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 공부
옛날(거의 조선시대나 쌍팔년도 급) 교육은 뭐 글자 하나 쓰는 것도 어지간한 스포츠나 무술마냥 영혼을 담고 인격을 수련하는 행위였다. 아니, 서예는 글자 쓰기 전에 먹을 가는 것부터가 경건한 인격 수련이었다. 필기구도 붓이고 그림 색칠 도구도 붓이니, 글자라는 게 유한한 심볼보다는 그림에 더 가까웠다. =_=;;
그 반면, 서양에서는 펜이 일찍부터 등장하고 글쓰기를 더 실용적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영미권의 초등학교에서 애들한테 연필로 필기체 꼬부랑 날려쓰기로 dog, cat, pig 따위를 가르치면서도 교과서에 "글씨는 마음의 인격입니다. 글씨를 바르게 써 봅시다" Your handwriting reflects your moral personality. 이렇게 쓰여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ㅋㅋㅋㅋㅋ
영어..;;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수십 년 전 옛날엔 학교에서 긴 영어 문장이라도 하나 마주치면 "오냐 너 잘 만났다, 누가 이기나 보자!" 너는 to 부정사, "예의가(예정 의지 가정) 비뚜루" 밑줄 치고 뒤로 넘기고 구와 절이 어떻고 가주어 it은 무엇이고 3형식이니 4형식이니 어쩌구..
머릿속에 스택 메모리를 할당해서 단어를 차곡차곡 쌓았다가 번역할 때는 역순으로 pop하고.
어지간한 언어학자 급으로 영문법 용어와 IPA 기호를 논하고, 관련 영미권 문화에 대해서 잡학을 줄줄 논했었다. 딱~~ 성문 스타일..!!
이러니 뭔가 영어에 대해서 교양으로서 잡다하게 아는 건 겁나게 많은데, 정작 외국 사람이 와서 간단한 말이라도 걸면 곧바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영어를 오로지 학술적으로만 접근해서 읽기 쓰기에만 너무 치우치고, 말하기 듣기를 소홀히 하고 "실용성이나 스피디함"이 너무 떨어졌다. 이러니 공부 적성이 아닌 애들 사이에선 수포자뿐만 아니라 영포자도 속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그놈의 읽기 쓰기라도 신속하게 째깍째깍 잘 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오늘날의 영어 교육은 그런 게 많이 개선됐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너무 outdate된 사항들 말이다. shall이 완전히 고어가 돼 버렸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요즘은 It's I 라고만 해도 아재 소리 듣게 된 지 오래다. 한국에서 "변소, 자전차, 형무소, 그렇소~ 그러하오".. 같은 말을 쓰는 거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심지어 whom조차도 거의 사라져서(목적격도 그냥 who) 고어 사어 취급이라고 그러네.. 격세지감이다.
맥아더 장군 퇴역 연설, 케네디 대통령 연설, 킹 제임스 고린도전서 사랑장 어쩌구 하는 옛날 고전 명문(!!)들을 읽으며 성문 스타일로 영어 공부하는 거랑, 영화 테이큰의 사이다 대사를 줄줄 외우면서 현대적인 스타일로 영어 공부하는 건 느낌이 참 다를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테이큰에서도 whom이 아니라 그냥 who였구나! 전기 고문 씬에서 "You sold my daughter? To who??" / "패트리스 상클레어.." 이런 대사가 있다. ㄲㄲㄲㄲㄲㄲ
※ 말과 약속, 의지드립
옛날에는 사내 대장부가 약속을 하나 했으면, 정말 목에 칼이 들어와도 고지식하게 무식하게 무조건 이행해야 했다.
빚을 졌는데 못 갚으면 진짜 자식 새끼를 팔든지, 지 장기를 꺼내서라도, 그 어떤 극단적인 짓을 해서라도 갚아야 했다. 이행할 수 없는 약속이나 맹세는 애초에 절대 하지를 말았어야 했다. 우리나라 안 창호 선생도 그 약속 지키려고 나갔다가 체포당했던가..??
이러니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 문학에서도 '베니스의 상인' 같은 설정도 나올 수 있었다. 문학이 아닌 성경에서는 사사기에 입다의 딸, 여호수아기에서 기브온과의 어처구니없는 조약 같은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영국도 뒤에서 국제적으로 치사한 짓 비열한 짓은 좀 했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놈의 '신사'로서 명예와 약속에는 진짜 진심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하도 인권 인권 하다 보니.. 처음에 전제부터 의도가 불순하고 반인륜적이었다 싶은 약속은 안 지켜도 되고, 사후에라도 무효 처리 가능한 쪽으로..
물론 전근대 시절에도 그런 예외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그런 예외나 보호 장치가 더 강화됐다.
심지어 빚도 빚 갚을 능력이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혹은 제대로 확인 안 하고 덥석 많이 빌려준 거라면 채권자한테도 책임이 있다(!!!!).. 법리가 역으로 그런 쪽으로도 적용되고 있다.
애초에 옛날에는 "무조건 이기든지 죽든지 둘 중 하나!"였던 게 오늘날은 "도저히 가망 없으면 포기하고 살아서라도 돌아와라"를 더 강조하는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초에는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 조선 초기 "태정태세 문단세"에서 '문단세' 부분을 극적으로 조명한 영화가 하나 개봉해서 전대미문의 돌풍을 일으켰다. 이 영화가 그렇게까지 흥행할 줄은, 더구나 25년쯤 전에 '라이터를 켜라' 만들었던 감독이 뒤늦게 이런 국민 영웅이 될 줄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세'는 집권 과정이 떳떳하지 못했고 주변에 피바람을 많이 일으켰지만, 권좌에 오른 후의 통치는 그나마 나쁘지 않게 했다고 여겨진다. 그 점에서 현대의 땅끄하고 포지션이 비슷한 것 같다. ㄲㄲㄲㄲㄲ)
그 영화 감독은 정말 겸손 소박하게, 자기 영화가 흥행 설마 1000만을 넘기면 성형을 하고 개명을 하고 무슨무슨 짓이라도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 버렸다".;;;; 그래서 처음에 늘어놨던 극언 약속을 곧이곧대로 이행하는 건 에바=_=이니 다른 플랜 B라도 풀어서 관객들에게 감사하고 보답하겠다느니 그런다.
뭐, 겨우 이런 립서비스를 갖고 그 감독이 무슨 법적으로 잘못했다거나 남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건 아니다. 이게 무슨 그 감독이 비난받을 사항은 아니다.
허나, 제아무리 p가 거짓인 명제는 q에 무슨 내용이 나오든 무조건 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p가 참이 될 가능성이 0.001%라도 있다면 q에 들어가는 내용은 허세 부리지 말고 애초에 정말 신중하게 정했어야 했지 않나 싶다.
드라마 같은 것도.. 요즘은 완결을 안 짓고 어떻게든 여운을 남기고 다음 시즌 후속작 떡밥을 남기면서 종영하는 게 관행이다. 하지만 속편은 결국 만들어지지 못하거나, 그 떡밥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만들어지는 게 많다. 개인적인 바람은.. 그것도 어지간해서는 꼭 원래 계획했던 대로 진행됐으면 좋겠다.
끝으로 하나 더.. 나라 간의 약속이야 뭐, 예나 지금이나 당연히 수틀리면 힘의 논리에 따라 언제든지 어겨도 되는 덕담일 뿐이었다. 국가 위로는 유의미한 통제 조직이 없으니 말이다.
맨날 "정의를 위해서 나섰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자국한테 이익이면서 덩달아 정의도 실현하는 것이면"이라는 단서가 생략된 표현일 뿐이니까.
이러니 2차 세계 대전 때만 해도 패전 추축국들이 완전히 잘근잘근 짓밟히지 않고 오히려 기사회생한 것이다. 전쟁이 끝나자 정작 승전 연합국이 냉전 때문에 찢어졌으며, 공산 진영을 견제하기 위해 과거의 추축국도 이용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선과 악 구도가 절대적이지 않다. 오늘날 천조국조차도 세상의 모든 악의 무리들과 공평하게 일관되게 맞서 싸우는 건 절대 아니니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