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비행기 조종

공군 관계자 인맥 덕분에 작년 여름에 한번 만져 봤던 경비행기 조종 시뮬레이터를 약 반 년 만에 또 조종할 기회가 있었다.
귀한 기회를 제공해 주신 분은 현역 시절에 KF-16 전투기의 베테랑 조종사였고 사업용 비행기 조종 면허까지 갖고 있는 그야말로 넘사벽급의 항공 전문가이다.

비행기 조종 면허는 자가용 < 사업용 < 운송용의 순으로 레벨이 올라간다. 상위로 갈수록 취득을 위해 적립해야 하는 단독 비행 시간 경력도 기하급수로 늘고(수십, 수백, 천수백 시간 순) 되기가 더 어려워진다. 자가용은 경비행기 정도 몰면서 자기 혼자 아니면 가족· 지인 몇 명을 무료로 동승시켜서 비행하는 것까지만 가능하다. 사업은 남 또는 남의 물건을 돈 받고 비행기로 운송하는 게 허용되는 최소한의 등급이다. 굳이 운송이 아니더라도 남에게서 돈 받고 자기 혼자 경비행기로 항공 촬영 같은 걸 해 주는 것도 사업의 영역에 속한다.

운송용 면허까지 따야 항공사에 취업을 할 수 있으며, 수십~수백 명의 승객을 태우고 2명이서 조종하는 거대한 여객기를 조종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 경력을 왕창 쌓아서 궁극적으로 여객기 기장이 될 수 있다. 이쪽 바닥의 진입장벽이라는 게 저렇다.

저 조종사 어르신의 경우 애초부터 민항사 진출에 별 관심이 없고 공중전 전투교리만 연구하는 뼛속까지 군대 체질이어서 사업용 수준인 거지, 단순 실력과 짬으로 치자면 마음만 먹으면 운송용 면허도 얼마든지 취득 가능한 상태이시리라 생각된다. 실제로 저분은 조종장교로 들어오는 공군 후배들이 다들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민항사만 생각하지 테스트 파일럿이나 항공 방산업체 등 더 다양한 길을 생각하지 않는 걸 아쉬워하셨다.

지난 여름에 첫 실습을 했을 때는 전혀 모르거나 눈치를 제대로 못 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비행기는 단순히 뜨는 게 목적이 아니라 공중에서 자세 제어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실감한다.

(1) 단발 프로펠러기는 조종간을 놓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기체가 서서히 쏠린다. rolling이니 자동차로 치면 전도· 전복에 해당한다. 자동차가 D 상태에서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앞으로 슬금슬금 나아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인가 싶다.
헬리콥터는 기체가 로터의 회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걸 상쇄하려고 아예 꼬리날개를 달아야 할 정도인데, 그런 특성이 고정익 프로펠러기에도 어느 정도 있구나. 쌍발 이상이어서 프로펠러가 좌우로 짝수 개 달린 비행기라면 각 프로펠러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게 돼 있지 싶다.

(2) 비행기 조종석엔 페달이 두 개 달렸는데, 자동차처럼 브레이크/액셀은 아니고..;; rudder이라고 불리는 왼쪽/오른쪽 브레이크 겸 방향타이다. 조종간으로만 방향 조절을 하는 게 아니다. 조종간은 좌우로 돌려서 roll(좌우로 갸우뚱)을, 앞뒤로 당기거나 밀어서 pitch(상하로 끄덕끄덕)를 바꾸는데, 방향타로는 본격적으로 yaw(좌우로 설레설레)가 가능하다.

그리고 자동차와는 달리 비행기의 페달은 상부와 하부의 부위 구분도 있다. 공중에서 비행 중일 때와 지상에서 활주 중일 때 방향을 바꾸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행기의 랜딩기어 바퀴 자체는 구동축도 없고 방향을 전환하는 조향 장치도 없다. 단지 양쪽 추력을 불균일하게 줘서 마치 탱크가 조향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조향한다. (무한궤도도 일부 바퀴만 돌리는 건 불가능하니까.)

이륜차는 앞/뒤 브레이크 손잡이가 따로 있는데 따로인데 비행기는 좌/우가 그런 식으로 달린 구조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엔진 출력을 낮춰서 속도가 낮아지면 비행기가 확실히 더 조종이 잘 안 되고 내가 마음먹은 것만치 움직이지 않더라. 그런데 착륙을 하려면 그 속도를 낮춰야 한다..;; 그래서 더욱 어려운 절차가 된다.

  • 하강할 때 기수를 낮추는 것과 엔진 출력 줄이는 걸(조종간과 스로틀 레버) 어떻게 조화를 맞출지,
  • 선회를 할 때 조종간과 페달을 어떻게 조화를 맞출지,
  • 언제쯤부터 착륙 준비를 해서 속도와 고도를 조절하는 게 좋은지, 연착륙-경착륙-추락-_-의 경계는 무엇인지.

뭐 이런 것들이 아직 감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
그래도 자동차 운전 연습을 다시 하는 느낌이고.. 비행기 조종은 재미있었다~!.

2. 콩코드 생각

옛날에 전설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잘 알다시피 매우 작았다. 좌석 배열은 그냥 고속버스와 동일한 줄당 2*2이었으며 한 대에 승객이 100여 명 남짓밖에 못 탔다. 그 뿐만 아니라 안전 문제로 인해 창문도 과장 보태면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크기여서 밖을 보기가 어려웠다.

이것 말고 콩코드가 오늘날의 양산형 아음속 여객기와 기술적으로 다른 점은 '델타익 + 터보 제트 엔진' 형태라는 것이다(아음속 여객기들은 후퇴익 + 터보 팬). 이것은 민항기보다는 전투기에 더 가까운 면모였다.
큼직한 델타익은 구조적으로 양력을 더 많이 발생시키고 실속의 위험이 적으며 연료를 실을 공간도 더 많이 확보해 준다. 그러나 이런 날개에는 플랩 같은 보조 양력/항력 발생 장치를 장착할 수 없어서 날개 자체의 받음각만으로 항공역학적인 조절을 해야 한다.

이 말인즉슨, 콩코드는 동체의 자세로 큰 받음각을 만들어야 하며, 여느 여객기들보다 더 가파른 각도로 뜨고 내려야 함을 의미한다. 콩코드가 이륙 때 앞의 부리/주둥이를(?) 아래로 숙이는 기능이 있다는 건 유명한 사실인데, 그 기능이 왜 필요한지는 본인도 지금까지 잘 모르고 있었다. 초음속 비행을 위해서 무슨 엔진의 물리적인 특성으로 인해 처음부터 고각으로 가파르게 이륙해야 하나 정도로만 막연히 생각했을 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콩코드는 뾰족한 부리를 보면 학처럼 생기긴 했는데, 동체와 랜딩기어 사이의 다리(?)도 굉장히 높고 길쭉해서 마치 학의 다리를 연상시킨다. 이 역시 이착륙 때 기수를 드는 각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여 그렇게 설계된 거지 싶다. 그렇게 동체를 높게 유지하지 않으면 기수가 앞부분부터 확 들릴 때 동체 뒷부분이 땅과 접촉하여 긁히는 테일 스트라이크 사고가 날 테니까 말이다.

그 반면, 비행기들 중에서도 군용 수송기는 콩코드와는 디자인 형태가 정반대이다. 랜딩기어 다리가 극단적으로 짧으며, 동체가 워낙 낮아서 날개가 동체의 제일 높은 부위에 달려 있을 정도이다(날개 밑에 달린 엔진이 바닥을 긁지 않게 하려고).
걔네들은 별도의 탑승교 없이 험지에서 화물 적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바닥을 의도적으로 낮게 만든 것이다. 버스로 치면 저상 버스인 셈이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뿐만 아니라 착륙할 때도 뒷부분부터 앞부분의 순으로 땅에 닿는 이유를 그저 피상적으로가 아니라 정말 그럴 수밖에 없다는 수준으로 완전히 감을 자고 이해하고 있다면 항공역학에 대한 감이 상당히 잡혔다고 볼 수 있겠다. 난 솔직히 아직 좀 알쏭달쏭함..;  추락 사고가 날 때는 비행기가 앞부분부터 먼저 땅에 닿곤 한다.

그나저나, 과거에 미국 팬암 항공사에서 콩코드를 운용한 적이 있었나 하는 착각이 들려 한다. 걔네들이 왕년에 아무리 잘나갔어도 그 정도 돈지랄을 하지는 않았으며, 콩코드는 공동 개발사인 영국과 프랑스에서만 대서양 건너 미국을 왕래하는 항공편에서 운용했다. 태평양을 건너기에는 항속 거리가 부족했으며(안습 연비..), 미국 같은 대륙의 국내선으로 굴리기에는 내륙에서의 초음속 비행이 허용되지 않아서 여러 모로 무리였다(지상에까지 전해지는 소닉 붐 피해).

하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화에서는 팬암에서 우주왕복선까지 날리는 장면이 나오긴 한다만 그건 SF 작가의 상상에만 그치고 실현되지 못했다. 팬암은 망했고 우주왕복선도 다 퇴역했으니...
오리지널 팬암이 망한 것과 구소련이 망한 것, 그리고 우리나라가 UN에 정식 가입한 때는 모두 1991년으로 비슷한 시기이다.

3. 보잉 시리즈

기술이 발달하면서 비행기는 20세기 중반이 채 되기 전에 복엽기에서 단엽기로 바뀌었으며, 어지간한 대형 여객기라 해도 엔진이 4발기가 아닌 2발기가 대세가 됐다. 자동차로 치면 요즘 DOHC 4기통 2000cc급 차가 옛날의 SOHC 6기통 3000cc급 차량보다 더 뛰어난 출력을 내고 연비는 더 좋은 것과 비슷한 급의 발전이다.

보잉 707은 4발 터보 제트 여객기였다. 굉장한 옛날 비행기인 관계로, 엔진이 4개나 달렸지만 여전히 협동체였다. 단지 좌석 배열을 2*2에서 3*3으로 키운 것에 의미가 있다.
727은 보잉이 만들었던 최초이자 최후의 유일한 3발기이다. 하지만 가성비가 떨어지고 단점이 많다는 점으로 인해 단종됐다.
737은 오늘날까지 보잉이 생산하는 여객기 중 덩치가 가장 작은 놈이지만 가성비가 좋아서 전세계의 저가 항공사들로부터 매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엄청 많이 팔렸다.
747은 1970년대에 개발된 최초의 대형 광동체 여객기이며 707을 제외하면 7xx 시리즈들 중 유일한 4발기이다. 일명 '점보'라고도 불리며 보잉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A380이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여객기였다. 2층에도 일부 객실이 있다(A380은 2층도 일부를 넘어 1층과 거의 대등한 규모의 객실 있음)

757은 보잉에서 개발한 협동체 여객기 중에서 가장 큰 놈이다.
767은 보잉에서 개발한 광동체 여객기 중에서 가장 작은 놈이다. 하지만 757과 767은 어중간한 포지션으로 인해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
777이 그 뒤로 중대형 중장거리 여객기로서 초대박을 쳤다. 2발기이니 수송 능력이 747과 동급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엄연한 광동체에다 최신 기술이 적용되어 2엔진만으로 4엔진에 준하는 성능과 항속거리를 달성했으며, 747보다 경제성이 훨씬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787은 777과 비슷한 체급을 계승하는 후속 여객기로, 보잉에서 개발 중이라고 한다.

보잉 7xx의 역사가 컴퓨터로 치면 마치 80x86 이런 CPU의 역사를 보는 것 같다.
80186이 유독 위상이 특이하고 존재감이 없는 것처럼(애초에 PC용이 아니었음), 보잉 717도 위상이 특이하고 존재감이 없는 듣보잡이다. 717은 보잉이 예전에 인수한 맥도넬 더글러스 사에서 개발한 항공기를 그것도 1990년대 말에 잠깐 끄집어내서 생산하다가 말았던 소형 쌍발 여객기에 붙여진 모델명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4/05 08:36 2017/04/0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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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에 고속철이 있다면 여객 항공기에는 초음속기가 있습니다. (정말 적절한 비유 ㅋㅋㅋㅋ)

1.

1903년이던가,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동력으로 움직이는 항공기를 발명한 후,
항공기는 1차,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전투기로도 등장하고 이내 여객용으로 가히 지구촌 시대를 열었습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대부분의 여객기는 최고 속도 순항 상태일 때 시속 850~900km (마하 0.9)쯤 되는 아음속기입니다. 이 정도로도 육지에서는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빠른 속도이며, 사실 바람을 잘 탈 때면 아음속기도 시속 1200~1300에 도달해서 잠시 초음속으로 날기도 합니다. 그러나 속도에 대한 열망은 그것으로 모자라 초음속기의 개발을 부채질했습니다.

물론 자동차 중에도 초음속 자동차라는 게 있어서 주로 사막에서 시범 운행한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용성은 거의 없죠. 그리고 그런 차들은 엔진도 일반적인 자동차의 4행정 기관이 아니라 제트 엔진을 쓰기 때문에 배기가스 배출, 연료 소모도 장난이 아닙니다. 여객 항공기는 대개 터보 팬 엔진을 쓰죠.

철도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원으로는 지하철과 고속철 모두 전기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비행기의 동력원은 역시 기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디젤-전기 방식은 아니고요. 항공유는 경유-중유 수준의 묵직한 디젤유는 아니고 휘발유에서 등유 사이뻘 되는 등급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지, 경주용 자동차용 연료에다 그러는 것처럼 옥탄가를 더욱 강화하고, 특히 영하 수십 도에 달하는 구간에서도 얼지 않도록 부동액 성분도 첨가된다고 합니다.

오늘날 실용적으로 운행되는 고속철들이 최고 시속 250~300km대입니다. 하지만 비행기는 활주로를 한창 지나서 날아오르기 직전에 이미 시속 300km대로 달리게 됩니다. 열차가 자꾸 자주 정차하는 건 싫지만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건 신나고 재미있습니다.

항공기는 고도의 유체역학 원리에 따라서 하늘로 뜨게 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양 옆으로 날개도 폼으로 있는 게 아니라 치밀한 설계에 의해 넣은 것이죠. 그런 비행기들은 지구와 같은 공기가 없는 곳에서는 연료를 연소시킬 수 없기 때문에 날 수 없기도 하지만, 양력을 발생시킬 수 없어서 더욱 뜰 수 없습니다.
또한 반대로 말하면 우주선들은 어차피 지구 대기권을 나는 항공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운항하기 때문에 날개가 필요 없습니다.

2.

전투기야 우리나라도 초음속기 개발에 성공했으니 더 말이 필요없지만,
초음속 여객기 하면 역시 영국과 프랑스 합작으로 개발되었던 콩코드가 거의 유일합니다. 잘 알다시피 음속의 2배를 조금 넘겼지요.
사실, 콩코드가 등장하기 전에 미국과 소련은 냉전 구도 하에 우주 개발 경쟁만 한 게 아니라 초음속 여객기 연구도 앞장서서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런 건 만들어 봐야 경제성이 없다는 판단 하에 일찌감치 연구를 포기했습니다. 그 대신 아음속 여객기의 덩치를 더욱 키우는 연구를 계속했죠.

그 반면 소련은 콩코드보다도 먼저 사실, 세계 최초의 초음속기를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상용화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영국과 프랑스가 유럽의 항공 기술의 자존심을 걸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공동 연구를 한 끝에 콩코드를 만들어 내고, 적자까지 감수하면서 나름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운행을 한 것입니다. 대서양을 건너 런던· 파리에서 미국 뉴욕 사이를 왕래했습니다.

콩코드가 첫 비행에 성공한 것은 1969년 3월로, 인간이 최초로 달에 가는 데 성공한 아폴로 11호 발사의 4개월 남짓 전입니다.
콩코드는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서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습니다.
폭이 작고 복도가 매우 좁아져서 한 줄당 좌석이 기차나 버스 수준인 2x2입니다. (우왕!)
만석일 때 100수십 명 남짓밖에 탈 수 없어서 이는 결국 한 사람당 매우 비싼 운임으로 연결됩니다. 2003년경에 대서양 한번 건너는 편도 운임이 한국 돈으로 거의 900만~1천만 원.. 일반 아음속 항공기 일반실 운임의 10배가 넘었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동력을 내야 하기 때문에 같은 거리를 날아도 연료도 더 많이 들고, 이륙도 더 빨라야 하고 타이어에 걸리는 부담도 더 크고, 뜰 때 더 가파르게 하늘로 올라야 했다고 합니다. 거기에다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 문제, 소닉 붐 충격파, 자국 영공 내에서의 초음속 비행에 대한 규제 등, 골치 아픈 요인도 많았습니다.

끝으로 또 생각할 게 있습니다.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상공은 영하 수십 도에 이르는 저온이지만, 그 정도로 빠르게 날면 공기와의 마찰 때문에 기체 역시 100~200도나 되는 온도로 달궈집니다. 우주선이 지구 대기권으로 재돌입할 때 시뻘겋게 열 받고 달아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음속기는 단순히 엔진의 출력만 강한 게 아니라 열에도 강해야 하고 마치 철도 레일이 여름에 늘어나는 것처럼 어느 정도 신축 현상에도 대비하여 설계되어야 합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음속 여객기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마하 2.2의 속도로 날면서 예전에 8시간 가까이 걸리던 런던-뉴욕을 고작 3시간 반대로 단축시켰기 때문입니다. 생긴 것도 학처럼 정말 우아하게 생겼죠.

이거 아십니까? 콩코드는 지구가 자전하면서 지표면이 돌아가는 속도보다도 더 빨리 이동하는 인류 최초의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우주선이나 로켓은 아예 지구를 떠날 때 쓰는 물건이므로 논외로) 그래서 정오에 런던을 출발하면 현지 시각으로 오전 11시 30분에 뉴욕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이용해 그때 인류 역사상 초유의 엽기적인 프로젝트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1973년 6월 30일에 개기 일식이 일어날 때의 일이었습니다. 이런 사건은 지구상에서는 잘 해야 5~7분 남짓한 시간 동안밖에 관측할 수 없으며 사실 이것도 굉장히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그런데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 더 빠른 비행기가 발명되었으니, 비행기로 달의 그림자를 쫓아가면서.. 일식 장면을 계속 관측하는 게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

과학자들은 일식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경로를 치밀하게 계산해 놓은 후, 그 비싼 콩코드 비행기를 무려 전세 내서 기내에 온갖 측정 장비들을 설치했습니다. 덕분에 하늘에서 개기 일식을 무려 70분이 넘는 시간 동안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 해 10월 15일에 오일 쇼크가 터지기 100일 정도 전의 일이었죠.
http://sodyssey.egloos.com/2323422.

4.

그러나 초음속 여객기는 대중화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였는지? 콩코드 역시 운영상의 어려움과 적자에 시달렸습니다. 자존심이 있는데 당장 운항을 중단할 수는 없고 좀 애물단지 계륵처럼 됐죠. 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20세기가 막바지에 이르고 콩코드의 내구 연한 30년도 임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2000년 7월, 대형 사고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드골 공항에서 이륙하던 콩코드 4590편.
이륙하는 과정에서, 직전 항공기가 이륙하면서 떨어뜨리고 간 금속띠를 밟으면서 타이어가 쫙~ 찢어져 터지고, 그 타이어 조각이 연료탱크를 파손했습니다.
비행기는 이미 시속 300km V1 속도를 넘어서서 이륙을 중단할 수 없는 상태가 돼 있었고, 기체 뒷부분이 불길에 휩싸인 채로 하늘로 떴습니다.

연료는 양 날개 내부에 담겨 있었는데 그게 다 홀랑 타 버리니 날개가 남아나질 못했죠. 곧바로 양력을 잃고 실속 상태. 조종이 불가능해진 비행기는 고도 100미터를 채 못 오르고 저공에서 빙빙 돌다가 추락해 버립니다.
화재 때문이었는지 탑승객 전원 사망.
최첨단 초음속기에다 25년 가까이 무사고를 자랑했던 호화 여객기 콩코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사고 원인을 추적한 과정이 정말 대단하더군요. 추리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http://blog.naver.com/toysher?Redirect=Log&logNo=50007967386

이 사고를 계기로 콩코드는 안전 기준도 더욱 강화되었지만 슬슬 운행 중단으로 기울어 갔고,
2003년 10월엔 모든 콩코드기가 운항을 중단하고 현역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간간히 뉴욕-도쿄 간 초음속기가 새로 개발 중이라고 몇 년 전부터 소식은 들어 왔지만 그게 언제 다시 실현될지는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16 12:35 2010/04/1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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