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호흡

척추동물 급 기준으로 육상 생물은 폐(허파)로 호흡하고, 수중 생물은 아가미로 호흡을 한다는 것이 통념이다. 양서류 같은 수륙양용 하이브리드 중에는 피부 호흡이 가능한 녀석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보조 수단일 뿐이다.

그래서 폐로 호흡하는 동물이 물에 통째로 처박히면 폐에 물이 들어가 버리고 곧 익사한다. 성경에서 노아의 홍수 때 "코로 숨쉬는 동물들이 몽땅 다 죽었다"(창 7:22)라는 진술이 있는데, 이게 바로 폐호흡을 말할 것이다.
반대로 아가미로 호흡하는 어류가 물 밖으로 나와 버리면.. 얘 역시 팔딱팔딱 몸부림 치다가 곧 죽는다(아가미가 말라 버리면 숨을 못 쉼). 이건 무슨 死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어떤 육상 동물은 폐 기반이고 물 속에서 호흡을 할 수 없지만 숨 참기의 달인이다. 가령, 하마만 해도 거구를 이끌고 물 속에서도 수십 분을 견딜 수 있다. 악어도 이에 준하는 스킬이 있기 때문에 물에서 그렇게 잘만 지낼 수 있다.

이 분야의 본좌는 고래일 것이다. 지느러미 달린 해양 생물인 주제에 호흡은 공기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니 이거 참 불안해서 어떻게 사나..?? 그러니 주기적으로 수면 위로 꼭 올라와서 산소를 충전한 뒤에 다시 바다로 내려간다.
육상 동물이 주기적으로 물 마시러 물가로 꼭 와야 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이다.

고래는 심지어 뇌 구조가 2교대 듀얼코어(...)여서 잠을 자는 중에도 양 뇌가 번갈아가며 불침번을 선다. 그래서 잠을 자면서도 필요하다면 산소 충전하러 수면으로 부상했다가 다시 잠수하는 게 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고래는 완전히 물 밖으로 나와서도 살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질식사를 하지는 않겠지만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탈 나고, 대형 고래는 너무 무거운 장기한테 짓눌려서 꼼짝달싹 못 하고 죽는다고 한다.
철도 차량이 레일 위에서는 자동차보다 훨씬 더 무거운 상태로도 잘만 달리지만, 레일을 벗어난 상태에서는 그 가냘픈 쇠 바퀴로 지표면을 한 발짝도 제대로 달릴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특성에다가 비유가 가능할 듯하다.

자, 이렇게 공기 폐호흡을 하면서 물에서 활동하는 동물은 저런 식으로 핸디캡을 극복하며 지낸다.
그런데 아가미 호흡을 하는 어류 중에는.. 좀 다른 방식으로 핸디캡을 지닌 녀석이 있다.

대표적으로 상어.. 얘들은 아가미의 근육이 미약해서 주변에 물이 끊임없이 흘러야만 호흡이 가능하댄다. 주변에 물이 흐르든지, 아니면 자기가 끊임없이 물을 헤쳐서 움직이든지.. 둘 중 하나는 갖춰져야 한다. 가만히 정지해 있으면 호흡을 할 수 없어서 익사(질식사)한다.
이는 마치 비행기가 주변 공기가 흘러야만 이륙할 수 있고, 자전거가 계속 달려야만 쓰러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상어뿐만 아니라 일명 참치라고 불리는 다랑어꽈 물고기들도 이런 제약이 존재한다고 한다. 자는 중에도 계속 이동해야 한다. 고래가 수면(?) 중에 수면(!!)으로 수직 이동을 한다면, 얘들은 수중에서 수평 이동을 해야겠다.

그래서 지느러미만 짤린 채 방생된 상어는 물 속에서도 데굴데굴 구르면서 악을 쓰다가 질식사한다고 한다. 상어는 참치와 달리 살은 그닥 맛있지 않은지.. 잡혀 죽어서 통째로 냉동되는 게 아니라, 샥스핀 재료만 채취된 뒤 그냥 버려지는가 보다. 이러니 샥스핀은 잔인한 음식이라고 동물 보호 운동 진영에서 비판한다.

2. 식용

(1) 고래는 과거 쌍팔년도 무렵엔 멸종 위기 운운하면서 국제적으로 포경 금지 협약이 맺어지기도 했다. 모든 종인지 일부 종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은 개체수가 많이 늘어서 위기를 좀 벗어났지 싶다. 그러고 보니 육상 대형 동물인 코끼리도 상아 때문에 많이 남획되고 멸종 위기였는데.. 바다 버전인 고래도 비슷한 수난을 겪은 것 같다.

고래 포획이 줄어든 것에는 고래기름 등 여러 부산물들이 다른 저렴한 화학 물질로 대체된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석탄· 석유가 삼림을 가장 크게 보호해 준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도 지금도 고래를 마음대로 잡아도 되는 건 여전히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의로 적극적으로 포획하지 않고 우연히 자연사· 사고사한 고래 사체를 발견한 것에 대해서만 임의 처분을 허용한다. 그 고래로 만든 고래고기는 자가처분을 해도 되고 심지어 가공 후 판매해도 된댄다.
멧돼지 같은 야생 동물을 포획한 건 자가처분만 되지 판매는 금지인데, 이와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 고래가 사냥된 건지 딴 데서 죽은 건지를 공무원이 판별하는 게 금방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 정상· 합법적으로 유통된 고래고기라면 근본적으로 신선한 형태는 존재 불가능이다.
고래고기라는 게 무슨 참치회 급으로 맛있는 고기도 아닌데, 상태마저도 신선하지도 않은 냉동 일색이라면.. 수요가 많아지고 시장이 커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냥 개고기와 비슷한 마이너 장르의 고기로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 그리고 다음으로 다랑어.
다랑어와 달리 '참치'는 남북 분단 이후, 1950년대 리 승만 시절에 남한에서만 따로 만들어진 용어이다.
그리고 회는 아니지만 국내에 참치 통조림이라는 것도 1980년대 이후 5공 시절이 돼서야 역사상 최초로 등장했다.
국내에서 자체 자본과 기술로 원양어업이란 걸 첫 시작한 게 1970년대이고, 동원 산업에서 국민 소득과 소비 수준을 감안했을 때 참치 통조림이라는 걸 개척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참치라 하면 여러 모로 근현대적인 뉘앙스가 풍긴다. ^^
마이카 승용차나 컬러 TV, 퍼스널 컴퓨터만큼이나 참치 통조림이라는 건 박통 시절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전대갈 시절에야 등장했다. 하물며 통조림보다 훨씬 더 고급인 회는..??

보통 생선회라고 하면 광어나 우럭, 방어 같은 걸 떠올리는데.. 참치회는 씹는 느낌과 맛이 다르고 장르가 약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전자가 병원의 다른 평범한 진료과라면, 후자는 치과.. 처럼 뭔가 독보적인 존재감이 느껴진다. =_=;;

참치는 저런 광어· 우럭과 달리 몸체가 크고, 아주 먼 곳에서 잡아 오며 양식이 안 된다. -50도급에서 꽁꽁 얼어붙은 참치를 수송하고 절단하는 건 완전 극한직업이라고 소개됐었다. 이건 돌덩어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신체에 잘못 맞으면 인대나 뼈가 바로 나간댄다.;;

일본은 국제법까지 어겨 가며 고래를 세계 곳곳에서 그리도 많이 잡는 나라로 욕 먹어 왔는데 고래뿐만 아니라 참치에도 환장하는 걸로 유명하다.
오죽했으면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에서도 "이모코는 스나(마구로가 아니고?)를 좋아해, 베게의 속에는 참치로 입빠이"이런 대사가 있었다. ㄲㄲㄲㄲㄲㄲ

내가 일본 TV 방송을 즐겨 보지는 않지만, 뭐 하나 우연히 채널 돌릴 때마다 꼭~~ 낚싯대 하나 들고 마구로 잡으러 망망대해로 떠난 노인 다큐가 방영되는 편이었다. "노인과 바다" 소설이 어째 일본에서 출간되지 않았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참치횟집에서 주기적으로 참치 해체 쑈를 하는 건 당연히 꽁꽁 얼려서 장거리를 수송해 온 참치를 해동해서 분해하는 것이다. 잡는 곳의 특성상 참치는 활어회라는 게 사실상 존재 불가능한데..
일본에서는 일부 갑부 동호인을 중심으로 참치 활어회를 찾아 먹는 모임이 있다고 한다. 망망대해에서 어느 어선이 참치를 잡았다고 위성 전화로 연락을 날리면.. 회원들이 헬기를 타고 그리로 날아가서 그놈을 회 쳐 먹는다고.. 당연히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이 깨지기 때문에 재드래곤이나 건물주, 톱스타 배우 급의 VIP들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다.

(3) 고래건 참치건, 그 먼 거리를 거쳐 수송된 생선이 이렇게 저렴할 수 있다니, 이건 첨단 교통수단과 냉동 시설이 인류에게 내려준 큰 복임이 틀림없다.
그나저나, 이런 고래나 참치와는 달리 상어 요리는 일본보다는 중국의 괴식 별미 요리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그래서 북괴 김 정일도 평범한 참치회 부류가 아니라 샥스핀을 먹고 싶다고 난리를 쳤지 않았나 싶다. ㄲㄲㄲㄲㄲ

원양어선으로 저런 비싸고 맛난 생선만 들여오는 건 아니다. 싸구려 햄을 만들 때 저질 잡육이 쓰이는 것과 비슷하게, 어묵을 만들 때는.. 외국 현지에서는 먹지도 않는 별 맛 없는 듣보잡 생선을 정말 덤핑 처분 급의 싼 가격으로 왕창 많이 실어 와서 투입한다. 이러니 어묵이 값이 왕창 저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회덮밥 재료로 쓰이는 횟감도 저렴하고 급 낮은 건 무슨 듣보잡 냉동 상어고기라고 들은 것 같다.
고등어 회는 무슨 돼지고기 육회와 비슷한 취급인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23/12/14 19:35 2023/12/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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