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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4/12 미국 킬도저 사건 by 사무엘

미국 킬도저 사건

세상에서 벌어지는 범죄들의 동기를 살펴보면 그냥 돈 때문에, 혹은 주변 누군가가 미워서, 그냥 나쁜짓 하는 것에 쾌락을 느끼게 돼서, 세상 살기 싫고 다 같이 죽여 버리고 동귀어진하고 싶어서 등 다양하다.
그런데 드물게 공권력에 의해 부당· 불공평한 침해를 당한 걸 받아들이지 못해서 화풀이하는 유형도 있다. 각종 행정 처분이라든가, 민사 재판에서의 패소 말이다. 물론 실제로는 부당한 침해가 아닌 자업자득일 뿐인데 당사자만 망상에 빠져 혼자 잘못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난 2008년 2월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숭례문 방화 사건을 기억하시는가? 어떤 정신 이상한 60대 후반의 노인네가 토지 보상 비용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짓이었다. 보상비가 너무 저렴해서 억울하다고 청와대에 민원을 넣고 언론에다 제보도 해 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는 여기에 앙심을 품고 2006년엔 창경궁에다 불을 지르다 걸려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랬는데 집행유예 기간 중에 그 다음으로는 숭례문까지 불지르는 대형 사고를 쳤다.

5년 전, 노 무현 대통령의 취임 직전에는 어느 늙은 미치광이 때문에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벌어지더니, 공교롭게도 딱 5년 뒤에 이 명박 대통령의 취임 직전에는 저런 화재가 벌어진 것이다. 숭례문 방화범은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2012년 9월에는 진주시에서 주차 단속(... 설마 겨우 이것 때문..??)에 앙심을 품은 어느 40대 중장비 기사가 술 한 잔 거하게 마신 뒤, 포크레인을 몰고 파출소로 난입해서 거의 40분 가까이 난동을 부렸다. 자기 중장비로 건물 외벽과 주차장, 가로수, 가로등, 버스 정류장 등을 부쉈으며, 집게로 순찰차를 들었다가 지구대 입구로 내던지며 찌그러뜨렸다. 난동은 가해자가 경찰이 발사한 권총 실탄을 허벅지에 맞고 제압당한 뒤에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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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이미 주폭 등의 전과 3범이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인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고, 징역 3년에다 6900만 원이 넘는 물피 배상을 청구받게 됐다. 굴삭기 몰고 난동이라니.. 이건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꽤 엽기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천조국은 이런 식의 분풀이 범죄도 스케일이 반도를 아득히 능가한다. 2004년 6월, 콜로라도 주에서는 일명 '킬도저' 사건이란 게 벌어졌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자기 가게 인근에 입주할 예정인 시멘트 공장 때문에 자기 가게로 진입하는 경로가 막히고 자기 생계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고 공장장과 시청에게 여러 번 탄원 청원을 넣었다. 뭐 이런 형태의 분쟁 자체는 세계적으로 드문 게 아니다. 그런데 그 요청은 석연찮은 이유로 인해 줄곧 묵살됐으며, 이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이 자기 사유지에서 다른 사소한 법을 어긴 게 드러나서 과태료를 먹었다.

이 사람도 다 잘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저 포크레인 난동꾼보다는 빡치는 사유가 훨씬 더 정당했다.
수 년 간 노력했던 합법적이고 평화로운 방법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자.. 그는 개인의 권리가 국가에 의해 부당하게 침해당한 것에 앙심을 품게 됐다. 그렇잖아도 처자식 없는 미혼에다 부모님도 돌아가신 홀몸이다 보니, 오늘만 살고 더 잃을 게 없는 복수귀로 완전히 돌변해 버렸다.

그는 전재산을 털어 불도저를 한 대 구입하고는 불법 개조(?)를 시행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차체에다 총알을 방어하는 두꺼운 철판· 콘크리트 장갑을 둘렀다. 유리창 대신 자그마한 비디오 카메라를 달았으며, 카메라 렌즈 주변도 강화 투명 플라스틱을 씌워서 보호했다. 이 애마의 이름은 졸지에 불도저에서 킬도저(!!)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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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그는 2004년 6월 4일에 킬도저를 몰고 나가서 시멘트 공장 사장, 시청, 경찰서 서장, 판사 등 원한 관계인 사람들의 집을 들이받고 밀어 버렸다. 지방 경찰과 SWAT 특공대가 출동했지만 소총이나 수류탄 수준의 개인 화기로는 킬도저를 도저히 제압할 수 없었다. 난동은 거의 2시간이나 계속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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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우리나라 포크레인 난동꾼처럼 술 거하게 마시고 우발적으로 깽판 친 게 아니었다. 양덕후 공돌이 기질을 발휘하여 오랫동안 차근차근 진지하게 복수의 칼을 갈다가.. 훨씬 더 대규모로 사고를 친 것이었다.

하긴, 건설기계 중에서는 포크레인과 불도저가 무한궤도도 달려 있고 탱크와 가장 비슷하게 생긴 물건이긴 하다. 전땅크 할배 같은 사람이 이런 걸 타고 다닌다면 어울릴 것 같다.. =_=;;
한편으로 기계 대신 대형 동물에다 비유하자면.. 1994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폭발해서 결국 사람을 죽이고 난동을 부리다가 사살된 코끼리 '타이크' 같은 생각도 든다.

물론 킬도저도 천하무적 만능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중엔 반격을 받아서 라디에이터가 망가졌다. 냉각수가 증발해서 증기 기관차마냥 김이 모락모락 새어 나왔으며, 엔진도 방열이 안 되어 과열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킬도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깽판을 쳤다.
나중에는 어쩌다 삐끗해서 이동 능력을 상실하고 무장 경찰들에 포위되고 말았는데.. 그러자 킬도저를 운전하던 가해자 아재는 차내에서 권총 자살로 깨끗이 50대 중반의 인생을 마감했다.

킬도저는 한번 탑승하고 무장한 뒤에는 입구가 완전히 밀봉돼 버리는지라, 안에서 문을 열고 내릴 수 없는 구조였다고 한다. 무슨 일본 카미카제도 아니고.. ㄷㄷㄷ
경찰이 떡장갑을 절단하고 가해자 시신을 꺼내는 데는 2시간도 아니고 무려 12시간이나 걸렸다고 전해진다.

이 난동 때문에 10여 채가 넘는 건물이 파괴되면서 700만 달러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났다. 하지만 이 사람은 아무 친지 없이, 재산도 킬도저를 제조하느라 대부분 탕진한 빈털터리 상태로 죽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나 가해자 유족을 족쳐서 피해 배상금을 뜯어낼 수도 없었다. 700만 달러이면 아까 그 7천여만 원의 거의 100배에 달하는 규모이지 않은가? -_-;;

그래도 이 사람은 완전히 선을 넘고 싶지는 않았는지, 원한이 없는 주변 주민들에게는 이 날 멀리 대피하라고 언질을 줬다. 덕분에 이 사건은 엄청난 피해 규모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전무했다.
즉, 말만 '킬도저'이지 이 기계가 실제로 킬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이게 여느 총기 난사 사건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하지만 킬도저는 누군가에 의해 또 조립되어 사고를 치지 못하게 잘게 분할 해체되어 고철로 매각됐다.

이렇게 싸제 장갑차까지 만들어서 난동을 부리는 건 천조국 스케일이니까 가능한 것 같다. 그 경제력에다 그 개인주의 의식 덕분에 말이다. 하긴, 천조국은 옛날에 자기들끼리의 내전인 남북전쟁을 벌이던 시절부터 싸우는 스타일과 방식이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 있었다. (1860년대에 이미 철도에 저격수에 초보적인 잠수함까지 등장했을 정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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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이성적인 사람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해야 할 때가 있다" ㄷㄷㄷㄷ
이건 윤 봉길 의사, 그리고 나치 독일 시절에 히틀러 암살을 추진했던 그 상이 군인도 거의 똑같은 말을 했지 싶은데.

북한에서는 옛날에 이 웅평 씨가 바닷가에 떠내려 온 남조선 라면 봉지에 쓰여 있는 "유통 과정에서 변질된 제품은 구입처에서 무료로 교환해 드립니다" 이런 너무 당연한 권리 안내 문구만 보고도 큰 현타를 경험하고 탈북을 결심하게 됐다지 않는가..??
천조국은 그런 식으로 개인의 권익에 대한 관념, 그리고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같은 의식이 더욱 투철한 것 같다.

그러니 신념에 따라 저지른 범죄는 다른 범죄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물론 무식 멍청한 사람이 맹목적인 신념을 갖게 되면 엄청 끔찍한 결과가 초래되지만 말이다.
저 사람은 신념에 따라 장갑 달린 불도저를 몰았지만.. 반대로 신념에 따라 불도저를 가로막고 서서 시위를 벌이다가 불도저에 치여 죽은 사람도 있었다. 2003년 3월, '레이첼 코리'라는 가녀린 인권 운동가.;;  2004년 기준으로는 얼마 되지도 않은 가까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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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런 게 아니라 그저 "마스크 써라", "담배 피우지 마라" 이런 말 듣고 자기가 무시 당한다고 생각해서 남의 가게를 찾아가서 해코지 하고 멀쩡한 직원에게 행패 부리는 건.. 신념하고는 1도 관계 없으며 그냥 분노 조절 장애에 막돼먹은 짓일 뿐일 것이다.
킬도저 사건 하나 갖고도 인생사에 대해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12 08:35 2022/04/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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