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어지간한 인터넷 웹사이트들은 폭이 참 꾀죄죄하고 입구나 메뉴가 플래시로 만들어졌으며, "IE 6 브라우저와 1024*768 해상도에서 가장 잘 표시됩니다" 이런 거 적는 게 유행이었다. 커뮤니티 게시판은 제로보드 4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물리적인 프레임 구분이 있는 웹사이트도 있었다. "이 페이지를 보려면 프레임을 지원하는 브라우저가 필요합니다" 에러 문구도 있고 말이다.

지금 저런 사이트를 보면 유지 보수되고 있지 않은 옛날 구닥다리 골동품 냄새가 풀풀 느껴질 것이다. 게시판은 온통 스팸 광고글로 넘쳐나고 있지 않은지가 걱정될 지경이고 말이다.

요즘 스타일의 웹사이트라면 큰 폭에 유연히 대처할 뿐만 아니라 플래시 없이 JavaScript만으로 모든 인터랙티브한 UI를 구현해야 한다. 특히 화면이 아래로 스크롤 됐을 때 메뉴 같은 게 쏙 줄어들어서 화면 한구석으로 밀려나는 거라든가.. 목록의 끝을 열람했을 때 다음 목록이 뒤에 실시간으로 추가되는 기능 같은 게 요즘 유행인 것 같다. css만 바꿔서 모바일 최적화 페이지도 제공하고 말이다.

사실, 본인조차도 HTML 지식은 거의 2000년대 초반 이래로 정지-_-해 있어서 최신 스타일의 홈페이지를 만드는 법을 잘 모른다. 그래도 옛날보다는 지금이 웹 기술들의 파편화가 훨씬 줄어들고 웹 개발자들이 일하기 편리해지긴 했다.
지나간 옛날 이야기이다만 싸이월드의 사이트 개편도 그런 변화를 따라가기 위한 명분과 당위성이 충분한 개편이었다. 구형 싸이월드는 시대에 너무 뒤쳐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편을 매끄럽게 제대로 못 하고 개악에 가까운 수준으로 해 버리는 바람에 사용자들이 대거 이탈하고 망하게 됐다.

웹사이트의 현대화를 나타내는 지표는 단순히 저렇게 외형적인 것에만 있는 게 아니다.
웹 문서들의 인코딩은 국제 표준으로 등극한 UTF-8로 통일하도록 하고, 서버의 각종 URL에도 오로지 영문· 숫자만 쓰거나 아니면 최소한 UTF-8방식으로 인식하게 설정해야 한다.
1990년대 말에 한글로 된 파일을 첨부한 것이 인식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IE에서 "URL을 언제나 UTF-8 방식으로 보냄" 옵션을 끄는 게 팁으로 통용되었던 건.. 마치 Windows Vista에서 UAC 옵션을 끄는 팁만큼이나 뭔가 미개한 관행이었다.

그리고 요즘 무시할 수 없는 대세가 바로.. HTTPS이다. 이건 웹사이트계의 디지털 서명이나 마찬가지이다.
사용자가 서버로 뭔가를 입력하고 보내는 게 전혀 없이 오로지 일방적으로 조회하고 표시하는 기능밖에 없는 사이트라면 모를까, 로그인을 하고 최소한의 interaction이 있는 사이트라면 내가 이 사이트를 믿고 내 개인 정보를 제공해 줘도 되겠는지에 대한 보증이 필요하다.

요즘 최신 브라우저들은 HTTPS가 아닌 구닥다리 HTTP를 쓰면서 폼 입력 기능이 있는 웹사이트에 대해, 갈수록 더 적극적으로 "이 사이트는 위험함, 정보 전송을 권장하지 않음"이라고 경고하는 추세이다.
그러니 사이트 운영자들은 깔끔한 UX를 방문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HTTPS를 도입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대가가 따른다. 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하고 암호 해독 때문에 서버의 트래픽과 오버헤드가 더 증가하는 것도 감수해야 하고.. 귀찮다.

내 홈페이지는 언제쯤 HTTPS를 도입하게 될지 모르겠다. 웹사이트가 아니라 당장 날개셋 한글 입력기 바이너리조차도 디지털 서명을 안(못) 하고 배째라 쌩으로 배포하고 있거늘..;;

이렇듯, Windows 기준으로 응용 프로그램의 현대화 지표가 유니코드 API, 고해상도 DPI 지원, 공용 컨트롤 6 매니페스트 같은 거라면, 웹사이트의 현대화 지표는 UTF-8, 無플래시, 최신 HTML/CSS 요소, 모바일 페이지, HTTPS 같은 것들이라 하겠다.

그나저나, HTML5 웹표준의 지원 수준 척도로 여겨지고 있는 ACID3 테스트 말이다.
마소에서 만든 IE11과 Edge도 ACID3을 100점 만점으로 통과하고 있고 Google 크롬 역시 예전에는 그랬던 것 같은데 요즘 버전은 97점에서 멈추고 있다. 내 자리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또 뭐가 바뀌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한편으로 크롬은 과거에는 APNG(png 기반 애니메이션)를 웹 비표준이라는 이유로 지원하지 않다가 요즘은 지원하기 시작했다.
크롬도 나온 지 벌써 10년이나 됐다(since 2008). 정말 엄청난 속도로 버전업을 하고 있고 지금도 프로그램 내부가 쉴 새 없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요즘은 세상이 바뀌어서 옛날처럼 마소와 오픈소스 진영이 브라우저 전쟁을 하는 게 아니며, Visual Studio로 어설픈 Windows Phone 앱 대신 무려 안드로이드 앱을 만드는 지경이 됐다. 옛날에다 비유하자면 컴퓨터 세계에서 미국· 소련간의 냉전이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도 갈수록 서로 비슷해져 가고 있다. (배터리 일체형은 삼성이 따라하고, 큼직한 화면은 애플이 따라하는 식)

IT 업계가 전반적으로 분리와 파편화가 아니라 통합과 상생이 대세인 듯하다.
마소의 경우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 같은 초창기 원로들이 경영진에서 물러나고 사티아 나델라가 집권한 뒤부터 경영 방침과 회사 분위기가 굉장히 크게 바뀐 게 느껴진다. 제아무리 천하의 마소라 해도 영원무궁토록 Windows와 Office만 갖고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언제까지나 오픈소스 진영과 척지고 살 수는 없으며 인제 와서 Windows Phone이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을 이긴다는 건 불가능할 테니 말이다.

뭐, 경쟁자들을 적대시하여 어떻게든 독과점으로 말려 죽이려 했던 옛날 마소 경영자들의 전략도 그 시절에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긴 했을지 모른다. 천하의 삼성 전자도 과거에는 일본의 아류 짝퉁이나 만드는 영세 전자 기기 제조사였던 적이 있으며, 마소도 처음에는 그냥 공룡 하드웨어 제조사에다가 소프트웨어를 납품해서 먹고 사는 을의 처지로 시작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여유로운 잣대로 옛날을 함부로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8/10/15 08:32 2018/10/15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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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거 2010년대 초에는 제로보드 4를 쓰지 말자, IE6을 쓰지 말자, ActiveX를 퇴출시키자 이런 운동이 벌어졌다. 그때는 같은 PC 안에서 Windows에 종속되지 말고 맥, 리눅스까지 잘 지원하는 웹 표준을 지키자는 게 아젠다였다.

그러다가 2010년대 중반부터는 구시대 관행들이 추가적으로 없어지는 게 눈에 띈다. 웹 상으로 주민 등록 번호 13자리 전체를 수집하는 게 금지되었으며, 기술적으로는 영원불변할 것만 같던 플래시마저 웹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이건 PC 운영체제 간의 연동이 아니라, PC와 모바일이라는 상이한 플랫폼 간의 연동이 아젠다이다. (플래시 없이 현란한 광고 애니메이션은 어째 만드나 싶다.)

사실, 기술과 이론만 따지자면야 모바일에서도 플래시를 지원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플래시는 근본적으로 현란한 벡터 애니메이션을 출력하려고 만들어진 물건이니 설계 이념이 딱히 화면 작고 전력 소비에 민감한 모바일과는 친화적이지 않다. 기기와 무관한 접근성의 보장이라는 웹 표준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플래시도 따지고 보면 그 본질은 3rd-party plug in이고 IE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ActiveX의 일종이긴 했다. 플래시를 집어넣을 때 쓰는 태그가 여느 ActiveX 컨트롤을 집어넣을 때 사용하는 태그와 다를 바 없다. 다만, 얘는 독보적으로 너무 유명하고 널리 쓰이다 보니 타 ActiveX와는 지위가 다른 예외적인 물건으로 취급되어 왔을 뿐이다.

그러니, 좀 웹 표준을 어겨도 PC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던 것이 완전히 차원이 다른 컴퓨팅 환경인 모바일에서는 더욱 부각되게 되었다. 거기에다 보안 문제도 불거지고, 또 모종의 이유로 인해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과 플래시의 제조사인 어도비가 사이가 나빠지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플래시는 인터넷에서 퇴물로 전락했다. 급속도로 몰락의 길을 가게 됐다.

플래시가 독자적으로 제공하던 고급 기능들은 그냥 웹브라우저가 직통으로 지원하는 HTML5 표준으로 몽땅 이동했다. 인터랙티브하게 싹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웹사이트 메뉴, 인터랙티브한 게임, 간단한 이미지 편집 등등이 몽땅 말이다.
Chrome 브라우저의 경우 플래시는 자동 실행은 개뿔 물 건너 갔으며, 사용자가 수동으로 켜 줘야만 실행되는 legacy가 됐다. 음.. 예전에 흑역사로 사라졌던 MS Office의 길잡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웹 환경이 이렇게 변할 줄이야..

2.
인터넷 IPv4 주소 고갈과 주소 할당 중단은(이미 2011년의 일임!) 마치 유니코드에서 BMP 영역의 고갈과 비슷한 성격의 현상 같다.
결국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공유기를 사용해서 인터넷을 하고 고정 IP라는 개념이 사실상 없어졌는데,
공인 IP와 사설 IP가 따로 노는 것 때문에 계층이 좀 헷갈리고 복잡해지고 골치 아파진 것도 있다. 이건 마치 분당선 서현 역이 지하철 출구 번호(안)와 백화점 출구 번호(밖)가 서로 완전히 따로 놀아서 위치 식별이 어려운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초기에 설계되었던 공인 IP 주소 영역들을 보면 class A~C 이런 거 말고도 공유기를 위한 영역을 따로 떼어 놓은 게 있는데.. 이게 유니코드로 치면 UTF-16에 존재하는 surrogate와 개념상 정확하게 일치한다. (처음엔 유니코드에 UCS2만 있었지 UTF-16 같은 게 있지는 않았듯이, IP 주소도 처음부터 공유기 영역에 있지는 않았었다.)
아니, 애초에 유니코드가 없던 시절에 지원 글자 수를 늘리려고 사용하던 multibyte, lead byte, tail byte 따위와도 비슷한 개념이라 볼 수 있다.
또는 16비트 시절의 far pointer하고도 비슷하고 말이다.

결국 32비트, 64비트, IPv6처럼 본질적으로 더 우월하고 넉넉하고 나은 것, 완전한 것이 오기 전에 컴퓨터에서 불완전한 것으로 임시땜빵을 하는 방법은 분야를 불문하고 방법론이 다 비슷해 보인다~!

3.
예전에 PC에서는 ICQ, MSN, 그리고 국내 한정으로 네이트온 같은 온라인 메신저가 있었다. 얘들은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PC 전용이었는데, 2010년대 들어서는 다들 망하고 스카이프만이 MS에 인수되어 살아 있는 듯하다.
2010년대에는 카카오톡이 스마트폰 앱과 PC 통합으로 메신저 시장을 사실상 평정했다. PC는 사람이 기계가 있는 곳으로 가서 기계의 전원을 넣어야만 쓸 수 있는 반면, 스마트폰은 365일 24시간 내내 켜져 있으며 사람이 늘 들고 다닌다. 이런 결정적인 차이로 인해 카카오톡은 과거의 메신저와는 달리, 자기 상태를 표시하는 기능이 없다~! (available, away, out to lunch 같은)

카카오톡은 PC용이 있기 때문에 PC와 모바일을 지원한다.
한편, SNS 웹사이트로 출발한 페이스북도 메신저 기능이 있으니, 모바일과 '웹'을 지원하는 셈이다.
예전에 잠시 있었던 Google Talk은 PC용 프로그램, 모바일용 앱에다가 gmail 같은 Google 계열 사이트에서 실시간 대화도 지원하여 드물게 PC, 모바일, 웹을 모두 커버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렇게 애플리케이션들이 실행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는 게 흥미롭다.

그리고 2010년대부터는 웹 자체도 사용자 상호작용과 반응성이 워낙 좋아진 관계로 PC용 네이티브 프로그램까지는 몰라도 모바일 앱의 정체성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물론 기기의 물리적인 기능에 아주 특화된 기능이라든가 방대한 게임 같은 건 모바일 기기에서 직통으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 필요하겠지만, 단순 서버와의 교신과 정보 공유, 조회, 열람이 목적이면 웹 페이지와 자바스크립트 자체를 그냥 기계와 운영체제를 초월한 통합 GUI 플랫폼으로 쓰지 말라는 법이 없게 되는 셈이다.

순수 웹 애플리케이션은 서버 주소만 알려주면 앱스토어 심사 같은 것도 필요 없고 곧장 배포가 가능하다. 웹 전체를 검열하는 빅 브라더 같은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웹을 기반으로 안드로이드와 iOS를 모두 통합하고, 부분적으로 각 모바일 플랫폼에 종속적인 코드를 끌어다 쓸 수 있는 형태인 '하이브리드' 앱이 있다. 그리고 그런 걸 만들어 주는 프레임워크도 있다. qt가 PC에서 Windows/리눅스/macOS 통합이라면, 아이오닉 같은 모바일 프레임워크는 안드로이드/iOS 통합인 셈이다.

'아이오닉'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이름이기도 한데 컴퓨터에서도 나름 하이브리드 모바일 프레임워크의 이름이구나(비록 영어 철자는 차이가 있지만). 디스크와 드럼(브레이크 vs 메모리 기술), 엑셀(자동차 이름 vs 스프레드시트 이름)처럼 들린다.

4.
웹은 기계와 CPU 아키텍처에 구애받지 않는 정말 universal한 프로그래밍 환경이다. 그 누구도 처음에 상상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다른 형태의 프로토콜로 제공되는 서비스들도 거의 다 웹이 몽땅 독식해 버렸다. 글과 그림과 하이퍼링크만 있는 문서에 불과하던 웹은 한 2, 30년쯤 전의 옛날 얘기이고, 지금은 이게 그냥 인터넷의 알파와 오메가요, 문서와 코드의 짬뽕인 광활한 프로그래밍 환경이다. 그러니 웹 프로그래밍을 하나 잘 공부해 놓으면 그야말로 모든 기계에서 똑같은 결과가 나오는 프로그래밍 스킬을 얻게 된다.

웹이 그런 공룡 같은 거대한 환경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브라우저, 언어 등 각종 규격들이 찢어졌다가 표준화된 과정도 살펴보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한편으로, 인간 사는 바닥은 어디든 다 정치와 밥그릇 싸움, 돈지랄이 있구나 하는 병맛스러움이 느껴진다.

HTML4의 지저분함을 참다못해 1990년대 말에 엄격한 XHTML이 제정되었지만, 결국 망하고 HTML5가 다시 옛날 관행 기반에서 제정된 건.. 1990년대 말에 IA64가 너무 과격한 변화를 추구하다가 망하고 기존 x86 호환성을 유지한 amd64로 64비트 컴퓨팅의 판도가 기운 것과 비슷해 보인다. 시기도 서로 비슷한 편이다.

또한 Windows 10이 2015년 가을에 나온 첫 판이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게 절대 아니듯, HTML5도 보아하니 한번 정하고 영원히 고정이 아니라 찔끔찔끔 계속 뭔가 추가되고 있긴 한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인 ACID 테스트 말고 또 2017년 현재까지 만점을 받은 브라우저가 전혀 없는 다른 HTML5 점수 테스트 사이트도 있다.

한편으로 HTML4 이래로 무려 15년 가까이 뒤에야 HTML5가 제정되고 HTML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건 C++98 내지 C++03 이후로 C++이 2000년대에 정체돼 있다가.. C++1x 이후로 C++이 함수형 패러다임도 받아들이고 네이티브 코드 생성 언어가 갑자기 약 빤 듯이 발전하고 있는 양상과 비슷해 보인다.

웹이 MS Office 문서라면 자바스크립트는 VBA 매크로와도 같은 물건이다. 그리고 내가 HTML, CSS, JS를 삼권분립과 비슷한 구도라고도 비유한 바 있다. 게임 개발에다 비유해도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에 착착 잘 대응하는 것 같다.
아 그래..! 옛날에는 이런 스크립트 자체가 단일화되지 않아서 HTML 주석 안에다가 스크립트 코드를 몰래 집어넣어야 했다. 마치 프레임만큼이나 "이 웹페이지를 제대로 표시하려면 자바스크립트를 지원하는 브라우저가 필요합니다" 이런 말이 출력되도록 참 기괴하게 HTML 문서를 작성했었다. 이거 도대체 언젯적 얘기냐..;;

또한, 웹 프로그래밍에 스크립트는 클라이언트 쪽만 있는 게 아니라 서버 쪽도 있다. 클라이언트는 처리가 빠른 대신 대외적으로 프로그램 소스 코드가 몽땅 공개돼야 한다. (뭐, 난독화는 가능하지만) 서버 쪽은 소스가 노출되지 않지만 데이터 입출력에 서버와 네트워크 트래픽을 감수해야 한다. 이것도 컴퓨터 한 대에서만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에는 고려할 필요가 없는 흥미로운 면모이다.

이런 와중에 마소는 20여 년 전 1990년대 중반에 Bob이라든가 MSN 이런 거 만들면서 좀 삽질을 했었다. Windows 95를 만들어서 개인용 PC의 운영체제는 자기 뜻대로 세계정복을 했지만, 인터넷까지 자기 서비스만으로 호락호락 세계를 정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건 큰 오판이었다. 그래서 잘 알다시피 IE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운영체제에다 끼워넣어서 웹 브라우저의 전면무료화 관행을 정착시켜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IE 자체는 경쟁 브라우저와 모바일 환경 때문에 세계정복까지는 이루지 못했다.

또한 마소는 2000년대 말에 와서는 PC에 너무 안주하고 모바일 환경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게 예상하다가 스마트폰 플랫폼의 주도권을 안드로이드와 iOS에 완전히 뺏겨 버렸다. 그 시기에 LG전자가 피처폰에 안주하다가 지금 같은 처지가 된 것과 비슷한 실수이다.
그런데 2000년대 중후반엔 나조차도 솔직히 말해 사고의 구조가 "그냥 디카 쓰면 되지 폰에다가 카메라를 왜 얹어?" 이러던 수준이었다. 어지간한 전문가라도 스마트폰이 이렇게 뜨고, 그 스마트폰 OS를 오픈소스로 전세계에 뿌려 버리는 괴수 용자 대인배가 등장할 거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다.

즉, <미래로 가는 길> 같은 베스트셀러 책을 이미 1990년대 중반에 썼던 천하의 빌 게이츠조차도 웹과 모바일에 대한 전망이 다 적중하지는 못했다. 뭐, "손가락 끝으로 모든 정보를" 같은 큰 그림이야 물론 적중했지만, 그런 기술이 언제나 자기가 원하는 형태로 보급되고 마소 주도적으로 이뤄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IA64 하니까 떠오르는데..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2000년 가을쯤 Windows ME와 아래아한글 워디안도 비슷하게 세기말의 흑역사 삽질을 좀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7/12/17 08:31 2017/12/17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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