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XXX파 조폭이 있고 일본에 야쿠자가 있다면, 유럽과 미국에는 마피아라고 불리는 범죄 조직이 있었다.
미국 마피아는 1920~30년대.. 세계사에서 '전간기'라고 부르고 미국에 금주법이라는 게 있던 시절에 '알 카포네'(1899-1947)라는 두목의 휘하에서 활동하던 시카고 마피아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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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와바리를 접수해서 보호비 자리값을 뜯고, 자기 조직으로부터 술을 사지 않는 업소한테는 처절하게 보복하고.. 자기 나와바리를 노리는 적대적인 조직은 칼뿐만 아니라 총과 폭탄까지 동원해서 작살을 내 버리고.. 그런데 법조인까지 매수해서 잘 구슬렸는지, 두목이 어지간한 사고를 쳐도 혐의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아서 감옥에는 절대 안 가고.. 정말 악랄하기 그지없었다.

얘네들이 지금 2020년대에도 잘나가고 있는지, 아니면 이제 공권력에 의해 다 토벌되어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며 찌그러져 있는지는 난 잘 모르겠다. 내 개인적으로는 영화 '대부'와 그 패러디작에서 묘사된 마피아 정도밖에 아는 게 없다.
저 시절, 미국 마피아와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지는 게 있다.

1. 술과 우유

저 시절에 미국 마피아들은 밀주를 몰래 불법 유통시키며 악명을 떨쳤다. 하지만 얘들은 한편으로, 금주법은 무리수가 많은 조치이기 때문에 몇 년 못 가 폐지될 것이라는 점도 예상했다. (1933년, 루스벨트 때 폐지) 이렇게 술 특수를 누리는 나날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고, 이는 자기네 조직의 미래와도 직결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술 말고 다른 물 장사를 개척했는데 그건... 우유였다. 이건 술과 달리 전국민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마시는 음료이다. 낙농업을 접수해서 독점해 버리면.. 마피아들이 보기에도 이게 더 안정적이고 더 돈이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술보다야 더 건전하기도 하고. ㄲㄲㄲㄲ

이때 미국에서는 우유가 품질 관리가 안 되고 유통망이 개판이었다. 상온에서 오래 방치되어 시큼하게 상하고 앙금까지 생긴 우유가 버젓이 공급되기도 했으며, 어제 팔고 남은 우유를 새 우유에다 섞는 건 예사.. 그걸 밀가루나 심지어 분필 가루까지 넣어서 도로 하얗게 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당연히 이딴 우유 마시고 배탈 나는 사람이 속출했으며, 심지어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사람도 소수나마 있었다. 허나, 이게 우유 때문이라는 걸 입증하는 건 요즘으로 치면 자동차 급발진을 소비자가 입증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았나 보다. 돈 먹은 의사들은 적당히 삭아서 시큼한 우유가 몸에 더 좋다고 비양심적인 궤변 언플까지 늘어놨다고 한다.
상한 우유가 무슨 늙은 호박처럼 허연 가루가 앉으면서 영양분이 더 많아지기라도 하냐 젠장..

그랬는데 마피아가 개입하자 오히려 이런 관행이 개선되었다. 천조국 마피아들은 자릿세 뜯는 건 악랄했어도, 사람 입에 들어가는 음식물에 대해서는 나름 신념이 있었는지 선 넘지 않고 양심적으로 일을 처리했다.
원유를 채취하는 농장에서부터 조직적인 품질 관리를 시행했으며, 심지어 제조되는 우유 병에다가 유통기한을 찍는 관행이 이때 처음으로 생겼다나 어쨌다나.. 마피아 지들이 돈 되는 일을 하려다 보니 우유의 품질이 개선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나치 독일이 1933년에 현대적인 동물보호법을 세계 최초로 제정하고 뜬금없이 동물 복지에 기여를 했다면, 미국 마피아는 뜬금없이 우유의 품질과 유통망을 개선했다.
큰 악이 초기에 작은 악을 좀 척결하는 건 그리 이상하게 볼 일이 아닌 것 같다. ㄲㄲㄲㄲㄲ

사실, 미국은 20세기 초에는 정말 자유 시장 경쟁 방임의 극치 상태였다. 그래서 이 글에서 다 열거하지는 않지만 기업-기업(경쟁사에 대한 흑색선전 거짓 비방), 기업-근로자(가혹한 노동 조건), 기업-소비자(저런 불량품), 기업-정치/법조인(매수, 뇌물) 간에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 추악하고 부도덕한 일이 많이 벌어졌었다.
걔네들이 조폭 같은 기업이라면, 저런 마피아는 기업화된 조폭이나 마찬가지였다.

* 여담

  • 우리나라에서 '장군의 아들 김 두한' 패거리가 행색이나 인상, 이미지가 이런 미국 마피아 두목의 한국 버전과 좀 비슷하게 느껴진다.;;; 뭐, 처한 여건이나 행적이나 신분이 둘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 일본 야쿠자야.. 100여 년 전, 관동 대지진 때문에 미친 학살극이 벌어졌을 때 조직원 중에 조선인이 있으면 쟤들이 그 조선인을 보호해 줬을 정도였다. 이런 뒷동네 조직에 최소한의 의리는 있었던 셈이다.

2. 법무팀 변호사

알 카포네는 무력을 담당하는 칼잡이 총잡이 건달뿐만 아니라, 변호사 브레인도 부하로 고용해서 법률을 자문하고 법망을 요리조리 피하는 일에 써먹고 있었다.
그의 법률 참모는 에드워드 조셉 오헤어(Edward Joseph O'Hare 1893-1939)라는 아일랜드 출신의 변호사였다. 그는 해박한 법률 지식을 동원해서 알 카포네를 변호하고, 그가 감옥에 가는 일을 막아 줬다. 반대로 알 카포네 역시 그에게 엄청난 연봉을 지급하고 으리으리한 집과 차도 장만해 주고.. 물질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보상했다.

그 에드워드 변호사에게는 어린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가 이렇게 돈을 악착같이 많이 번 건 아들을 물질적인 부족함 없이 최고로 잘 키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작 아들이 머리가 굵어지고 "아버지 뭐 하시노?"에 대한 관념이 형성될 때가 되자 그는 고민에 빠졌다. 돈을 많이 벌긴 하는데.. 그닥 떳떳한 거래를 통해서 버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애비가 스스로 그렇게 생각을 한 건지, 아니면 아들이 "저는 아버지가 부끄럽습니다~" 이런 말을 해서 현타에 빠져서 자괴감이 든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어쨌든 에드워드는 양심의 가책을 심각하게 느끼게 됐다. 아들은 자기처럼 범죄자와 거래하는 더러운 돈의 노예로 만들지 말고, 깨끗한 양심으로 정의롭게 살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아들을 사관학교에 보내서 군인으로 키우고.. 급기야는 자기에게 후한 월급을 주던 조직을 정면으로 배신해 버렸다. 이놈의 알 카포네 일당이 저지른 짓, 그리고 자기가 은폐한 악행을 경찰에 조막조목 고발하고 자백해 버리는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그의 증언과 증거 자료 덕분에 사법 당국은 오랜 기간 잡지 못했던 알 카포네를 1931년에 체포해서 다른 혐의는 모르겠다만 '탈세'라는 중범죄 혐의를 적용해서 투옥시킬 수 있었다.

에드워드는 양심의 자유를 얻은 대신, 자기 목숨을 대가로 치르게 되었다.
1939년, 알 카포네가 만기 출소가 임박했을 즈음에.. 에드워드는 자동차 운전 중에 주변 괴한들로부터 샷건을 난사당했다. 그는 40대 중반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그의 아들 에드워드 '헨리' 오헤어(1914-1943)는 애비의 바람대로 군인이 되어서 의인에 애국자에 나라를 구한 영웅으로 잘 자랐기 때문이다.

최대한 간단히 요약하자면.. 그는 찰스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 비행 소식에 꽂혀서 비행기 덕후가 되었고, 해군 항공대 소속의 장교 신분으로 태평양 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탁월한 상황 판단력에다 우수한 비행기 조종술과 사격술을 동원해서 위급한 상황에서 혼자 일본 적기를 6기나 떨구고, 수천 명이 탑승 중이던 아군 항공모함이 빈집털이 당하는 걸 막았다.

패닉에 빠질 법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적기의 엔진과 연료 탱크만 저격하듯이 쏘며 공중전을 벌인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고 무사히 살아서 돌아왔다.
이런 엄청난 무공 덕분에 그는 명예 훈장을 받았고 중위에서 2계급을 건너뛰어 바로 소령으로 진급하고, 그야말로 전국적인 영웅으로 등극했다.

이게 1942년의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로부터 1년 뒤인 1943년 11월 어느 밤에 짧고 굵었던 삶을 마쳤다.
길버트 제도 부근에서 야간 경계 임무 수행 중에 적기와 마주쳤는데.. 이때 갑자기 적기로부터 피격을 당했는지 어두운 바다 수평선으로 사라지면서 아군 기지와 연락이 끊어졌다. 그 뒤 시체도, 기체 잔해도 못 찾은 채 영원히 실종되어 버렸다.

시카고 시민들은 2차 세계 대전 영웅이었던 아들 에드워드 오헤어, 그리고 의로움을 몸으로 실천했던 아버지 에드워드 오헤어를 기억하기 위해.. 시카고에 있던 '오차드 디포'라는 국제공항을 1949년 9월부로 '오헤어' 국제공항이라고 개명했다.
이스라엘에서 우주왕복선 사고로 순직한 아버지와, 전투기 훈련 중에 순직한 아들을 기리기 위해 '일란 & 아사프 라몬' 국제공항을 만든 것과 아주 비슷한 사례인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2/12/09 08:35 2022/12/0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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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 게임 외

1980년대에 구소련은 미국 포함 전세계에 퍼져 나간 명게임을 두 종류 발명해 냈다.
하나는 1984년, 알렉세이 파지노프라는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테트리스라는 비디오 게임이고,
다른 하나는 1986년에 드미트리 다비도프라는 심리학자가 고안한 오프라인 소셜 게임인 마피아 게임이다. MT 같은 데서 많이 해 보셨을 그 게임 말이다.

테트리스에 대해 잠깐만 언급하고 넘어가자면, 과거 도스 시절에 아래아한글은 테트리스와 두 번 인연이 있었다. 1.51도 나오기 전, 1.2 시절에 잠깐 텍스트 모드에서 실행되던 테트리스를 액세서리로 제공한 적이 있었다가 나중에 2.5 내지 3.0에서 덧실행 기능이 추가되면서 테트리스가 덧실행 프로그램이라는 명목으로 재도입되었다.

테트리스는 게임 자체야 메카닉이 매우 간단하니, 그래픽· 비주얼은 걍 발로 만든 수준으로 넘긴다 해도 게임 진행만 되는 물건 형태로는 고딩/대딩 수준의 프로그래밍 실력으로 몇 시간만 코딩하면 뚝딱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테트리스의 저작권을 보유한 회사가 지금도 시퍼렇게 살아 있으니, 이걸 상업용 소프트웨어에다 번들로 제공하거나 유료 게임 서비스를 하려면 꽤 막대한 양의 로얄티를 지불해야 한다.

잘 알다시피 테트리스는 엄청난 히트를 쳤다. 이것 때문에 학교와 직장 곳곳에서 지각과 태업이 속출하는 바람에, 이건 자본주의 진영을 몰락시키기 위해 소련이 몰래 개발해서 퍼뜨린 거라는 음모론이 나돌 정도였다. 그래도 테트리스 자체에는 딱히 이념적인 요소가 있지는 않다.
그에 반해 마피아 게임은 역시 소련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스머프도 주인공과 설정에 공산주의 프로파간다가 듬뿍 담긴 만화영화라는 음모론이 있는데, 그것보다는 더 현실적이다.

마피아는.. 인간의 죄성을 교묘하게 잘 이용하는 심리· 정치 게임이다. 게임을 해 본, 특히 크리스천이라면 이 말에 절실히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건국 초기에 벌어졌던 좌우익 진영 대립과 광기어린 학살극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마피아 게임의 현피 실사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국 곳곳에서 파업, 폭동, 반란이 벌어지고 유언비어 공산주의 선동질에 사회가 극도로 혼란스럽다. 이걸 가만히 놔 두면 나라는 완전히 끝장 나고 망한다. 그러니 쟤들을 색출해서 잡아 가두고 죽이긴 해야 하는데.. 악의 무리들이 대놓고 “내가 빨갱이요”라고 정체를 밝힐 리가 있나..;;

온갖 거짓말이 횡행하고 서로를 믿을 수가 없고, 자고 일어나면 누가 죽어 있을지 모른다. 위에서 까라니 까야 되고 실적을 만들어야 하는 아래 부하들 입장에서는.. 속된 말로 없는 빨갱이라도 만들어 내야 할 판이 된다. 이런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반공 진영이건 용공 진영이건 맛이 안 가는 게 이상한 일이다.

마피아만 해도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거짓말을 해야 하고 대신 남을 마피아로 몰아서 죽이는 것 때문에 일명 '우정파괴 게임'으로 통한다. 하물며 그게 당장 내 목숨이 걸린 현실이라고 생각해 보시라.
게다가 마피아 게임은 이거 뭐 아무 단서가 없으니 동등한 조건에서는 마피아가 승률이 시민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심지어 경찰과 의사가 있다고 해도).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민주주의 인권 운운하는 국가라 한들, 이런 상황에서는 시민의 승률을 강제로 높이기 위해서 초법적인 비밀 첩보/수사 기관을 두는 것이다.

이런 상황 설명 없이, 남로당의 사악한 만행은 쏙 빼 놓고 서북 청년단만 무슨 악의 축인양 욕한다? 혹은 좌우익 둘 다 똑같이 잘못했다고 양비론으로 퉁쳐? 내 양심으로는 동의할 수 없다. 모르고 그런 주장을 한다면 바보인 것이고, 알고도 그런 거짓말을 일부러 퍼뜨리는 거라면 사악한 자이다. 이거 뭐 일본의 역사 왜곡을 욕하고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좌익의 요인 암살, 양민 학살, 대중 선동에 맞서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정신으로 화답한 게 우익 측의 폭력이었다. 자기는 기독교 욕하면서 남은 성령 충만한 크리스천이길 바라는 것은 도둑놈 심보이지 않은가?

4·3 사건 같은 것도.. 진압 과정에서 대규모 양민 학살이 있었던 것은 분명 너무 과한 흑역사긴 하지만, 그건 분명 주모자가 우리나라 건국을 방해하려고 사전 준비되어 온 조직적인 폭동을 일으켜서 경찰서를 습격하고 경찰 가족이나 젖먹이까지 죽이면서 일으킨 반란이다.

흑역사는 흑역사로 뉘우치고, 정부 입장에서 사과하는 것은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흑역사로 말미암아, 국가 전복 반역 행위가 그저 '민주화 운동'으로 둔갑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비유하자면 대한민국 정부는 미군에 의해 후세인이 축출된 이라크 정부, 조선로동당은 그 이름도 유명한 IS, 그리고 서북 청년단 같은 반공 단체는 IS의 착취와 악행에 완전히 학을 뗀 쿠르드 민병대 정도에 대응한다고 봐도 되겠다.

그러고 보니 제주도에는 4·3 사건 말고도.. 이 재수의 난 같은 사건도 있더군..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가 공산화되지 않고, 필리핀이나 중남미처럼 되지도 않고 이렇게 우뚝 선 건 정말 기적이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상, 마피아 게임으로부터 든 일련의 생각들이었다. =_=;;
남로당에 대해 절대 침묵하면서 서북단 청년단만 때리는 이런 치우친 아저씨들 때문에.. 한글, 철도, 기독교, 컴터 얘기만 화기애애하게 이어졌을 내 블로그와 SNS도 심각한 글, 과격한 글이 올라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가 지금 대통령에 대해서, 일베에 대해서, 혹은 새누리당과 새민련에 대해서 정치적 견해가 다른 것은 얼마든지 용납한다. 그러나 필요악과 절대악의 관계에 대해서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좀 용납하기 힘들 것 같다. 앞으로 어지간해서는 '필요악'을 주제로 또 글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4/10/27 08:23 2014/10/2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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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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