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 텔레비전, 전화기, 냉장고 같은 평범한 백색 가전제품 이후로 21세기에 인간들의 전기 소비량을 특별히 크게 증가시킨 물건은 시대별로 다음과 같다.

1. 2000년대: 에어컨

20세기 중반에 미국에서 이게 처음 도입됐을 때는 사무실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너무 좋아서 직장인들이 퇴근을 안 하고 잔업· 야근을 자처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ㄲㄲㄲㄲ
그 당시엔 에어컨이 집집마다 비치되기에는 너무 비싸고, 결정적으로 전기 소모도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회사와 직원 모두 윈윈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버스나 지하철 열차 안에 에어컨 냉방이 없었고, 학교 교실에도 천장엔 에어컨이 아니라 선풍기가 달려 있었다.;;
그렇잖아도 비효율적이고 열 풀풀 나는 저항 제어 전동차를 여름엔 어떻게 타고 다녔을까? 찜통 그 자체였을 텐데. ㅠㅠㅠㅠ 1990년대엔 지하철 승강장도 너무 덥다고 TV 뉴스의 카메라 출동 같은 시사 고발 섹션에서 지적할 정도였다.

1970년대에 울나라에서는 그 비싼 에어컨이 석굴암 내부에 설치된 적이 있었다. 습도 조절 때문에.
그런데 그 시절에 운행됐던 관광호 및 새마을호 열차는 객실에 벌써부터 에어컨이 있었을 정도라니 이건 뭐 초 호화 금수저 열차였다.

통계에 따르면 가정집 에어컨 한 대가 가정용 선풍기 30대의 전기를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고, 소형 승용차용 에어컨은 엔진 출력을 4~5마력 정도 깎아먹는다고 한다.
지금도 이북 평양의 아파트들 풍경에서 에어컨 실외기가 눈에 띈 적은 없을 것이다.;;

2. 2010년대: 스마트폰

이건 그야말로 사람이 머무는 곳 어디에나 콘센트나 보조 배터리를 필요하게 만든 주범이다.
요즘 전화기는 간단한 전화기 기능만 있던 2000년대 폴더폰/피처폰 시절에 비해 전력 소모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늘어나 있다. 매일 AA 사이즈 건전지 5~6개씩을 소모하는 것에 맞먹는다고 한다.

나 옛날에 초창기 폴더폰/피처폰 쓸 때는.. 배터리 용량이 총 4칸으로 표시됐는데, 걸거나 받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이틀’ 지난 뒤에 한 칸이 줄어들어던 적이 있다. 그대로 방치하면 진짜 6~7일 가까이는 갔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지? ㅡ,.ㅡ;;
우리나라 KTX 고속철 최초 차량의 내부에 콘센트가 없었던 이유도 1990년대에 이런 걸 예측을 못 했기 때문이었다. 서울-부산을 1시간 56분 만에 찍을 건데 굳이 저런 시설까지 갖출 필요는 없다고 여기고 넣지 않았었다.;;

30여 년 전 Windows 3.x 및 9x 시절에는 컴터를 쓰면서 사용자가 운영체제의 리소스 퍼센티지를 민감하게 관찰하곤 했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뭔가 퍼센티지를 들여다보는 건.. 폰 배터리일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30여 년 전에 사람들이 컴퓨터에서 뭔가 먼지를 주기적으로 청소해 주는 건 볼 마우스 안이었지 싶다. =_=;;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먼지를 청소하는 건 폰 충전 단자 주변이지 싶다.
폰 충전 단자도 규격이 통합되지 않아서 기기마다 제각각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이폰까지 USB C로 통합되는 나날이 도래했다.

3. 2020년대 이후 전기 등골 브레이커계의 다크호스는 과연 전기차가 차지할까?

그 많은 자동차들까지 전기 인프라에 빨대를 꽂기 시작한다면 이건 원자력 발전이 없이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텐데 말이다.;;
핵융합은 지금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일으키려고 애쓰는 현상이고,
초전도는 지금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일으키려고 애쓰는 현상이구만. 하지만 둘 다 아직은 SF의 영역이다.

전기차는 비슷한 체급, 성능의 기름차보다 무게가 수백 kg 이상 더 나간다.
오~ 지금까지 생각을 안 하고 지냈네. 현타가... =_=
전기차는 정작 엔진룸 안은 기름차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깔끔하고 가벼운데도 말이다.

쟤들이 엔진오일이 필요하나, 냉각수가 필요하나~ 점화 플러그가 필요하나~ 연료 필터 공기 필터가 필요하나, 터보차저가 필요하나, 배기가스 정화 장치가 필요하나.. ㄲㄲㄲㄲ
그런데 빳데리가 이 모든 장점을 싹 씹어먹는다.
게다가 빳데리가 야기하는 공간 복잡도 무게 복잡도는 필요한 전력량(= 차 크기 내지 모터 출력)의 제곱 이상에 비례해서 급격히 커진다.

옛날에 구닥다리 브라운관 방식으로 텔레비전을 지금 수준으로 대형화하는 게 도저히 불가능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이러니 빳데리 전기 방식으로 버스나 대형 트레일러, 군용차, 국가원수 의전차, F1 레이싱카는 요원한 거지 싶다. 승용차나 시내버스, 소형 트럭 같은 일부 분야만 대체하겠지..

참 어려운 문제이다. 오늘날의 배터리 기술이 용량은 많이 늘렸지만, 그게 아무 부작용 없이 늘린 게 아니고 아직 갈 길이 멀다. 무게, 가격, 안전성 따위.. 기름 담긴 말통을 대체하는 게 쉽지 않다.

Posted by 사무엘

2024/03/19 08:35 2024/03/19 08:35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277

발전기와 전지

세상에 전기라는 에너지는 발전기 아니면 전지로부터 얻어진다.
먼저, 발전기는 전자기 유도 원리를 이용해서 각종 동력 기관의 원운동으로부터 교류 전기를 생산하는 물건이다. 빨리 돌릴수록 전기가 많이 나오고 전력 생산량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즉각 가장 쉽게 조절할 수 있다.

현대 전기 공학의 주요 산물은 (1) 전자석, 그 다음으로 (2) 모터(전동기)와 (3) 발전기, (4) 변압기의 순인 듯하다. 전자석과 모터는 직류의 성격이 강하지만, 그래도 교류 전동기니 유도 전동기니 하는 물건도 없는 건 아니다. 브러시가 어떻고 정류자가 어떻고.. 흠~
그리고 발전기와 변압기는 빼박 교류 전기의 산물이다. 변압기는 영락없이 지레의 전자기 버전이며, '영구자석 : 도체'와 '전자석 : 반도체'는 비슷한 관계인 듯하다.

과학에서 전기 쪽이 단순 V=IR 수준을 벗어나서 패러데이와 맥스웰, 테슬라가 나오고 본격적으로 엄청나게 어려워지는 건 아무래도 전기와 자기가 결합하고 이런 교류 전기가 등장하는 시점부터일 것이다.
하지만 교류가 온갖 난해한 특성과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전기의 주된 취급 형태가 된 건..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교류가 장거리 송전을 위한 변압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발전기로 생산하고 변압기로 가공하기가 직류보다 훨씬 더 용이하다.

즉, 얘는 전기의 안정된 대량 생산에 가장 유리하다. 얘들 덕분에 인간이 다루는 전자기 관련 장비가 영구자석 나부랭이에서 전자석으로 업글 되고, 화학 건전지 나부랭이에서 초고압 대용량 교류 전기로 확장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의 메이저급 발전소들은 모두 발전기 기반이다. 발전기를 돌리는 동력원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화력이나 원자력, 수력 따위로 나뉠 뿐이다. 이런 추세는 획기적인 직류 장거리 송전/변압이나 무선 송전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예측 가능한 미래에 변화가 없을 것이다.

교류 전기는 그 특성상 직류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변화 주파수라는 개념이 있다. 이게 나라마다 완전히 일치하는 게 아니어서 50hz 내지 60hz 같은 차이가 있다. 심지어 일본은 동부와 서부가 이 규격이 서로 다르다.
전압이 일치하더라도 이 주파수가 호환되지 않는 전자기기를 꽂아서 가동하면 기기의 출력이나 성능 따위가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교류 전기의 주파수는 발전기가 돌아가는 회전수(rpm)로부터 결정된다는 게 흥미로운 점이다. 좀 낡은 멀티탭에다 전원을 연결하고 스위치를 켜면.. ON된 스위치에 불빛이 들어오긴 하는데 불빛이 좀 깜빡거리는 편이다. 그 깜빡거리는 것도 교류 전기의 주기와 동일하게 꺼졌다가 켜지기를 1초에 수십 번 반복하는 것이다.

과거 전자 공학이란 게 처음 태동했던 아날로그 시절엔, 컴퓨터 모니터의 주사율, 그리고 텔레비전 영상 신호의 프레임 수도 이 교류 전기의 주파수와 맞물려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값이었다.
영화 필름의 24프레임은 약수가 많아서 분할하기 쉬우면서 인간이 충분히 부드럽다고 느끼는 최소한의 수를 따라 정해진 것이다. 그 반면, 텔레비전 신호 30프레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이 더 발달한 디지털 시대가 돼서야 그런 기기들도 전기 종류에 종속되어 동작하지 않게 됐을 뿐이다.
그래도 모니터 주사율은 75hz 정도는 돼야 하고, 유튜브도 60fps짜리 고화질 동영상을 보면 화면이 확연히 부드러운 게 느껴지고 눈이 편하고 좋다.

아무튼.. 교류에는 이런 배경이 있는데.
이런 거 말고.. 전선이 연결돼 있지 않고 발전기를 돌리는 동력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도 없는 환경에서 전기· 전자 기기들을 가동하려면? 전지라는 게 필요하다. 특히 산소가 없어서 내연기관을 돌릴 수 없는 우주 월면차나 잠수함 같은 건 선택의 여지 없이 전지로 전기 모터를 돌려서 움직여야 한다. 대형 잠수함은 배터리로 도저히 감당이 안 되니 아예 원자로를 집어넣기도 했지만 말이다.

전지는 좁은 의미에서는 전기 에너지를 화학적으로 축적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그 에너지를 화학 반응을 통해 직류 형태로 방출하며 방전되는 물건이다. 방전 후에 재충전이 가능하면 이차 전지 내지 배터리라고도 불린다. 배터리 중에서도 자동차용 황산-납 배터리와 나머지 리튬이온 배터리는 특성이 서로 많이 다르다.

하지만 이런 것 말고 넓은 의미의 전지는 터빈으로 발전기를 돌리는 게 아닌 다른 원천으로부터 전력을 생성하는 모든 물건을 뜻한다. 수소 같은 연료 전지도 이런 범주에 들며, 원자력 전지나 태양광 전지는 화학보다는 그래도 물리에 가까운 전지이다.

전지는 직류 기반답게 연결할 때 + - 극 구분이 존재한다.
원자력 발전소와 원자력 전지, 그리고 우주왕복선의 액체수소 엔진과 수소 연료전지 엔진은 구동 방식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
아주 오래 전부터 개인적으로 해 온 생각인데.. 발전기는 정렬 알고리즘 중에서 비교 연산을 기반으로 동작하는 범용적인 놈이고, 나머지 전지들은 비교 연산을 하지 않는 특수한 놈과 비슷한 심상인 것 같다.

요즘은 10여 년 전의 우려와 달리 배터리 기술도 많이 발전하긴 한 것 같다. 하지만 배터리 전기차가 초대형 트레일러, 건설 기계, 군용차나 건설 기계까지 꿰차고 들어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리튬이온이건 수소 연료전지건, 이런 전지들은 사고로 파손되고 충격을 받았을 때 화재가 그리도 잘 발생하는가 보다. 게다가 이런 불은 기름 화재가 차라리 낫다 싶을 정도로 끄기도 굉장히 난감하다고 하는데.. 이런 안전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 같다. 컴퓨터뿐만 아니라 배터리도 너무 밀도가 높아지고 불안한 유리몸이 되긴 했다.

그리고 요즘은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 배터리의 '메모리 효과'와 관련된 낡은 낭설들이 많이 불식됐지 싶다.
끝까지 완방 완충을 하면서 쓰는 게 좋다는 얘기 말이다. 이건 과거의 니켈 카드뮴 배터리를 기준으로는 맞는 말이었지만 요즘 배터리를 기준으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 배터리를 끝까지 소모하지 말고, 조금만 썼더라도 곧바로 도로 충전하는 게 배터리의 수명에 더 낫다.
요즘 배터리가 완방 완충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은 요즘 자동차가 시동 직후에 수 분 이상 길게 공회전 웜업/예열을 할 필요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기술이 더 발전했기 때문이다.

재충전이 불가능한 단순한 건전지가 통용되는 곳은 정말 가늘고 단순하고 오래 쓰는 기기들 한정인 것 같다. 벽시계, 도어락, 가스레인지, 무선 키보드-마우스 같은 곳..?? 손전등은 LED가 등장하면서 배터리 기반으로 가는 듯하고..
글쎄, 제아무리 핸드폰 시계니 스마트 워치니 하지만 고개만 돌리면 간편하게 볼 수 있는 벽시계나 종이 달력도 여전히 필요하긴 한 것 같다.

끝으로.. 전지는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는 것이든 대개 아무렇게나 폐기해서는 안 되는 물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함부로 부수거나 분쇄· 분해하면 유독성 화학 물질이 누출될 수 있고, 소각하면 폭발 위험이 있다. 그리고 전지에는 각종 특수한 희소 원소가 들어가곤 하기 때문에 이런 걸 최대한 재활용할 필요도 있다.

이런 여러 이유로 인해, 전지는 쓰레기 처리의 관점에서 볼 때 진작부터 특별 취급의 대상으로 분류되어 왔다. 재충전이 되지 않아서 더 쓸 수 없는 놈은 알루미늄이나 종이류처럼 반드시 별도로 수거해서 폐기하게 돼 있다.

하긴, 옛날에는 카드뮴이나 수은이 들어간 건전지도 있었지만 2000년대에는 다들 사용과 유통이 금지되고 퇴출됐다. 공교롭게도 카드뮴과 수은은 각각 20세기 중반에 일본의 유명 공해병이었던 이타이 이타이 병과 미나마타 병의 원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반도체니 트랜지스터 이런 건 전기라기보다는 전자의 영역 같고..
충전기, 배터리 같은 건 화학/재료공학의 성격이 강해진다. 이런 건 나로서는 진짜 아오안이다.
어린 시절에 학교에서 공부하던 것의 큰 그림을 먼저 펼쳐 보고 세부적으로 들어갔으면 도움이 됐을 텐데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23/01/12 08:35 2023/01/12 08:35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12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네임드급 자동차 제조사 중에서 완전히 자국 국적의 기업은 현대, 기아, 쌍용 정도인 것 같다. 다만, 기아는 현대 그룹에 편입해 들어갔기 때문에 완전히 자체 독립적인 형태가 아니다. 르노삼성이나 한국GM이야 더 볼 것도 없고..

그리고 소형 승용차 말고 버스를 만드는 회사를 나열해 보면 상황이 좀 달라진다. 대우라는 브랜드가 추가되고 그 대신 쌍용은 빠진다. 그래서 현대, 대우, 기아가 남는데.. 거기에다 생소한 제조사가 둘 더해진다. 바로 ‘에디슨모터스’와 ‘우진산전’이다.

얘들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각각 신소재와 철도 차량 같은 다른 분야에 기술과 제품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중에서는 버스만, 그것도 현재로서는 시내버스만 만든다. (시내버스 없이 고속버스만 만드는 기아하고는 대조적)
평범한 버스는 메이저 제조사들 대비 경쟁력이 부족해서인지, 천연가스· 전기 같은 대체 에너지 기반 차량 위주이다.

전자기기만 해도 삼성 LG 말고 다른 중소기업 제품이 있듯이 자동차 역시 그런 구도가 존재하는 셈이다. 자가용 승용차 말고 상용차에 한해서 말이다.
그리고 뭐.. 메이저 제조사들도 대체 에너지 차량을 연구를 안 하는 건 아니다. 다만, 현대는 평범한 배터리 기반 전기차 말고 수소 연료전지 기반 전기차의 연구에 특화돼 있다.

본인은 올해 초에 출근길에 난생 처음으로 전기 버스를 타 봤다. 지금은 안 그러는 것 같다만, 그 당시엔 버스 도착 안내 화면에 '저상'뿐만 아니라 '전기'라는 말이 당당히 떠 있길래 놀랐다. 그 많은 버스들 중에 하필 내가 출퇴근용으로 이용하는 노선에 전기차가 작년 말부터 시범적으로 도입됐던 것이다.
디젤 엔진이 천연가스에 이어 아예 전기 모터로 바뀌었구나! 하지만 번호판이 파란색 배경이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영업용이라는 노란색의 우선순위가 여전히 더 높은지?)

운전석을 보니 계기판에 타코미터가 없고 통상적인 변속기 레버가 없었다. 서울 시내버스들에 의무적으로 장착돼 있는 에코드라이브 제어 장치도 없다(정확한 이름이 갑자기 기억 안 나네..). 기존 버스들보다 운전 시설이 더 단순해졌다.

자동차에서 돌아가는 기계가 엔진만 있는 건 아니고 주행할 때도 엔진 소리만 나는 건 아니다. 그러니 전기 버스라고 해서 무슨 지하철 전동차 같은 소리가 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정차 중일 때 엔진 공회전 소리와 진동이 없고, 출발 시의 가속과 변속 역시 훨씬 더 부드럽고 정숙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차량의 제조사는 우진산전이었다. (전면부 중앙의 W자 CI)
과거에 남산에서 다니던 전기 버스는 제조사가 에디슨모터스의 전신인 한국화이바였는데.. 걔는 고장이 잦아서 퇴출됐었다. 그 문제를 극복했는지 에디슨모터스 전기 버스 자체는 지금도 굴러다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편, 일렉시티는 배터리나 수소 탱크 공간 때문인지 맨 뒷좌석이 5칸이 아니라 3칸으로 줄어들어 있더라. 그게 특징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알기로 전기차는 배터리 문제 때문에 일단은 소형차에 머물고 있다. CVT(무단 변속기)가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소형차에 머물고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어째 저 거대한 버스를 배터리만으로 굴릴까? 이래 가지고 여름에 에어컨까지 틀면 감당 가능하나? 게다가 대형차는 엔진 동력으로 브레이크의 공기 펌프도 충전해야 되는데.. 아 제동은 전기 모터의 회생 제동으로 감당 가능하겠다.

이런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긴, 천연가스 엔진만 해도 디젤보다는 휘발유 엔진에 더 가까운 구조일 텐데 배기량과 기통수는 어떻게 되며 동력비 변환은 어떻게 하는지, 규모를 기름 엔진과 동일한 잣대로 측정 자체가 가능한지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고 궁금하다.

천연가스 버스는 충전소 문제 때문에, 그리고 전기 버스도 충전 시간 및 항속거리 문제 때문에 현재로서는 시내버스 수준에만 머물러 있다. 마치 방위산업체들은 국방부와 납품 계약을 맺듯, 국산 워드 프로세서나 고유 운영체제 개발사들이 학교· 공공기관· 군부대와 납품 계약을 맺듯, 친환경 시내버스를 만들면 시내버스를 굴리는 지방자치 단체들과 계약을 맺고 납품하게 되겠다. 버스는 end-user용 제품이 아니니 말이다.

참고로 우진산전은 철도 전동차의 생산에도 관심이 많아서 전동차 현대 로템과 경쟁하는 구도이다.
에디슨모터스는 단거리 입석형 시내버스에만 그치지 않고 장거리 고속버스도, 심지어 기존 디젤 엔진 모델도 생산해서 메이저 자동차 전문 제조사들과 경쟁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전기차가 한때는 기름차에 밀려서 도태했지만 21세기에는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전기 전자 공학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그리고 석유의 고갈과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아직 기존 기름차에 비해 부족한 게 많고 대량생산 덕도 제대로 못 보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연구 개발하고 제품 구매도 좀 하라고 나라에서 지원을 많이 해 준다.

다만,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서 전기차 개발사들이 자기 제품의 성능을 실제보다 부풀리면서 사기를 치는 경우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
미국의 유명한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는 요즘도 살아는 있나 모르겠고..

과거에는 우리나라의 ‘레오모터스’라는 회사에서 자기들이 세계 최초로 고속형 전기 버스를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홍보한 적이 있었다. 언론 보도 날짜가 다들 2009년 12월이니 지금으로부터 무려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하지만 그 뒤로는 소식이 전혀 없고 회사가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걸 어떻게 아느냐 하면, 남한산 기슭의 광주 엄미리 마을 어귀에 레오모터스에서 개발한 중형 전기 버스가 버려진 채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가을에 처음으로 우연히 목격했고, 작년에 다시 찾아가 보니 여전히 있었다. 2년 동안 방치됐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석 쪽 유리창이 없어진 것 말고는 외형이 크게 부서지거나 망가지지는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 말고 마치 ‘LNG/LPG 개조’처럼.. 소형 트럭을 대상으로 ‘전기차 개조’를 해 주는 업체도 있다. 내가 들어 본 곳 중 하나는 ‘파워프라자’.. 개조도 하고, 아주 작은 경승용차는 자체 제작도 하는가 보다.

소형 트럭을 전기차로 개조해서 장기적으로 기름값 아끼라는 취지로 영업을 하는 듯하다. 고속도로 주행도 가능하고 스마트 포투 ev와 동급 정도 되는 차량인지, 아니면 자동차 전용 도로에도 못 들어가는 저속 전기차인지는 잘 모르겠다.
뭐, 어떤 경우든 10톤 이상, 그것도 전국을 돌아다니기까지 하는 트레일러를 배터리 전기차 형태로 만드는 건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전기 고속버스도 없는걸..

이상이다.
여객기 제조사가 보잉이나 에어버스만 있는 게 아니듯, 국내 자동차 제조사도 현대 기아만 있는 게 아니다. 마이너 제조사들은 시장에 뛰어드는 김에 전기차 같은 미래 기술을 같이 공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이다.

아 그러고 보니 반세기쯤 전 과거에도 길거리에서 전기로 달리는 교통수단이 있긴 했다. 그 이름도 유명한 노면전차 내지 트롤리버스. 배터리 대신 팬터그래프가 달린 버스라니.. 참 흥미롭다.

얘들은 기술적인 구현 난이도가 매우 낮지만 공중에 전차선을 주렁주렁 달고 다녀서 미관에 굉장히 안 좋았으며, 차량 역시 전차선 주변을 전혀 벗어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여러 도시들에서 도태되고 사라지기도 했다. 건물 주변의 전봇대와 전깃줄들도 다 지중화해서 없애는 게 요즘 추세인데 전깃줄에 의존하는 대중교통은 시대에 안 맞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요즘은 노면전차는 전깃줄을 땅에다 놔서, 그리고 버스는 배터리 형태로 바꾸고 굴절까지 시켜서 구식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변신했다. 이름도 트롤리버스 대신 무궤도 전차 내지 트램 등으로 바꿨다. 저 에디슨모터스, 우진산전 같은 기업들도 이런 차량의 생산에 응당 관심을 두고 있지 싶다.

자동차용 전기는 규격이 어떤 형태로 제정될까? 철도야 교류 25000V 60Hz(일반열차), 직류 1500V(도시철도 중전철), 직류 750V(경전철) 이렇게 딱 나뉘어 있는데 자동차는? 이것도 생각할 점이다. 검색을 해 보니 220V, 380V에다 완속· 급속 두 종류가 존재하고 단자 종류도 완전히 단일 표준화가 아직 안 된 듯..
석유와 LPG는 송유관이나 유조차를 통해 공급받겠지만 LNG/CNG는 도시가스 인프라를 통해 공급받을 것이고, 전기야 건물에 이미 갖춰진 전기 시설을 통해 공급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04/10 08:35 2020/04/10 08:35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738

원자력 발전 이야기

과거에 이따금씩 발전 시설이나 원자력에 대한 글을 몇 번 썼지만,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만 전문적으로 글을 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수력이야 그 정의상 지형을 많이 타고 아무 곳에나 못 만들겠지만, 화력은 연료와 엔진만 있으면 어디서나 발전기를 돌릴 수 있으니 장소와 지형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물론 화력이라도 엄청 거대한 놈은 연료와 냉각수 조달이 원활한 곳, 보안 걱정 없는 곳, 빵빵하게 돌려도 주민들 항의 민원이 안 들어올 외곽에 건설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화력은 규모를 줄여서 도시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곳에 열병합 난방 시설과 연계한 형태로도 만들 수 있다. 메탄 가스를 활용할 목적으로 쓰레기장 주변에 이런 발전소가 돌아가기도 한다.

또한 울릉도· 백령도 같은 오지 도서 지역에도 그런 소형 화력 발전소가 있다. 전깃줄을 본토에서 바다 건너 거기까지 연결하는 건 어려우니 말이다.
이런 영세한 발전소들은 메이저급 대형 발전소에 비해 배기가스· 매연을 정화하는 시설이 부실해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어디 언론에서 고발한 적이 있다.

원자력 발전도 물을 끓여서 증기 터빈을 돌리고 그걸로 교류 발전기를 돌린다. 이 원리는 화력과 본질적으로 완전히 동일하다. 다만, 원자력은 열을 생성하는 방식이 화력과는 넘사벽급으로 더 고차원적이고 에너지가 풍부한 대신, 훨씬 더 위험하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니 원자력은 화력처럼 여느 공장 짓듯이 아무렇게나 여기 저기 많이 만들 수 없다. 한번 만들고 나면 수십 년 뒤에 원자로를 해체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평생 철통같이 잘 관리하겠다는 심정으로, 정말 엄격한 입지 조건을 따져서 만들어야 한다.
지금의 핵분열 방식보다 더 고차원적인 핵융합 방식의 발전은.. 마치 바퀴식 고속철 vs 자기부상 고속철만큼이나 아직까지 떡밥이다. 기술적 어려움 때문에 실용화되지 못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발전소가 원래 다 민간 지도에서 표시하지 않는 보안 시설이지만, 원전은 위로 비행기의 비행조차 금지할 정도로 보안이 더 삼엄하다. 원자로의 겉벽은 어지간한 댐 급으로 콘크리트를 왕창 쏟아부어서.. 비행기가 쳐박고 어지간한 폭탄이 떨어져도 끄떡없게 만들어진다고 들었다.

원전은 미래의 해체 비용까지 생각하면 마냥 싼 게 아니겠지만.. 어쨌든 당장 핵분열이 시작되어 제대로 돌아갈 때는 화력보다 훨씬 더 많은 열량이 저렴하게 뿜어져 나온다. 한번 시작된 반응을 마음대로 멈췄다가 재개할 수도 있지 않으니 전기는 밤낮 구분 없이 24시간 쭈욱 생산된다.

철도만 해도 비싼 돈 들여 고속철이 개통하고 나면 노선이 전부 KTX 위주로 개편되고, 나머지 느린 열차들은 KTX 연계 지선 위주로 운영된다.
그것처럼 국가에서 전력을 관리할 때도 평소에 저렴한 원전을 상시 가동하고, 이것만으로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전력 소모가 늘면 용량과 생산 원가가 모두 열세인 화력을 추가로 가동하게 된다. 즉, 전력 부하가 커질수록 더 비싼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에휴.. 나도 공돌이 공부 더 열심히 해서 우주로 나간다거나, 아니면 이런 신비로운 업종의 종사자가 됐으면 하는 아쉬움도 든다만..
대한민국에는 원자력 발전소의 군집 내지 본부가 총 네 군데 있다. 아래의 그림은 한 2년 반쯤 전 기준의 자료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고리(1978)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이다. 그 시기가 1978년 봄이니 박통 집권의 말기이며, 호남선 대전-이리간 복선 개통과도 시기적으로 비슷하다. 착공은 1971년부터 했으니 만드는 데 7년이나 걸렸다.

얘가 있는 곳은 부산 기장군의 최북단과 울산 울주군의 최남단 사이에 있는.. 행정구역상 기장군 '고리'(古) 전체이다.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답게 북괴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후방인 동시에 나름 부산이라는 대도시와 가장 가까운 곳에 지어진 셈이다. 여기가 원전 부지로 지정되면서, 이 동네에 원래 살던 주민들은 모두 당연히 딴 데로 이주하게 됐다.
이렇듯, 이 발전소의 명칭의 근거는 그냥 지명이다. ring 같은 다른 이상한 근거가 절대 아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상의 이유와 원자로를 식힐 냉각수를 조달하는 문제로 인해, 바닷가에 만들어지는 것이 관례이다. 한반도에서는 바람이 서에서 동으로 분다는 특성상, 서해안 대신 동해안의 바닷가가 선택되었다. 근처의 임랑 해수욕장에서 고리 원전을 멀리서나마 구경할 수 있다.

원전이 대도시와 너무 가까운 것은 좀 찝찝하고 문제의 여지가 있지만, 그 덕분에 여기는 직원들의 근무 선호도가 가장 높다. 그리고 근처에 '신고리'라는 이름으로 원전이 더 지어져서 발전 용량이 압도적으로 증가했으며, 한수원의 직원 연수 시설과 심지어 원자력 대학원대학교까지 다 여기 일대에 건립되었다. 여기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원전 허브처럼 돼 가는 느낌이다.

대전에 있는 원자력 연구원이 핵물리학을 전반적으로 연구한다면, 저기는 원자력 발전에 더 특화돼 있다.
신고리 원전이 너무 거대해진 관계로, 앞으로 더 만들어지는 신고리 원자로 3호기부터는 '고리'가 아닌 '새울'이라는 새로운 원자력 본부의 명의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만, 우리나라 최초의 상용 가동 원자로인 고리 1호기는 잘 알다시피 설계 수명을 넘겨서 가동을 중단했으며,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해체될 예정이다. 뭔가 몇십 년을 뛰었던 전동차나 여객기가 퇴역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화력 발전에는 이런 거창한 프로세스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용광로만 해도 한번 쇳물이 흐르기 시작했으면 그야말로 무조건 365일 가동해야 한다던데(쇳물이 중간에 굳어 버리면 용광로 전체가 망가지고 못 쓰게 됨)... 원자로는 더 위험하고 까다로운 물건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2. 월성(1983)

고리 다음으로 5공 시절에 가동을 시작한 제2의 원자력 발전소는 '월성'이다. 물론 얘도 건설은 이전 정권 때부터 몇 년째 하다가 저때에야 결실을 거뒀다.
있는 곳은 고리보다 더 북쪽으로.. 경주의 남동쪽 끝의 나아리와 봉길리 사이이다. 지명을 딴 해수욕장도 있으며, 우리나라 역사상 보기 드문 해중왕릉인 신라 문무대왕릉도 여기 근처에 있다.

발전소의 이름이 월성인 이유는 여기의 옛 지명이 월성이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신라의 도읍에 속하는 좁디좁은 시내만이 경주시이고, 나머지 외곽의 넓은 시골 마을들은 다 경주군(1995 이전)이었다. 그게 더 옛날에는 이름도 경주군이 아니라 월성군(1989 이전)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경주/월성'은.. 이름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행정구역 영역이 바뀐 '김포/서울'과는 관계가 좀 다르다. 김포 공항조차도 굳이 이름을 바꾸지 않고 있는데(뭐 국제적인 인지도와 관성 문제 때문이지만), 원전의 이름을 뭔 남사스럽게 최신 지명에 맞춰 업데이트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지금도 경주는 시내와 바다 근처는 거리가 상당히 멀고 산으로 가로막혀 있기도 한지라, 생활권이 서로 굉장히 다르다. 경주도 포항처럼 바다와 접하고 있고 해수욕장과 항구도 있는 시라고 하면 누가 선뜻 실감하겠는가? 행정구역이 다르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리고 그것만치 월성 원자력 발전소도 서류상의 행정구역으로만 경주 소재일 뿐, 흔히 생각하는 그런 경주 생활권에 있는 건 아니다.

여기도 2010년대에 와서 신형 원자로를 추가로 만들었으며, 1983년부터 가동했던 원조 1호기는 이미 퇴역했다.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라고 다 같은 발전소는 아닌지라, 월성의 원자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가압중수로 방식이라고 한다. (나머지는 가압경수로) 잘은 모르겠지만, 얘는 핵무기 개발과 연계하기 더 쉬운 구조여서 국제적으로 더 민감하다고 그런다. 우주 탐사 로켓이 장거리 미사일로 형태가 고스란히 바뀔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3. 영광-한빛(1986)

얘는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들 중 이례적으로, 유일하게 서해안에 있는 물건이다.
황해라고도 불리는 서해는 물이 얕고 탁해서 해수욕장으로서의 입지가 동해 및 남해보다 못하다. 그런데 그 단점은 다량의 냉각수를 필요로 하는 원전의 입지 조건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하는 듯하다.

하지만 전남 영광군의 북부에는 바닷가가 내륙의 산으로 가로막히기도 하고 서해안의 지리· 지형적인 단점이 그나마 적게 작용하는 곳도 있는가 보다. 그래서 거기에 원전이 하나 더 지어졌다.
영광은 광주와 가까우며, 이 발전소가 있는 곳은 위도가 부산 고리와 비슷하다. 얘 혼자 다른 원전들과 달리 낙동강 오리알처럼 따로 떨어져 있다.

본인은 타지 사람으로서 '영광'이라 하면 정말.. (1) 영광 굴비랑, (2) 옛날에 야망이 너무 충만했던 그 조직폭력배 집단, 그리고 (3) 원자력 발전소밖에 떠오르는 게 없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는 자신이 원자력 발전소와 엮이는 것이 싫었는지.. 2013년부로 발전소의 이름을 '한빛'으로 바꿔 버렸다. 지명과 무관한 원전 명칭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됐다. 하지만 '광/빛'을 생각하면 개연성이 전혀 없는 명칭은 아니어 보인다.

4. 울진-한울(1988)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 원전 군집 중에서는 제일 나중에 생겼으며, 위도가 제일 높은 북쪽에 있기도 하다. 강원도에 근접한 경북 동북부 끝.. 말만 들어도 전라남도 섬 만만찮은 오지 같지 않은가?
여기는 직원들로서는 기피 1순위인 근무지이다. 오죽했으면 "울진에서 10년간 근무"를 조건으로 거는 특채도 있다고 들었다. 무슨 사관 생도의 군 의무 복무도 아니고 말이다.

여기도 영광과 같은 시기(2013)에 '한울'이라고 이름을 바꿨다. 울진은 이 발전소 덕분에 오지치고는 세수입 많고 재정이 넉넉하고 학교나 공공기관들의 시설이 좋다고 들었는데 왜 굳이 발전소 이름에서 자기 지명을 빼려 하는지 모르겠다.

이상이다.

이런 식이면 강원도에도 원전이 있을 법한데 그렇지 않다. 지형적인 입지는 나쁘지 않지만 북쪽으로 갈수록 북괴와 가까워져서 안보 측면에서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동쪽으로 갈수록 고위도 영토를 많이 수복했기 때문에 강원도 남부의 삼척 정도에는 장기적으로 원전의 건설이 계획돼 있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강원도가 아니라 울진보다 남쪽의 오지인 영덕에 새 원전이 이미 건설 중이긴 하다. 동해도 서해도 아닌 남해안 쪽은 만들 만한 곳이 없나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 이 승만 할배 때부터 원자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비록 할배는 문과 출신이고 군 경력도 없는 사람이지만,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던 일본을 닥버 시키고 우리나라를 해방시켜 준 무서운 폭탄이 원자력 기반이라는 것에 큰 감명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6·25 전쟁 이후, 1956년에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맺고 서울대와 한양대 등의 공대에 원자력 공학과를 신설했으며, 58년에는 원자력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렇게 차근차근 씨를 뿌린 것이 결실을 맺은 덕분에 20여 년 뒤에 한반도엔 원자력 발전소가 돌아가게 됐다. 원자력 발전소가 없이 화력만으로는 지금 같은 전철, 서버, 에어컨, 휴대폰 충전 같은 폭발적인 전기 소모 수요를 지금 같은 생산 원가로 결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본인은 이런 이유로 인해 예나 지금이나 원자력 발전의 적극 찬성론자이며, 되도 않은 탈원전 구도가 어떻고 하는 소리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당장 현실에서 이것만 한 대안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고가 났을 때의 여파가 너무 크고 평소에도 방사성 폐기물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등 문제는 있지만.. 그것까지 일일이 다 따지려면 자동차나 비행기도 무서워서 타지 말아야 할 것이고, 그냥 현대 문명의 이기를 다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어디 한번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에서 냉장고· 에어컨조차 없이 잘만 살아 봤으면 싶다.

원자력을 없애고 그 대신 더 더티한(미세먼지!!) 화력을 늘리는 것은 바보 병신짓이 따로 없고, 또 이 좁은 땅에서 무슨 태양광? 풍력? 이건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다.
환경 운동한다는 놈들이 정말 환경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99%가 그냥 진영 논리 정치꾼일 뿐이라는 것은 이미 다 밝혀진 사실이다. 이런 인간들이 원자력 발전을 꼭 '핵 발전'이라고 부르면서 원전을 반대하는 것에 본인은 더욱 공감해 줄 수 없다.

또한, 핵무기 개발을 그렇게도 오랫동안 열심히 해 온 북괴가 정작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었다는 얘기는 지금까지 아무도 못 들어 봤을 것이다.
쟤들도 60년대부터 소련의 지원을 받으며 원자력 연구를 하긴 했다. 다만, 그 유명한 '영변 원자력 연구소'는 바닷가가 아닌 평안북도 소재이고, 그 자체는 원자력 발전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남한의 원자력 연구원과 비슷한 시설이다. 함경북도에 있는 핵실험장 역시 원자력 발전과는 아무 관계 없는 시설이다.

저 짓을 하고 있으니 북한은 평양 말고는 밤에 불빛 하나 안 비치는 암흑천지이고 주민들은 도탄에 빠져 있다. 어디 누가 누구 탓을 하나 모르겠다(미국 탓? 경제 제재? 트럼프가 한반도에 긴장과 전쟁 조장?? -_-;; X랄..).
그러면서 그 부족한 전기는 김씨 일가 우상화 시설에다 최우선으로 공급하고, 대외적으로 전기가 부족하다며 남한 삥이나 뜯는 것이 21세기까지 이어지는 북괴의 추악한 민낯이다. 이래도 도대체 언제까지 민족뽕 평화뽕 통일뽕이라는 저주받을 마약에 취해 있을 텐가?

참고로 국내의 경우, 개인이 '원자력 안전 위원회'의 허가와 승인 없이 싸제 원자로를 구축하고 방사성 원소를 건드리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도대체 그런 짓을 누가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mad scientist 성향이 있어서 위험한 짓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 금지다.
저건 개인이 싸제 총기나 폭발물을 만든다거나 무단으로 북한과 내통을 시도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더 위험한 짓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은 이런 짓을 다 관련법을 통해 규제하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01/22 08:34 2019/01/22 08:34
, ,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78

전기 저장 매체들

우리가 맨날 주머니에 넣고 들고 다니고 들여다보는 자그마한 스마트폰은 예전의 다른 휴대용 전자 기기들과는 차원이 다른 첨단 기술들이 복합적으로 집약된 결과물이다.
예나 지금이나 빛의 속도가 달라진 게 없고 전자기파의 특성이 달라진 건 없고,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중에서 파는 랜 케이블의 재질이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 어째 인터넷 속도는 캐사기급으로 빨라졌는지? 더구나 유선이 아닌 무선까지도 말이다.

마치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원리만큼이나 난 직관적으로 저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HD 동영상 보기 vs 30년쯤 전 모뎀 PC 통신으로 사진 한 장 다운로드 시켜 놓고 머리 감기/담배 피우고 오기...;;
이건 진짜 1950년대 전쟁 폐허 vs 1980년대 올림픽 개최만큼이나 너무 파격적인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스마트폰은 불과 2, 30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초고성능 컴퓨터이다. 기존의 PC와는 발전 배경과 주 용도가 다르다 보니 구조적으로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는데.. 매우 중요한 차이는 네트워크 연결에 대한 관점이 아닌가 싶다.
PC는 원래 오프라인 상태로 쓰다가 인터넷 연결은 덤으로 추가로 가능한 구도인 반면, 스마트폰은 애초부터 기지국과의 연결을 전제로 깔고 운용된다. 그리고 PC와 달리 스마트폰은 365일 24시간 내내 켜져 있다.

그래서 현재 시각을 표시하는 기능만 해도 PC는 배터리 기반의 자체 시계가 있으며, 요즘 운영체제들이 주기적으로 시각 동기화 정도나 해 준다. 그 반면, 스마트폰은 기지국과의 연결이 끊어지면 현재 시각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인터넷 연결을 위해서 데스크톱 PC는 대개 유선 이더넷만 지원하고, 노트북 PC는 유선과 무선 와이파이를 모두 지원한다. 그 반면 스마트폰은 무선만 지원하고, 노트북 같은 다른 기기가 자신을 통해서 무선 인터넷 연결을 또 할 수 있게 태더링 기능까지 제공한다. 재미있는 차이점이다.

21세기 최신 과학 기술의 산물인 스마트폰을 가능하게 한 근간 기술을 몇 가지 추려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디스플레이: 옛날엔 PC의 모니터는 크고 무거운 CRT(브라운관) 방식이 대세였다. 그리고 반대로 액정이라 하면 지금 같은 천연색 화면이 아니라, 그 시절 전자 계산기처럼 녹두색 배경에다 기껏 7-segment 숫자 내지 도트가 다 보이는 저해상도 비트맵 글꼴 정도나 찍는 허접한 단색 화면이 전부였다.

(2) 플래시 메모리: 하드디스크는 기계적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가 많으며 진동과 충격에 취약하다. 즉, 근본적으로 모바일에 친화적인 물건이 아니다.
뭐, 그 대신 스마트폰의 메모리가 PC의 하드디스크와 비슷한 가격으로 수백 GB~테라바이트까지 가지는 못한다. 컴퓨터에서 과연 주 기억장치와 보조 기억장치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날이 올까?

(3) 저전력 저발열 CPU: 난 저 정도로 고성능 CPU가 달린 스마트폰이 어떻게 냉각 팬이 없고 웽 소리를 전혀 안 내며 동작하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기 그지없다.
물론, 오로지 메모리 용량 최적화이지 전력 소모 최적화와는 거리가 먼 구닥다리 x86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그런 스마트폰용 CPU를 만들 수는 없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대체로 하드웨어 차원에서의 멀티미디어 처리 지원이 PC만치 범용적이지 않기 때문에, 아무 동영상이나 여유롭게 재생하지는 못한다.

(4) 그리고 2차 전지: 스마트폰은 냉장고처럼 24시간 켜져 있는 물건이다. 그런데 그걸 옛날 휴대용 전자 기기들처럼 1.5V짜리 건전지를 주기적으로 갈아 끼우면서 사용해야 한다면 정말 끔찍할 것이다. 게다가 그 물건들은 지금 건전지의 용량이 얼마나 남았는지 같은 것도 나오지 않고, 그냥 예고 없이 픽 꺼져 버리고 안 켜지곤 했다.

철도에서는 전기 기관차가 디젤로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괴력을 자랑하면서 수십 량의 화차를 견인하는 차력쑈를 펼치고 있다. 1만 마력이 넘는 힘으로 시속 300으로 달리는 KTX도 전기로 달린다.
하지만 이건 레일을 따라 전차선이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지, 배터리만으로 도로의 대형 버스나 트레일러의 동력원이 전기 모터로 대체되는 건 요원한 일이다.

배터리는 콘센트를 꽂을 수 없는 환경에서 인류가 사용하는 기계 중에 인력과 기름을 쓰지 않는 나머지 모든 것들의 동력을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공기 중의 산소를 조달할 수 없는 곳에서 동작하는 기계는, 연료에 산화제가 같이 동봉된 로켓을 사용할 게 아니라면 전기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월면차라든가 심해 잠수함 말이다. 산소는 물론이고 태양 자체로부터 한없이 멀어지는 외행성 탐사선은 아예 원자력 전지를 사용해야 한다.

내가 알기로 배터리는 크게 세 계열로 나뉜다.

(1) 납+황산
그 특성상 자동차(+잠수함) 같은 거대한 동력 기계에서 쓰이지, 최소한 사람이 일상적으로 갖고 다니는 전자기기에서는 볼 일이 없는 물건이다.
용량 대비 재료값이 저렴하지만, 무겁고 자연 방전 잘 되고 충전 속도가 더디며, 일정 수준 이상 방전되면 완전히 망가져서 못 쓰게 된다. (전압이 약해지는 것을 통해 방전을 간접적으로 유추함)
황산 용액은 인체에 위험하지만 그래도 고열로 인한 폭발 위험 같은 건 없다. 자동차가 안 그래도 교통사고와 화재의 위험에 노출된 물건인 걸 감안하면 이건 자동차 배터리로서 큰 장점이다.

(2) 니켈-카드뮴
일명 메모리 효과로 인해, 지금까지도 '완충 완방'이라는 더는 유효하지 않은 편견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주범이다.
한때 노트북 등 여러 전자기기에서 쓰였지만 요즘은 잘 쓰이지 않는 것 같다. 카드뮴보다 재료 단가가 비싸지만 용량과 수명 등에서 더 유리하고 메모리 효과 단점도 없는 니켈-수소로 대체되었다.

(3) 리튬 이온
일단 소형 전자기기 정도 규모에서는 이만 한 가성비가 없는 만능 소재이다. 에너지 밀도가 아주 높고 메모리 효과 없고, 그러면서 아주 가벼우니 좋다. 하지만 수명이 짧은 편이며, 폭발 위험과 재료 고갈로 인한 조달 문제가 남아 있다.

모든 배터리들은 기온이 매우 낮은 곳에서는 제대로 동작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참 안타깝지만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공통점도 있다. 충전과 방전을 수백· 수천 회 반복하며 쓰다 보면 최대 충전 가능 용량이 조금씩 감소한다. 그래서 휴대전화나 노트북 PC의 배터리는 몇 년 주기로 교환해 줘야 된다. 화학 반응이 완전히 가역이 아니기라도 한가 보다.

옛날에는 총에 탄창을 교체하듯이 스마트폰의 뒷구멍(?)을 열어서 배터리를 통째로 교체하는 게 가능했는데, 요즘은 주 배터리는 탈착이 가능하지 않은 형태가 됐다. 그 대신 외장형 보조 배터리를 케이블을 통해 연결해야 한다. 이런 관행의 원조는 애플 진영의 아이폰이다. 쟤들은 컴퓨터고 뭐고 온통 일체형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 왔기 때문이다. 모니터고 본체고 배터리고 몽땅 분리 불가능한 일체형..

이런 2차 전지, 일명 배터리들은 재충전 가능한 화학 전지를 말한다. 배터리와 비슷하면서 다른 물건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축전기(일명 콘덴서)
얘는 화학 반응 없이 찰나의 전기 에너지 자체를 찔끔 저장하고 있다가, 고전압의 전하 형태로 순식간에 찌릿 방출하는 물건이다. 극초소용량에 초고속 충전· 방전되는 배터리와 비슷하다. 그러니 전력을 축적하는 용도보다는 다른 전자 기기 내부의 부품으로 쓰이곤 한다.
스타크래프트에서 프로토스의 실드 배터리는.. 실드를 전기 에너지처럼 취급해서 마치 축전기처럼 보충하는 형태에서 모티브를 딴 듯하다.

(2) 건전지
2차 전지(배터리)의 반의어로서 충전 불가능한 1회용 1차 전지를 가리킬 때 '건전지'라는 용어가 쓰이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단어 자체는 '습전지'의 반의어이기 때문에 충전 가능 여부가 함축되어 있지는 않다. 둘 다 똑같이 화학 전지인데, 자동차 배터리처럼 황산 용액이 출렁거리는 게 아니라 전해액을 종이 같은 데에 흡수시켜서 곧장 줄줄 흐르지 않게 했다는 뜻일 뿐이다.

망간-아연 전지가 대표적인 건전지요 1차 전지이긴 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2차 전지 중에도 건전지 형태인 물건이 있다.
시계 같은 데에 들어가는 일명 '단추형 소형 건전지'라는 것도 있는데 얘들은 대체로 재충전 가능하지 않은 1차 전지이다. 옛날에는 수은 건전지가 많이 쓰였지만 요즘은 수은이 몸에 안 좋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인해 온도계로도, 건전지로도 모두 퇴출된 지 오래다. 유연휘발유, 프레온 가스, 석면처럼 말이다.

건전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난 개인적으로 건전지를 갈아 끼우면서 써야 하는 무선 마우스는 너무 불편하다. 왜 저런 걸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평소에 충전 가능하게 마우스 거치함이라도 만들어 놓든가 하지..

(3) 연료 전지
얘는 연료를 사용하여 전기를 만들어 내긴 하는데, 연료를 태워서 운동 에너지로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이 아니다. 그렇다고 화학 전지처럼 연료(?)의 화학적인 전위차를 이용해 축적돼 있던 전기를 뱉어 내는 것도 아니니 그 특성을 말하기가 좀 뭣하다.
현재로서는 산소와 수소를 이용해서 전기 분해의 정반대 메커니즘으로 물과 전기를 만들어 내는 게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고 한다.

말 그대로 연료의 형태이므로 차에 기름 넣듯이 매우 빠르게 충전을 할 수 있고 자연 방전 걱정이 없다는 점, 시끄러운 엔진 가동 없이 전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다. 화학 전지 기반의 기존 배터리가 넘볼 수 없는 장점이 있지만 얘 역시 수소의 보관, 백금 촉매의 가격 등 여러 문제 때문에 압도적인 대안 역할은 아직까지 못 하고 있다.
더티한 탄소가 달라붙은 통상적인 탄화수소 계열이 아니라 수소 자체를 곧장 반응시킬 수만 있다면 참 깨끗한 무공해 에너지원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어려운 일이다.

국내에서 현대 자동차가 수소 연료 전지 차량의 연구 개발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휘발유 엔진은 배기가스의 정화, 즉 후처리를 위해서 백금 촉매 변환 장치를 사용하는데, 수소 엔진은 산· 수소의 반응이라는 본업의 촉진을 위해서 백금 촉매를 사용하니 촉매의 비중이 더 클 것이다.

참고로 수소로 달리는 자동차는 수소 연료 전지 기반뿐만 아니라, 수소 자체를 연소시키는 내연기관 기반도 별개로 있다. 개념적으로 서로 다른 물건이다. 비록 반응의 부산물로 둘 다 물이 나오는 건 동일하지만 말이다. 수소는 로켓 엔진에도 이미 사용되고 있는데 그게 연료 전지 기반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연료를 태워서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도 다 같은 게 아니다. 교통수단들이나 다른 소형· 이동식 발전기들은 말 그대로 내연기관이 장착되어서 엔진의 회전력으로 발전기를 곧장 돌리지만, 거대한 화력 발전소에는 외연기관인 보일러와 증기 터빈이 있다. 화력 발전소는 석유보다도 석탄을 더 많이 활용하니 말이다.
과거의 증기 기관차는 석탄과 물을 주기적으로 보충해야 했던 반면, 화력 발전소에서는 한번 터빈을 통과했던 수증기를 수집· 냉각 후에 계속 재활용한다고 한다.

(4) 원자력 전지
원자력 발전소는 열의 근원이 석탄· 석유가 아니라 방사성 원소의 붕괴 에너지라는 차이가 있을 뿐, 물을 끓이고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생산한다는 점은 화력 발전과 동일하다. 그에 반해 원자력 전지는 열전 효과(Seebeck effect)를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한다.

이렇게 자료를 모아 보니, 통상적인 화학 전지나 교류 발전기, 심지어 광전지 말고도 전기를 비축하거나 생산하는 방식은 다양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오늘날의 원자력 발전은 다 20세기 초· 중반에 발견되고 규명된 '핵 분열' 원리를 이용하며, 그것도 그 에너지 자체를 곧장 전기로 바꾸는 게 아니라 열로 물 끓여서 터빈을 돌리는 용도로 간접적으로만 사용한다.

핵 분열을 넘어 태양 같은 항성들의 동력원이기도 한 '핵 융합'을 인간이 직접 제어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더 안전하게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mc^2의 형태 그대로 뽕을 뽑을 수 있게 된다. 핵 융합의 원료 자체는 그야말로 주변에 무한에 가깝기 때문이다. (예: 중수소는 바닷물..) 사실, 원자 폭탄과 수소 폭탄이 구조적인 차이도 핵 분열과 핵 융합이다.

하지만 핵 융합을 일으키기 위해 필요한 엄청난 고온 고압 환경이 아무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이건 뭐 초전도 상태를 만들기 위한 극저온과 반대편 극단의 영역이 아닌가 생각된다.
핵 융합, 무선 송전, 직류 고압 송전... 가능하다면 요 세 개가 아마 2020년대 인류의 생활을 바꿔 놓을 과학 기술 떡밥으로 남을 듯하다. 과거의 괴수 전기 공학자 테슬라는 무선 송전을 어느 정도 실현도 했던 것 같지만, 직류 고압 송전은 자기 관심 분야가 아니었지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8/09/17 08:35 2018/09/17 08:35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33

1. 화생방

공중이나 바다가 아닌 평범한 육상 재래전 전쟁터에서 군인을 가장 많이 죽이는 것은 폭발물 파편이다. 근원지가 수류탄이든 지뢰이든 포격이든 폭격이든, 어쨌든 날아가서 박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터져서 넓은 면적에 파편을 날리는 폭탄이 짱이다. 단순 총알은 파괴 면적이 너무 작은 관계로, 저격이 아니라면 그 자체가 사람을 죽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도 총은 여전히 군인의 상징이며, 소총 사격은 화망을 형성해서 아군을 엄호하거나 적군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충분히 한다. 당장 kill 수를 많이 못 낸다고 해서 개인화기가 일체의 쓸모나 필요가 없는 건 결코 아니다. 지금 세계가 명목상 교류와 평화를 추구하고 옛날 같은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지향하지는 않는 시대가 됐다고 해서, 군사력 자체가 당장 필요하지 않게 된 건 절대 아니듯이 말이다.

그런데,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게 하는 방법은 폭탄이나 총알, 심지어 총검을 이용한 물리적인 충격만 있는 게 아니다. 파리를 굳이 손바닥이나 파리채로 쳐서 잡는 게 아니라 에프킬라를 뿌려서 잡듯, 방탄조끼나 헬멧이 아니라 방독면으로 방어해야 하는 방식의 전투도 있다. 이를 특별히 '화생방전'이라고 한다. 이건 공격 수단들의 근간 원리에서 각각 첫 글자를 딴 명칭인데, 마치 군사의 육해공처럼, 물리 화학 생물이라는 과학의 세 분야를 두루 아우르는 용어이기도 하다.

단, 보다시피 '물화생'은 아니고 '화생방'이다. 물리는 분야가 너무 넓어서 그런 것 같다. 과학의 각 분야에 대응하는 공학을 생각해 봐도 화학공학, 생명공학은 있지만 물리공학이라는 말은 없으니 말이다. 그 대신 기계공학, 전자공학, 원자력공학, 항공우주공학 등이 있을 뿐이지.
스타에서 테란의 물리학 연구소는 배틀크루저의 야마토 포를 개발하는 곳인데, 물리학의 어느 분야를 주로 연구하는지가 문득 궁금해진다.

스타에도 응당 화생방에 해당하는 개념이 있다. 디파일러의 플레이그가 생물에 해당하고, 베슬의 이레디는 방사능에 속한다.
원래는 고스트의 핵도 방사능이어야 하지만, 설정과 밸런스 문제 때문에 게임엔 반영 안 됐고 그냥 크고 무시무시한 폭탄이라고 구현돼 있다.
화학은 잘 모르겠다. 스타에 딱히 독가스 같은 게 등장하지는 않으니까.. 단지, 광범위 대량학살용으로는 독가스보다 더 고차원적인 프로토스의 싸이오닉 스톰이 존재할 뿐이다.

난 태어나서 화생방(전)이라는 단어를 처음 본 곳은 아마 초딩 시절 전화번호부 끝부분 부록에 적혀 있던 '전시 국민 행동 요령'이었지 싶다.
성경에도 계시록뿐만 아니라 슥 14:12처럼 사람이 산 채로 눈과 살과 혀가 녹아/썩어 없어지는 묘사는 뭔가 화생방전을 떠올리는 섬뜩한 장면으로 보인다.

2. 전쟁의 주요 양상

  • 고지전: 나로서는 이거 뭐 6· 25 말고는 다른 고지전 자체가 떠오르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한반도 중부의 서쪽은 평지 위주였지만 우리에게 지형적으로 불리하고 판문점도 가까이 있어서 제대로 싸울 수 없었던 반면, 동부의 첩첩산중에서는 고개를 하나 점령해서 조금이라도 영토를 더 수복하려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으니 말이다.
  • 참호전: 1차 세계 대전 당첨이다. 여차여차 하다 보니 서로 평지에서 땅따먹기를 한 뒤, 참호 파고 지겹도록 시즈 탱크 우주 방어만 벌이는 지경이 벌어졌다. 무슨 FPS에서 캠핑처럼.. 공격이 방어보다 너무 불리하다 보니, 참호 하나 점령하려고 갈려 들어간 병사들이 그 당시에 얼마였나 모르겠다. 그 교착 상태를 해소하려던 와중에 원시적인 탱크와 전투기가 발명됐고 독가스도 동원됐다.
  • 상륙전: 바다에서 육지로 상륙하면서 섬을 하나씩 점령하는 형태의 전투는 2차 세계 대전 중에서 태평양 전선이 대표적이다. 전쟁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미군 해병대의 비중이 본격적으로 커졌다. 뭐, 거기 말고도 본토 진출을 위해서 서부 전선의 노르망디 상륙이 있고 나중에 6· 25 때 인천 상륙도 전쟁사의 한 획을 그었지만..

오늘날은 세상에 고층 건물이 즐비한 대도시가 많기 때문에 전쟁이 나면 '시가전'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만약 북괴가 다시 남침해서 서울로 쳐들어온다 해도, 2017년의 서울은 1950년 당시의 그 허접한 서울이 절대 아니다.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복잡하고 빽빽해진 건물숲 속에서 시가전을 제대로 치러야 할 것이며, 그렇게 호락호락 사흘 만에 서울 점령이란 절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 속의 전쟁 중에 시가전으로서 내가 딱 떠오르는 건 없다. 그리고 2차 대전은 동부(vs 러시아)나 태평양 전선(vs 일본..) 말고 서부 전선에 대해서는 내가 딱히 기억이나 존재감이 느껴지는 게 없다.

3. 탄피 처리

공기총 같은 거 말고 화약으로 격발하는 총들은 탄두와 화약이 탄피로 감싸져 있는 탄환을 사용한다. 음식을 먹고 나면 그릇이 남고 커피를 마시고 나면 컵이 남듯, 총을 쏘고 나면 탄피 껍데기만 남아서 사출된다.
탄피 부분까지 싹 폭발해서 없어지거나, 아니면 같이 발사되어 날아가는 총알이 있다면, 마치 손잡이 부분까지 몽땅 과자로 돼 있어서 다 먹어치울 수 있는 길거리 아이스크림 콘만큼이나 참 좋을 것이다. 하지만 총알을 그렇게 만들었다간 화약 부분이 평소에는 어지간히 열받아도 절대로 폭발하지 않고 안전하게 있다가 원하는 순간에만 격발하게 만들기가 도저히 불가능하다. (실용적인 가성비 수준에서..)

탄피 처리라는 게 군대에서 골치아픈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얘는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가능한 한 몽땅 회수해서 재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경 보호(?)나 물자 절약 따위 말고 좀 더 social한 이유로는..
평시에는 탄약의 무단 유출을 감지하고 자살· 프래깅 같은 부정 사용을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총을 몇 발 쐈는지 알고 싶을 때 탄피 개수를 세는 것만치 단순무식하고 효과적이면서도 정확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전시에야 적에게 총 쏘는 게 병사들의 재량 영역이 되며, 수십· 수백 발의 총알이 순식간에 없어진다. 그러니 실탄 사용 내역을 평시만치 일일이 파악하고 통제하면서 탄피를 챙길 여유가 없다. 그 대신, 적군에게 아군의 위치 내지 이동 경로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흔적을 치우는 과정에서 탄피도 눈에 띄는 것 정도는 다 줍고 치운다.
그리고 전투가 끝나고 병사들이 병영으로 복귀한 뒤에는 모든 병사들을 일일이 정말 빡세게 몸수색을 해서 잔여 실탄을 몰래 짱박아 둔 게 절대 없도록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1996년 강릉 무장공비 토벌 작전이 끝났을 때에도 이런 후처리 절차가 응당 행해졌다고 한다.

4.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

사람을 죽이는 전쟁 얘기를 했으니 다음으로는 사람 살리는 얘기로 넘어가 보겠다.
멀쩡하던 사람이 어디로 추락하거나 뭘 맞거나 부딪치지 않았는데 외상 없이 의식을 잃고 픽 쓰러지는 건 아무래도 흔히 보는 장면은 아니다. 신경계나 뇌 쪽의 문제로 인해 몸이 셧다운 된 게 아니라면 저런 건 대체로 (1) 호흡기 아니면 (2) 순환기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목에 생선 가시 같은 게 걸려서 숨을 못 쉬고 쓰러지는 건 기도 폐쇄로 인한 질식이니 (1)번 계열이다. 본인이나 어린 자녀가 갑자기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뒤늦게 네이버에서 검색하려 든다면 너무 늦을 것이다. 평소에 숙지해 둬야지.
그리고 물에 빠진 건 숨을 못 쉰 질식에다 폐에 물이 들어간 것까지 복합이다.

호흡과 무관한 순환 계통 문제는 부정맥 같은 심장의 지병 때문이다. 그런데 혈액 순환이 잠시만 중단돼도 어차피 호흡기 문제와 마찬가지로 뇌에 산소가 제대로 못 가게 되고, 뇌세포가 죽기 시작해서 몸에는 심각한 트러블이 발생한다.
물에 빠져서 질식으로 인해 의식을 잃어 가는 거나, 심장 박동이 중단되어 쓰러진 거나 원인은 다르지만 결과는 비슷하며, 단 몇 분간의 golden time 이내에 최소한의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건 동일하다.

이거 하냐 못 하냐에 따라 사람이 사냐 죽느냐, 혹은 살더라도 온전히 살아나냐 반신불수가 되느냐가 갈린다. 그래서 소위 '심폐소생술'(CPR)이라 하는 기법이 도입되고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있다.
누군가가 쓰러지면 먼저 "괜찮으세요?" 물어 보고, 의식이 없으면 주변 사람을 지목해서 "왼쪽 저 여자분은 당장 119에 신고해 주세요, 저기 흰 옷 입으신 분은 근처의 심장 제세동기를 가져와 주세요" 지시를 한다. 그 뒤 CPR 실시다.

심폐소생술은 배터리가 방전된 차를 시동이 걸릴 때까지만 밀어 주는 게 아니다. 의료진이 와서 환자를 인계할 때까지 시술자의 손으로 심장의 역할을 얼추 대신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가슴을 눌러야 한다. 하다못해 사람이 수 분 동안 숨을 참으면 참았지, 심장 박동이 그만치 멈춰 버리면 어찌 되겠는가?
약한 갈비뼈는 부러뜨리는 것도 감수한다는 심정으로 굉장히 세게, 분당 110~120회 남짓한 주기로 생각보다 빠르게, 오래 해야 한다.. 이건 수~10수 분 간격으로 옆 사람과 주기적으로 교대도 해야 할 정도로 꽤 힘든 노동이다.

전문적인 의료· 보건인이라면 몇 차례의 CPR 후 환자 상태를 봐서 인공호흡을 재량껏 시도할 수도 있으나, 일반인을 상대로 한 매뉴얼에서는 그런 건 물에 빠진 가족을 구한 정도가 아니면 안 해도 된다고 진작에 빠졌다. 환자가 독극물에 중독돼 있는 경우 구강 접촉은 시술자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거니와, 명백한 호흡기 쪽 이상이 아니라면 심장 압박만 잘 해 줘도 산소 전달은 그럭저럭 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CPR이 그만큼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 셈이다.

CPR과 인공호흡은 의식을 잃은 사람을 구명하는 양대 조치로 여겨지고 있는데, 취지와 목적과 효과가 이렇게 서로 차이가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와 닿았다. 호흡과 혈액 순환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참고로 사람의 목을 졸라 죽이는 교수형도 흔히 생각하는 호흡의 차단이 아니라, 그에 앞서 뇌로 가는 혈류를 막아서 훨씬 더 신속하게 사형수를 죽이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집행을 잘못하면 여전히 켁켁거리면서 더 고통스럽게 죽게 될 수도 있다.

5. 보건의료인과 군대의 관계

아군을 살리는 일은 적군을 죽이는 일 이상으로 매우 중요하고 어렵고 책임감이 큰 스킬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 스킬의 보유자는 어떤 형태로든 소총 들고 전장에서 뛰어나니는 알보병 소총수 같은 보직에는 결코 투입되지 않는다. 그 대신,

  • 군 소속의 의사가 돼서 장교 계급으로 병역을 수행하는 방법이 있다.
  • 아니면 군대와는 빠이빠이 하고 그냥 공중보건의 신분으로 스킬의 난이도 대비 굉장한 저임금과 널널함으로 병역을 수행할 수도 있다.
  • 보건의료 계열 출신이긴 하지만 정식 의사보다 낮은 급이거나(물리치료사..) 미묘하게 다른 계열이라면(의공, 수의학 등등..) 의무병으로 빠질 수 있다. 위생병은 의무병의 옛 명칭 되겠다.

단,

  • 공보의로 병역을 마친 의사들은 여느 보충역들처럼 명목상 예비역 이등병이며, 예비군 훈련을 받는다. 의사들은 직장인(봉직) 내지 자영업자(개원)이지, 무슨 보건소 직원 같은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군· 경이나 교사, 소방관만치 전시 보직이 국가 차원에서 완전히 동일하게 보장되지 않는다.
  • 의사라도 극소수 만학도 의대생이나 의전 출신처럼 군대를 다른 경로로 이미 다녀온 사람이 예외적으로 있다. 이들은 여느 의사들 같은 공보의나 군의관 복무 경험이 있지 않다.

6. 주유와 충전의 차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기계들은 동력의 원천이 기름 먹는 (1) 내연기관이 아니면 전기 먹는 (2) 모터이다.
에너지 공급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주유는 사람에다 비유하면 식량을 그냥 가방이나 창고에 넣고 비축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아무리 많은 양도 비축이 금방 끝날 뿐만 아니라, 공간이 허락하는 한 얼마든지 해도 문제 없다.
그러나 충전은 실제로 사람 몸에다 밥을 먹이는 것과 얼추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며, 인간이 소화하고 비축할 수 있는 양만큼만 가능하다.

전기는 에너지 그 자체이다. 배터리의 전기가 소모될 때 발생하는 화학 메커니즘을 역방향으로 가해 줘야 충전이 된다. 세상엔 공짜란 없으니 말이다. 충전 아니면 방전, 그리고 전동기 아니면 발전기.. 전기는 이렇게 상호 가역적인 에너지 이동 메커니즘이 있는 게 신기하다. 마치 생물에서 광합성 아니면 세포호흡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사람이 손으로 수동 발전기를 죽어라고 돌려 가지고 그 알량한 전기로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얼마 없다. 결국 기계가 필요하다.
반대로, 아무리 힘이 넘쳐나도 배터리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과다한 에너지가 짧은 시간 동안 가해지면 배터리가 터진다. 충전 시간을 무슨 주유 시간마냥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사람은 오랫동안 굶은 상태에서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막 먹으면 몸에 큰 탈이 나고 심하면 그걸로 죽기까지 한다. 그것처럼 배터리도 무슨 탱크 안에 잘 밀폐· 보관돼 있는 석유처럼 stable한 물건이 아니다. 완충과 완방 반복 시의 내부 상태 변화, 충전 가능 용량의 감소, 너무 추운 환경에서의 자연 방전처럼 까탈스러운 변수들이 존재한다. (아 하긴, 석유조차도 휘발유 같은 건 생각만치 오래 보관 가능하지 않으며, 증발과 변질 때문에 몇 년밖에 못 간다고는 하더라..)

이런 전기와는 달리, 석유는 그 자체는 에너지가 아니라 평범한 액체일 뿐이다. 엔진이 돌아가야만 그제서야 석유가 연소와 폭발을 통해 에너지로 바뀐다. 엔진은 연료의 공급과 비축이 신속하고 간편하고 안정된 반면, 그 엔진을 최초로 돌리기 위해서는 전기 같은 외부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관계가 이렇게 설명된다.

순수 전기차가 배터리의 용량과 무게· 가격 문제 때문에 도저히 실용화가 못 되고 소형차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 과거에 브라운관이 화면 크기에 비례해서 급격히 두꺼워지고 무거워지는 것 때문에 30인치대 이상의 대형화는 도저히 엄두를 못 냈던 한계를 보는 것 같다. 요즘의 왕창 크고 넓으면서 두께는 왕창 얇은 텔레비전과 얼마나 비교되는가?

과거에는 전기 자동차는 소형차보다도 더 작은 경차 수준에 머물다가 그나마 기술이 발전해서 이젠 소형이나 준중형 승용차까지는 노리는 모양이다. 하지만 대형 버스나 트레일러가 순수 전기만으로 지금처럼 힘차게 달리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전기차는 자체 동력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까지 엔진의 힘과 열의 도움을 받아 자연스럽게 얻던 냉난방마저 추가로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니 그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획기적인 배터리나 무선 송전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전기차는 대형차· 군용차까지 몽땅 대체하지는 못하고 그냥 개인용 자가용 수준에 머무르면서 기름 자동차와 공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철도에서는 전기 기관차가 대형차 영역인 여객과 화물 수송에서 그야말로 디젤이 넘보지 못하는 차력쇼를 선보이고 있는 것과 무척 대조적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부피 당 에너지 축적 능력 면에서 석유를 능가하는 원천은 없는 듯하다.

참고로 하이브리드 차는 엔진이 어중간하게 크고 무거워지고 비싸지기 때문에 경차나 소형 승용차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고, 심지어 이미 더 크고 무겁고 복잡한 디젤과도 그리 궁합이 안 좋다. 승용차 중에서 최하 준중형 이상은 가야 하고, 적당히 비싸면서 가성비도 챙긴 쏘나타-그랜저급 승용차가 하이브리드를 얹기 제일 적당하다.
하지만 아예 최고급 기함급 대형 승용차는 오로지 성능만 추구한다거나 돈이 썩어나는 부자들만 공략하는 너무 고매한 컨셉이어서 그런지, 휘발유 말고 다른 동력원을 얹은 사례가 없다. (에쿠스 디젤이나 롤스로이스 하이브리드 같은 건.. ㅡ,.ㅡ;;)

* 이상, 위의 모든 아이템들은 민방위 교육 가서 떠올랐던 생각과 글감들이다~
그러고 보니 육군 대령이나 준장급은 예편한 뒤에 예비군 내지 민방위의 안보 강사로 종종 빠지는 것 같고, 대위· 소령급은 예편 후에 군무원으로 취직해서 예비군 동대장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7/09/28 08:34 2017/09/28 08:34
, , , , ,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410

전기 이야기

나는 전기 에너지라는 게 실체가 무엇이고 본질적으로 어떻게 존재 가능하고 인간이 무슨 면모를 어떻게 측정하고 제어 가능한지 전혀 이해를 못 하고 있다.
더구나, 원자력· 방사능처럼 무슨 원자 단위 미시세계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제외하면 일상생활에서 중력이 아닌 다른 모든 힘들은 근원이 따지고 보면 전자기력이라니 이것도 이 나이 되도록 그 의미가 실감이 안 간다. 인간의 근육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화약이나 내연기관처럼 열과 폭발에 의해 발생하는 힘도 근원이 이거라는 말이지 않은가? 인간이 그런 열기관으로 지구의 중력을 뚫고 달까지 갔다 왔는데, 그 힘의 근원이 중력일 리는 없을 것이다. 중력과는 별개이고 중력보다 훨씬 더 큰 힘의 원천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따지자면 난 질량이라는 것도 본질적으로 무엇인지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그게 하필 무엇이기에 무슨 원동력이 있어서 그렇게 남을 끌어당기는 힘을 내는지 말이다.

(사실, 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힘의 원천들 중 중력은 가장 약하고 작은 힘에 속한다. 그냥 작은 게 아니라 소숫점 개수가 확 달라질 정도로 매우 작다. 물리 시간에 배우는 만유인력 상수가 괜히 10의 마이너스 몇 승 규모인 게 아니다. 엄청 작기 때문에 반대급부로 얘는 주로 천체의 운동 같은 방대한 세계에서 주로 의미를 지닌다.)

전기에 대해서 아주 기본적인 개념에 속하는 전압과 전류 정도는 흔히 아래로 흐르는 물에다 비유해서 설명하곤 한다. 전압은 수압 또는 물이 처음에 떨어지는 높이에 해당하며, 전류는 물의 흐름 정도에 해당한다고.
허나, 눈에 보이지 않고 질량도 없고 광속으로 흘러 없어지는 그 기운(?)이 어떻게 물이라는 액체에다 비유가 가능한지 그 이유부터 모르겠으며, 그 전기라는 물 자체는 어디에서 나며 어떻게 수집 가능한지 모르겠다. 게다가 직류와 달리 교류는 그 전압이 파동처럼 시시각각 변하면서 심지어 마이너스까지 된다. 이런 건 물 비유로도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

아무튼 전기는 참 알 수 없는 존재이다. 건전지와는 달리 교류 전기 콘센트는 + - 구분이란 게 존재하지 않고 아무 쪽으로나 꽂아도 되는 게 어릴 때부터 좀 신기하긴 했다.
직류와 교류 전기는 민물고기· 바닷물고기 관계와 아주 비슷해 보인다. 둘 중에서는 면적이 더 넓고(장거리) 염분을 걸러내야 하는(변압) 바닷물이 아무래도 교류에 어울리는 것 같다. 연어는 직-교류 겸용 전동차이며, 차량 기지가 직류 서울 지하철 구간에 있는 서울 메트로 소속 1호선 전동차에 대응하는 셈이다.

뭐, 또 다른 비유를 동원하여 전기를 엔진이 내는 출력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전압은 토크이고 전류는 엔진 rpm 그 자체, 전력은 이들이 곱해져서 단위 시간 동안 산출하는 일률에 얼추 대응하는 게 맞다.
우리나라는 잘 알다시피 가정용으로 공급되는 전기가 먼 옛날엔 100V이다가 이제는 220V로 완전히 바뀌었으며, 이 과정에서 플러그의 모양도 바뀌었다. 고압으로 송전할수록 송전 손실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지만, 가정용 전기를 승압한 이유가 이 때문은 아니다. 장거리 송전 자체를 무슨 100이나 220V 단위로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승압을 한 이유는 안전보다 효율을 약간 더 추구해서 전기 시설들의 전반적인 복잡도와 부하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이게 주된 이유이고, 보조적인 이유는 외국에서 밀수입된 100V 기준의 외국 가전 제품들을 함부로 쓰지 못하게 해서 국산 전자기기 제조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이게 아니었으면 승압 사업을 무려 1970년대에부터 작정하고 추진할 필요는 없었다. 흑백 TV도 마을에서 잘사는 집에나 한두 기 있었고 에어컨 같은 건 꿈도 못 꾸던 시절에 굳이 고전압 설비가 있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승압 자체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들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대세가 됐으니 그 당시에 미래를 내다보고 잘 추진한 과업이었다.

이렇게 공급 전압을 올린 것은 자동차로 치면 엔진의 배기량을 올린 것, 컴퓨터 CPU와 소프트웨어로 치면 비트수를 올린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같은 구조의 엔진이면 배기량에 얼추 비례해서 엔진의 토크+출력도 올라가니까.
승압을 하면 전력 소비가 많은 기기를 써도 이미 전압도 높기 때문에 큰 무리나 과열 없이 돌릴 수 있다. 경차로 에어컨 틀고 오르막을 고속으로 오르면 차가 굉장한 무리를 받고 경차의 장점인 연비조차도 다 물 건너가듯, 저전압으로 무리해서 높은 전력을 뽑아내는 건 대략 좋지 않다.

교류 220V이긴 한데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는 흔치 않은 60hz 주파수를 택해서(세계적으로는 50hz가 대중적임) 같은 220V들끼리도 호환이 잘 안 되게 했다고 한다. 철도로 치면 이웃 나라와는 일부러 궤간을 다르게 하는 것과 같은데, 오늘날처럼 어지간한 전자 기기들이 내부적으로 변압을 다 하고 어느 정도 가변 전압에 대비돼 있는 여건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제약이 된 걸로 보인다.

흔히 혼동하기 쉬운 개념이 하나 있다. 전기료가 부과되는 단위는 전력이 아니라 그게 축적된 '전력량'이다. 그래서 단위 역시 킬로와트가 아니라 킬로와트"시"이다. '전력=마력=와트=일률' 이렇게 단위의 차원이 동일하고 그걸 시간에 대해 적분한 '와트시=일=주울'이 차원이 동일하다. 자동차의 연료 소비량이 단순히 엔진 배기량, rpm이나 주행 거리에 정비례만 하지는 않고 여러 변수가 있다는 것을 같이 생각하면 납득 가능하다.

그에 반해 스마트폰용 보조 배터리는 용량을 그냥 전류/전하량의 단위인 암페어로 나타낸다.
차량용 블랙박스가 자동차 배터리의 고갈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꺼지도록 설정하는 기준은 전압이다.
내가 잘은 모르지만 자동차의 배터리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배터리보다 훨씬 더 무겁고(납이 들어있다! 위험한 황산 용액은 덤.) 용량도 큰 반면, 자기 충전 상태를 엄밀하게 나타내는 메커니즘이 없는 것 같다.

최첨단 전자 기기들로 무장한 오늘날 2010년대의 자동차들도 시동이 꺼진 동안에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처럼 "지금 배터리가 몇 %가량 남았습니다. (방전 위험이 있으니 전기 장치들을 끄거나 시동을 걸어 주세요)" 계기판에 숫자로 표시해 주는 걸 내가 본 적이 없다. 연료 경고등처럼 이런 기본적인 기능이 없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자동차 배터리의 방전은 스마트폰· 노트북의 배터리 방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인데도 말이다.
그러니 방전 징후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전하량이 줄면서 전압도 같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화학 전지의 특성만이 사용되는 것 같다.

다만, 자동차 배터리는 그 한여름 땡볕에도, 혹은 심지어 교통사고가 나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에도 스스로 발화하거나 터지지는 않는다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배터리의 폭발 때문에 인공위성이 궤도가 바뀌고 고장 나고 우주 쓰레기가 증가하기까지 한다. 또한 흑역사로 전락한 삼성 갤럭시 노트 7의 경우를 생각해 봐도 이건 중요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하긴, 배터리뿐만 아니라 냉장고 냉매도 어떤 경우에도 폭발하지 않는다는 게 대단한 장점이다. (프레온 가스 vs 암모니아. 후자를 사용하는 거대 냉동 창고에서는 지금도 가끔씩 폭발 및 질식 사고가 발생한다)

이렇듯, 자동차 배터리는 사람이 들고 다니는 전자 기기들의 배터리와는 특성이 여러 모로 다르긴 하다.
자동차 제조사(=대기업)에서 자차에 직접 장착한 순정 내비는 있다. 하지만 순정 블랙박스는 없다. 시동이 꺼진 자동차의 배터리를 지속적으로 소모하는 부품을 자동차 제조사에서 직접 넣는 것을 걔들이 책임소재 차원에서 기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블랙박스는 중소기업 보호 업종으로 지정돼 있다고도 어디서 들은 것 같다.

그럼 다시 전기 얘기로 돌아오면..
전압은 왕창 높지만 전류가 극단적으로 낮은 대표적인 전기는 정전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잠깐 짜릿하게만 만들고 이내 없어져 버린다. 정전기는 적당한 습기를 만들어서 예방 가능하지만, 한편으로 물은 전기를 잘 흐르게 해서 감전의 위험을 높이기도 하니 이 역시 대단한 아이러니이다. 마치 촛불은 불어서 끄지만 큰 불은 후후 불면 오히려 잘 타는 것, 물건이 매달린 실을 살살 당겼을 때와 확 강하게 당겼을 때 실이나 물건이 떨어지는 결과가 달라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우리가 평상시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콘센트에다 전자 기기를 꽂고, 전기로 달리는 열차를 잘 타고 다닌다. 허나, 어린아기가 콘센트 구멍에다가 쇠젓가락을 집어넣는다거나.. 성인도 전차선에 신체나 낚싯대 같은 게 닿아서 감전 당하는 사고가 아주 가끔은 발생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사용하는 전기가 실은 얼마나 위력적이고 위험한지를 알 수 있다.

인체는 전기가 통하긴 하는데 곱게 흘려 보내 주는 게 아니라 내부에 저항도 제법 있는 구조이다. 그래서 일정 한도 이상의 고압 전기가 일정량 이상 쫘르륵 흐르면 일종의 전기 신호로 반응하던 모세혈관 신경 등이 다 터지고 망가지며, 저항으로 인한 열 때문에 내장이 중화상을 입으면서 꽤 처참하게 죽는다. 전기를 이용해서 고문 방법과 사형 방법이 모두 괜히 개발된 게 아니다.

전기 없는 인간 생활이라는 건 상상할 수 없다 보니 전기와 관련된 일자리도 마를 날이 없다.
비유를 들기 위해 컴퓨터 쪽을 보면.. 학원만 간단히 나와서는 SI 갑을 관계 계약을 한 뒤 완전 글자판떼기 노가다 코딩으로 연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세계 수백· 수천만 이상의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유지보수하고 운영체제를 만들고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드는.. 가히 IT업계의 최전방에서 덕업일치까지 실현하며 사는 괴수도 있다.

그런 것처럼 전기 전자 쪽도 단순 시설 유지보수부터 시작해서 석박사급의 최첨단 회로 설계와 기술 개발까지 온갖 등급의 엔지니어들이 존재한다. 일례로, 서울 강남 구룡 역 근처의 수도 전기공고는 과거에는 졸업 후에 곧장 한전 취업이 보장돼 있어서 최강의 입결을 자랑하는 실업계 고등학교였다.
이런 전기 기술자 양성 시설 중에는 의외로 지도에 가려진 보안 시설도 있다. 철도 수색 역 바로 근처에는 숲으로 가려진 전력 기술 교육원이 있고, 한전 인재 개발원도 그냥 산 속에 가려져 있다. 요런 유사 시설이 안양 어딘가에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는 마치 열기관의 이론적인 열 효율을 계산하듯이 어떤 전기 에너지로 낼 수 있는 전동기의 이론적인 최대 출력, 전등의 최대 밝기, 충전과 발전의 차이와 물리적인 효율 한계, 물을 전기 분해하는 데 드는 에너지 이런 것들에 대한 감을 깨우치고 싶다. 그런 감이 있으면 자동차에서 전자 기기를 켜는 게 엔진에 얼마나 부하를 주고 연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도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옛날에 자전거 바퀴에 연결되어서 헤드라이트를 켜던 발전기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긴 했는데 지금은 그런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전자공학 괴수들은 그런 거 감을 다 정확하게 잡고 있으려나?

또한, 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직류 장거리 송전과 변압은 무선 송전만큼이나, 핵 융합이나 수소 연료 전지만큼이나 여전히 떡밥인 것 같다.
보통 발전기를 generator라고 하는데, 특별히 도체를 자기장 안에서 운동시켜서 교류 전기를 만들어 내는 발전기를 alternator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거의 모든 발전기들이 다 이 원리로 전기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태양과 무관한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별종 원자력 발전소라 하더라도 핵 융합 발전이 아닌 한 결국은 증기 터빈 기반이다.

교류 발전기가 전자석과 대응한다면 화학 전지는 영구 자석과 비슷한 개념에 대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 에너지 공급 없이 어째서 자체적으로 쇠만 끌어당기는 영구 자석이 존재 가능한지를 깊게 설명하려면 양자역학 수준의 이론이 필요하다.
또한 전자기 유도 방식이 아니라 빛으로 전기를 만들어 내는 광전지는 원리는 모르겠지만 직류 전기를 생성한다고 한다. 정렬 알고리즘 중에 비교 연산으로 정렬을 하지 않는 변칙적인 알고리즘을 보는 것 같다.

전(자)기 쪽은 너무 심오해서 썰을 풀 거, 공부해야 할 걸 찾자면 한도 끝도 없다.
맨 처음에 전자기학의 근간은 물리학이 닦았겠지만 그 뒤로 물리학은 양자역학 등 너무 미시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로 트렌드가 이동하고, 전자기학으로부터 실생활에 유용한 기술을 개발하는 학문 영역은 전기· 전자공학으로 넘어갔다. 화학· 생물학으로부터 화학공학과 생명공학이 파생되어서 별개의 과가 되었지만 물리학으로부터는 물리공학이 아니라 기계· 전자공학이라고 최소한 두 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물리학에서 파생된 공학들이 이공계에서 취업이 제일 잘 되는 과이다.. ^^;;

Posted by 사무엘

2017/04/16 08:32 2017/04/16 08:32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350

1.
한겨울에 샤워를 하기 위해서 보일러를 켜고 온수를 튼다. 물은 잠시 후 따뜻해지긴 하겠지만, 틀자마자 곧바로 더운물이 나오지는 않는다.
물은 생각보다 무겁고 비열도 굉장히 큰 물질인데 스위치만 눌러서 한겨울에 샤워나 목욕이 가능할 정도로 따뜻한 물이 자동으로 콸콸 솟아 나오는 건 정말 엄청나게 편리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커다란 쟁반에다 물을 담아서 불 때서 데우고, 그걸 욕조로 낑낑거리며 들고 가서 끼얹어서 목욕을 하던 시절은 얼마나 불편했을까?

뭐 그렇긴 하지만, 아직 충분히 데워지지 못해서 몸에 끼얹을 수 없는 물은.. 어렵게 취수되고 소독되고 불순물이 걸러진 맑은 수돗물임에도 불구하고, 딱히 어디 담아 놓을 데가 없으면 버려지고 곧장 하수구로 향하기 쉽다. 본인은 그때마다 자동차 엔진의 공회전도 이런 현상과 비슷한 구석이 있는 낭비라는 생각을 한다.

최소한의 자동차의 엔진 공회전은 차의 엔진을 적당히 데우고(냉각수 온도..) 엔진오일을 내부에 충분히 순환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사람이 들어가는 실내를 좀 데우기 위해서 필요하다. 밖이 추울수록 더욱 필요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흔한 상황은 아니겠지만, 배터리가 방전돼 버려서 점프로 시동을 간신히 건 뒤, 배터리 충전을 위해서 일부러 엔진만 좀 돌릴 때도 있다.

2.
그러나 불가피한 경우 말고 불필요한 엔진 공회전은 다음과 같은 여러 이유 때문에 좋지 않다.
(1) 가장 먼저, 두 말할 나위 없이 연료 낭비이다. (2) 엔진이 저회전 저출력 저온(액셀을 막 밟을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태이다 보니, 촉매 변환 장치의 효율도 안 좋아서 연료 소비량 대비 배기가스는 오히려 더 심하다고 한다.
게다가 (3) 정지 상태이니까 라디에이터로 맞바람도 전혀 못 받는 상태에서 엔진이 혼자 장시간 돌아가고 있으면, 밖이 어지간히 추워도 열평형이 깨지고 엔진 과열이 야기될 수 있다. 특히 웜업 한답시고 P나 N 상태에서 액셀까지 밟다 보면 내부의 열이 더욱 증가되니 이를 피해야 한다.

엔진이 곱게(?) 과열되면 냉각수가 증발해서 연기가 나고 엔진 출력이 떨어지는 것만으로 끝나지만, 그때 재수 없게 엔진룸 안이나 배기구에 종이나 낙엽 같은 이물질이 들어있어서 발화점이라도 넘기면 차에 불이 나는 참사까지 발생한다. 굳이 연료가 새서 유증기가 폭발하지 않아도 화재가 이렇게도 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기름때 때문에 식당에 불이 나서 건물 전체를 삽시간에 덮쳐 버리는 것처럼.

뭐, 액셀러레이터를 꽉 밟지 않고 시동 유지를 위한 최소 회전수로만 엔진이 돌아가는 건데도 장시간 공회전이 (1)은 그렇다 치더라도 (2)와 (3)까지도 야기될 수 있다는 게 실감이 안 간다. 물론 아이들링 rpm도 그것만으로도 1.5톤짜리 기계 덩어리를 걷는 속도로라도 굴러가게 할 수 있는 큰 출력이긴 하다.

어느 도로나 장소에서 단순히 주정차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공회전을 금지시키는 건 가장 크게는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2) 환경 문제 때문이다. (1)과 (3)은 그냥 차주 개인에게만 금전적인 손해를 야기하는 것이니 (2)보다야 덜 중요한 문제다.

3.
본인은 진작부터 "나의 소중한 기름은 오로지 차를 가게 하는 데만 쓰여야 한다" 지론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편의 장치를 사용할 목적으로 차내에 체류할 때는 절대로 시동을 켜지 않는다.
그리고 자주 드나들어서 신호 주기를 대충 기억하고 있는 교차로에서, 진입하자마자 노랑-빨강 신호에 걸렸다면 앞으로 3분 가까이 기다려야 하니 곧바로 시동을 끈다.

요즘 자동차들은 전자 제어 방식이 많이 똑똑해져서 어지간해서는 시동을 걸자마자 바로 출발해도 별 무리가 없으며, 한겨울에나 그것도 길어야 2~30초 남짓만 공회전을 해도 충분하댄다. (물론 오랫동안 세워 둔 차를 처음 시동 걸었을 때 말고)
차는 통념과는 달리,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켜는 순간에 특별히 기름이나 전기를 심각하게 더 많이 먹는다거나 하지 않는다. 공회전 중에 엔진이 지속적인 회전을 위해 관성의 도움을 딱히 받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엔진이 무슨 선풍기의 팬도 아니고 평소에도 얼마나 무거운 부하를 받으며 돌고 있는데.. 시동이 꺼져서 힘이 끊어지면, 선풍기 팬과는 달리 정말 신속하게 회전이 멈춰 버린다.

정지 상태에서 액셀을 밟아서 실제로 "출발 가속을 할 때에야" 속도 대비 연료 소모가 많고 연비가 꽝이겠지만, 어차피 같은 정지 상태인데 특별히 엔진의 시동 자체를 거는 것은 어려울 게 없다. 그때의 연료 오버헤드는 여러 자료를 검토해 봐도 공회전 수 초~길어도 10초 남짓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정지 상태가 분 단위로 계속되고 출발 시기를 예측 가능하다면 쿨하게 시동 꺼 버리는 게 명백히 이익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단지 운전자가 출발 시기를 신경 쓰고 있어야 하니 스트레스가 가중될 뿐이다. 파란불이 됐는데 즉시 출발을 못 해서 뒷차에게 욕 얻어먹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4.
끝으로.. 고연비 연료 절약을 위해서는 쓸데없는 짐을 안 싣고 차를 최대한 가볍게 하는 것만큼이나 쓸데없는 전기 장치를 안 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 것도 다 알게 모르게 엔진에 부하를 주며 연비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쉽게 생각해서 자전거를 탄다고 할 때 내 발에 힘 덜 들이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은 원칙들은 자동차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세상에 공짜란 없으니까.

자동차는 페달 밟는 순간적인 힘은 생각만치 크지 않으며, 체중이 담긴 사람의 발보다도 약하다. 초대형 디젤 차량이 아닌 이상 자동차 엔진의 최대 토크는 성인 남자 체중의 몇 분의 1밖에 안 된다.
하지만 페달링 회전수가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그 회전수를 낮추고 낮춰서 견인력으로 바꾸고, 이걸 밑천으로 해서 자전거보다 훨씬 더 무거운 차체의 바퀴를 굴린다. 승용차의 바퀴가 성인용 자전거의 바퀴보다 더 작은 이유도 이 때문임.

자동차에서 이용하는 전기는 그 엔진의 출력을 끌어들여서 덤으로 생산된 것이다. 자전거를 탈 때만 해도 헤드라이트를 켜기 위해 바퀴에다가 발전기를 연결하면 아무래도 마찰이 더 커지고 자전거가 예전보다 잘 안 나아간다. 밤에 주변 건물은 사고로 다 정전돼서 가로등까지 꺼지고 깜깜한데 밖의 자동차들은 헤드라이트 켜고 잘 달리고 있는 걸 보면, 자동차 전기에 대한 존재감을 더 크게 알 수 있다.

다만, 똑같이 기름을 태우더라도 발전소의 거대한 증기 터빈에서 최고의 효율로 대량 생산된 건물용 전기와 비교하면, 자동차의 전기는 생산 단가면에서 효율이 잽이 안 된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발전소의 경우 평상시에는 화력보다도 더 저렴한 원자력 발전이 쓰이니까 말이다.
세금이 덕지덕지 왕창 붙은 그 비싼 기름을 태워 없앴는데, 그 동력과 전기로 굳이 건물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보다는 오로지 자동차에서만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폰 충전 같은 건 정 급한 상황이 아니면 그냥 자동차보다는 건물에서 하는 게 원론적으로 더 나으며 돈을 한 푼이라도 더 아낄 수 있다. 그리고 추우면 굳이 전기 저항을 일으키는 열선보다는, 이미 있는 엔진열을 자연스럽게 끌어다 쓰는 히터가 더 나은 선택이다.

물론 헤드라이트 하나 더 켜고 오디오와 에어컨 좀 틀었다고 500km 갈 기름으로 3, 400km밖에 못 갈 정도로 그렇게 연비가 곤두박질 치는 건 아니다. 이런 걸 너무 과민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
특히, 밤에 "나 여기 있소!"를 나타내는 등화에다가는 전기 아낄 생각이라고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교통사고는 기름값 몇 푼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훨씬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니 말이다. 주변이 가로등 불빛 때문에 훤히 밝더라도, 당신 시야가 아니라 남의 시야를 위해서 헤드라이트 켜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뭐가 보이긴 해야 남도 조심해 주든가 말든가 할 테니까.

Posted by 사무엘

2016/07/09 08:35 2016/07/09 08:35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247

2010년대가 벌써 중후반기로 들어섰다.
세상은 3, 40년 전의 SF물들이 전망했던 것처럼 인간이 무슨 달과 화성에 식민지를 개척하는 식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초음속기와 우주 왕복선은 퇴역했고, 컴퓨터에서 싱글코어 무어의 법칙은 유효기간이 끝났다.
그러나 그런 게 아닌 다른 쪽으로는 과학 기술이 여전히 꾸준히 발달해 왔다. 제품의 외형은 크게 변화가 없을지 몰라도 그 내부는 이곳 저곳이 발전했다.

대외적으로는 1년 남짓 전부터는 기름값이 웬일로 다시 2000년대 초 수준으로 내렸고, 대학가에서 2000년대에 잠시 주춤했던 컴퓨터/전산학 지망자가 다시 늘고 있다. 컴퓨터 얘기를 좀 더 늘어놓자면 2000년대에 한창 닷넷에 밀려 C++이 죽었네 마네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닷넷이 시들시들하고 C++ 언어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1999년, 2012년 등 각종 시한부 종말 예언은 예나 지금이나 전혀 적중하지 않고 불발탄으로 끝났다. 북한은 새끼 돼지 휘하에서 예나 지금이나 체제가 잘-_- 유지되고 있다. 중동에는 소말리아 해적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웬 이상한 또라이 이슬람 막장 국가가 태동하여 2차 세계 대전 이래로 국제 세계를 하나로 단결시키고 있다. 이 과학 기술 내지 국제 정세라는 건, 한국어의 종결어미와도 같아서 정말 그때가 돼 보지 않고서는 스토리를 정녕 알 수 없는가 보다.

컴퓨터 CPU의 집적도와 코어 수가 올라가고, 저장 매체의 용량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만큼이나 이 시대는 디스플레이 내지 조명 장치가 눈부시게 발달한 것의 혜택을 크게 입고 있다. 아무리 기가 막힌 저전력 고성능 초소형 CPU가 발명됐어도, 전자식이 아니라 기계식인 하드디스크는 근본적으로 진동과 충격에 약하기 때문에 걸어 다니는 사람의 주머니 속에서 동작하기는 영 무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디스플레이 장비가 브라운관밖에 없거나, 액정이라고 해 봤자 계산기의 흑백 액정 같은 것밖에 없었어도 지금과 같은 스마트폰이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토머스 에디슨이 살아 생전에 발명을 그렇게도 많이 했다지만, 그의 대표적인 발명은 축음기와 백열등 전구라는 양대 산맥으로 요약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 백열등은 가히 세상을 바꿔 놨다. 성경이 말하는 "빛과 소금" 중에서 '빛'에 해당하는 발명이다. 전등은 깜깜한 밤에 빛을 얻기 위해 굳이 연료를 태워서 불을 피울 필요를 없게 만들어 줬다.

그에 반해 등잔, 양초, 등유 램프 같은 건 연기가 남고 화재의 위험이 있으며, 결정적으로 빛이 그렇게 밝지도 않다. 어느 못사는 집에서 전기료가 밀려 단전되는 바람에, 촛불을 켜고 자다가 촛불이 넘어지고 집에 불이 나서 일가족이 죽었다는 뉴스.. 21세기에도 가끔은 흘러나온다.
이 얼마나 불편했는가? 그에 비해 전등의 빛은 그 당시로서는 얼마나 우아하게 보였을까? 오죽했으면 에디슨이 죽었을 때 미국 전역에서 1분간 전등을 소등했을 정도였다.

다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백열등은 전기로 빛을 내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지만, 한편으로 증기 기관차만큼이나 가장 무식하고 비효율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어느 분야이든 전기를 에너지를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끌어 쓰는 방법은 V=IR 법칙에 의거하여 물리적인 저항을 만드는 것이다. 졸졸 흐르는 강물 내부에다 물레방아라는 저항을 설치해서 동력을 얻듯이. 전동차는 저항 제어 방식이 가장 먼저 등장했으며, 백열등 역시 근본 원리는 가느다란 필라멘트를 저향열로 달궈서 빛이 덤으로 나게 하는 것이다.

연료와는 달리 대놓고 아주 태워 버리는 게 아니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에디슨은 필라멘트로 쓰기에 가장 좋은 재료를 찾기 위해서 수백~수천 번의 실패를 거듭하면서 근성을 발휘했다는 일화가 전해져 온다. 가장 무식하고 비효율적인 방식의 전등조차도 그냥 쉽게 만들어진 건 아니라는 뜻이다. 그 시절엔 동그란 곡면인 전구 모양의 유리조차도 사람이 입으로 불어서 힘들게 만들어야 했다.

단순 저항으로 전기를 활용하는 모든 방식의 문제는 열이다. 전기 에너지 중 일부만이 빛이나 동력 같은 인간에게 유익한 형태로 쓰이고, 나머지는 열로 다 빠져나간다. 대놓고 전열기를 만드는 게 아니라면 저건 좀 개선돼야 할 점이 아닐 수 없다.
오래 켜 놓은 전구는 사람이 만지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워진다. 그리고 과거의 저항 제어 전동차 역시 회생 제동조차 없던 시절엔 열로 손실되는 에너지 때문에 객실 내부까지 찜통으로 변하고 비효율과 고충이 장난이 아니었다.

나중에 발명된 형광등은 내부적으로 형광 물질을 사용하고 내부 구조도 백열등보다 더 복잡하다. 필라멘트가 있긴 하지만 그거 자체가 시뻘겋게 달궈져서 빛을 내는 형태는 아니기 때문에 열이 덜 난다. 등의 모양이 왠지 백열등보다 더 길쭉하고, 같은 전기를 쓸 때 광량도 더 많고 수명도 더 길다. 쉽게 말해 더 효율적이고 모든 면에서 백열등보다 더 나았다.

그런데 과거의 형광등들은 잘 알다시피 점등 딜레이가 있었기 때문에 "형광등 같다" 그러면 머리의 반응이 좀 더딘 사람을 상대로 좀 부정적인 비유에 쓰이곤 했다. 정작 만화 같은 매체에서는 아주 비효율적인 백열 전구가 뿅 켜지는 것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걸 나타내는 긍정적인 심상이었는데 참 대조적이다.

오늘날은 이런 전구에까지 반도체를 동반한 LED 방식이 대세가 돼 있다. 전력 소모와 광량에 관한 한, 형광등보다도 더 성능이 좋은 끝판왕이라고 한다. 단점은 반도체의 특성상 초기 제조 비용이 비싸고 열에 약한 것 정도가 고작이다.
생긴 건 꼬마전구마냥 자그마한데(형광등은 이 정도로 작게는 못 만들지 아마?) 거기서 백열등 전구로는 상상할 수 없는 아주 희고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발열도 별로 없다. 이게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손전등 기능도 응당 LED 기반이며, 24시간 가동되는 길거리의 신호등들도 다 LED 방식으로 교체되고 있다. 설치만 하면 얼마 못 가 설치 비용을 회수하고 이득이 나기 때문이다.

반도체라고 하면 으레 컴퓨터를 떠올리기 쉬우나, 반도체가 꼭 그런 데에만 쓰이는 물건은 아니다. 시계가 기계식 태엽을 쓰다가 건전지를 집어넣는 쿼츠 방식으로 바뀐 것도 반도체 기술이 가미된 것이다. 전자식 시계는 가격과 성능, 정확도 등 모든 면에서 기계식 시계를 처참하게 관광 태웠다.

또한 전동차가 VVVF 제어 방식으로 바뀐 것도 반도체 기술 기반이다. 동력 성능, 유지보수 난이도 등 모든 것이 종전의 저항 및 쵸퍼 방식보다 우위이다. 초기에는 시끄러운(?) 가속 구동음만이 유일한 단점으로 제기되었지만 철덕에게는 그건 아름다운 음악-_- 소리이지 단점이 전혀 아닐 뿐더러, 요즘은 소음 문제마저도 다 개선됐다. (소음이 인간의 가청 주파수 대역 이외로 금방 넘어가거나..)

형광등이나 LED등이 백열등과는 너무 압도적인 성능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나라에서는 아예 백열등을 퇴출까지 시키려 할 지경이 됐다. 마치 컴퓨터계에서 IE6이나 제로보드 4를 퇴출시키려 하는 것처럼 지금 이상의 생산이나 수입, 판매를 금지한다. 백열등은 딱히 유연휘발유나 프레온 가스처럼 그 자체가 위험하거나 환경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에너지 소비량 대비 효율이 너무 안 좋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재 지구상에서 현역으로 가장 오래 뛰고 있는 백열등은 미국에 소재한 '센테니얼 전구'라고 한다. 무려 since 1901이고 한 세기가 넘게 켜져 있었다고 한다. 소등 시간은 몇십 년에 한 번 꼴로 몇 시간이 고작임. 세계 최고령 전구라고 재조명과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1970년대부터였다.

허나, 지금으로부터 먼 미래에는 형광등조차도 LED보다 효율이 낮으며 수은이라는 위험물질 문제도 있는지라 퇴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전기· 전자 공학 기술이 계속 발전하다 보면 기술 트렌드가 어찌 보면 복고풍을 탈지도 모른다. 한때는 실용성이 다른 기술에 밀려서 사장됐다가 나중에 그 한계가 극복되면서 다시 조명받는 것 말이다.

대표적인 예는 전기 자동차이다. 한때는 기름 자동차보다 가볍고 구조가 간단하고 성능도 좋다는 장점(시속 100km도 먼저 돌파) 때문에 널리 보급되었지만, 배터리 충전 시간과 항속거리에 치명적인 발목이 잡혀서 굳이 석유 회사의 로비가 없이도 슬금슬금 밀려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은 기름값과 환경 문제 때문에 전기 철도뿐만 아니라 전기 자동차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로운 유전이 자꾸 발굴되고 채굴 기술도 눈부시게 향상되었다지만 석유가 지구에 무한히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석유는 단순히 태우는 연료뿐만 아니라 플리스틱 같은 다른 화합물을 만드는 데에도 쓰인다. 자동차의 동력원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교류 전기에 밀려 사라진 고전압 직류 송전도 그 당시에 문제되었던 한계(송전 손실, 변압)를 반도체 기술로 극복하고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교류는 전기 공학을 우리 같은 사람이 감당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 만드는 주범이긴 한데..;; 단점만 없으면 직류 위주로 가는 게 더 간단하고 좋긴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직류 송전 기술의 배후에도 반도체 기술이 있다.

그나저나 무선 송전 기술은 정말 실용화가 가능한지 모르겠다. 이게 제대로 된 물건이 나오면 전기 문명에도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철도에는 전차선까지는 몰라도 팬터그래프가 필요 없어지고 전기 철도 시설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다.

끝으로, 전기 쪽 잡다한 자료들을 찾다가 본인은 흥미로운 동명이인 과학자 pair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를 소개하며 글을 맺겠다.

  • 독일 브라운: 로켓(새턴 V), 전기공학(브라운관)
  • 영국 플레밍: 미생물학(스코틀랜드 출신, 페니실린), 전기공학(잉글랜드 출신, 양손 법칙)

듣자하니 그 당시에 무선 통신의 선구자이던 이탈리아의 굴리엘모 마르코니는 브라운· 플레밍과도 같이 만나서 연구를 했다고 한다. 어느 브라운과 어느 플레밍인지는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테고.

Posted by 사무엘

2016/04/11 19:36 2016/04/11 19:36
,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213

발전 방식 이야기

오늘날은 정말 전기 없이는 잠시도 돌아갈 수 없는 시대이다. 21세기엔 24시간 상시 켜져 있는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사람마다 들고 돌아다니기 시작하면서 전기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져 있다.
교통수단들을 살펴봐도 그렇다. 전철에 목숨을 걸고 있는 철도 쪽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자동차도 기름값이 워낙 오르니 하이브리드 내지 순수 전기 동력원이 주목을 받는 중이다.

굳이 동력원 자체가 아니더라도 엔진 내부 역시 종래엔 기계 제어이던 것이 다 전자 제어로 바뀌어서 어떤 형태로든 컴퓨터가 탑재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교통수단들은 연료 소비 효율이 더 좋아지고 예전보다 사람이 신경을 덜 쓰고도 운행이 가능해졌지만, 한편으로 자동차의 경우 급발진 문제가 의심되고 있으며, 침수에 예전보다 더욱 취약해지기도 했다.

뭐 어쨌든..
교통수단이야 전차선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엔진의 힘으로 자가발전을 해야겠지만
붙박이 건물들이 사용하는 전기는 잘 알다시피 발전소라는 거대한 국가 기간 시설에서 생산된다. 예전에 심시티 게임을 할 때도 도시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지어야 하는 시설은 바로 발전소였다. 스타크래프트 프로토스 종족으로 치면 파일런 같은 건물이다.
전기는 생산되는 직후 광속으로 흘러가 없어져 버린다는 특성상,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수력, 화력, 원자력, 풍력, 조력 등 우리가 생각하는 거의 모든 발전 방식은 결국 동력을 얻어서 발전기를 돌려서 전기를 생산한다.
그리고 동력 발전은 열을 만들어서 물을 끓이고 터빈을 돌리는 놈, 쉽게 말해 열기관이 주류이며, 화력이나 원자력, 심지어 열병합이 여기에 속한다.

화력 발전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만, 자동차 엔진에 달린 발전기 같은 내연기관 형태가 아니라 보통은 증기 터빈이라는 외연기관이 쓰인다. 아마 이게 출력과 효율이 더 좋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 반면, 무공해를 표방하는 일명 대체 에너지 발전 방식은 대부분 열 없이 자연의 힘으로 동력을 얻는 발전 방식 위주이다. 공해는 없지만 발전 용량이 메이저들보다 턱없이 부족한 게 흠이다.

수력 발전은 비록 원시적이지만, 정말 말 그대로 물의 위치 에너지, 즉 잠재적인(포텐셜) 에너지를 사용하여 발전한다는 특성상, 순발력이 좋고 전력 생산량의 제어가 용이한 게 매우 큰 장점이라고 한다.
날씨의 영향을 받는 여타 자연 동력 발전은 논의할 가치도 없거니와 화력도 기계적인 메커니즘이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풀가동 모드로 진입하는 데만 몇 시간씩 걸린다. 예열을 하고 증기를 만들기 위해서인지? 사실 거대한 디젤 엔진 선박만 해도 시동을 켜는 데만 수십 분 걸리는 건 기본이라고 한다.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는 이보다 더해서 초기화하는 데 거의 하루씩 걸리고 가동된 놈을 세우기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번 발전이 시작되면 전력 소비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밤에도 잉여 전기는 낮과 별 차이 없이 계속 생산되어야 한다. 이걸 좀 쓰라고 우리나라는 진작부터 심야 전기 할인이 존재해 온 것이다.

여담이지만, 수력은 멈춰 있던 발전 설비의 첫 가동을 위해서 전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특징도 있다. 자동차만 해도 배터리가 방전돼 버리면 시동을 못 거니 말이다.

원자력은 많고 많은 에너지원들 중에 어떤 형태로든 태양으로부터 전혀 유래되지 않은 유일한 에너지원이라 여겨진다. 굳이 태양광 발전 같은 게 아니어도 날씨나 물의 움직임에 의존하는 발전 방식은 전부 태양과 관계가 있으며, 심지어 화석 연료의 원천도 결국 태양 없이는 생길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태양계 밖으로 나가는 우주 탐사선에는 원자력 전지가 탑재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지구 주변만 도는 인공위성 정도야 태양광 발전을 위한 집광판이 달려 있지만, 보이저/파이어니어 같은 탐사선에는 그런 게 없다. 걔네들은 공기 유체역학 원리로 비행하는 게 아니니 비행기 같은 날개도 없고 말이다.

원자력 발전은 20세기에 인간이 이룩한 위대하고 엄청난 과학 업적임이 분명하다. 물론 관리를 제대로 안 했을 경우 큰 위험에 빠지는 건 사실이나, 지금까지 찬란한 전기 문명 혜택은 실컷 입어 놓고는 대안도 없이 반대만 줄곧 늘어놓는 주장에는 선뜻 공감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한편,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태양광 발전은 화학적 원리로 전기를 만들지 동력으로 전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큰 차이가 있다. 태양열을 초대형 돋보기로 한데 모아서 물을 끓여서 터빈을 돌리는 게 아니니, 전통적인 발전 방식과는 발상이 다르다. 신기하지 않은가? 마치, 많고 많은 정렬 알고리즘 중에 '비교 연산'을 쓰지 않는 알고리즘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빛으로 자가발전 내지 충전이 되는 손목시계나 계산기 같은 물건을 다시 보게 된다.

제한적으로는 사람의 힘으로 발전기를 돌리는 인력 발전도 생각할 수 있다.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제일 간단한 예는 자전거의 헤드라이트를 켜는 발전기인데, 어렸을 때부터 이게 무척 신기하긴 했다.
잘 알다시피 자전거의 바퀴와 발전기 바퀴를 연결만 시켜도... 자전거를 굴리는 데 드는 힘이 미세하게나마 더 증가한다. 전기 생산은 물리적으로 공짜가 아닌 것이다.

무슨 엔진 브레이크도 아니고, 전동차의 회생제동은 바로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기왕 속도를 줄이는데 전기나 더 생산하자는 발상.

교도소 수감자에게 징역형으로 다른 노동을 시킬 게 없으면, 몸으로 전력이라도 약하게나마 생산해서 할당량을 채우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운동도 되고. -_-;
물론, 겨우 사람이 만드는 전기는 동력 기관이 만드는 전기에 비해 양이 턱없이 부족하며, 전압도 불안정하기 때문에 전구 같이 밝기만 변하는 간단한 기기 말고 다른 정교한 기기에 바로 공급해 줘서는 곤란하다.

* 그나저나 영광과 울진 원자력 발전소가 이름을 바꾼 줄은 최근에야 알았다. 각각 한빛과 한울로. '광'이 '빛'으로, '울'은 공통으로 들어가는 글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외우기 쉽다. 해당 지역의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이유로 2013년 5월부터 바꾼 거라고 하니 안타깝네. 고리와 월성은 지역명이 직접적으로 들어가 있지 않긴 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4/01/12 08:17 2014/01/12 08:17
,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919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2983894
Today:
1631
Yesterday:
1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