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뉴스나 <남북의 창>· <통일 전망대> 같은 프로를 통해, 북한 중앙 방송의 뉴스 앵커 멘트를 듣는 경우가 가끔 있다. 왜 있잖은가,
solid color에 가까운 무미건조한 스튜디오 배경으로, 뚱하게 생긴 중년의 앵커 아줌마가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정말 강렬한 악센트가 가미된 웅변· 연설조로 뉴스를 읊조리는 것 말이다.
정말 옥구슬 꾀꼬리 목소리를 내는 성우 중에 무려 50대 중후반 여성도 많이 있다지만, 북한 앵커의 목소리에는 모에 할 구석은 전혀 없다. ^^;;
저기 나온 천하의 개쌍놈이 누군지는 기억 안 나는 분을 위해 설명 드리자면, 한 5년쯤 전에 생방송 도중에 바지 내리고 성기 노출 병크를 터뜨린 모 밴드 멤버이다.
방송 샘플을 좀 채취해 왔으니 들어 보자. 탈북자나 여타 북한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어 보면 그래도 평범한 한국어처럼 들리는데 유독 TV 방송에서는... 누가 저런 악센트와 화법을 최초로 만들어 냈을까? 한국어를 어떻게 저런 예술의 경지로 재창조했는지 경이로울 뿐이다. =_=;; 북한의 뉴스 앵커는 거의 연기자 수준이 아닌가 싶다.
(위에 media player 컴포넌트가 떠야 함.)
본인도 어디 가서 성대 모사 못 한다는 소리는 안 듣고 지낸다만, 문장 끝부분에서 "-하셨습니(네)다" 할 때의 그 얍삽하고 사악한 악센트는... 정말 따라하고 싶어도 못 하겠다. 중국이나 러시아어 억양일까? 아니면 평안도 쪽 사투리를 응용?? 북한 애들의 매스게임 카드 섹션도 대단하지만, 저것도 얼마나 직싸게 연습해서 나온 말투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 정일'을 발음할 때면 가히 '킴 정일' 수준으로 말투가 거세어진다. 쟤네들은 한글 코드에 '김/일/성', '김/정/일' 여섯 글자가 별개의 영역으로 따로 등록돼 있고, 그걸 유니코드 표준안으로 제출까지 한 적도 있는 집단이다. -_-;;; (물론 그 제안은 외국의 학자들로부터 완전히 '이뭐병' 취급 받으면서 즉시 퇴짜 맞았지만.)
우리나라도 옛날에는 일명 땡전 뉴스--9시 땡~~ 전 두환 대통령은 오늘 어쩌구저쩌구-- 같은 불공정 보도 흑역사가 있었다지만, 최소한 말투는 정상(?)적인 말투였다.
정말 아무리 같은 뿌리에 같은 언어와 문자를 쓰는 동족이라 해도 어떤 이념을 따르냐에 따라서 문화는 저 정도까지 달라진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끝으로, 북한 하니까 또 중국이 생각나서 한 마디.
CCTV는 폐쇄 회로 텔레비전(=유선 텔레비전)의 약자이기도 하지만,
China Central Television, 즉 중국의 KBS뻘 되는 중국 국영 중앙 방송의 이니셜이기도 하다.
그런데 폐쇄 회로는 뭐가 폐쇄됐다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반대말인 개방 회로는 있는지? -_-;;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