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호박 농사 결산

올해 2026년 10월은 늦더위가 정말 끈질기게 뒤끝을 부린 것 같다.
물론 지난 7, 8월의 그 파멸적인 열기야 진작에 끝났고 열대야 같은 건 없다.
하지만 한번 기온이 뚝 떨어지고 날씨가 서늘해졌나 싶었는데.. 그 뒤로 야금야금 기온이 도로 올라가서 낮 최고 기온이 20도 중후반을 찍는 패턴이 계속 지겹도록 반복되었다.

여름 복장을 집어넣고 긴팔옷을 꺼냈는데.. 여름옷이 도로 필요해진 것이다. 10월 날씨는 7, 8월 폭염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올린 것 같다.

지난 10월 중순쯤엔 어느 20대 여성 러너가 마라톤 하프코스를 뛰다가 탈진하고 돌연사하는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사고가 났었다.
내가 다른 건 모르겠지만 10월 11일은 서울 낮 최고 기온이 29도에 달했으며, 한낮의 햇볕 열기가 거의 6, 7월 폭염처럼 느껴졌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마라톤은 오전 시간대에 끝났겠지만 그 전에도 한낮에 준할 정도로 기온이 치솟았다.

이런 가혹한 날씨도.. 평소에 그렇게도 건강했다는 저 사람이 탈 나는 데에 기여를 했을 거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6월 중순에 마라톤이 열리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더구나 5km나 10km도 아니고, 20km가 넘는 하프이니 얼마나 빡세고 사람 몸에 무리를 주겠는가?

11월부터는 낚시질 좀 그만 하고 좀 유의미하게 추워졌으면 좋겠다. 내가 반팔옷을 집어넣고 밤에 선풍기를 틀지 않고 이불을 덮고 자는 날은 언제쯤 올지?
그래도 날씨가 춥지 않은 동안은 호박들이 버티기가 더 유리할 것이다. 9월 말부터 10월까지 한 달 동안 이런 일이 있었다.

1. 우리집 호박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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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근황에서 소개했던 열매 5호와 6호는 그때 이후로 내 주먹보다 약간 더 큰 정도까지 자랐다. 출신 뿌리는 다르지만 하루 간격으로 태어난 쌍둥이이고, 색깔이나 외형이나 크기가 서로 아주 비슷했다.
그런데 이 상태로 둘 다 성장이 멈췄으며, 얼마 후엔 줄기가 수명이 다했는지 시들고 말라죽었다. 그래서 따게 됐다.
얘들은 막 늙지는 않았으니 부침개를 만들어서 먹었다.

7호는 짙은 초록색이었던 반면, 5호와 6호는 저런 우둘투둘한 모양이 됐다. 7호도 저 5~6호와 비슷한 크기까지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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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면, 7호 이후의 8호는 9월 내내 좀처럼 피지 않았다. 얘는 지난 9월 9일 당시 모습인데, 이렇게 씨방이 맺혔지만 꽃이 피지는 못하고 시들고 죽은 게 3~4개쯤 됐다. 동물로 치면 수정 실패? 유산이 반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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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안타까웠던 건 9월 14일 당시 이 아이. 정말 꽃잎이 저 정도까지 노랗게 큼직하게 다 만들어졌는데도 끝내 피지 못하고 죽었다.
꽃잎 크기에 비해 씨방이 좀 작고 부실하긴 했지만.. 그래도 저렇게 피기 직전 단계까지 가고도 끝내 못 핀 암꽃은 본인의 호박 농사 경험을 통틀어 매우 드물고 이례적인 경우였다.

저 호박의 내부엔 도대체 무슨 사정이 있었을까? 무슨 문제나 어려움이 있어서 꽃이 못 핀 걸까?
혹시나 해서 꽃잎을 벌려서 주변 수꽃의 꽃가루를 묻혀 보기도 했지만.. 수분이 성공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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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9월 28일..!!
7호의 암꽃이 폈던 9월 1일 이후로 거의 4주 가까이 뒤에야 유의미한 암꽃이 폈다.
본인은 미리 확보해 둔 거래처에서 수꽃을 구해서 새벽에 곧바로 인공수분을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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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10월 1일, 10월 4일의 모습이다.
이 아이는 아주 서서히 씨방이 부풀고 잎자루가 아래로 기울었다. 수분 성공이 확인됐다. 1주일 정도 지나자 열매의 색깔도 더 진해졌다.
그리고 이게 올해 본인이 얻은 마지막 호박이 됐다. 딱 8개..

다만, 어렵게 맺힌 마지막 8호는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호박 몸체가 이미 건강이 많이 안 좋았는지, 크기 성장은 저 마지막 상태에서 멈췄다.
크기는 변화가 없으면서 열매가 단단하지 않고 물러지려 해서 생후 2주 남짓 만에 따게 됐다. 심지어 따 보니 한쪽 내부가 갈변하고 상하고 있었다.

내부에 딱히 병충해 조짐은 없었구만, 얘는 어쩌다 이렇게 됐나 모르겠다.
호박 열매는 처음엔 동그랗다가 납작해지고, 최종적으로 쭈글쭈글해지는데.. 8호는 사실 납작 단계에도 제대로 진입을 못 했다.

이 8호 이후로 우리 호박들은 다시는 암꽃을 피우지 못했다. 수꽃만 단말마처럼 꾸준히 피우고는 하나 둘 죽기 시작했다. 아직 너무 추워서 호박이 얼어 죽을 날씨는 전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호박에게 안 좋은 징조는..

  • 잎 앞뒤로 새까만 똥가루 같은 진딧물
  • 잎 표면에 흰가루병
  • 또는 노란 가루 (노균병?)
  • 갈색으로 푸석푸석 메마르면서 시들기
  • 아니면 초록색 물렁해지면서 시들기

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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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수꽃들은 다들 꽃가루가 촉촉히 있고 상태가 좋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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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들고 시든 부위가 많아졌지만, 그래도 이렇게 새순이 돋고 파릇파릇한 부위도 있었다. 이 상태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날씨가 더 추워지면 호박들이 마지막 발악을 하면서 씨방을 만들고 암꽃을 피우려 애쓴다. 하지만 날씨로나 호박들 컨디션으로나 이제는 유의미한 크기의 열매를 만들 수는 없다. 타이밍이 다 지났다.;;

2. 남이 키우거나 진열해 놓은 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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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본인뿐만 아니라 고향에 계신 본인의 어머니도 호박 농사에 동참하셨다.
야외도 아니고 집 베란다에서 작은 스티로폼 상자에다 호박씨를 심었을 뿐인데...
게다가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우리 호박에 비해서 꽃이 너무 안 핀다고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요 근래에 정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정말 아름답다.
어머니에게서 호박 농사 노하우를 더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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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2일에는 요런 암꽃이 펴서 어머니께서 인공수분을 했고, 그게 겨우 이틀 만에(24일) 저렇게 토실토실한 열매로 자랐다. 맨 왼쪽껀 꽃이 피기 전날(21일)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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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열매가 저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우와 저 아름다운 호박 열매를 보라~!
제일 큰 열매를 땄다. 이걸 우리가 지난 7월 말에 땄던 열매 2호와 비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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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어머니께서 키운 건 아니고, 주변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는데.. 내가 받아 챙겼다!!
올겨울 내 방구석에 관상용으로 비치되어 복덩어리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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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남이 진열해 놓은 호박, 남이 심은 호박이다.
호박은 사랑이다~!!! 가을은 호박이 있어서 풍성하고 아름답다.
방 한구석에 늙은 호박을 놔둔 식당이나 가게 업장들은 장사 잘 되고 복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운전자들 보라고 시골길 도로변 곳곳에 호박 덩굴을 심은 사람들도 사회에 덕을 많이 쌓고 있다.

올해 살아 있는 식물 호박과의 만남은 거의 여기까지인가 보다.
개인적으로는 (1) 공간 넉넉하면서 호박들이 햇볕 마음껏 받고 줄기뿌리 마음껏 내리면서 제대로 자랄 수 있는 노지,
아니면 (2) 야외처럼 넓지는 못해도 겨울에 온도라도 따뜻하게 제대로 통제 가능한 실내 공간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갖춰진 곳에서 호박 농사를 지어 보고 싶다.

개체수도 10여 포기 가까이.. 암꽃이 필 때쯤에 수꽃 걱정 할 필요 없이 자체 조달 가능할 정도로.. 충분히 많이 말이다.
그래서 남들이 키우는 것 같은 커다란 호박을 내 손으로 수확하고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26/10/27 19:35 2026/10/2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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