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두타연 + 물놀이
새벽에 뭔가 싸늘한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떴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주변은 더워서 땀이 날 정도였는데 지금은 기온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뚝 떨어져 있었다. 텐트 창문을 닫고 심지어 텐트 커버를 덮어야 할 정도였다.
유일한 애로사항이던 무더위가 해소되니 여기는 진정한 지상락원 무릉도원으로 거듭났다. ^^ 먼 길을 달려 피서를 떠난 보람이 있었다. 이 상태로 아침 8시 무렵까지 있으면서 푹 잘 쉬었다.
(스포일을 미리 하자면.. 이게 이번 강원도 여행 전체를 통틀어서 경험했던 가장 시원한 밤이었다. ㄲㄲㄲㄲㄲ)
아침엔 벌써부터 열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텐트가 나무 그늘 아래에 있었던 덕분에 아직까지는 별로 덥지 않았다. 이제 여기서 북쪽으로 몇 km 남짓 더 가서 두타연 관광을 떠났다.
두타연~~!! 평화의 댐 근처에 이런 게 있다고 얘기는 어렴풋이 들어 왔지만, 민통선 안에 있다고 그래서 지금까지 범접하지 못했다. 지금은 1회당 최대 100명씩 하루에 3번만(아침 10, 오후 1, 오후 3) 군인들의 통제 하에서 입장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나야 제일 이른 아침 10시를 선택했다.
저기는 민통선 안이기 때문에 들어가려면 마치 국제선 비행기를 타는 것 같은 보안 검색을 거쳐야 했다. 차 뒷좌석과 트렁크를 군인에게 형식적으로나마 보여줘야 했을 정도이니..
그 뒤 수십 명의 인원이 자기 차를 몰고 일렬로 늘어서서 한꺼번에 입장하고 퇴장해야 했다.
그리고 민통선 입구(안내소)에서부터 두타연 바로 근처의 내부 주차장까지도 수 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그 찻길은 몽땅 비포장이더라. 한번 주행하고 나면 차가 흙먼지를 왕창 뒤집어쓰기 때문에 세차를 해 줘야 했다.
이런 불편한 절차를 감내하고 결국은 두타연 계곡을 보게 되었다. 강물이 한데 고였다가 흐르는 커다란 계곡? 물웅덩이 내지 폭포이던데..
주변 경치는 듣던 대로 정말 아름답고 한편으로 웅장했다. 하지만 힘들게 찾아갔는데 여기서 물놀이나 캠핑을 할 수 없고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어서 아쉬웠다.
관광의 자유도는 단체 패키지 관광보다 약간 나은 정도였다. 그냥 서너 팀 정도로만 갈라져서 군인이 지켜보는 상태로 1시간 남짓 머무르는 게 전부였다. 가이드만 따라다닐 수도 있고, 가이드의 페이스가 답답하면 몇몇 무리에 껴서 이탈할 수 있었다.
(원래는 이 정도까지 통제는 안 했댄다. 허나, 최근의 그 미군 월북 사건을 계기로 보안이 더 강화됐다고.. =_= 아놔 그거랑 이게 뭔 상관이여)
폭포 아래에서 한 컷.. 이런 몇몇 지점에서 계곡 물에 손발을 잠깐 담그는 것까지만 가능하다. 이런 곳에서 제대로 쉬지를 못하고 그냥 눈요기만 하고서 허겁지겁 돌아와야 하다니. ㅠㅠㅠ
모든 관광객들은 목걸이를 받는데, 거기에 GPS가 달려 있다고.. 돌발행동이 감지되면 군인들이 바로 출동한댄다.
두타연 소개는 이 정도까지 하련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는 민통선 이북 특유의 자연 경치 하나는 정말 죽여 준다.
그러나 나 정도로 안보 관광에 관심이 있거나 자연 계곡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런 보안 불편을 감수하고까지 꼭~~ 갈 만한 곳이라고는 말을 못 하겠다. 물놀이 텐트질을 할 거면 그냥 여기보다 더 서쪽의 천미 계곡을 한번 더 가는 게 나을 테니까.
여기는 특별한 곳에 한번 와서 이런 비경을 카메라에 담았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
두타연 입장 안내소로부터 1.5km 남짓 남쪽에는 다리 아래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여기는 두타연과 달리 입장에 아무 제약이 없다. 그러니 본인은 여기서 물놀이를 하면서 더위를 식혔다. 시원한 냇물에 온몸을 적시니 낮 기온 35도에 달하는 폭염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오전 시간을 이렇게 보냈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