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휴일
난 우리나라의 각종 제도와 상징에 마음에 안 드는 게 좀 있다고 견해를 피력했던 바 있다.
- 국가는 너무 밋밋하고 앞부분 박자가 약간 이상해서
- 지폐 도안은 온통 조선 시대 인물.. 그것도 실학이라도 좀 한 사람이 아니라 오로지 유학자밖에 없어서. 정 약용, 유 일한, 공 병우, 우 장춘.. 이런 사람이라도 좀 넣으라고..
- 그리고 공휴일은.. 기독교와 불교라는 종교 공휴일을 두느니, 차라리 제헌절을 공휴일로 지정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무슨 국교가 있는 나라도 아닌데 말이다. 일본에서는 '헌법기념일'이 당당히 공휴일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대부터는 이제 대체 공휴일이라는 것까지 도입됐다.
맨 처음에는 논다는 성격이 가장 강한 설, 추석, 어린이날 3타에 시범 적용됐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신정, 현충일, 석가탄신일/성탄절 요 4일을 제외한 나머지 공휴일에 모두 확대 적용되기 시작했고, 2023년부터는 종교 공휴일마저 대체 공휴일 적용을 받게 됐다~!
기묘하게도 우리나라는 개천절-한글날이 6일 간격의 공휴일이고, 성탄절-신정 연휴가 1주일 간격의 공휴일이다. 그리고 그 사이 11월에는 공휴일이 전무하다.
그런데, 작년 2022년에는 전자는 앞뒤 모두 대체공휴일이 적용되는 반면, 후자는 앞뒤 모두 대체공휴일이 적용되지 않았었다.
먼 옛날, 우리나라에 야간 통금이 있던 시절에는 성탄절과 새해가 나란히 통금이 해제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그거 영향으로 생일이 10월 초~중순인 사람이 더 많을 정도라고 하는데.. ㄲㄲㄲㄲㄲ
본인은 성탄절이 무슨 로마 제국 태양신 숭배와 기독교-이교도 동화 정책에서 유래된 명절이고 예수님의 실제 탄신일이 아니고 어쩌구저쩌구를 강하게 강조하는 교회를 오랫동안 다녔다.
성경에는 예수님의 죽으심을 기념하고 부활을 기념하라고 명시했지, 탄생은 별로 말하지 않는다느니.. 크리스마스 트리는 렘 10:3-4나 다름없는 이교도 뻘짓이라느니.. 이런 말도 당연히 머리의 지식으로야 동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저런 지식적인 사실과 별개로 다양한 기독교파들이 생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예수 탄신일을 기리고 있다. 성탄절이 하루가 아니라 기간인 곳도 있고, 성탄절이 아니라 '주현절'이라는 걸 지키는 곳도 있다.
이 와중에 교회가 아닌 세상에서 이맘때쯤에 이렇게라도 기독탄신일이라는 걸 챙기고 길거리에서 캐롤 틀어 주고 온갖 반짝반짝 색종이를 붙여 놓는 것 역시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즉, 이런 게 비성경적이기는 하지만 반성경적이라고 매도까지 할 필요는.. 글쎄다.
성경이나 교회와 아무 관계 없는 세상 정치인일 뿐이지만, 몇 년 전 천조국 도람뿌 성님이 “Happy holiday” 이딴 PC스러운 명칭 대신, 기존 관행대로 “Merry Christmas”를 지켜 주겠다고 하니까 내 개인적으로는 아주 마음에 들고 든든했다. 가재는 게 편이고 팔은 안으로 굽는 건가?
※ 시간
1.
은행에는 매일 시스템 점검 및 현금 정산 시간이 있다. 밤 11시 반~자정을 전후한 시간대에는 송금이 잠시 안 된다.
그런데.. 점검을 할 거면 사람이 가장 깊은 잠에 빠지는 보편적인 시간대라고 김 성모 화백도 인정한 새벽 2시 무렵에나 할 것이지, 애매하게 불편한 저런 시간대에 하는 이유는 뭘까..??
이자 계산이 0시 정각 당시의 금액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그런다. 그렇기 때문에 은행 시스템 점검과 정산은 무슨 도로 보수 공사처럼 무작정 으슥한 새벽 시간대에 할 수는 없다. 날짜가 바뀌는 시간대 근처에 해야 한다.
2.
우리나라의 고속열차에는 심야열차 같은 게 없다. 우리나라는 고속철이 시속 300으로 5~6시간씩 달릴 정도로 땅이 넓지 못하기 때문이다.
느린 완행 일반열차는 밤새도록 달려서 이튿날 아침에 서울이나 부산에 도착하는 장거리 심야열차가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요즘은 줄어드는 추세이며, 우리나라는 정서적으로 침대차라는 게 생소한 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새벽 1~4시 심야에는 고속철이 운행되지 않는데.. 이때 말고도 아침 11시~정오 부근에 잠깐이나마 열차 운행이 멈추는 시간대가 있다.
아 물론 10시 반에 이미 멀쩡히 출발한 열차가 11시 정각에 무슨 현충일 묵념하듯이 멈춘다는 게 아니다. 저 시간대에는 새로운 열차를 출발시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속철 하행 열차 시각표를 보시라. 저 시간대에는 경부 호남 전라 SRT 등 어느 노선을 봐도 서울 발 열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침 11시 20분 부산 행 KTX/SRT..?? 그런 거 없다.
상행도 비슷하게 아침 11~12시 이상과 미만 사이의 구간에는 부산이나 목포를 출발하는 열차가 없다. 고속버스와는 다른 특성이다.
새벽 심야 말고 이때도 잠깐 전차선을 일부 구간이나마 단전하고 선로를 점검한다고 들었다. 텔레비전으로 치면 정파 시간과 비슷한 셈이다.
중단 없이 24시간 운행되는 지하철은 전세계를 통틀어 뉴욕 지하철이 유일한 건지..?
얘들도 24시간 운행 중에도 선로 정비와 보수를 틈틈이 하느라 애로사항이 많으며, 또 적자 때문에 이 짓을 해야 하나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고 그런다.
코로나 시국 때는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딱 2시간만 쉬다가 첫 차를 바로 쏴 준 적은 있었다고 한다.
3.
우리나라는 원래는 혹한기(12월~2월)와 혹서기(7월)를 제외한 매월 15일 오후 2시가 국가적인 민방위 대피 훈련일이다. 약 20분 동안 공습경보가 울리고 대중교통들이 몽땅 멈추고 자동차들도 잠시 옆에 멈춰 서야 하는데.. 난 태어나서 이 나이 되도록 그런 제도가 있는 줄을 몰랐다. ㄲㄲㄲㄲㄲ 존재감이 전혀 없다.
참고로 요즘 부산의 영도대교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약 15분 동안 올라간다고 한다. ㅡ,.ㅡ;; 새벽 2시 말고 오후 2시는 잠이 아니라 평일 일과 때문에 길거리가 상대적으로 가장 한산(?)한 시간대로 취급되는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