카드뮴이나 수은이 들어간 건전지도 있었지만 2000년대에는 다들 사용과 유통이 금지되고 퇴출됐다. 공교롭게도 카드뮴과 수은은 각각 20세기 중반에 일본의 유명 공해병이었던 이타이 이타이 병과 미나마타 병의 원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반도체니 트랜지스터 이런 건 전기라기보다는 전자의 영역 같고..
충전기, 배터리 같은 건 화학/재료공학의 성격이 강해진다. 이런 건 나로서는 진짜 아오안이다.
어린 시절에 학교에서 공부하던 것의 큰 그림을 먼저 펼쳐 보고 세부적으로 들어갔으면 도움이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23/01/12 08:35 2023/01/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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