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에 고속철이 있다면 여객 항공기에는 초음속기가 있습니다. (정말 적절한 비유 ㅋㅋㅋㅋ)

1.

1903년이던가,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동력으로 움직이는 항공기를 발명한 후,
항공기는 1차,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전투기로도 등장하고 이내 여객용으로 가히 지구촌 시대를 열었습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대부분의 여객기는 최고 속도 순항 상태일 때 시속 850~900km (마하 0.9)쯤 되는 아음속기입니다. 이 정도로도 육지에서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빠른 속도이며, 사실 바람을 잘 탈 때면 아음속기도 시속 1200~1300에 도달해서 잠시 초음속으로 날기도 합니다. 그러나 속도에 대한 열망은 그것으로 모자라 초음속기의 개발을 부채질했습니다.

물론 자동차 중에도 초음속 자동차라는 게 있어서 주로 사막에서 시범 운행한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용성은 거의 없죠. 그리고 그런 차들은 엔진도 일반적인 자동차의 4행정 기관이 아니라 제트 엔진을 쓰기 때문에 배기가스 배출, 연료 소모도 장난이 아닙니다. 여객 항공기는 대개 터보 팬 엔진을 쓰죠.

철도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원으로는 지하철과 고속철 모두 전기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비행기의 동력원은 역시 기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디젤-전기 방식은 아니고요. 항공유는 경유-중유 수준의 묵직한 디젤유는 아니고 휘발유에서 등유 사이뻘 되는 등급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지, 경주용 자동차용 연료에다 그러는 것처럼 옥탄가를 더욱 강화하고, 특히 영하 수십 도에 달하는 구간에서도 얼지 않도록 부동액 성분도 첨가된다고 합니다.

오늘날 실용적으로 운행되는 고속철들이 최고 시속 250~300km대입니다. 하지만 비행기는 활주로를 한창 지나서 날아오르기 직전에 이미 시속 300km대로 달리게 됩니다. 열차가 자꾸 자주 정차하는 건 싫지만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건 신나고 재미있습니다.

항공기는 고도의 유체역학 원리에 따라서 하늘로 뜨게 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양 옆으로 날개도 폼으로 있는 게 아니라 치밀한 설계에 의해 넣은 것이죠. 그런 비행기들은 지구와 같은 공기가 없는 곳에서는 연료를 연소시킬 수 없기 때문에 날 수 없기도 하지만, 양력을 발생시킬 수 없어서 더욱 뜰 수 없습니다.
또한 반대로 말하면 우주선들은 어차피 지구 대기권을 나는 항공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운항하기 때문에 날개가 필요 없습니다.

2.

전투기야 우리나라도 초음속기 개발에 성공했으니 더 말이 필요없지만,
초음속 여객기 하면 역시 영국과 프랑스 합작으로 개발되었던 콩코드가 거의 유일합니다. 잘 알다시피 음속의 2배를 조금 넘겼지요.
사실, 콩코드가 등장하기 전에 미국과 소련은 냉전 구도 하에 우주 개발 경쟁만 한 게 아니라 초음속 여객기 연구도 앞장서서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런 건 만들어 봐야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 하에 일찌감치 연구를 포기했습니다. 그 대신 아음속 여객기의 덩치를 더욱 키우는 연구를 계속했죠.

그 반면 소련은 콩코드보다도 먼저 사실, 세계 최초의 초음속기를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상용화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영국과 프랑스가 유럽의 항공 기술의 자존심을 걸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공동 연구를 한 끝에 콩코드를 만들어 내고, 적자까지 감수하면서 나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운행을 한 것입니다. 대서양을 건너 런던· 파리에서 미국 뉴욕 사이를 왕래했습니다.

콩코드가 첫 비행에 성공한 것은 1969년 3월로, 인간이 최초로 달에 가는 데 성공한 아폴로 11호 발사의 4개월 남짓 전입니다.
콩코드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서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습니다.
폭이 작고 복도가 매우 좁아져서 한 줄당 좌석이 기차나 버스 수준인 2x2입니다. (우왕!)
만석일 때 100수십 명 남짓밖에 탈 수 없어서 이는 결국 한 사람당 매우 비싼 운임으로 연결됩니다. 2003년경에 대서양 한번 건너는 편도 운임이 한국 돈으로 거의 900만~1천만 원.. 일반 아음속 항공기 일반실 운임의 10배가 넘었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동력을 내야 하기 때문에 같은 거리를 날아도 연료도 더 많이 들고, 이륙도 더 빨라야 하고 타이어에 걸리는 부담도 더 크고, 뜰 때 더 가파르게 하늘로 올라야 했다고 합니다. 거기에다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 문제, 소닉 붐 충격파, 자국 영공 내에서의 초음속 비행에 대한 규제 등, 골치 아픈 요인도 많았습니다.

끝으로 또 생각할 게 있습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상공은 영하 수십 도에 이르는 저온이지만, 그 정도로 빠르게 날면 공기와의 마찰 때문에 기체 역시 100~200도나 되는 온도로 달궈집니다. 우주선이 지구 대기권으로 재돌입할 때 시뻘겋게 열 받고 달아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음속기는 단순히 엔진의 출력만 강한 게 아니라 열에도 강해야 하고 마치 철도 레일이 여름에 늘어나는 것처럼 어느 정도 신축 현상에도 대비하여 설계되어야 합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음속 여객기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마하 2.2의 속도로 날면서 예전에 8시간 가까이 걸리던 런던-뉴욕을 고작 3시간 반대로 단축시켰기 때문입니다. 생긴 것도 학처럼 정말 우아하게 생겼죠.

이거 아십니까? 콩코드는 지구가 자전하면서 지표면이 돌아가는 속도보다도 더 빨리 이동하는 인류 최초의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우주선이나 로켓은 아예 지구를 떠날 때 쓰는 물건이므로 논외로) 그래서 정오에 런던을 출발하면 현지 시각으로 오전 11시 30분에 뉴욕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이용해 그때 인류 역사상 초유의 엽기적인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1973년 6월 30일에 개기 일식이 일어날 때의 일이었습니다. 이런 사건은 지구상에서는 잘 해야 5~7분 남짓한 시간 동안밖에 관측할 수 없으며 사실 이것도 굉장히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그런데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 더 빠른 비행기가 발명되었으니, 비행기로 달의 그림자를 쫓아가면서.. 일식 장면을 계속 관측하는 게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

과학자들은 일식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경로를 치밀하게 계산해 놓은 후, 그 비싼 콩코드 비행기를 무려 전세 내서 기내에 온갖 측정 장비들을 설치했습니다. 덕분에 하늘에서 개기 일식을 무려 7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 해 10월 15일에 오일 쇼크가 터지기 100일 정도 전의 일이었죠.
http://sodyssey.egloos.com/2323422.

4.

그러나 초음속 여객기는 대중화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였는지? 콩코드 역시 운영상의 어려움과 적자에 시달렸습니다. 자존심이 있는데 당장 운항을 중단할 수는 없고 좀 애물단지 계륵처럼 됐죠. 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20세기가 막바지에 이르고 콩코드의 내구 연한 30년도 임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2000년 7월, 대형 사고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드골 공항에서 이륙하던 콩코드 4590편.
이륙하는 과정에서, 직전 항공기가 이륙하면서 떨어뜨리고 간 금속띠를 밟으면서 타이어가 쫙~ 찢어져 터지고, 그 타이어 조각이 연료탱크를 파손했습니다.
비행기는 이미 시속 300km V1 속도를 넘어서서 이륙을 중단할 수 없는 상태가 돼 있었고, 기체 뒷부분이 불길에 휩싸인 채로 하늘로 떴습니다.

연료는 양 날개 내부에 담겨 있었는데 그게 다 홀랑 타 버리니 날개가 남아나질 못했죠. 곧바로 양력을 잃고 실속 상태. 조종이 불가능해진 비행기는 고도 100미터를 채 못 오르고 저공에서 빙빙 돌다가 추락해 버립니다.
화재 때문이었는지 탑승객 전원 사망.
최첨단 초음속기에다 25년 가까이 무사고를 자랑했던 호화 여객기 콩코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사고 원인을 추적한 과정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추리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http://blog.naver.com/toysher?Redirect=Log&logNo=50007967386

이 사고를 계기로 콩코드는 안전 기준도 더욱 강화되었지만 슬슬 운행 중단으로 기울어 갔고,
2003년 10월엔 모든 콩코드기가 운항을 중단하고 현역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간간히 뉴욕-도쿄 간 초음속기가 새로 개발 중이라고 몇 년 전부터 소식은 들어 왔지만 그게 언제 다시 실현될지는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16 12:35 2010/04/1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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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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