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운영체제에는 MDI (Multiple Document Interface)라는 규격이 존재하여, 한 응용 프로그램이 메모리가 허용하는 한 여러 파일 내지 문서를 한꺼번에 다루는 걸 수월하게 해 줬다. MDI 프로그램에는 '창'이라는 메뉴가 존재한다.
과거에 도스용 아래아한글이 기껏해야 겨우 두 개의 문서만 동시에 열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이건 아주 획기적인 개념이 아닐 수 없었다. MDI는 무려 윈도우 3.x는 말할 것도 없고 원래 2.x 때부터 존재한 개념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만의 작업 문서라는 개념이 있고(스프레드 시트, 그래픽, 워드 프로세서 등등), 좀 규모가 있다 싶은 업무용 프로그램이라면 예외 없이 MDI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본인이 개발한 <날개셋> 편집기 프로그램도 1.0 시절부터 MDI였다. ^^
프로그램 자체를 중복 실행하지 않고 한 프로그램 안에서 여러 문서를 동시에 열 수 있는 것은 작업 생산성 면에서 매우 바람직하고 시스템 자원 사용 효율면에서도 좋기 때문이다. (한 번에 소스 코드를 하나만 열 수 있는 에디터로 대규모 프로그래밍 작업을 해 보면 어떨까? -_-)

물론, 윈도우 운영체제가 제공하는 액세서리 프로그램들은 그 정도의 근성은 없는 그냥 말 그대로 액세서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MDI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워드패드나 그림판처럼 말이다.
하지만 과거 윈도우 3.x 시절에는 운영체제(?)의 쉘이요 간판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관리자'가 딱 MDI 프로그램이었다.

이 MDI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도 많았다. 그 자체가 사실 등장한 지 20년 가까이 된 너무 구닥다리 인터페이스이도 하고.. 특히 Aero가 적용된 윈도우 비스타에서도 MDI 창들은 여전히 전혀 세련되지 못한 밋밋한 모양이다.
그래서 요즘은 프로그램 안에 또 여러 창이 타일처럼 더덕더덕 겹쳐 있는 모습 자체를 안 보이려고 하는 게 대세이다. 그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는 건 탭 인터페이스이다.

이런 추세는 MS의 주력 상품인 오피스에서도 바로 나타났다. 그것도 꽤 오래 전부터 말이다.
워드의 경우, 아예 10년 전 오피스 2000부터 MDI 방식을 버렸다. 그냥 모든 문서마다 응용 프로그램 프레임이 따로따로 붙어서 '창' 메뉴만 있을 뿐 SDI 프로그램을 여러 개 실행한 것처럼 동작한다.
마치 윈도우용 아래아한글처럼 말이다. 특이하게도 오피스 제품들 중, 워드만 유일하게 그렇게 따로 놀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엑셀은 그래도 좀 전통적인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MDI스러운 메뉴를 볼 수 있으며, 여러 문서 창들을 응용 프로그램 창 내부에다가 덕지덕지 배열할 수 있다. 엑셀은 표 형태로 된 각종 수치와 데이터를 처리하는 프로그램이지 않던가? 당연히 그런 식으로 한 화면에서 여러 파일을 대조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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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워포인트는 성격이 좀 다르다. 큼직한 화면 전체에다가 슬라이드 그림을 놓고, 그 곁엔 다른 슬라이드들 썸네일과 슬라이드 노트를 작성하는 공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화면이 많이 필요하다.
즉,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의 작업 화면은 엑셀 워크시트와 같은 MDI 식 덕지덕지 타일 배열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래서 파워포인트는 워드가 아닌 MDI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MDI 메뉴를 갖추고 있지 않으며, 문서 창은 언제나 최대화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동작한다. 굳이 최대화 상태를 해제려면 계단식 배열 같은 별도의 명령을 직접 내려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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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인 엑세스는 한 프로그램이 한 데이터베이스만 열 수 있고, 그 데이터베이스 안에 있는 각종 테이블, 쿼리, 모듈 등을 MDI 형태로 여럿 열어볼 수 있는 형태이다. 이런 점에서는 엑셀처럼 매우 MDI스러운 UI를 유지하고 있는 셈인데, UI 기반이 엑셀과는 다르다 보니 각 창에 대한 시스템 메뉴도 갖추고 있고, MDI 배경색이 엑셀이나 파워포인트의 배경색보다는 짙다. 또한 View 탭이 따로 없으며, 창과 관련된 메뉴가 Home 탭에 같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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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MS 오피스의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2007부터 리본 UI가 첫 적용된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액세스의 UI 형태는 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참고로,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는 워드처럼 매 문서창이 완전히 제각각 따로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 문서마다 운영체제의 작업 표시줄(Taskbar)에 제목이 마치 별개의 프로그램처럼 추가된다. 이 역시 2000부터 그렇게 되었는데, 무척 특이한 점이 아닐 수 없다.

MDI에 대해 끝으로 생각해 볼 점은, 웹브라우저나 파일 관리 유틸리티가 MDI 형태로 개발되고 있지 않다는 것.
이들은 분명 한 프로그램이 여러 창을 취급할 수는 있어야 하지만, 문서라는 개념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것이 독특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9/07 14:43 2010/09/0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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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 기윤 2010/09/08 10:47 # M/D Reply Permalink

    그닥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몰랐(..)었는데, 같은 MS 오피스 2007 이라도 저런 차이가 존재했군요 ;;

    1. 사무엘 2010/09/09 01:05 # M/D Permalink

      MS 오피스 2000이 저기서 언급한 모든 변화가 생긴 최초의 버전입니다.
      아이콘이 오늘날과 같은 컨벤션으로 바뀌고 MSI 기반으로 바뀌고 도움말도 HTML 도움말로 바뀌고... 오늘날 MS 오피스 시스템의 근간이 상당수 갖춰진 셈이네요.

  2. 다물 2010/09/10 16:51 # M/D Reply Permalink

    MS 오피스 2010은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모두 창을 여러개 띄울 수 있습니다.

    1. 사무엘 2010/09/10 23:17 # M/D Permalink

      결국 대세는 다 워드처럼 탈MDI 구도로 가는 것이군요.

    2. 다물 2010/09/13 10:15 # M/D Permalink

      SDI와 MDI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일단 창을 하나밖에 못 띄우면 다른 문서를 참고해서 문서 편집하거나, 복잡한 문서 작업할 때 불편하게 됩니다.

      그리고 요즘은 모니터도 1개만 쓰는게 아니라 2, 3개씩 쓰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죠.

      점점 기술 발전에 맞춰가는거라고 봐야겠죠.
      (저희 제품은 그 전부터 각자 창을 따로 띄울 수 있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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