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팔년도 시절 회상

1. 노래

옛날에 들었던 노래 중에 어린이와 어른이 같이 듀엣을 하면서 "뚜비뚜바~~ 쑥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죠" 이런 가사가 있는 게 있었다. (보통은 저 상황에서 쑥떡이 아니라 개떡이라고 말하지..?? ㅋㅋㅋㅋㅋㅋ)

아하.. 이 정도면 가사 검색만 해도 무슨 노래인지 당연히 바로 알 수 있다.
이걸 불렀던 가수(김 국환)가 더 옛날에 뭔 "접시를 깨자, 접시 깬다고 세상이 깨지나"...;; 도 불렀었구나..
같은 가수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아울러, "자 남편들도 빨래를 하자"는 저 노래의 2절 가사가 아니라..
유 인촌 나오는 옛날 대우 전자 세탁기 광고에 등장하는 패러디 가사였다. 저 노래를 개사해서.. 아놔 ㅍㅎㅎㅎㅎㅎㅎㅎ

이거 다음으로, "산다는 건 좋은 거지, 수지 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는 타타타(1991)라는 노래의 가사인데, 이것도 저 가수가 불렀다.;;

왕년에 "이것이 미국 영어다" 책을 썼던 재미 교포 작가 조 화유 씨가 이 가사를 아주 좋아했던 것 같다.
자기 책에서도 언급했고, 나중에는 Life is worth living. Isn't that a good deal? Naked you come, clothed you go. 라고 영작 관용구를 만들어 공개하기까지 했다.

타타타도 있고 차차차도 있구나.. 그것도 공교롭게도 1990~91인가 비슷한 시기에. ㄲㄲㄲㄲ "근심을 털어놓고 다 함께 차차차..." 는 설운도의 노래이다.
그리고 "아 여보게, 정신 차려 이 친구야"=_=라는 팩트폭격성 노래도 있었는데.. 이건 다른 가수의 작품이다.

"아빠와 뚜비뚜바"뿐만 아니라 피노키오, 아빠의 크레파스, 파란 나라, 아에이오우, 담다디, 어른들은 몰라요..;;
특이한 의성· 의태어라든가, 어른과 애가 같이 부르는 노래, 성인용 동요..
이런 것들을 보면 요즘은 찾기 힘든 쌍팔년도 감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시절이야.. 신토불이니, 민족주의, 순우리말 살려 쓰기 이런 성향도 더 강했다.
농산물이고 영화고 시장 개방했다가는 다 망할 것 같던 시절이었고 한국어는 수십 년 이내의 소멸 위기 언어이고, 한국은 물 부족 국가라고 여겨지던 시절이었으니까. -_-;;

대학교에 아직 한총련이란 게 있고 반외세 NL 데모 운동권이 있던 시절이기도 했다. -_-;;
오죽했으면 그때 아래아한글 1.5x에는 백 기완 지은 장산곶 매 이야기.. 이런 게 예제 문서로 실려 있었다~!
개발자들이 그런 거 영향을 많이 받고 감명깊었으니까 예제로도 실은 게 아니겠나..? 공 병우 박사한테서 세벌식 영향만 받은 게 아니었다.

그거 보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백 기완이라는 사람이 1992년 대선에도 출마했으니.. 개인적으로, 초딩 꼬마 시절에도 굉장히 충격적으로 느껴졌었다.

2. 과학 낭설들

(1) 바이오 리듬
신체 감성 지성이던가..?? 아날로그 시계 그리기와 더불어 삼각함수를 사용하는 굉장히 괜찮은 프로그래밍 주제였다. 지금이 태어난 지 총 며칠이 경과한지를 계산해야 하니 달력 같은 날짜 계산도 필요하고.. 한때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심심풀이 땅콩 액세서리 차원에서 제공해 주곤 했다. 계산기, 달력이나 테트리스/지뢰찾기 게임처럼 말이다.
지금이야 유행 지나고 약발이 다했으니 잊혀지고 사라졌을 뿐.. 이게 진짜 유의미하고 유용한 정보라면 스마트폰 앱으로도 당연히 인기폭발로 현역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2) MBTI
매사 즉흥적으로 사는가, 계획적으로 사는가.. 이런 거 답한 대로 당신은 문과 성향이다 이과 성향이다, 감성파다 이성파다, 권장되는 직업 업종은 무엇이라고 알려주는 건데.. 뭐가 그리도 대단하고 절대적인 건지 잘 모르겠다.
전 인구의 1%, 2~3%만이 이 성향이라는 말도 액면만치 대단한 얘기는 아닌 게.. 100%라는 비율을 전체 판정 개수인 16으로 균등하게 나누기만 해도 이미 6%대로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난 30년쯤 전에.. 완성형도 아닌 조합형 한글 코드 기반으로 텍스트 모드에서 동작하는 도스용 MBTI 판정 프로그램을 써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얘는 어째 2020년대 오늘날까지도 현역이네??? 구직 이력서에다가 자기 MBTI 판정을 쓰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이고.. 그동안 이쪽 알고리즘이 더 개선된 게 있는지 모르겠다. =_=;;

(3) 혀의 부위별 미각 영역 구분
수많은 아동용 과학 서적에서 다뤄졌던 내용이지만 이제는 폐기됐다. 이 학설을 최초로 발견하고 퍼뜨린 사람은 누구였을까..?
힘을 오래 썼을 때 발생하는 근육통의 원인도 굉장히 오랫동안 젖산이라고 알려졌다가 21세기가 돼서야 폐기..

(4) 혈액형별 성격 구분
뜨앗..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ㄲㄲㄲㄲㄲㄲㄲ

3. 화장실

우리나라는 쌍팔년도 시절에는 각종 사회 인프라가 열악하고 공중 도덕이나 국민 의식 수준도 정말 미개했다.
그 당시 TV 뉴스를 보면 '카메라 출동' 같은 시사 고발 코너가 있었는데, 이런 것만 쭉 보면 우리나라는 이거 뭐 꿈도 희망도 답도 없고 그냥 망할 것만 같았다.

사회 어디를 들춰도 법과 원칙이 안 통하고 편법과 부정부패가 넘쳐나고, '안 되는 건' 인맥과 연줄을 이용하거나 뇌물을 찔러 넣으면 얼마든지 되게 만들 수 있고.. 지방 양아치 조폭과 인신매매단이 횡행하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갖고 장난하는 색기들이 곳곳에 넘쳐나고 학교에는 촌지 안 바치면 애들한테 비열하게 해코지 하는 쓰레기 선생들이 우글거리고.. 시화호나 태화강은 다 오염돼서 시커멓게 썩어 가고..

참고로 이건 정치적으로 민주화됐는지, 일제 식민지 군사 문화를 청산했는지의 여부하고는 거의 무관한 관행이었다.
그러던 게 그로부터 수십 년 동안 정말 많이 시정되고 개선되었다. 우리나라는 그때에 비해서는 아주 살기 좋아졌다.

사회 인프라도 좋아지고, 전반적인 국민성과 준법의식, 국제 매너도 개선되었다. 중국을 보고는 쌍팔년도 시절의 우리나라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할 자격 정도는 갖춰졌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들을 이 글에서 일일이 다 나열할 수는 없으니 여기서는 공중 화장실 하나만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2000년대쯤부터는 우리나라도 전국 어디의 터미널, 철도역 등을 가도 화장실이 무료인 주제에 워낙 깨끗해서 외국인들이 감탄하고 칭찬할 정도이다. 하지만 이게 처음부터 그랬던 게 절대 아니었다.
쌍팔년도 시절엔 공중 화장실 대부분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악취 진동 쓰레기 천지에 엉망진창이고 화장지도 없고.. 정말 개판오분전이었다. 우리나라가 이런 적이 있었던 거 기억나시는가?

이런 시국에 칼을 빼든 사람은.. 바로 1995년부터 2002년 거의 월드컵 직전까지 수원 시장을 역임했던(22~23대) '심 재덕'이라는 분이었다.
이 사람은 아예 외국에서도 Mr. Toilet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그야말로 화장실 덕후였다. 자기 관할인 수원시는 말할 것도 없고 월드컵을 앞두고 서울 등 전국의 공중 변소들을 자기가 총대 메고 깨끗한 곳으로 환골탈태시켰다. 아예 한국/세계 화장실 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하긴, 구한말 때는 개화파 등 일부 선각자들이 한양 시내를 굴러다니는 똥들을 어서 치우고 상하수도 인프라를 시급히 구축해야 된다고 한탄했는데.. 거의 100년 뒤에는 저렇게 공중 위생 분야의 선각자가 나타난 셈이다.
그는 임종을 앞두고는 자기 땅의 자기 집을 허물고 거기에다가 변기 모양의 건물을 대신 올려서 '화장실 박물관..', 아니, 수원 화장실 문화 전시관을 만들었다.

이분은 화장실 말고도 재임 기간 동안에 수원 화성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적극적으로 등재시켰고, 삼성 후원빨을 얹어서 수원 월드컵 경기장도 건설했다.
서울 근처 광명에서는 '양 기대'라는 시장이 한때 광명 동굴을 개척하고 코스트코와 이케아를 광명에다 유치하는 큰일을 해냈는데.. 만만찮게 훌륭한 시장이 수원에도 있었던 셈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12 08:35 2023/12/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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