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의 const 이야기

1.

C/C++에서 const라는 키워드는 어떤 변수를 선언할 때 타입과 함께 지정해 줄 수 있는 modifier 속성이다. 이와 비슷한 위상인 키워드로 volatile도 있다.

이 const의 큰 의미와 용도는 C와 C++에서 모두 동일하다. 바로, 한번 값이 정해지고 나면 그 뒤로 값이 또 바뀔 수 없다는 걸 뜻한다. 비슷한 용도로 쓰이는 매크로 상수나 enum과는 달리, const 개체는 엄연히 상수 역할을 하는 '변수'이기 때문에 L-value의 특성도 껍데기나마 지니며, 자기 주소를 & 연산자로 얻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자기 주소가 있는데 왜 대입을 못 하니 ㄲㄲㄲ)

그런데 const라는 의미를 언어 차원에서 실현하는 방식이 C는 다소 느슨한 편이다.
C 언어도 const 변수에다가 대놓고 대입 연산자를 들이대는 시도 정도는 컴파일러가 에러로 대응하며 막아 준다. 그러나 강제로 const 속성을 없애는 형변환+포인터 연산 같은 것까지 저지하지는 못한다.

이는 마치, C/C++ 코드에서 변수를 초기화하지 않고 사용하는 걸 간단한 지역 변수 정도는 컴파일러가 알아서 발견하여 경고로 처리해 주지만, 복잡한 배열이나 포인터, 구조체의 경우를 일일이 체크하지는 못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 그래서

const int MARK = 100;
const int *p = &MARK;

printf("%d %d\n", MARK, *p);
*const_cast<int *>(&MARK) = 50;
printf("%d %d\n", MARK, *p); //이것이 문제.

이런 코드를 돌려 주면 C에서는 MARK가 처음에는 100이다가 나중에는 50이 되어 버린다! 이런 이유로 인해 C에서 const int는 껍데기만 const이지 case 문의 상수로 쓰이지도 못한다. 아, C 언어는 const_cast라는 연산자가 없으니, 그냥 *((int *)&MARK) = 50; 이라고 해야겠지만 말이다.

허나, C++은 이 정책이 바뀌어서 const를 다루는 방식이 좀 더 엄밀해졌다. 사실, 객체 지향 언어이다 보니 상수값을 취급하는 방식이 더 정확하고 엄밀해져야만 하는 게 마땅하다. 무작정 C 같은 '고수준 어셈블리' 패러다임만 추구해서는 곤란할 터이다.

C++은 MARK 변수가 차지하는 메모리에 들어있는 값과 상관없이 소스 코드에서 MARK가 그대로 쓰인 곳은 언제나 100을 대응시켜 준다. 다시 말해 위의 경우 100과 50이 출력된다. MARK와 *(&MARK)의 값이 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MARK는 언어 차원에서 처음 선언해 준 값이 그대로 유지되며, 진짜 매크로 상수처럼 쓰일 수 있다는 뜻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C와 C++ 사이의 교묘한 차이 중 하나이다. C/C++ 프로그래머라면 이 정도는 이미 아는 분이 많을 것이다.

2.

C/C++은 잘 알다시피 '선언 따로, 정의 따로'라는 좀 원시적이라면 원시적인 디자인 철학을 따르는 언어이다. 그래서 헤더에 들어간 선언은 그 선언을 사용하는 모든 번역 단위들이 include를 “매번” 해 줘야 하고, 그 선언에 대한 정의는 아무 번역 단위에다가 “한 번만” 써 주면 링크 때 알아서 말 그대로 '연결'이 된다. 그렇다, 걔네들은 원래 그런 언어이다.

자바나 C#은 클래스의 선언과 정의가 일심동체이고 그 클래스가 곧 번역 단위이다. 뭐, C++도 클래스를 선언하면서 멤버 함수의 몸체까지 헤더 파일 안에다 같이 써 주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그건 간단한 인라인 함수를 만들 때에나 제한적으로 쓰이는 관행이다. 아니면 어차피 모든 클래스의 몸체가 헤더에 들어가야만 하는 템플릿일 때 정도.

자, 이런 이중적인 구조로 인해 C++은 static 멤버 변수의 정의조차도 클래스의 선언과 동시에 할 수가 없다.
여러 번역 단위에서 매번 인클루드되는 '선언부'에다가 한 번만 등장해야 하는 '정의부'가 동시에 들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바나 C#은 클래스 안에다가 static int MAX = 100; 같은 문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넣을 수 있으나, C++은 굳이 static int MAX;int CFoo::MAX = 100; 을 분리해서 써 줘야 한다.

그럼, C++의 클래스에서 멤버를 선언할 때 대입 연산자가 들어갈 일이란 오로지 순수 가상 함수를 선언할 때 쓰이는 = 0밖에 없는 걸까? (자바와 C#은 순수 가상 함수는 오히려 pure이나 abstract 같은 키워드를 따로 써서 표현함!)

놀랍게도 그렇지는 않다.
딱 하나 예외적으로, static const라는 속성을 지닌 간단한 '정수 계열'의 멤버는 클래스 안에다 선언과 함께 초기화를 하는 게 가능하다. 즉, 클래스 안에다가 static const int MAX = 100; 정도는 C++도 허용해 준다는 뜻이다.

물론 제약이 몹시 심하다.
static과 const 중 속성이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배열이나 구조체의 초기화는 어림도 없다. static const WCHAR NAME[] = L"foo"; 같은 거 안 된다.

쉽게 말해 정수 정도면, 심벌이 있는 곳의 메모리 주소를 참고하는 게 아니라 심벌의 값 자체를 매번 집어넣어 주는 게 어차피 이득이니까 예외적으로 클래스 내부에서의 정의와 초기화가 허용되는 셈이다. 그러니 static const 정수는 그냥 메모리 주소를 얻는 게 가능한 enum 수준에 불과하다.

정수 계열은 심지어 __int64도 허용되지만 포인터는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부동소수점도 안 된다. static const double PI = 3.141592; 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건 현재 GNU 계열 컴파일러에서만 지원하는 extension일 뿐, 표준은 아니다.

3.

한 소스 파일에다가 const 속성을 가진 커다란 정수 테이블 배열을 전역변수 형태로 만들었다. 그건 난수표가 될 수도 있고 time-critical한 실시간 계산 프로그램(게임이라든가)에서는 삼각함수나 로그값 테이블이 될 수도 있고 문자 코드 변환 테이블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다른 번역 단위에서는 그 테이블의 명칭을 extern으로 선언해 놓고 참고하여 사용했는데, 링크할 때는 그 명칭을 찾을 수 없다고 에러가 나는 것이었다. 본인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경험적으로 const 속성을 제거하면 문제를 피해 갈 수 있긴 했으나, 값을 변경하지 않는 상수 테이블을 일반 배열로 취급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링크가 되지 않던 이유를 난 한참 뒤에야 알게 됐다.
C가 아닌 C++에서는 static이나 extern 명시가 없이 const로 선언된 전역변수는 기본적으로 extern이 아니라 static 속성이 부여된다. 그러니 그 번역 단위 내부에서만 쓸 수 있지, 외부로 명칭이 노출되지 않으며, 따라서 링크 에러가 난다.

왜 그렇게 정책이 바뀌었냐 하면 const 개체에 대해서는 이 글의 1번 항목에서 명시한 것과 같은 무결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심벌이 가리키는 메모리 주소는 값이 언제 바뀌어 있을지 모르니, const 개체의 값은 매 번역 단위마다 컴파일러가 소스 코드로부터 읽어들여서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이 조치를 무시하고 const 개체의 값을 다른 번역 단위에서도 사용하려면 extern을 명시적으로 지정해 줘야 한다.

extern const TYPE TABLE = ... 라고 바로 써 줘도 되고, external const TYPE TABLE; 이라고 먼저 선언만 한 뒤에 나중에 const TYPE TABLE = ... 을 쓰면 TABLE은 여느 전역변수와 마찬가지로 다른 번역 단위에서 참조가 가능한 extern 변수가 된다.

4.

Windows 환경에서 개발을 하다 보면 지금 설치되어 있는 운영체제의 SDK에 기본 내장되어 있지 않은 GUID를 수동으로 추가해서 사용해야 할 때가 있다.

GUID는 코드가 아니라 128비트짜리 난수가 들어있는 구조체에 불과하지만, 엄연히 const 전역변수들의 집합이기 때문에 선언부와 정의부가 따로 있다. 그리고 주요 GUID의 실제 값들은 플랫폼 SDK의 라이브러리 디렉터리에 있는 uuid.lib에 들어있다. kernel32, user32, gdi32만큼이나 딱히 우리가 지정을 안 해도 자동으로 링크되는 기본 라이브러리이기 때문에, 파일의 존재감을 모르는 분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놈의 GUID 하나 좀 쓰자고 헤더 파일과 소스/라이브러리 파일을 다 구비해 줘야 하는 걸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귀찮다고 헤더 파일에다가 GUID 값을 몸체(정의)를 다 써 주면, 이론적으로는 그 헤더를 인클루드하여 사용하는 모든 번역 단위에 동일한 GUID의 몸체들이 obj 파일 내부에 중복 기재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문제는 MS 컴파일러의 경우 자기만의 언어 확장을 만듦으로써 우격다짐으로 해결했다. DLL 심벌을 만들거나 사용할 때 __declspec(dllexport/dllimport)를 사용하는 것처럼 __declspec(selectany)라는 속성도 있다. 이것이 지정된 전역 변수는 여러 object에서 중첩 기재된 심벌이라도 링크 때 딱 한 몸체만 임의 선택된다.

여러 소스 코드에서 공통으로 쓰이는 GUID를 새로 추가하고 싶으면 #include <initguid.h>를 해 준 뒤, DEFINE_GUID 매크로로 새 GUID의 명칭과 값을 써 주면 된다. 이 매크로는 내부적으로 selectany 지정자를 사용한다.

결국 이것은 전역 변수 선언계의 #pragma once나 마찬가지이다. 중복 인클루드 방지에 이어 심벌 몸체의 중복 링크 방지 마크이다. 이게 다 C/C++에는 간편히 끌어다 쓰는 패키지 개념이 없이, 원시적인 헤더/라이브러리에만 의존하느라 컴파일러 제조사가 부득이 추가한 꼼수인 셈이다.

내가 늘 느끼는 거지만..
C++ 님 좀 짱이다. 10년이 넘게 파 왔지만 아직도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들이 계속 발견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3/03/22 08:29 2013/03/2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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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yn 2013/03/22 11:36 # M/D Reply Permalink

    자 이제 mpl의 세계로...

    1. 사무엘 2013/03/22 15:33 # M/D Permalink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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