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대해서

1. 현재의 사회 풍경에서 인상적인 것

-- 체제가 안정적이다. 1947년 이래로 헌법이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으며, 공포되고 시행된 날이 둘 모두 공휴일인 게 대단하다. 그 전쟁 와중에도 화폐개혁이 20세기 이래로 없었던 거, 춘분과 추분이 공휴일인 것 역시 인상적이다.

-- 전철역 승강장에 스크린도어가 별로 없다.
-- 버스를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로 뒤에서 타서 앞에서 내리기도 한다. 요금이 후불인데, 승무원이 앞문 쪽에 있기 때문이다.
-- 별의별 물건을 파는 자판기가 많고, 편의점 잡화점도 아주 발달해 있다.
-- 물건에 가격은 언제나 2개가 표시되어 있다. (면세 할인 적용 여부)

-- 우리나라보다는 현금 사용이 여전히 더 활발하다. 하긴, 현금에 대한 가중치가 일본 > 한국 > 중국의 순인 듯하다. 중국은 위조지폐 문제도 있고 해서 한국보다도 더 현금 퇴출에 진심이라는데.. 거지가 동냥을 해도 계좌 QR코드를 목에 걸어 놓고 할 정도랜다.;;;
-- 학교에 수영장이 있고, 초딩들은 꼭 동그랗고 노란 모자를 쓰고 다닌다. 이것도 국가 차원에서 지급되는 학용품인지?

2. 문자

-- 한국과 중국에서는 진작에 사라지고 없는 세로쓰기가 일본에서는 여전히 현역이고 활발히 쓰인다.
-- 둥근고딕(굴림/디나루 세나루)에 정말 진심이다. 똑같은 한자라도 이 폰트로 쓰인 것만 봐도 바로 일본이 떠오를 정도이다.
하지만 이 폰트는 종전 후에 개발되고 보급됐다는 게 매우 놀랍다. 즉, 일제 시대까지만 해도 지금 우리가 아는 둥근고딕 일본어 문구 같은 건 없었다. 아니, 그때는 지금 같은 신자체 한자가 없었고 히라가나 위주의 정서법조차 없었으니 그때와 지금은 문자의 이질감이 매우 심하다.

-- 히라가나가 문자 차원에서 획이 붓글씨 계열 디자인이어서 그런지.. 일본에서는 한자가 궁서 붓글씨 폰트로 쓰인 건 보기 힘들다. 한자 궁서체는 중국에서 활발히 쓰인다.

3. 언어

-- 독일어는 Gift가 독 poison이라는 뜻이고 hell이 ‘밝은’이라는 뜻이라는데... 일본어는 hi가 잘 알다시피 '옙~ 넷!' 이런 뜻이다. 하이~!! 그래서 쟤들은 간단한 영어 인사도 hi 대신 hello를 더 선호한다고 한다. (전화 받을 때는 영어로 hello이지만 일본어는 '무시무시'~)
영화 킬 빌에서 일본 여고생 킬러인 ‘고고 유바리’가 주인공에게 의외로 “hi~~” 이렇게 인사하던 게 인상적이었다. ㄲㄲㄲㄲ

-- 일본어 소리를 한글로 표기할 때는 도요타/토요타, 가타카나처럼 유음· 탁음이 늘 헷갈리고 tsu 소리는 츠/쓰가 하나로 통일되지 않고 늘 난립하는 것 같다.
す는 일본 현지인도 모음을 길게 발음해서 '스~' 이러거나, 아니면 진짜 영어 S처럼 들릴락말락 짤막하게 '스'로 발음하거나.. 둘 다 케바케인 듯하다.

-- 영어에서 스펠링 gh의 발음이 제멋대로라면, 일본어에서는 날 생 生의 발음이 그렇게도 제멋대로 제각각이라고 그런다.;; 한국어에서는 ㅢ가 발음이 굉장히 제멋대로 불안정한 모음으로 전락하긴 했다만, 그래도 쟤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 않을까.

-- 지브리(Gibli), 휴렛(Hewlett) 패커드, 모토로라(Motorola) 같은 예를 생각해 보면, 우리는 외국 고유명사에서 L 소리를 덜 반영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일본어의 영향인 걸까..??
뭐, '겨우내(겨울)'. '홍도야 우지 마라' 처럼 우리말에도 자체적인 ㄹ 음운 생략이 있긴 하지만 저건 좀 다른 경우인 것 같다.

4. 건축과 인테리어 스타일

-- 일본은 옛날 목조건물들도 우리나라의 옛날 건물보다 층수가 더 많고 더 "높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목조건물들은 기둥이 적갈색· 황갈색 계통인 반면, 일본 건물의 기둥은 그냥 검다. 다 똑같은 기와 지붕 목조건물 같아도 세부 디테일은 이렇게 미묘한 차이가 있다.
-- 조선은 온돌바닥에 진심이었던 반면, 일본은 중앙 난로를 애용했댄다.

5. 옛날에 한미일의 기술 격차: 교통

-- 1960년대에 한국 경인/경부 고속도로, 일본 신칸센(세계 최초 고속철), 미국 아폴로 우주선(인간을 달나라로....)
미국이야 1920년대부터 뉴욕에서 자동차 교통체증이라는 걸 겪었던 나라이며, 1940년대의 LA 길거리가 대한민국의 한 1970년대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그 반면, 한반도는 1940년대까지 광화문과 조선총독부 바로 앞에도 아스팔트 포장이나 중앙선, 횡단보도, 신호등 같은 게 없었다.

-- 일본 신칸센은 차량과 선로 모두 100% 자체 기술과 자본만으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생각할 점.. 저게 갑자기 툭 튀어나온 건 아니고, 1950년대에 이미 협궤에서 열차 주행 속도 150~160을 찍었었다.

-- 또한, 신칸센뿐만 아니라 세이칸 터널도 엄청난 근성의 산물이다. 그때 신칸센 규격으로 터널을 미리 만들어 놔서 250에 달하는 속도로 주행 가능하게 해놨다.
한국은 강 아래로 지하철 터널 뚫을 기술도 없었고 북괴는 두만강 평양 지하철 실패했던 시절이다.

6. 옛날에 한미일의 기술 격차: 애니메이션

-- 1980년대 말에 한국 머털도사, 일본 토토로(..!!!!), 미국 인어공주(ㄷㄷㄷㄷㄷㄷ)
미국이야 1940년대에 이미 DC 코믹스 배트맨, 슈퍼맨, 미키마우스가 있었던 나라이다;;
일본은 군국주의에 쩔어 있다가 패전 후에 글자부터 히라가나에 동글동글 굴림체로 갈아타면서 정신을 개조하더니.. 아톰이니 에디트맨부터 시작해서 어쩌다가 약 빤 만화영화 강국이 됐는지 정말 신기한 노릇이다.

-- 하긴, 옛날에 한국에서는 그냥 불량만화 추방 운동을 했지만, 일본은 과학 교양 학습만화를 잔뜩 만들었다. 이게 양국의 문화 풍토와 정서의 차이를 만들어 냈다.
물론 2000년대 이후부터는 한국도 그때에 비해서는 강대국들을 정말 많이 잘 따라잡았다.
오히려 저 나라 사람들이 "이러다가는 우리가 코리아한테 따라잡힌다" 살짝 걱정도 할 지경이 됐다.

7. 역사: 교통 인프라

-- 일본은 19세기 말에 근대화 산업화 잘 하긴 했지만, 서유럽이나 미국과는 달리 자동차나 도로 인프라는 미흡했다. 땅이 길쭉해서 그런지 작정하고 철도에만 완전 올인했다.
일본 도쿄에서는 1920년대에 이미 증기 기관차가 대도시에서 고가 철교 위를 달렸고 20년대 말에 지하철까지 개통됐다. 하지만 미국의 스테이트 하이웨이, 독일의 아우토반 같은 건 없었다. 길거리에는 노면전차와 인력거만이 달릴 뿐이었고 자동차는 그 국력과 경제력 대비 극히 드물었다.

-- 현재까지도 일본은 국력과 경제력 대비 서민들 자동차는 너무 작다.;; 뭐, 경제 선진국이니 아예 이륜차 삼륜차 툭툭이가 주류는 아닌 거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척하긴 했지만 그 뒤로 배터리 전기차에서 특별히 일본차가 막 부각되는 것 같지는 않다.

8. 타 국가와의 근현대사 비교

-- 1860년대에 미국에서는 남북전쟁이라는 내전이 벌어졌고, 일본에서는 보신전쟁이라는 내전이 벌어졌다.
미국 껀 체제는 유지하면서 다른 이슈를 갖고 싸운 내전인 반면, 일본 껀 체제 교체 혁명형 내전에 더 가까웠다.
비슷한 시기에 조선은 병인양요니, 제너럴 셔먼 사건 같은 걸 겪었다.

-- 소련군에서 여군 저격수가 독특한 병과였다면, 일본군은 병 계급의 파일럿이 그런 독특한 병과였던 듯하다.
그리고 나치 독일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비행선과 땅끄를 만들었다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전함을 만들었다.

-- 일본은 1차 세계대전 때 마이너한 연합국 승전국이었다가, 2차 때 추축국 패전국이 됐다.
--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은 소련과 불가침 조약을 맺었지만 나중엔 그걸 어기고 소련을 침략했다.
소련은 일본과 불가침 조약을 맺었지만 나중엔 그걸 어기고 일본에 쳐들어가서 패망 직전의 일본을 확인사살했다.

-- 아주 특수한 연구 개발 분야에서는 납 성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옛날 공기를 어디 남북극 빙하에서 찾아서 쓴다고 한다.
그것처럼 인류가 핵실험을 하기 전, 방사선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은 옛날 철을.. 태평양 전쟁 때 격침되어 바닷물에 가라앉아 있는 일본 전함으로부터 구해다 쓴다고도 한다.

9. 역사에서 명과 암

-- 19세기 말이 조선은 다 망해가던 암울한 시절이었지만 일본은 그야말로 희망이 넘치던 시기였다. 서양 열강과 맺었던 불평등 조약을 도로 개정하고, 자기들도 말석이나마 열강으로 인정받고 영국과 동맹 맺고.. 청일 러일 전쟁에서 이겼을 때 얼마나 도파민 뿜뿜했겠나?
왜군 사무라이가 갑자기 검은 군복 일본군으로 바뀌었고, 검은 군복이 또 카키색으로 바뀌었을 때가 일본의 역사에서 무척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 다만.. 일본은 그렇게 과학기술과 군사만 애매하게 근대화됐지 사회 분위기나 국민 의식수준, 민주화 척도 같은 건 전혀 서구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 상태로 폭주했더니 2차 대전 태평양 전쟁 때는 인외마경 급의 광기와 악행이 벌어졌다.

-- "일본 쇼와 천황에게 태평양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이 있는가?"
이 케케묵은 질문은 성경으로 치면 "본디오 빌라도에게 예수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는가..?"와 아주 비슷한 유형인 것 같다. (책임이 없을 리가..)

-- 우리나라는 '통일 지향'을 명시하는 문구를 헌법에서 삭제할지, 군대를 모병제로 바꾸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일본은 설마 평화 헌법을 개정해서 자위대를 일본군으로 정식 승격시킬지 모르겠다.

10. 나머지 타 국가와의 비교

-- 일본은 55년 동안 자민당 장기집권기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장기간 휴전 중(사실상 종전)이고, 20년 넘게 군인 출신 대통령 집권기가 있었다. 대만은 1949년부터 1987년까지 38년 동안이나 계엄 상태였다고 한다;;
-- 1991년에 한국은 범죄와의 전쟁이 있었고, 일본은 야쿠자 특별법이 제정됐었다.

-- 한국이 전세가 발달했다면.. 일본은 사철이 발달한 것 같다. 미국은 치안이 private해졌고 일본은 철도 인프라가 많이 private해졌다.
-- 미국은 의료비가 너무 비싸서 회사 지원이 없으면 병원 한번 못 갈 거라는데.. 일본은 교통비가 너무 비싸서 회사 지원이 없으면 매일 신칸센 타고 도쿄로 출퇴근 엄두를 못 낼 거라고 그런다.

-- 한국 학교에서는 급식을 몽땅 무료로 하고 있다. 일본 학교에는 수영장이 보급돼 있다.
-- 일본은 컵라면의 원조이다. 한국은 커피믹스의 원조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6/10/23 08:35 2026/10/2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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