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7호선을 공부하는 철덕이라면, 청담-뚝섬유원지 구간을 특별히 주목하게 될 것이다. 먼저 청담 역. 거기는 경기 고등학교가 있는 곳이고, 영동 대교와도 가깝기 때문에 자동차로는 그 경로를 타고 금방 갈 수 있다.

이 역이 굉장히 특이하다는 건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종착이 아닌 중간역으로서 보기 드문 2폼 3섬식 승강장인 데다, 비환승역으로서 역의 길이가 무려 650m에 달하는 걸로도 잘 알려져 있다. 600여 m 간격으로 역을 일일이 만든 저속철 분당선과는 달리, 역 수 대신 단일역의 역세권 길이를 늘린 현명한 결단을 크게 환영하는 바이다.

강 건너편에 있는 뚝섬유원지 역은 7호선 중간 구간의 유일한 지상역이며, 강북에서 한강 유람 시설에 쉽게 닿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역이다. 여기까지가 7호선 2차 개통 구간이다.
그리고 이 7호선이 한강을 건너는 경로가 바로 청담 대교.
1999년에 개통된 서울의 17째 한강 다리라고 한다.

원래는 이 교량도 5호선처럼 하저 터널로 건설할까 논의되기도 하였으나, 여차여차 끝에 지상 교량으로 건설되었다. 어차피 이 도로 덕분에 분당-수서 고속화도로의 생명력이 확 살아나기도 했고, 이게 철도만의 하저 터널로 건설되었다면 지금 같은 위치에 뚝섬유원지 역이 생기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지하철 7호선이 강을 건너느라 지상으로 나오는 덕분에 인근의 건대입구 역은 필연적으로 굉장히 얕아졌다. 2호선 건대입구 역도 지상 고가임을 감안하면, 이는 두 역의 수직 환승 거리를 조금이나마 줄여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얕은 지하철은 땅을 파헤치는 개착식으로 건설되었을 것이고, 지하철이 건설되던 동안 안 그렇도 좁아 터진 능동로 도로 일대는 극심한 정체로 몸살을 앓지 않았겠는지도 생각해 본다.
철도 덕후라면 철도와 도로, 도시 개발 역사까지 다 통달해서 이런 수읽기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

청담 대교는 한강 다리들 중 유일하게 복층 교량이다. 즉, 기존의 2~4호선 다리들과는 달리 전동차 선로는 아래층에 있고 자동차 도로는 위층에 있다. 그래서 한 교통수단을 탄 사람이 다른 교통수단을 볼 일이 없다.

서울 지하철이 기존 철도들의 관행인 좌측통행을 버리고 돌연히 우측통행으로 건설된 유력한 이유 중 하나가 “열차와 자동차가 교량에서 나란히 달릴 때 통행 방향이 상이하여 사람들이 혼동하는 일이 없게 하자. 그래서 지하철의 통행 방향도 자동차의 그것과 일치시키자”였다는 걸 생각하면 복층 교량은 무척 참신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동호 대교(3호선)과 동작 대교(4호선)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자동차가 다니는 청담 대교 북단을 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모습이 발견된다. 거기에는 믿어지지 않겠지만 ‘똬리굴’처럼 생긴 구조물이 있다. 그것도, 터널이 아니라 지상에 마치 롤러코스터 선로처럼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건대입구 쪽에서 청담 대교를 타고 남쪽으로 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길은 지하철 7호선처럼 수직으로 직진하며 내려가는 형태로 되어 있지가 않다. 마치 Q 모양처럼 360도 돌아서 매듭을 한 바퀴 만든 뒤에 다리로 진입하게 되어 있다. 회전하는 게 아닌 직진인데 왜 그럴까?

청담 대교 북단에 있는 하행 진입로는, 건대입구 방면의 서울 시내(능동로)가 아니라 강변 북로 영동 대교 방면(서쪽)으로부터 오는 차량의 소통에 더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 차들이 분당으로 더 편하게 가라고 말이다. 저 지도에서도 보이지만, 강변 북로에서 청담 대교 방면으로 꺾는 차선은 중앙선에서 가까운 1, 2차로쪽인 반면, 동쪽 잠실 대교 방면으로 계속 가는 차들은 우측의 3, 4차로로 가야 한다. 이 구조도 사실은 특이하다. 우회전하는 차가 중앙으로 가고, 계속 직진하는 차가 우측 차로로 가야 하다니?

그래서 강변 북로 서쪽으로부터 청담 대교로는 자연스럽게 직결되고 차선수도 더 많은 반면, 능동로에서 청담 대교로 갈 때는 한 바퀴 뺑 돌아야 하고 길도 더 좁다. 강변 북로와, 강변 북로→청담 대교 진입로를 모두 타넘었다가 다시 고도를 낮추기 위해서이다.
철도에서나 존재하는 것 같던 똬리굴이 청담 대교에 저렇게 존재하는 셈이다.

다만, 청담 대교 상행은 그렇지 않아서 능동로로 진입하는 건 뺑뺑이 없이 곧장 된다. 강변 북로만 타넘으면 되니까 하행만치 더 높아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

그리고 강변 북로의 동쪽에서 청담 대교로 진입하는 길은 없다. 더 서쪽에 있는 서울 강남 방면으로 갈 거라면 그냥 인근의 영동 대교를 이용하면 되고, 분당 쪽으로 가려면 굳이 청담 대교로 우회할 필요 없이 그냥 국도 3호선과 성남 대로를 타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청담 대교는 지하철과 자동차 모두의 관점에서 재미있는 특성이 존재하는 교량이다. 나중에 이용할 일이 있을 때 더욱 눈여겨보도록 하자.

Posted by 사무엘

2011/12/14 19:44 2011/12/1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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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범준 2011/12/14 22:39 # M/D Reply Permalink

    1. 청담대교의 상층인 자동차도로는 구도 제 61호선인 '동부 간선 도로'의 연장을 위한 교량으로 지도상에 나와 있습니다.(본래적으로도 이 도로는 동부 간선 도로 구간에 포함되죠.) 그래서 영동 대교 쪽에서 강변 북로 상에서 청담 대교로 올라올 때 아예 이 점을 고려해서 동부 간선 도로를 매끈하게 잇자는 계획으로 도로 모양이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참 흥미롭죠.

    2. 어헉! 그러면 저는 아직 철덕의 기본 단계에 올라오지 않았다는 뜻이네요 ㅎㅎ
    TV 드라마나 영화 같으면 뻔~한 레퍼토리에 질려서 -_- 안보지만, 아직 철도 쪽으로는 그런게 아직 안보이는 중.
    형제님 같은 분들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3. 능동로-청담대교 연결 교량을 롤러코스터의 회전 레일에 비유하신 건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하긴.. 딱히 비유할 데가 없지만... 생각나는 게 그 모양 뿐이네요. ㅎㅎ)
    하긴.. 요새 롤러코스터가 생각이 많이 나서 (지난 여름에 서울의 유명한 L월드 갔다왔습니다.) 그렇습니다 ㅎㅎ
    평면 360도 회전 레일이 딱 좋군요. 평면으로 교차해서 들어가니깐요.

    4. 근데.. 저는 차를 타고서는 청담 대교를 단 한 번도 건너가 본 적이 없습니다.
    지하철로는 압도적으로 100% 건넜고요.

    1. 사무엘 2011/12/15 23:23 # M/D Permalink

      네, 1번은 충분히 수긍이 가는 말이군요. 보충 설명에 감사합니다.
      강변북로는 대부분의 구간이 상행과 하행이 별도의 도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만, 성수-청담 대교 사이는 단일 도로이지요. 뭔가 나중에 리모델링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저도 청담 대교를 자동차로 스스로 건너 본 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능동로는 평소에 정체가 너무 심합니다. 교통량에 비해서 신호도 너무 자주 걸리지요.
      그래서 그쪽으로 가느니, 좀 우회하더라도 차라리 강변북로를 선택하게 되더군요.

  2. 파츠쿠 2014/06/11 23:45 # M/D Reply Permalink

    일본 도쿄의 유리카모메도 270도 턴구간이 있죠.

    1. 사무엘 2014/06/12 10:11 # M/D Permalink

      오, 진짜 그렇네요. 신기합니다.
      고도 차이 극복이 목적인데 산악철도가 아닌 인공 구조물이 그렇게 돼 있는 게 신기하지요.
      알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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