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분류

과거에 항공 교통이 지금처럼 거대해지기 전에는, 철도 간이역처럼 자그마한 건물에다 활주로랍시고 잔디밭 공터만 덩그러니 있는 시설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여객용 공항 대접을 받으려면 첨단 관제 시설과, 튼튼하게 포장된 활주로, 편의 시설을 갖춘 여객 터미널과 주변 보안 시설 등이 필수이다.

크기뿐만이 아니라 공항의 특성을 분류하는 속성(property; attribute)들로는 당장 다음과 같은 것을 떠올릴 수 있다.

1. 국제 공항인가?

국제 공항은 일반적으로 국내선 비행기보다 더 큰 여객기를 취급할 수 있어야 하고, 세관이나 검역 (그리고 면세점) 같은 추가 시설이 있어야 한다. 국제 공항 내부의 면세 구역은 국제법상으로 나름 치외법권 지대이다.
대구에 있는 공항은 대구 국제 공항이지만, 포항이나 울산에 있는 공항은 국제 공항이 아니다.

2. 24시간 운항 가능한가?

비행기는 움직이면서 주변에 끼치는 소음 공해가 장난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거지로부터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지 못한 공항은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심야 시간대에는 비행기 취급을 금지하는 curfew가 시행된다.

멀찍한 영종도에 건설된 인천 공항은 24시간 운항 가능하고 청주 공항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김포나 제주 공항은 그렇지 않음. 그래서 밤에 김포 공항으로 날아가는 비행기가 만약 지연크리를 먹게 되면, 부득이 김포 공항에 못 내리고 인천 공항에 착륙하는 경우가 생긴다. 사실, 국제 허브 공항 역할을 하는 데는 운행 시간대의 제약이 없이 24시간 운항 가능한 공항이 좋을 것이다.

3. 대표하는 지역과 일치하는 지명으로 불리는가?

대도시의 유명 공항은 의외로 해당 도시의 이름으로 불리지는 않는 경우가 있다. 인천(서울), 김포(서울), 김해(부산) 등. 일본 도쿄(하네다/나리타), 미국 뉴욕(케네디), 영국 런던(히드로)을 대표하는 간판급 공항도 지역 이름이 공항 이름이지는 않다. 그러나 역시 미국의 대도시인 LA의 공항은 그대로 LA 국제 공항. 명칭은 말 그대로 케바케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김포 공항은 김포에 있지 않고 서울에 있는데, 서울 공항은 서울이 아닌 성남에 있다. 좀 웃기지 않은지?

4. 군사 비중은?

요즘 철도역이나 버스 터미널은 백화점 내지 영화관 같은 상업 시설과 결합한 민자 형태로 건설되는 경우가 많으며, 김포 공항도 청사 하나가 완전한 상업 단지로 개조되면서 그런 유행을 많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공항은 마냥 민간 상업 시설로만 쓰기에는 군사적인 역할이 차지하는 비중도 무척 크다.

한국의 대표적인 간판 공항인 김포와 인천 공항은 100% 민간 공항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지도로 항공 사진을 봐도 활주로의 모습까지 모두 공개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100% 민간 공항은 흔치 않다. 김포와 인천 말고는 울산, 여수, 양양 정도가 고작.

그래서 당장 김해나 제주 공항에만 가도 인근의 군사 시설 때문에 경비가 서울의 공항들보다 훨씬 더 삼엄하며 공항 주변에 사진 촬영도 함부로 못 한다. 민· 군 겸용 공항인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지도를 보면 이런 공항들은 김포· 인천과는 달리, 활주로가 흐리게 처리되었거나 공항 부지가 아예 풀숲· 논밭으로 대체된 것을 볼 수 있다. 포항, 대구, 청주, 원주 공항들이 모두 마찬가지이다.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된 것임.

민간 여객기를 전혀 취급하지 않고 공군이 전투기를 띄울 때만 사용하는 100% 군용 공항은 대체로 그냥 비행장이라 불린다. 하지만 군용 공항 중에서 성남의 서울 공항은 국빈 방문 때도 사용되고, 에어쇼 할 때 민간인 접근을 허용하기도 하는 예외적인 경우이다. 사실, 유사시에 만약 김포와 인천 공항이 마비된다면 수도권에 있는 이 공항과 국토의 중앙에 있는 청주 공항이 대체 공항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군대, 보안 하니까 생각나는 분석인데 말이다. 고정익 항공기를 띄우는 공항은 하늘 위가 뻥 뚫린 방대한 면적의 활주로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인해, 은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핵무기 연구야 지하 실험실에서 몰래 한다 하더라도, 비행기는 역학 특성상 지하에다가 활주로를 만들어서 거기서 비행기를 불쑥 띄울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그리고 활주로가 또 좀 기냐? 그러니 인공위성 사진에 공항은 어지간하면 다 노출이 된다.

요즘 버스 터미널은 상업 시설과 결합하여 정작 버스 탑승은 지하에서 하기 때문에 밖에서 보면 버스 터미널이라는 티도 안 나는 경우가 있다. 성남 버스 터미널이 좋은 예임. 철도도 그렇다. 광명 역은 KTX가 서는 역 중에 지상에서 역의 앞뒤로 레일이 전혀 안 보이는 유일한 역이다.
하지만 공항은 항구만큼이나 그런 티가 안 나게 만들어지지는 못할 듯하다. (원주 공항은 여객 터미널과 활주로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임)

Posted by 사무엘

2012/04/17 19:24 2012/04/17 19:24
Response
No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670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670

Comments List

  1. 다물 2012/04/18 16:58 # M/D Reply Permalink

    이론적으로는 들어가고 나가는 곳만 뚫려 있으면 이륙 착륙하는 활주로 대부분은 땅굴을 파도 될거 같은데요.

    가끔 만화 보면 그런 식으로 그려진게 있더라는.
    (물론 그렇게 하려면 엄청난 돈도 들고, 조금이라도 어긋났을 때 문제가 생기니 쉽진 않겠지만요)

    1. 사무엘 2012/04/19 00:55 # M/D Permalink

      비행기는 뜨기 위해서 주변에 끼치는 후폭풍과 휘젓고 다니는 공기 영역이 장난이 아니죠.
      이거 무슨 전동차 세우는 것도 아니고 칼같이 요 공간만 차지하면서 늘 이착륙이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이론적'인 것이고 현실적으로 활주로의 지하화는 수지가 안 맞을 것 같습니다.
      (전투기 말고 대형 여객기 기준..)

  2. 다물 2012/04/20 11:20 # M/D Reply Permalink

    만화에서 본건 대부분 전투기였어요
    (군 비행장이 아니면 그렇게 감춰둘 필요는 없겠죠. )

    생각해보니 전투기가 여객기에 비하면 훨씬 작은 크기군요 ^^

  3. 김재주 2012/04/21 17:16 # M/D Reply Permalink

    전투기야 뭐 원래 이륙거리가 여객기보다 짧기도 하고, 항모에서 띄울 때 쓰는 캐터필터도 있고..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252 : 1253 : 1254 : 1255 : 1256 : 1257 : 1258 : 1259 : 1260 : ... 1839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2/0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1729695
Today:
337
Yesterday:
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