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송지호, 명파 해수욕장
텐트 안에서 편안하게 잘 자고 일어났다.
여기도 전날 저녁에는 좀 더웠지만, 새벽이 되자 텐트 창문을 닫아도 될 정도로 시원해졌다. 여기는 저녁에는 뱅이골 공원보다 덜 더웠고, 그 대신 새벽에 시원한 것도 뱅이골 공원보다 덜했다. 온도 변화가 더 작은 것 같다.
아침 8시 무렵이 되자 어김없이 뙤약볕이 내리쬐면서 주변이 몹시 더워졌다. 이제 냇가에서 물놀이를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한 뒤, 텐트를 철거하고 고성으로 길을 떠났다. 차창 밖에는 꼬불꼬불 산길과 들판, 개천이 차례로 펼쳐졌다.
가장 먼저 고성의 남쪽으로 가서 지금까지 말로만 들었던 송지호 해수욕장에 들렀다. 시간은 아침 9시 무렵..
지금까지 계곡과 냇물에서만 물놀이를 하다가 넓은 동해 바다를 접하니 정말 감격스러웠다.
전날 바닷가에서 야영을 했는지 모래밭엔 텐트 몇 개가 이미 놓여 있었다.
이 해수욕장이 인기가 많은 이유를 금세 눈치 챌 수 있었다.
모래밭이 왕창 넓으며, 반대로 동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물이 잔잔하고 얕았다. 거의 100미터 이상 들어가야 내 가슴과 목까지 물이 차더라.
쉽게 말해 황해의 얕음에다 동해의 맑고 시원함이 결합한 듯.
약 1시간 동안 시원한 바닷물 속을 거닐면서 무더위를 완전히 날려 버렸다.
너무 시원해져서 “이거 뭐 하나도 안 더운데? 피서 괜히 온 거 아냐?” 이런 배부른 생각까지 하다가..
물놀이를 마친 뒤에 열받아서 뜨겁게 달궈져 있는 핸드폰을 만지면서 현타를 체험하는 거.. 이게 개인적으로 최고로 치는 피서 경험이다.
바다는 물의 행동 패턴이나 물놀이 하는 방법이 계곡· 냇물과는 완전히 다르다.
바다는 모래와 소금물 씻어내기라는 후처리가 필요해서 물놀이를 하는 게 다소 번거롭다. 그리고 물놀이를 하는 동안에는 그늘의 혜택을 전혀-_-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피부가 더 타기도 쉽다.
그래도 계곡하고는 비교할 수 없이 넓고, 물 속 바닥 지형이 더 부드러운 건 좋다.
저렇게 소지품의 맨 위에다가 호박 쿠션을 올려 놓으니 멀리서도 눈에 잘 띄고 좋았다~~~ ㅋㅋㅋㅋㅋ
해수면과 모래밭이 이렇게 높이 차이가 나는 건 황해는 절대 해당사항이 없지. 동해 맞다.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는 근처의 카페(샌드스케치)에서 오전 내내 쉬었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옷을 말리고 인터넷을 확인하고, 노트북과 폰과 배터리를 잔뜩 충전하면서 보급을 넉넉히 받았다. 어제 진부령 캠핑장에서는 꽤 오랫동안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배터리를 또 왕창 소모했었기 때문이다.
낮에는 국도 7을 타고 북쪽으로 한참을 달려서는.. 대한민국 최고위도 최북단에 있는 명파 해수욕장을 찾아갔다.
고성군은 서쪽이 몽땅 산이며 휴전선도 거의 수직으로 쫙 그어져 있다. 그래서 종축 간선 도로인 7번 국도의 좌우로 마을이나 해수욕장이 포도송이처럼 송송 매달려 있는 형태이다.
송지호에서 명파까지는 직선 거리로 25km가 넘었다. 도로는 쌩쌩 달리기 좋긴 하지만 조금 달릴 만하면 교차로 신호에 걸려서 서야 하는 게 애로사항이었다. 아무래도 고속도로가 아니니까.. =_=
송지호 해수욕장 주변은 제법 마을이 있고 으리으리한 호텔도 지어져 있었던 반면, 명파 주변은 자본주의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듯이 낙후한 시골 깡촌이었다. 7번 국도 구도로를 끼고 산길을 오르내리면서 접근하는 것도 훨씬 더 불편했다. 뭐, 여기는 통일 전망대 검문소가 지척에 있을 정도의 최북단 오지이니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다.
7년 전에도 여길 가 본 적이 있었는데 이 정도로 차이가 났었나? =_=;; 물론 그때는 해수욕장이 폐장 상태였기 때문에 명파는 해변에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명파는 모래밭과 해변의 크기도 송지호보다 더 작았다. 하지만 낮 시간이고, 또 전국 최북단이라는 인지도가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피서객이 많은 편이었다.
본인은 여기서도 30분이 넘게 2차 물놀이를 하면서 또 시원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해수욕장이 규모가 작으니 주차장에서 모래밭까지, 모래밭에서 바닷물까지 거리가 짧고 금방 갈 수 있었다. 이게 의외로 편하고 좋았다. ^^
현장에 있던 당시에는 명파나 송지호나 수질은 비슷하고 명파가 좀 더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 명파는 송지호보다 물이 덜 맑은 것처럼 찍혔다. 시간대와 광량, 카메라의 상태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진짜로 그런 수질 차이가 나는지는 잘 모르겠다.
명파에서 물놀이를 마친 뒤에는 고성군에서 중심부에 속하는 간성읍에 갔다. 여기서 개인적인 쇼핑과 잉여질을 하고, 낮잠도 한숨 자면서 이번 여행의 마지막 보급을 받았다.
읍내의 도로에는 의외로 "30분 이상 주차 시 단속"이라는 페널티가 걸려 있었다. 해수욕장 때문인지 양구· 인제보다는 주차 조건이 더 빡빡했다. 그래서 차를 오래 세우려면 골목 같은 더 구석을 찾아 들어가야 했다.
해가 진 뒤, 이번 여행의 종지부를 찍은 곳은 화진포였다. 여기도 7년 전에 들러 보긴 했지만, 그래도 경치가 워낙 좋은 곳이니 또 들를 가치가 있어 보였다.
캠핑도 여기 모래밭에서 했다. 이로써 강가 캠핑과 바닷가 캠핑을 모두 달성했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