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톤 드보르작

음악가 드보르작. 알면 알수록 대단하며 우리 같은 후대의 철덕들의 귀감이 되는 존경스러운 철덕이다. 우리 모두 드보르작을 본받자. 불끈!

진 회숙의 <클래식 오딧세이> 중에서

드보르작은 사실 상당히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그는 한 가지 것에 거의 편집증에 가까운 집착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기관차와 역, 철도에 관한 것이었다. 프라하에 살고 있을 때, 그는 매일같이 프란츠 요제프 역으로 가 입장권을 사서 구내로 들어간 다음 역 구석구석을 자세히 살펴보고, 개찰구의 역원이나 짐꾼, 감시원, 기관사들과 농담을 하기도 하고 기차에 관한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기차 시간표를 줄줄이 암기하고 있었던 그는 열차가 가끔 늦기라도 하면 마치 큰일이나 난 것처럼 지나가는 역원이나 승객에게 그 이유를 물으며 야단법석을 피웠다고 한다.

그렇다고 음악원 선생 노릇을 전폐하고 역에 머물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음악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을 때에도 그는 틈틈이 역장이 가지고 있는 것과 똑같은 고풍스러운 시계를 신경질적으로 꺼내보며 열차의 도착 시간을 점검하곤 했다. 그러다가 정 궁금하면 학생을 역으로 보내 11시 20분 도착 예정인 브륀-프라하 행 급행열차 158호가 정시에 도착했는지, 기관사인 야로슬라브 보트루바가 무슨 재미있는 경험을 하지나 않았는지 알아오게 했다.

이 때문에 노바크, 수크, 피비히, 레하르와 같은 미래의 대음악가들이 종종 수업을 중단하고 스승의 취미에 봉사하기 위해 요제프 역으로 달려가야만 했다. 그러다가 언젠가 꾀가 난 제자가 역에 다녀오지도 않고 다녀온 것처럼 꾸며서 애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거짓말이 곧 들통이 나 그 제자는 드보르작으로부터 무척 호되게 야단을 맞았는데 그 제자의 표현을 빌면 당시 드보르작의 모습이 마치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것’ 같았다고 한다.

어느 날 드보르작의 딸과 약혼한 제자 요제프 수크가 고향에서 돌아왔다. “그래, 여행은 어땠는가?”하고 드보르작이 물었다. “모든 것이 즐거웠습니다. 우리는 2시 34분 정각에 크로세비치를 출발해 3시 13분에 벤샤우에 도착, 거기서 물을 공급 받고, 3시 28분에 발차하여 5시 46분에 프라하에 도착했습니다. 아, 그리고 저희가 탄 열차의 번호는 10726번이었습니다.”

이렇게 얘기하고 나서 수크는 ‘이 정도면 스승이 만족했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그의 대답을 들은 스승의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은 것이었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드보르작이 하는 말,

“자네 정말 한심하군. 10726번은 열차번호가 아니라 기관차의 제작번호란 말일세. 이 벤샤우 열차의 번호는 187이야.”
이렇게 제자를 향해 쏘아붙인 드보르작은 다시 딸에게로 고개를 돌려 이렇게 물었다. “그래 너는 이런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거냐?”

철도 차량의 번호와 운행 번호는 정말로 혼동하기 쉬운 개념이긴 하다만.. ㅋㅋㅋ
이것 말고도 드보르작의 놀라운 언행을 살펴보자. 이 사람이 오늘날 지하철이나 전기 기관차의 VVVF 구동음이라도 들었으면 정말 뿅 갔지 싶다..

“이것은 많은 부품으로 되어 있어. 너무 너무 다양한 부품들이지. 모두 각자가 모두 중요성을 가지고 있고, 각자 그 역할이 있어. 심지어 가장 작은 스크류 부속조차 제 위치에 있으며 무언가를 연결하고 있어. 모든 부품이 그 목적이 있고, 그 역할이 있어. 그 결과는 말이야 놀라워!!”

“오오 그런 기관차가 트랙에 있다니!! 그들이 석탄과 물을 넣으면 말이지, 단 한 사람이 작은 레버를 누르면, 큰 레버가 작동되기 시작해, 비록 기차는 수천 톤의 금속덩어리 인데도, 기관차는 토끼처럼 움직인다고! 내가 만약 기관차를 발명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나는 내가 작곡한 모든 교향곡이라도 포기할 수 있어!!


2. 유 병언

그러나 참으로 안타깝고 애석한 것은... 우리나라엔 정말 뜻밖의 인물도 완전 뼛속까지 철덕이라는 점이다.
정말 욕 나오고 분노가 치민다. 내가 다 민망하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유 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취미생활로 알려진 각종 폐열차 구입에 약 2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기독교 복음 침례회(구원파)가 소유한 전국 폐교, 연수원 등 4곳에 있는 각종 폐열차는 120여 량. 전남 곡성군 삼기면의 한 폐교에는 ㈜아해 소유의 폐열차 4량, 화차 58량이 있다. 벌크라고 불리는 화차는 유류, 시멘트 원료 등 각종 화물을 운송하는 데 쓰인다.


게다가 저 아저씨는 내가 재벌 갑부가 됐으면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을 정확하게 똑같이 하고 있었다.. ㅠㅠㅠㅠㅠ
금수원 사진에 웬 서울 지하철 열차가 있는 걸 보고는 깜짝 놀랐었는데, 실상은 이거 뭐 상상 이상이었다.

자고로 철덕이라면 철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문과 무와 예체능 일체의 학문을 분야 불문하고 두루 겸비한 인재로서
나라사랑 국토사랑 정신으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한국 철도의 향기를 좋은 간증으로 남겨 방방곡곡에 전해야 하거늘!
만나면 철덕의 명예를 걸고 한 대 패 주고 싶다.
구원파라고 해서 일반적인 기독교회까지 함께 싸잡아 팀킬시킨 게 다가 아니었구나.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이 폐전동차를 구입한 것이 밝혀지면서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앞으로는 객실을 해체해 고철로만 파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기록된바, 철도의 이름이 너희로 말미암아 일반인들 가운데서 모독을 받는도다, 함과 같으니라." 꼴이 됐다.

Posted by 사무엘

2014/07/13 19:37 2014/07/1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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