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유사한 체격의 타 포유류와 비교했을 때, (1) 완전한 이족 직립보행을 해서 손을 온전히 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타조는 이족보행이지만 직립은 아님) 그리고 다른 동물보다 (2) 머리가 무척 크다.
4족 동물들보다 달리기 성능이 약간 부족하지만.. 그래도 (3) 땀을 많이 흘리는 걸로 체온 조절이 되고 지구력이 매우 뛰어나다.

그런데 생리학적, 혹은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저런 특징을 얻기 위해 다른 댓가를 치른 게 있다고 여겨진다.
이족보행 활동을 위해서는 골반(엉덩뼈)이 좁은 게 유리한 반면.. 머리가 큰(= 단면적이 넓은) 아이를 원만히 출산하기 위해서는 골반이 큰 게 좋다.

이런 상충되는 조건으로 인해, 인간은 타 포유류보다 출산이 꽤 복잡하고 힘들어졌다고 한다. 인간 아기는 동물 새끼처럼 쉽게 나오지를 못하고 낑낑대며, 산모는 산모대로 타 동물보다 더 큰 산통에 시달린다.
성경에서는 창 3:16에서 산통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은 걸로 유명하다만.. 그와 별개로 일단 보이는 현상만 관찰하자면 저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태어난 직후의 상태가 다른 어느 동물보다도 더 미숙하고 연약하다. 그 어느 동물보다도 엄마 품에 더 오래 있어야 한다.
망아지나 송아지는 생후 겨우 몇 시간 만에 스스로 벌떡 일어서고 걷기까지 하지만.. 그건 인간 신생아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4족보다 더 어려운 2족임을 감안하더라도 거의 무려 1년 가까이 더 자라야 걷지 않는가? 그렇다고 말이나 소가 사람보다 반 년 이상 압도적으로 오래 임신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난 이걸 보고 인간은 '부팅이 오래 걸리는 범용 컴퓨터'(스마트폰)와 비슷하고, 동물은 '켜자마자 바로 동작하고 MCU 정도나 탑재돼 있는 고정형 전자기기'(디카, 옛날 계산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전자는 켜진 뒤에도 소프트웨어적으로 뭘 초기화하고 로딩하는 게 오래 걸린다. 그러나 프로그래밍을 통해 온갖 앱들을 돌릴 수 있으며 확장성과 범용성이 넘사벽이다. 그런 것처럼 인간도 후천적으로 더 자라고 배우고 학습해야 할 게 왕창 많지만, 그 과정이 끝난 뒤에는 그야말로 짐승과 차원이 다른 존재가 되니까 말이다.

사실, 인간이 저렇게 연약하고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는 것도.. 대가리가 워낙 커서 이 상태로는 더는 엄마 자궁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쯤은 불가피하게 밖으로 내보내는 거라고.. 이 다음부터는 그냥 밖에서 더 자라라고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니, 인간의 임신 기간과 출산 시기는 머리 크기와 골반 크기와 생존 가능성 사이에서의 최적 타협점인 것 같다.

이쯤 되니 출산· 육아와 관련해서 다음 이야기들이 문득 떠오른다.

1.
외국의 무슨 사건 사고 범죄 일화 유튜브에서 언뜻 봤던 내용이다.
어떤 여자가 결혼하고 임신을 했는데..
그녀는 정신에 문제가 있었는지, 다른 환경적인 이유가 있었는지 어쨌든 배 속의 자기 애를 싫어하기 시작했다.
애를 낳고 싶어하지 않고, "이 상태로 애 낳았다가는 내 인생 꼬인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만 잔뜩 하고 지냈다. (다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낙태를 하지도 않은 듯)

그랬더니 배 속의 애까지도 엄마의 생각을 눈치챘는지.. 겁을 잔뜩 먹고 활동이 위축됐다고 한다.
자궁 안에서도 구석에 완전 쪼그리고 꼼짝달싹 안 하고 있어서
엄마가 임신 몇 개월, 중후반 됐는데도 배가 부르질 않았다. 밖에서 보면 이 사람이 임신한 줄도 모를 정도로 말이다.

그 뒤로 저 아기가 정상적으로 나왔는지, 산모와 애가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다른 배경은 다 까먹었는데, 어쨌든 애엄마가 임신을 했는데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는 것만 기억에 남아 있어서 말이다.

사람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밥 잘 안 넘어가고 잠 제대로 못 자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여성의 경우 생리가 중단될 수 있고 임신 상태까지 저렇게 응당 영향을 받는가 보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니 모든 부위들이 저렇게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 같다.

2.
이건 정말 출처가 있는지, 검증 가능한 얘기인지 모르겠다만..
먼 옛날 고대에 어디 어느 나라 군주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막장 실험을 기획했다고 한다.
전국에서 버려진 갓난아기들을 한데 모았다. 그래서 애가 울면 사람을 동원해서 젖과 물 주고 씻어 주고 분변을 치우는 등 물리적으로 생물학적으로 필요한 조치는 다 최고 수준으로 하되, 엄마로서의 정서 교감이나 애정 표현, 우쮸쮸 등은 안 해 봤다. 특히, 아기에게 말을 절대 걸지 않았다.

이러면 유모 역할을 수행했을 여인들 중엔 애가 불쌍하다고, 실험이 너무 잔인하다고 반발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실험이 의도대로 진행됐다. 그랬더니..

실험 대상 아기들은 몇 달 못 가 원인 모를 병을 시름시름 앓다가 모두 다 죽어 버렸다고 한다.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이다만 실험을 실제로 해 보면 진짜 저렇게 될 것 같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 식물이 말귀 알아듣는다 이런 얘기보다는 더 설득력이...)

인간은 3~4살쯤 말을 하게 되면 그 이전의 기억은 다 잊어버린다고 한다. 이 정도면 언어 구사 능력과 이전 기억을 등가교환이라도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하긴, 언어라는 건 생각과 기억을 하는 방식에 적극 개입하는 일종의 파일시스템 같은 존재인데, 뇌의 기억장소 셀이라는 디스크를 자기 방식으로 포맷을 해 버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까맣게 어린 영유아 시절에 애를 아무렇게나 키워도 되는 게 절대 아니라는 게 참 절묘하다.
그때 학대 당하고 욕구불만이나 치명적인 위험을 겪고 자지러지게 우는 게 지속됐다면, 그게 나중에 다른 어떤 형태로든 트라우마나 장애(발육, 정서 등..)로 아이에게 반영구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상이다. 육아는 패턴이 뻔한 단순노동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I나 로봇이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 힘든 식물 농사는 자동화해도, 엄마의 애정은 기계로 전할 수 없을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6/07/14 08:35 2026/07/1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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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이야 x86이라는 컴퓨터 아키텍처가 세계를 완전히 평정해 버려서 PC부터 슈퍼컴까지.. 그야말로 모바일만 빼면 다 쓰이는 것 같다. 그리고 인텔은 그 x86이란 걸 최초로 개발한 본가로 너무나 유명하다.

x86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하위 호환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아주 점진적으로 진화해 온 아키텍처이다.
1970년대에 8086과 8088이라는 16비트 CPU에서 시작됐는데, 심지어 더 옛날에 8비트 시절의 8080도 x86의 전신 조상이라고 볼 수 있다. 8008이나 4004까지 가면 너무 멀어지는 것 같지만...;;;

이 x86은 1980년대 중반 80386 버전에서 32비트로 확장됐고, 그로부터 20여 년 뒤엔 64비트로도 확장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다만, x86-64는 인텔이 아니라 AMD에서 처음으로 내놓았다는 것이 특이점이다.
이런 주류 라인인 x86 말고 인텔에서 만든 CPU라니, 뭔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 중에서 Windows, Office, Visual Studio가 아닌 계열을 탐방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이런 것들이 있었다. 다들 32비트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1. iAPX 432 (1981)

인텔에서 개발한 최초의 32비트 CPU는 80386이 아니라 바로 이놈이었다.
16비트 x86이 최대한 저가 보급형에 현실 타협 컨셉으로 개발됐으니, 그 다음 32비트 CPU는 큰 포부를 갖고 실험적인 기능을 몽땅 때려박아 보자~~ 이런 목표를 갖고 개발됐던 것 같다.

x86만 해도 명령어가 아주 촘촘하고 내부 구조가 복잡한 CISC 방식이었는데, 얘는 그 이념이 더욱 극대화됐다. 운영체제나 특정 객체지향 언어 vm에서 소프트웨어적으로 담당할 일을 CPU가 회로 차원에서, 길다란 인스트럭션 하나 직통으로 최대한 지원하는 것을 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그 시절에 특수 분야에서 현역으로 쓰이고 있던 Ada 언어와 아주 찰떡궁합을 이루려 했다. 오오~ 그러면 이 CPU를 타겟으로 하는 Ada 컴파일러는 intrinsic 명령이나 구문이 많이 제공됐겠다.

글쎄, 객체지향 언어라면 RTTI 기능이나 가상 함수/메시지 테이블을 뒤지는 기능이 CPU빨로 직통 지원된다면 그건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그 시절 기술로 CPU 안에 지나치게 많은 기능을 집어넣는 건 부작용을 야기했다.
CPU 내부가 너무 복잡해졌고 제품의 생산 비용도 치솟았다. 그런 주제에 얘는 동시대의 "16비트" 프로세서인 80286보다도 속도가 훨씬 느려졌다.

그나마 이 CPU의 장점을 살릴 수 있게 코드를 잘 생성하는 컴파일러를 개발하는 것도 영 지지부진했다. 단점은 한 트럭인데 장점도 애매하고.. 총체적인 난국이었으며 결국 이 아키텍처는 실패로 끝났다.

이런 홍역을 치렀으니, 인텔에서 1985년 말에 80386은 기존 8086의 구조를 최대한 유지하고 호환성도 살리면서, 정말 바꿔야 하는 부분만 16비트에서 32비트로 확장하는 컨셉으로 만들어졌다.
32에서 64비트로 넘어갈 때 Itanium은 망하고(너무 파격적) AMD64가 살아남았었다(좀 보수적). 그런데 이와 같은 유형의 삽질이.. 옛날에 32비트로 넘어갈 때도 인텔 내부에서 이미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2. i960 (1988)

iAPX 432의 실패 이후에 인텔에서 오랜만에 새로 만든 비x86 CPU는 바로 얘였다. 정확히는.. 처음엔 지멘스와 공동 개발을 시작했지만 지멘스 쪽이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중도 이탈하면서 최종 결과물이 인텔 것이 되었다.

i960은 CISC가 아닌 RISC 방식으로 설계됐으며, 애초에 범용 컴퓨터가 아니라 산업용 임베디드 MCU 용도로 만들어졌다. 에, 그러니까 절대적인 성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특정 분야 연산만 겁나 잘한다거나, 열악한 환경에서도 퍼지지 않고 끈질기게 잘 돌아가는 것 말이다.
얘는 처음에 군용으로 납품되었으며 초창기 F-22 전투기의 내부에도 들어갔다고 한다. 미군 전투기..?? 거기야말로 오랫동안 Ada 언어를 사용했던 곳이 아닌가? 반면교사 선배격인 iAPX 432가 관심을 가졌던 그 언어 말이다.

i960은 인텔이 만들었던 비x86 CPU 중에서는 가장 성공했다. 범용 컴퓨터가 아닌 덕분에 특정 분야에서 고정된 고인물 수요가 보장되어서 수십 년 동안 생산되고 쓰였다.
얘는 일본 SEGA에서 개발한 버추어 파이터 2의 플랫폼인 MODEL2 기판에 채택되어 쓰이기도 했다.

"게임 크리에이터 열전"이라는 20년 전의 일본 만화에서 '스즈키 유 - 버추어 파이터' 편을 보면, 그 시절 기계로 현란한 3D 그래픽 애니메이션을 구현하기 위해 전투기에 들어가는 CPU까지 구해서 기판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1편 때는 조종사 훈련용 전투기 시뮬레이터에 들어가는 CPU와 GPU를 도입했었다. (MODEL1, NEC V60) 그러다가 MODEL2는 전투기 실물에 들어가는 인텔 i960 CPU가 쓰인 것이다. 그런 차이가 있다~!

3. i860 (1989)

얘는 960과 동시기에 같은 회사의 다른 팀에서 나란히 개발되고 있던 또 다른 32비트 CPU였다. 960보다 숫자가 작지만 960보다 나중에 출시됐다.
얘는 산술· 과학 계산을 빡세게 하는 워크스테이션이나 슈퍼컴을 겨냥하여 FPU를 64비트 스케일로 내장했다. 그리고 명령의 병렬 수행을 여러 모로 의식해서 명령 체계를 RISC를 넘어 VLIW 형태로 설계했다. 사실상 32비트판 Itanium이고 Itanium의 정신적 선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i860은 컴파일러가 특정 분야의 프로그램 한정으로 이 CPU의 특성을 잘 살리는 방향으로 코드를 잘 번역하고 잘 생성해 줘야만 제 성능을 낼 수 있었으며..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다른 대부분의 상황에서 얘의 성능은 기존 CPU나 동급 경쟁사의 CPU보다 뛰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얘는 얼마 못 가고 실패했다.

인텔은 그래도 이 설계 이념을 버리지 못했다. x86이 당장 현실적으로 상업적으로는 잘나가고 있지만 얘는 레거시 때문에 구조적으로 너무 지저분하긴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중에 64비트로 갈아탈 때는 iAPX 432와 i860의 이념을 계승하면서 단점을 보완은 했다고 생각하면서 Itanium을 개발했다. 하지만 Itanium은 실패한 선배의 전철을 거의 그대로 밟으면서 역시 처절하게 실패했다.

그래도 인텔 i960과 i860의 개발진은 훗날 x86 동네에서 Pentium Pro CPU를 개발했다. 멀티미디어 지원에 필요한 병렬화 고속 연산 명령인 MMX를 만들어서 그 이념을 x86에다가 실현해 냈다.

사실은 마소의 Windows NT라는 것도 맨 처음, 최초로 타겟으로 설정한 아키텍처는 놀랍게도 이 i860이었다고 한다. 마소가 전통적으로 인텔 진영과 사이가 좋기도 했으니.. 하지만 본가이던 i860이 망조가 들고, NT는 처음부터 이식성도 있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곧 x86, MIPS 등의 아키텍처로 포팅된 것이다.

나중에 Windows 2000은 NT 버전 5.0 급이었는데, 얘도 64비트용은 Itanium이 정식 출시되기를 기다리면서 대부분의 기간을 DEC Alpha 환경 내지 Itanium 껍데기 시뮬레이터에서 개발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인텔 CPU가 통수를 치는 바람에 Win 2000은 사실상 x86 전용으로, WinNT의 역사상 지원 CPU가 가장 적은 버전으로 개발돼 버렸다.

글쎄, 인텔이 구닥다리 X86을 버리려고 1990년대부터 삽질했었다면, 마소는 NT 커널을 버리려고 2000년대 중후반부터 이것저것 실험하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시도 역시 전혀 성공하지 못했다.

  • 과거에 Windows 3.0은 real, standard, enhanced 이렇게 x86 하에서 실행 모드가 다양했다.
  • 그 반면, Windows NT 3~4는 x86, MIPS, PowerPC 등 지원하는 CPU가 다양했다.
  • Windows 2000은 x86 전용이 돼 버렸지만 그 32비트 한계 하에서 PAE나 /3GB 같은 옵션을 제공하면서 메모리를 최대한 많이 뽑아내려고 노력한 흔적이 들어갔다.
  • Windows의 역사상 Itanium을 제대로 지원했던 버전은 XP가 유일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6/07/10 08:35 2026/07/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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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2020년대 중반인데.. 우리나라 철도계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서울 지하철

(1) 코레일이나 서울 1기 지하철이 아니라 서울 2기 지하철, 즉 5~8호선에도 드디어 차량의 세대 교체가 시작됐다.
웨에에엥~ 우렁찬 구동음을 자랑하던 서울 지하철 7호선의 1차 도입분(GEC 알스톰 VVVF-GTO) 차량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더니 완전히 자취를 감춰 버렸다. 우와~!!

이건 완전 최근도 아니고 2023~2024년 사이에 이미 그렇게 됐다.
이 낡은 전동차는 2026년 현재 8호선에서만 볼 수 있으며, 얘들도 새 차량이 도입되는 대로 조만간 퇴역이 예정된 상태이다.

7호선은 서울 2기 지하철 중에서 노선이 가장 많이 연장되고 길어졌다 보니, 신형 차량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도입되곤 했다.
그 첫 시작은 15년쯤 전, 온수-부평구청 연장 구간의 개통에 맞춰 등장한 3차 도입분이었다. 음 성직 스타일의 인테리어가 도입돼서 큰 주목을 받았던 그 전동차 말이다.

현재는 7호선이 석남까지 서쪽으로 더 길어졌고, 초기 도입분이 퇴역도 했기 때문에 3차 이후로도 신차가 더 도입됐다.
출퇴근 시간대엔 7호선이 너무 혼잡해서 수요가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심지어 6호선 소속 차량이 한두 편성이던가 7호선으로 보직이동 투입되기도 했다.
그래서 아주 가끔씩은 7호선에서도 6호선 전동차 구동음을 내는 열차를 목격할 수 있다. 이게 마치 옛날에 6호선에 있었던 609 편성 같은 레어템이 됐다.

그 와중에 7호선은 몇 년 뒤엔 무려 청라까지 또 연장될 예정이다. 그때에 맞춰서 또 5차고 6차고 신형 차량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 다음으로.. 2기 지하철의 원조격인 5호선에서도 2020년대부터는 신형 차량이 출몰하기 시작했으며 그 빈도가 증가하는 중이다.
가끔은 외형은 기존 차량 그대로인데 인버터가 바뀌어서 5호선 특유의 '우우웅~' 소리가 안 나는 녀석도 눈에 띈다.
한편으로 왕십리-상일동 원년멤버 초창기 차량 중에 상태가 안 좋은 녀석은 이미 퇴역하고 폐차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3) 5~8호선 중에서는 아무래도 6호선이 변화가 제일 없었다.
6호선은 21세기 이래로 연장 내역부터가 오로지 ‘봉화산-신내’ 뿐이었으며, 차량도 2001년 개통 이래로 새로 들어오거나 퇴역한 게 전무하다! 25년째 신차 도입 없이 1차 도입분만 굴러다닌다는 뜻이다.
신내 역은 인근 주민들로부터 설치 요구조차도 없었으며, 전적으로 경춘선 때문에 떨이로 장암 역처럼 만들어진 환승역일 뿐이다.

(4) 뭐.. 서울 지하철의 선배격인 1기 지하철이야,
2호선에서 재래식 MELCO 초퍼 제어 전동차는 2020~2021년에 몽땅 사라져서 자취를 감췄다. 2010년 부근에 플랩식 구형 안내판이 완전히 사라졌다면, 그로부터 10년 뒤엔 초창기 전동차가 모두 퇴역했다.
그리고 3호선의 얼굴마담이던 GEC 초퍼 제어 전동차도 2022년에 모두 퇴역했다고 한다.

2. 공항철도

공항철도는 한때 엄청난 공기수송으로 악명을 떨쳤으나.. 서울 시내 구간이 개통하고 환승 할인도 적용되면서 지금은 정말 흥행하는 노선으로 바뀌었다. 이용객이 계속 증가한 덕분에 차량이 알음알음 추가 도입되었고 배차간격이 줄어들었다.

행선지도 말이다. 예전엔 검암 행과 공항 행이 거의 반반씩 번갈아가며 다녔지만 요즘은 공항까지 가는 차량이 훨씬 더 많아지고 검암에서 끊기는 차량은 드물어졌다. 예전엔 7호선도 온수 행과 석남/부평구청 행이 거의 반반이다가 요즘은 석남 행이 훨씬 더 많아진 것처럼 말이다.

공항철도는 이제 노선이 앞뒤로 더 연장될 여지는 없다. 하지만 차량 운행 방식이 두 가지로 기대되는 게 있다. (1) 시속 150 정도로 증속, 그리고 (2) 지하철 9호선과의 직결.
2025년에는 직통도 아닌 일반열차에.. 평범한 직사각형 깡통 모양이 아니라 앞뒤로 더 날렵하게 생긴 차량이 등장했다. 이것도 고속 주행을 염두에 둔 외형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항철도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하던 시절엔 지상의 경부-경의선과 잠시 직결운행을 한 적이 있었다. (인천 공항 착발 KTX)
하지만 공항철도가 설계 당시부터 진짜로 직결운행을 염두에 뒀던 노선은 그런 일반열차 계열이 아니라 서울 지하철 9호선이었다. 여의도 역은 5호선과의 환승을 염두에 두고 십자형으로 최적화되어 만들어졌는데, 김포공항 역은 평면환승을 넘어 직결운행까지 가능하게 해 놓은 것이다.

물론 인천공항부터 김포공항-신논현-올림픽공원을 한큐에 찍는 열차는 수인분당선 왕십리-수원-인천 전체 구간을 완주하는 근성열차처럼 1시간에 1, 2대꼴로 무척 드물게 운행되지 싶다. 서울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이후로 직류-교류 겸용 차량도 얼마 만에 다시 구경할지..?? 여러 모로 기대된다.

공항철도의 신규 도입 차량은 현대로템에서 제작하고 납품했다고 한다.
1990년대에는 철도 차량 제조사가 현대 중공업, 대우 중공업 그랬는데 그게 현대로템으로 합병됐고, 요즘은 우진산전이나 다원시스 같은 업체도 심심찮게 보인다.

다만, 다원시스는 차량 납품 계약을 맺어 놓고는 납기일을 안 지키고 약속을 죄다 펑크 내고 사고를 많이 쳤다. 이 때문에 코레일이나 서울 교통 공사에다 위약금도 물고 업계에서의 평판이 많이 깎였다. 왜 그렇게 부적절하게 처신했는지 모르겠다.

3. 디젤 동차의 퇴역, 전기 기관차의 쇠락

끝으로, 일반열차의 영역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소식은.. 디젤 동차의 전멸이다.
대통령 전용 열차로 알려진 경복호가 작년 말에 완전히 퇴역했다고 한다. 거의 25년 동안 운용됐던 것 같은데 쟤도 은퇴하는 날이 오는구나.
2013년 초에 새마을호 디젤 동차 DEC, 2015년 초에 무궁화호 NDC, 2023년 말에 CDC와 RDC, 그리고 2025년 말에 경복호.
이제 우리나라에서 디젤 동차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그래서 정말로 디젤 동차가 제일 필요할 법한 교외선에서도 기관차-객차 열차가 다니는 것이다.

뭐, 디젤 동차의 대척점에 있는 전기 기관차 쪽도 상황이 막 좋지는 않다.
8000호대 재래식 전기 기관차가 2020년대부터는 하나 둘 퇴역하더니 바로 2026년 6월부로 모든 차량이 차적이 말소됐다.
그리고 8100호대 전기 기관차도 진작부터 대기발령 상태였는데 이 시기에 같이 퇴역했다.
지난 2012년에 독특한 외형을 자랑하던 7000호대 기관차가 퇴역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전기 기관차는 8200호대와 8500호대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철도는 2010년대 이후부터 여객 수송의 중심축이 전동차로 급격히 바뀌었다. 2000년대 초의 신형 무궁화호 객차 이래로 기관차 피견인형 객차를 새로 뽑은 적이 없다. 거의 20년 동안 말이다. 그러니 기관차가 객차 여러 량을 견인하는 형태인 일반 여객열차는 갈수록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8500호대는 처음부터 화물 위주로 도입됐지만, 그 이전의 8200호대 전기 기관차들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서 남아돌 것 같다. 얘들은 내구연한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폐차나 중고품 수출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업계만 해도 처음에는 버스와 트럭의 구분이 아주 불분명했다. 같은 차량에다가 짐받이 대신에 객실을 얹으면 그대로 버스가 되는 식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대형 버스는 바닥의 높이가 낮아지고 엔진이 차량의 뒤쪽으로 가면서 트럭과는 굉장히 다른 형태로 바뀌었다.
그것처럼 철도 차량도 범용적인 기관차에다가 객차만 연결하면 여객, 화차를 연결하면 화물인 단순한 형태를 탈피하는 것 같다. 화물은 몰라도 여객은 여객에 더 특화된 전동차로 바뀌어 가니 말이다.

가령, 여객열차는 속도가 더 빨라야 하니 옛날 증기 기관차 시절에는 구동륜 바퀴를 더 큼직하게 만들곤 했다.. 여객용 전동차는 공기 저항을 의식해서 앞부분을 아주 날렵하게 만들곤 한다. 이런 설계는 화물용 기관차에는 고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6/07/06 08:35 2026/07/0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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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에 대해서

1. 자유형 집행할 돈과 공간이 없으면 딴 대안을 찾아야

요즘 우리나라는 교도소에서 죄수 수용할 공간이 없어서 난리이다. 한편으로 늘어나는 고령 노인 죄수들 때문에 교도소가 반쯤은 국립 무료 요양호텔로 전락해 있기도 하며, 또 더 잃을 게 없이 밥만 축내고 있는 사형수들은 제아무리 진상 부리고 깽판을 쳐도 교도관들이 어찌하질 못하는 등, 여러 문제가 많다.

사실, 징역/금고 같은 자유형 자체가 생각보다 최근에 등장한 현대적인 개념이다.
그 전, 전근대 시절의 감옥들은 판결이 날 때까지, 혹은 다른 진짜 형벌이 집행될 때까지만 죄수를 구금하는 '구치소'였을 뿐이다.
물론, 죄수를 가두고는 상부에서 죄수의 존재를 잊어버리는=_= 바람에 그 구금이 사실상 무기징역이 돼 버리는 경우도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오늘날의 무기징역 확정 판결과 같은 급이 전혀 아니었다.

일정 기간 구금하는 것 자체를 형벌로 간주하는 건 옛날 행정으로는 집행하기 쉽지 않았다. 그 긴 기간 동안 죄수를 먹이고 재우고 관리하는 비용도 몽땅 다 세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도소의 과포화 문제가 심각한 지경이고 대한민국의 사법/법무부의 역량으로 이걸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면??

답은 간단하다.
자유형 대신 사형, 신체형, 재산형, 명예형의 비중을 늘려서 교도소 공간을 확보하는 수밖에. 내 말 틀렸냐?
"신상 비공개로 징역 10년 살래? 아니면 '차카게 살겠습니다' 광화문에서 조리돌림 한번 하고, 이 얼굴과 연락처 다 까발리고 사회에서 평생 고개를 못 들고 사는 대신에 교도소에서는 1년만 살래?" 딜을 제안하든지..

어떤 경우든 집행유예 남발이나 심지어 '교도소에 에어컨' 같은 더 흉악하고 사악한 해결책을 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난 극심한 저출산과 고령화 때문에 그렇잖아도 나라에서 잘 살던 시절에 내놓았던 의료· 복지 정책을 도저히 시행하지 못하는 때가 수십 년 안으로 들이닥칠 거라고 생각한다.
국민연금 고갈은 말할 것도 없고,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도 대폭 축소되거나 폐지될 것이다.

정상적인 일반 시민들 부양할 돈도 없는 지경인데 하물며 죄수들..??? 쟤들 언제까지 공짜로 먹이고 재워 줄까? 이래도 인권충들이 이길까, 아니면 뒤늦게라도 정의의 편이 이길까..?
난 지금 같은 교도소와 형벌 제도도 과연 언제까지 버틸지 눈 부릅뜨고 지켜볼 생각이다.

영어로 life가 생물학적인 생명이라는 뜻도 있고, 인생.. 삶이라는 뜻도 있다. 그래서 성경에서 잠 4:23 issues of life (생명의 근원, 인생의 문제)이나 약 4:14의 life가 중의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형은 생명을 앗아가는 형벌이고, 종신형은 인생을 앗아가는 형벌이다. 단, life imprisonment는 종신형이니 life를 인생이라고 본 듯하다. 생명형을 가리키는 단어는 capital punishment라고 따로 있으니 말이다.

난 우리나라 특유의 "가해자 행세하는 피해자, 100을 피해 봤으면 이 기회에 500, 1000을 뜯어내서 신세 고치려는 짓거리" 정서를 매우 싫어한다고 예전에도 글을 썼었다.
그러나 살인에 사형을 요구하는 '생명에 생명'은 정말 정확하게 당한 만큼, 또는 오히려 그 이하를 요구하는 것일 뿐이다. 과잉보복이나 과잉보상이 절대로 추호도 아니다!

예수 믿는 사람이 늘어나면 무슨 어딜 가나 머리가 되고 1등하고 복 받고 잘살고... 아이고, 그러기 전에 먼저 사회가 건강해져야 할 것이다. 경찰· 검찰이나 법원이나 교도소나 보험사가 할 일이 줄어들고, 접촉사고 하나에 아이고 뒷목 잡는 나일롱 환자 짓거리가 근절되고.. 그러면 병원이나 소방서나 군대, 사회복지사 등이 할 일도 덩달아 줄어들 것이다.

그게 정상인데 교회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자기 신자 1명 늘리는 동안 시험 들고 실족한 사람 5명과 개독안티 10명을 추가하는 식으로 움직이니 빛과 소금은커녕 사회로부터 지탄 받는 것이다.

2. 찬송가 가사와의 접점

그러고 보니 찬송가 가사에서 형벌이 아주 분명하게 언급되는 예가 딱 두 가지가 떠오른다.

먼저, (1) "내 주는 강한 성이요"의 3절이던가 후반부. "친척과 재물과 명예와 생명을 다 빼앗긴대도 진리는 살아서 그 나라 영원하리라"가 있다.
Let goods and kindred go, this mortal life also; the body they may kill: God's truth abideth still; his kingdom is forever!

이건 대놓고 재산형, 명예형, 생명형에 너무 정확하게 대응하니... 앞서 형벌의 종류를 나열할 때 머리속에서 바로 떠올랐다.
저건 뒤집어 말하면 사람이 인생 살다가 박탈당할 수 있는 것,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을 분야별로 나열한 셈이다.

그리고 (2) "환난과 핍박 중에도 성도는 신앙 지켰네"의 2절 전반부를 보자. "옥중에 매인 성도이나, 양심은 자유 얻었네"
Our fathers, chained in prisons dark, Were still in heart and conscience free;
이건 신체형과 자유형을 가리킨다. 두 곡의 가사가 상호 보완적인 것 같다.

(1) 루터가 살던 1500년대 시절에는 현대적인 의미의 징역 자유형이라는 게 없었다. 그 시절에 사람이 종교 이단으로 몰려서 공권력에 의해 작살나는 방법은 전재산 몰수에 추방, 가족과 생이별, 목이 뎅겅 짤리거나 화형..이었다. 그 험악한 시대상이 가사에 간접적으로나마 담겼다.
그 반면 (2)는 1800년대 중반, 징역형이라는 게 서구권에서 도입된 뒤에 만들어졌다. 그래서 더 점잖게 옥에 갇혔다는 언급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에 본인이 다니는 교회에서 주제별 성경 공부 시간 때 '마귀론'을 다룬 적이 있었다. (신론, 기독론, 교회론 등에 이어)
그때 맨 첫 시간에도 본인은 준비찬송으로 "내 주는 강한 성이요"를 골랐었는데.. 이때는 끝부분이 아니라 앞부분의 가사 때문이었다.

“옛 원수 마귀는 이때도 힘을 써 ... 천하에 누가 당하랴 / 내 힘만 의지할 때는 패할 수밖에 없도다, 힘 있는 장수 나와서 날 대신하여 싸우네”
그야말로 마귀의 정체와 위력, 놈과 싸우는 방법 등.. 단순히 영적 전투를 넘어 마귀론에 관한 한 정말 최고의 찬송이었기 때문이다.

중간에는 "내 평생에 가는 길" (2절 “저 마귀는 우리를 삼키려고 입 벌리고 달려와도 주 예수는 우리의 대장 되니 끝내 싸워서 이기겠네 ... 내 영혼 평안해”)
"믿는 사람들은 주의 군사니" (장수, 대장 소개를 하고 나서 그 다음에 “앞서 가신 주를 따라갑시다 / 원수 마귀 모두 쫓겨가기는 예수 이름 듣고 겁이 남이라 / 마귀 권세 감히 해치 못함”) 이걸 하고,
마지막 시간에 피날레로 “마귀들과 싸울지라 죄악 벗은 형제여 (영광 영광 할렐루야)”를 골랐었다.

3. 군대의 전역일과 교도소의 석방일

군대는 룰루랄라 집에 가는 만기 전역 당일도 법적으로 군복무 기간에 포함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당사자는 집에 가는 동안에도 법적으로는 여전히 군인 신분이다. 정확히는 휴가 나온 군인 내지, "전역 귀가"라는 마지막 명령을 수행하는 군인과 비슷한 신분이 된다.

그 날이 지난 자정부터 진짜 진정한 민간인으로 전환된다. 전역 신고하고 군부대 정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바로 민간인이 되는 게 절대 아니다.
그러니 너무 감격스러워서 밖으로 나가자마자 안쪽으로 쌍욕을 퍼붓는다거나 도 넘는 경거망동 일탈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아직까지는 경찰이 아니라 헌병에게 잡혀가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말 원칙대로라면.. 혹은 전쟁· 사변 같은 급박한 상황이라면 그 날 일과까지 다 수행하고 나서 저녁에 귀가한다 해도 문제될 게 없다. 그건 너무한 조치이니 어지간해서는 당일 오전 중에 곧장 보내주는 것이다.

뭐, 진짜 급박한 상황이라면 전역이 통째로 연기돼서 그날 아예 집에 못 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군복무 기간이 통째로 연장될 수 있다.
지금 육군의 복무 기간인 1년 6개월은 진짜 법적인 기간이 아니라 "원래는 2년인데 그냥 편의상 6개월 깎아 주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병역법 제18조) 수틀리면 얼마든지 원래대로 되돌리고, 심지어 더 연장도 할 수 있다.

전역 당일 11시 59분 59초까지가 군인 신분인 것과 동급으로.. 입영 장정도 법적으로는, 원칙적으로는 보충대로 갓 입소하는 당일 0시 0분부터가 이미 군인 신분이다. 그것도 이병으로 말이다. 우리나라 군대에는 훈련병이라는 계급이 따로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간부는 양성 중에는 후보생이고 정식 임관을 한 뒤에야 군인인 반면, 병은 훈련소에 들어갔을 때부터 곧바로 정식 군인이다. 징병제인 데다 병은 훈련소에서 짤릴 위험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이런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소에 있을 때라도 극단적인 상황에서 전사· 순직이라도 하면 일병으로 추서된다.

요즘 우리나라는 군복무 기간 대비 병은 계급이 너무 많고 부사관은 계급이 너무 적은 편이다.
이등병을 그냥 훈련병으로 그대로 치환해 버리고, 훈련소를 수료하면 바로 일병부터 시작.. 이렇게 계급을 단순화시키는 게 가장 이질감 없고 현실적이지 않겠나 싶다.

갑자기 군대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이런 군대와 달리 교도소는 만기 출소일 0시 자정이 형기가 완전히 끝나는 시점이다. 이때부터는 저 사람은 수감자· 죄수가 아니라 일단 시민 신분이 된다. 단지, 전과자일 뿐인 거지.

그렇기 때문에 형기를 마친 죄수는 원래는 0시 새벽에 칼같이 석방 방면이 가능하다.
허나, 귀가 교통편이나 인근 주민들의 반응 같은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실제로는 최소한 해가 뜨고 대중교통이 다니는 아침에 출소하게 된다. 물론 출소 준비는 전날 한참 전부터 시작되지만 말이다.
이런 차이가 있다.;;

예전에도 몇 번 말했듯이, 일부 나라들은 군인의 탈영은 처벌하는 반면, 죄수의 탈옥은 따로 처벌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군인이야 애초에 근무 중에 탈영은커녕 긴급피난조차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극한직업이며(경찰· 소방처럼), 모병제 국가라면 자기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이 직무를 저버려서는 더욱 안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죄수는 처지가 다르다.

죄수가 기회만 되면 최대한 탈출하고 싶어하는 건 인간의 기본 보편적인 욕망이고, 그것 자체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는 것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마치, 범죄자의 직계가족이 그의 도피를 도와준 건 도의적으로 형사처벌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탈옥을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건 당연히 아니다. 탈옥 과정에서 교도소 시설을 파손하거나 교도관을 폭행하는 사이드이펙트...를 남겼다면 그건 여전히 처벌 대상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6/07/01 08:35 2026/07/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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