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회사가 경영 수지를 개선하려면

코레일이나 각종 지하철 회사 같은 우리나라의 철도 운영 기관들은 현재 대체로 빚이 많으며 운영난을 겪고 있다. 그러나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막대한 건설 부채를 떠안고 있어서가 가장 크며, 다음으로 원가보다 훨씬 더 저렴한 운임, 손해를 감수하고 공익을 추구한 비경제적인 노선 운영, 그리고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노인 전철 완전 무임 승차로 인한 손실이 뒤를 잇는다.

방만· 부실 경영이 차지하는 비중은 없다고는 할 수 없어도 아주 미미하다. 한국 철도가 굉장히 사회주의적인 준독점 시스템인 건 사실이지만, 태생적으로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매우 큰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사실에 대해 무지한 채 그저 상업주의 민영화만이 철도 경영 효율을 위한 방안이라는 생각에는 본인은 공감할 수 없다.

아무리 오늘날의 노인 어르신들이 국가 근대화의 초석이었다고 하지만, 완전 무임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돈 100원을 내더라도 뭔가 지불하는 건 있어야지, 아예 0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 (주말에 경춘선 전철을 한번 타 보라. 승객의 연령비에 아마 기겁을 하게 될 것이다.)

듣자하니 노인 전철 무임 승차 제도는 전통 시절인 1984년에 생긴 거라고 한다. 그때는 당연히 지금보다 노인 인구가 훨~씬 더 적던 시절이었고, 전철 노선 자체도 지금보다 훨~씬 더 빈약하던 시절이었다.

이 제도의 부조리와 폐해가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지만, 그게 선뜻 폐지나 재조정이 못 되고 있는 이유는, 성탄절· 석탄일이 공휴일에서 선뜻 제외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와 정확히 동일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공휴일이 너무 많다고 맨날 징징대는 경제인 사장님들 단체들도, 감히 종교 공휴일을 건드릴 엄두는 못 내고 한글날 내지 제헌절 같은 것이나 대신 칼질을 하지 않았던가..

(사실, 10년쯤 전에 진작에 없어졌을 병역 특례 산업 기능 요원도 아직까지 그래도 명맥은 유지되고 있는 것 역시, 업계에서 온몸으로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폐지를 막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이런 제도라도 없으면 정말로 유능한 사람을 못 뽑는다고. 재계의 목소리는 병무청이든 중앙 정부든 결코 무시 못 할 위상이긴 하다.)

본론으로 돌아오면, 물론 철도 적자의 원인을 전부 노인 무임 승차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좋은 진단은 아니다. 철도가 태생적으로 적자이긴 해도, 각종 광고 게시나 부동산 임대 사업을 하고 여타 각종 창의적인 사업 아이템을 생각해 내어, 승객 운임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지는 않는 탄탄한 재정 구조를 만드는 것이 철도 회사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이다. 신문사는 구독료에 너무 의존해서는 곤란하며, 대학 역시 학생 등록금에만 너무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그런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것에는 경쟁이 필요하고 민간 사업자 유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런 일을 전부 정부나 정부 출자 공기업에만 맡겨서는, 철도 기관이 맨날 보조금에나 의존하는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그러지 말라고 철도청이 진작부터 코레일이라는 공기업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수익 추구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철도 특유의 공공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커진다.

어느 쪽도 참 쉽지 않은 문제이다. 다만 본인이 이 글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철도 기관의 경영 수지에 대해 논하려면 오늘날 한국 철도가 처한 현실과 그 성격부터 제대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4/24 08:34 2012/04/2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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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의사신 2012/04/24 17:14 # M/D Reply Permalink

    미국에서 공부, 강의 해 보신 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시길(전에 한 번 이야기했던 a/the 잘못 썼다가 문제 하나 통째로 날리셨다는 교수님이셨습니다), 미국은 대학 운영을 참 잘한다고 하시면서 들어 주셨던 예가 미식 축구로 돈을 버는 대학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미국에서 제일 유행하는 스포츠가 미식 축구인데, 대학교에서도 미식축구 시합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그 때마다 경기 관람료를 받는데, 미식축구장 크기가 6만석 가량이니, 한 사람당 2만원 정도만 받아도 한 번 경기만 하면 10억 가까이씩 들어온다고 하더군요...

    돈을 받는 방법을 학비 외에 여러 가지로 늘려야지 학비만 올리면 안 된다는 뜻으로 말씀해 주셨었는데 인상깊었습니다.

    1. 사무엘 2012/04/24 20:31 # M/D Permalink

      네, 저도 적극 공감해요~!

      대학은 등록금에만 의존해서는 안 될 것이고,
      철도 회사라면 각종 창의적인 관광 상품 개발이나 부동산을 이용한 대체 사업을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 자기네 머리로 안 떠오르면 공모전을 해서 아이디어를 받아도 될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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