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보안

1. 고전적인 폭탄 테러

비행기는 타 교통수단보다 훨씬 더 빠르고 위험하고, 엔진이 꺼졌다가는 바로 추락해 버린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여객기의 경우 진작부터 테러의 표적이 되었으며, 보안의 필요성이 타 교통수단보다 더욱 부각되었다.
1970~80년대에 수하물 폭탄 테러가 몇 건 발생하자, 여객기 업계에서는 인원과 수하물이 무조건 일치해야만 비행기를 출발시키는 절차를 추가했다.

환승 등 어떤 형태로든 주인 없이 슬쩍 싣는 짐이 기내에 절대 존재하지 않게 한 것이다. 그 짐 속에 폭탄이 들어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짐과 짐 주인을 맞추는 게 마치 울나라 군대에서 탄피 개수를 맞추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누군가가 비행기 안에 들어갔다가 탑승을 포기하고 도로 내리는 경우, 이때도 객실과 수하물을 전부 싹 뒤지고 검사를 다시 하게 됐다. 이건 어디 건물에 폭탄 설치 협박 전화가 들어온 것과 완전히 동일 상황이라고 가정하는 거다.

비행기가 떴다가 응급환자 때문에 도로 회항하면.. 이번엔 승객들 짐은 건드리지 않지만 비행기가 비상 착륙을 위해 연료를 다 버려야 하는 민폐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데 뜨기 전에 승객이 일부 빠져나가면, 이번엔 연료는 안 버리지만 저렇게 보안과 관련된 시간과 인력 낭비 민폐 상황이 벌어진다.;;

우리나라는 대한항공 858 (김 현희..) 이후로 수하물 폭탄 '테러'는 더 겪지 않고 있다.
그 대신, 화물기에 실렸던 리튬이온 배터리가 폭발하는 바람에 추락 사고가 난 적이 있었을 뿐.. (아시아나 항공 991편, 2011년. 조종사들 사망)

2. 자살 테러

짐칸에다가 폭탄을 못 실으면 사람이 직접 조종실로 쳐들어가서 조종사들을 제압한다~!!
우리나라는 1958년의 창랑호, 1969년 YS-11기 같은 북괴의 납북 테러 공작 때문에 진작부터 이런 거 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반면, 미국은 2001년 9· 11 테러를 당한 뒤에야 보안이 뒤늦게 아주 아주 강화됐다.

20세기까지 항공 보안 이념에는 "테러리스트들이 아무리 비행기를 납치하더라도 설마 자기들까지 다 죽을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전제 조건, 선입관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9· 11 테러는 그 선입관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부정해 버렸다. 그러니 충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이제 수하물뿐만 아니라 기내 반입 소지품도 더욱 까다롭게 검사하기 시작했다. 기내식 스테이크를 써는 플라스틱 나이프조차 안 주고 미리 다 썰어서 주기 시작했다. 식사 때 포크와 나이프를 통제하는 곳은 교도소밖에 없지 싶은데, 이거 뭐 여객기도 그 범주에 들게 된 것이다.;;
그리고 조종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밖에서는 절대로 못 열고, 심지어 수류탄을 터뜨려도 안 열릴 정도로 문이 필요 이상으로 엄청 튼튼하게 개조됐다.

3. 조종사의 일탈

그랬는데.. 21세기에 와서는 비록 극소수이지만 정말 의외의 뜬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바로, 외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내부의 조종사가 나쁜 마음 품고 일탈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더라는 거다.
기장과 부기장 중 한 명이 화장실 갔을 때 남은 한 명이 조종실 문을 잠가 버리고 비행기를 고의 추락시키면.. 이건 아무도 저지할 수 없게 됐다.

아니, 여객기 조종사까지 될 정도로 인생 성공한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도대체 저런 짓을 왜 하나 싶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며, 기준이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그 파일럿들 엘리트 조직 안에서도 서로 꼴보기 싫은 사람이 있다. 나이 50이 넘도록 기장 진급 못 하고 눈칫밥 먹는 열등감 쩌는 찐따도 있고,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이나 조현병 따위에 시달리는 조종사도 없으란 법이 없다.

이 사람들 역시 받는 액수가 좀 상위권일 뿐, 사기업 다니는 월급쟁이 근로자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월급만으로 성이 안 차서 다른 데서 돈놀이 하다가 실패해서 빚더미에 앉은 케이스도 있다. 당장 울나라에서도 옛날에 무려 대학 교수가 돈 문제 때문에 지 애비 죽인 사례가 있었다.

1999년 이집트 항공 990편 추락, 2015년 저먼윙스 9525편 추락은 블박을 보아하니, 정말 충격적이게도 부기장에 의한 고의 추락이 거의 확실시됐다. 2014년에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 370편은 물증이 부족하긴 하지만 기체 결함이 절대 아니고 얘도 누군가에 의한 고의 추락으로 가닥이 기울어 있다.
작년 봄에 중국에서 거의 수직으로 내리꽂혔던 중국 동방 항공 5735편 사고도 정황상 조종사에 의한 고의 추락이다.

오늘날 정치· 군사 분야가 아니면서 한 사람이 수백 명의 목숨을 왔다갔다 할 수 있고 막대한 책임감과 스트레스가 부과되는 업종은 의료나 원자력이 아니면 비행기· 선박 같은 교통수단이지 싶다.

옛날에 항공기관사가 있어서 조종실 승무원이 3명이나 있던 시절에는 이런 고의 추락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할 수가 없었다. -_-;;
옛날에 시내버스에 운전사뿐만 아니라 차장도 있던 시절에는 파주 시내버스 팔 끼임 사망 사고 따위 날 수 없었던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수동 변속기 시절에 요즘 같은 급발진 따위도 절대 없었을 테고.

이런 게 무인화 자동화가 가져오는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다.
뭐, 조종실 문을 봉인한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닐 테니 요즘은 부기장· 기장 중 누가 화장실에 가면 객실승무원이라도 호출해서 조종실에 언제나 2명이 있게 운항 매뉴얼이 개정됐다.

사람이 935명이나 타는 KTX 열차는 1명이서 운전한다. 열차야 앞뒤로밖에 오가지 못하고, 안전성 면에서 타 교통수단의 추종을 아득히 압도하기 때문에 그게 가능하다.
오죽했으면 쟤들은 시속 300으로 달리는데도 좌석에 안전벨트가 없고 입석 승객까지 버젓이 받는다. 그리고 기관사가 생존 반응 확인 신호에 응답하지 않기만 해도 비상 정지한다.
이런 시스템은 오직 철도에서만 구현 가능하다. 그 반면, 여객기는 부기장마저 없어지는 1인 단독 조종이 될 일은 가까운 미래에 없을 것 같다. 이건 LPG 충전소가 무인화 셀프화되는 것과 동급이 아닐까 싶다.

(아 그러고 보니 1982년엔.. 기관사까지 버젓이 있는 와중에 기장이 기체를 고의로 추락시켰던 일본 항공 350편 같은 사례도 있긴 했다. 그건 얘기가 복잡해지는데, 일단 논외로 하자. -_-)

Posted by 사무엘

2023/10/03 08:34 2023/10/0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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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착륙의 위험성

비행기는 높게 날고 있는 중이 아니라 다 와서 착륙 직전이 됐다고 해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그때가 더 위험하다. 아무리 속도를 줄이고 줄였다 해도 지상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굉장한 고속이며, 착륙 과정에서 사고가 나면 연료 누출과 지면 마찰로 인해서 화재도 생각보다 잘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비행기 조종 시뮬레이터를 짜끄레기 수준으로나마 만져 봤을 때 말이다. 자동차와 다른 모든 특성이 개인적으로 아주 흥미롭게 느껴졌었다.
자동차와 달리 양발 페달을 다 쓰고 그것도 페달의 아래쪽(발뒤꿈치)과 위쪽(발가락)도 구분해서 밟고..
상승 하강하거나 좌우로 선회할 때 러더(페달), 조종간(핸들), 엔진 출력 레버(변속기??) 세 개를 아주 절묘하게 같이 움직여 줘야 하고..

단발 경비행기이다 보니, 조종간을 놓고 있으면 기체가 프로펠러 돌아가는 방향의 반대로 roll이 걸린다. 쉽게 말해 옆으로 뒤집힌다. 2발 이상부터는 이런 현상이 없겠지..
자동 변속기 차량이 D에서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저절로 나아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랄까?

그리고 기억에 남는 점이 있었다. 착륙을 앞두고 기체가 고도가 낮고 속도가 낮아져 있으면.. 눈에 띄게 자세 제어가 잘 안 되고 기체가 말을 안 듣더라는 것.. 비행기가 땅에 내려가려면 위험하게도 조종 가능성도 같이 내려놓아야 된다. 착륙 실패 사고가 왜 나는지를 알 것 같았다.

날씨가 어지간히 안 좋아도 그냥 이렇게 내려앉아 버리면 될 것 같은데, 때로는 왜 삽질스럽게 복행을 하고 touch & go를 하는지도 얼추 이해가 됐다.
착륙 중에 돌발상황이 발생해서 착륙을 포기하고 비행기를 뒤늦게 다시 조종해야 하는데.. 이미 때가 늦어서 조종이 안 되면 이는 사고로 이어진다.

물론, 비행기가 양력이 아닌 추력만으로 뜰 수 있을 정도로.. 무슨 로켓이나 전투기 급으로 엔진 성능이 탁월하다면야 어떤 상황에서든 걱정 없이 사뿐히 내려앉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가득 태운 크고 무거운 여객기에서 그런 괴력을 바랄 수는 없다.

우주 발사체도 역추진이 가능하다면야 지구 대기권 재진입이 그렇게 어렵고 위험하지 않을 텐데,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지 않은가..?? 이와 비슷한 관계인 것 같다.
그리고 전투기는 중량 대비 엔진 추력이 탁월한 대신, 여객기가 꿈도 꿀 수 없는 전투기만의 온갖 험악한 급선회 급강하 등의 기동 훈련을 하다가 어디 삐끗 하면 추락 사고가 나곤 한다. 전투기는 그쪽만의 그런 고충이 있는 셈이다.

2. 대한 항공 631편 활주로 이탈 사고

지난 2022년 10월 24일엔 대한 항공에서 1999년 이후로 23년 만에 기체 전손 상각 급의 착륙 사고가 났다.
악천후 속에서 두 번이나 착륙에 실패했다가 간신히 내려앉긴 했는데, 이전의 착륙 시도 때 랜딩기어의 브레이크가 망가졌던 것 같다. 그래서 착륙 후에 제대로 제동을 못 걸어서 활주로를 이탈해 버린 것이다.

그래도 인명 피해는 전무했다니 다행이다. 그리고 사고 기체는 1998년에 도입된 노후 기종으로, 2022년 말에 내구연한 경과로 인해 어차피 퇴역 예정이었다고 한다. 대한 항공의 입장에서는 사고로 인한 손해나 타격이 그리 크지 않을 듯하다.

저런 사고 상황에서 승무원이 승객들을 신속하게 탈출시키기 위해 "머리 숙여!", "이쪽으로 빨리 나가 / 짐은 버려! 빨리!" 같은 고압적인 반말을 쓰는 건 법으로 보장된 정당행위이다. 승객들은 여권이라든가, 생명과 직결된 의료기기 급이 아닌 한, 거추장스러운 짐도 챙기지 말고 닥치고 비행기를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

비상 착륙한 비행기는 거의 수술실 응급실이나 군대 사격· 수류탄 훈련장에 맞먹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위험한 곳이기 때문이다. 기체가 언제 불이 나거나 폭발할지 모르는데, 자기가 꾸물대다가는 뒤의 다른 사람들까지 탈출을 못 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때는 굉장히 빡센 안전 규정이 적용되며 승무원의 권한도 매우 커진다.

무전에서는 효율을 위해 존칭 생략하고, 반말까지는 아니어도 '-했음, -바람' 음음체로 말을 최대한 짧게 뚝뚝 끊는다.
하물며 저런 상황에서는 반말을 써야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 빨리 파악하고 말귀가 더 효율적으로 전달된다. 음절수가 짧아져서 경제적인 건 덤이고 말이다.

아울러, 여객기에서 착륙을 앞두고서 테이블을 접고 벨트를 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굳이 창문도 다 열라고(정확히는 창문 덮개) 승무원들이 지시하는 이유는.. 만약에 사고가 났을 때 밖을 살피는 데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3. 과거의 유사 사고들

에어프랑스 358편(2005), 그리고 대한 항공 2033편(1994)은 악천후 속에서 착륙 착지는 했지만, 그 뒤 뭔가 삐끗 해서 활주로를 이탈해서 사고가 났다. 비록 탑승자들은 일부 경상만 입고 전원 생존했지만, 기체는 불까지 나면서 박살 났다.
요게 저 대한 항공 631편과 비슷한 형태의 사고이다. 이러니 비행기는 단순히 땅에만 내려앉은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는 안전을 100% 장담할 수 없는가 보다.

대한 항공 801편(괌, 1997)이라든가 그리고 아시아나 항공 214편(샌프란시스코, 2013)은 저 두 사고보다 인지도가 더 높은데, 얘들은 착륙 위치를 잘못 계산해서 난 사고이다. 즉, 땅에 제대로 내려앉지 못한 채 사고가 난 것이다.
대한 항공 801의 경우는 착륙 사고치고는 사상자가 굉장히 많이 발생해서 더욱 끔찍한 비극이 됐으며, 사실은 착륙 사고로 넘어가기도 전 단계인 추락 사고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추락 → 착륙 → 활주로 이탈"의 순인 듯..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불가항적 천재지변이 아니라 조종사 과실로 214편 착륙 사고를 낸 것에 대한 징계 명목으로.. 국토교통부로부터 샌프란시스코 노선 영업을 45일 동안 정지 당했었다. 원래는 90일이었는데 어째어째 이의 제기하고 읍소해서 절반으로 줄었다.
그런데.. 그 정지가 실제 집행된 건 6년이 넘게 지난 2020년 3월부터 4월 사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어차피 항공업이 몽땅 궤멸 당하던 시국이었기 때문에 징계로 인한 추가적인 영업 손실은 별로 없었다. >_<

4. 1980년, 대한 항공 015편 착륙 사고

사실, 대한 항공은 두 차례의(1978년 902편, 1983년 007편) 소련 미사일 격추 사건 때문에 덜 부각될 뿐이지, 그 중간의 1980년 11월에 015편이 김포 공항에서 착륙 중에 자체적인 사고를 낸 적이 있었다.
악천후 속에서 아시아나 214편 사고와 아주 비슷하게, 다 와서 활주로보다 먼저 착지해 버린(언더슛) 것이다. 이게 대한 항공이 대형 747기를 날려먹은 최초의 사고이다.

대부분의 승객들은 신속하게 탈출했지만 이때에도 기체에는 화재가 발생했다. 200명이 넘는 승객과 승무원들은 대부분 성공적으로 탈출해서 생존했지만, 2층에 있던 일부 승객은 연기에 질식해서 기내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이때 조종사(기장, 부기장, 항공기관사)들은 생존했고 뻔히 탈출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하고 불타는 기내에서 자결에 가까운 산화? 순직을 선택했다. 이건 우리나라의 항공 사건· 사고 역사를 통틀어 정말 유일한 초유의 사례이다.

다른 승객들을 구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다 화마에 휩싸인 것도 아니고,
어느 의로운 전투기 조종사처럼 민가를 덮치지 않으려고 사출을 거부하고 기체를 끝까지 조종한 것도 아니고.. 모든 상황이 끝난 조종실에서 그냥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이분들, 연기에 질식해서 의식을 잃어 가면서 마지막 순간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ㅠㅠㅠ

저 때는 군사, 해운, 항공 같은 여러 전문직에서 저런 식으로 "전투에서 이기든지 죽든지", "선장은 배와 함께 가라앉는다", "이 한 몸 죽어서 속죄한다" 같은 관념이 아직까지 강하게 남아 있었다. 특히 여객기 조종사는 군 출신이 많았을 테니까..
기장의 이름은 '양 창모'였다. 비슷한 시기 1976년 몬트리올에서 한국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레슬링 선수 '양 정모'와 이름이 비슷하다.

5. 저 시절 여객기 파일럿 출신의 목사

그리고.. 이미 고인이 되긴 했지만 말씀 보존 학회의 설립자 이 송오 목사(1938-2022)가..
쌍팔년도도 아니고 무려 70년대에 그 낡은 구닥다리 여객기인 보잉 707의 조종을 배운 마지막 세대였고, 그 시절 최첨단 기종이던 747을 새로 배운 파일럿이었다고 한다. 그의 개인 간증이 말보회 홈페이지에 실려 있다. (☞ 보기)

저 때는 우리나라는 외화 절약, 불온사상 침투 방지, 주변에 온통 적성국가(중국 소련. 일본은 이념이 아닌 국민정서상 적성-_-)..;; 이런 명분으로 인해 일반 서민의 외국 여행이 매우 심하게 제약이 걸려 있었다.
유학, 이민, 비즈니스, 대회· 행사 참가, 친지 방문 같은 뚜렷한(?) 목적 없이, 단순 배낭여행 신혼여행 목적으로는 아예 여권을 만들 수 없었다. 일반 서민은 일등석 티켓을 끊을 돈이 있어도 국제선 비행기를 탈 수 없고 한국을 뜰 수 없었다.

신혼여행은 당연히 부산, 강원도 정도나 다녀오면 평타이고 제주도가 지금의 동남아 같은 급.. 아니면 새나라 자동차 택시 타고 서울 남산이나 난지도 투어만으로도 감지덕지였을 정도였다.

그 까마득하던 시절에 무려 국제선 대형 여객기 조종사라는 건 정말 초 엘리트 중의 엘리트 전문직이었다. 연봉이 도대체 얼마였겠냐;; 747 국제선 기장급이면.. 내가 알기로 30여 년 전 1990년대에 이미 억대였다.
그랬는데 저 사람은 목회와 신학에 꽂혀서 대한항공 직장을 그만두고 1981년경에 홀연히 신학 공부를 하러 떠나게 되고.. 킹 제임스 성경과 피터 럭크만에 미치고 꽂혀서 인생 행로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쉽게 말해 저 사람은 1978년의 902편 피격 사고(707), 1980년의 015편 착륙 사고(747) 당시의 조종사들과 정확하게 같은 연배라는 거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시간대가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면서 현타가 온다.;; (새로운 정보가 내가 이미 알던 정보와 연결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기 때문..)
당연히 대한항공 여객기들이 도색도 지금 같은 하늘색으로 바뀌기 전의 까마득한 옛날이다. (since 1983~84)

그 초창기엔 그는 열정과 추진력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고 한다. 이 성경과 이 신학 노선은 내 인생을 다 바쳐서 몰두하고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진지하게 믿고 실천했던 것이다. 이건 그 누구라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인 듯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 사람은 대한 항공에서 무슨 스튜어디스로 일하다가 결혼 후에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둔 것 같은 평범한 케이스가 전혀 아니다.

물론 본격적으로 사역을 시작한 뒤부터 차차 초심을 잃어 간 것, 공과 과를 모두 분명하게 남긴 것은 후세가 평가할 일이다.
근본적으로 이분은 뭔가 성도들을 세워 주고 인자함과 강인함을 모두 갖춘 목자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군 장교 같은 다혈질이 지나치게 강했다. =_=;;
교리 노선이나 진리 때문에 분리되는 것보다 괜히 쓸데없이 적을 만들고 동지들을 떠나가게 만드는 게 컸던 것이 못내 아쉽다.

이 송오 목사는 "주님께서 성경 말씀을 영원토록 보존하신다!!"라는 명제가 골수에 박힌 나머지, 기관의 이름도 그대로 '말씀 보존 학회'라고 지었다.
그의 그런 본심 대신, 완전 미치광이 이단 인격파탄자 같은 면모만 대외적으로 자꾸 부각된 것이 참 안타깝다. 천성이 교활하고 위선적이거나 사악한 사람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한킹 신자건, 흠정역 신자건.. 밖에서 대충 보면 다 똑같이 킹 제임스 이단-_-;;일 뿐이다. 부디 2세대들은 서로 자기가 잘났네 진영간에 최소한 인격모독 비방은 하지 말고, 이 나라에 바른 성경을 보급하는 데 각자의 방법으로 이바지했으면 좋겠다.

* 참고로 이 송오 목사의 사인은 췌장암으로, 과거 스티브 잡스의 사인과 동일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15 08:35 2023/07/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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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동차와 비행기의 기술적인 차이

(1) 육상 교통수단에 '차-자동차'의 구분이 있는 것처럼, 공중에도 '항공기-비행기'라는 구분이 있다.
자동차는 일정 배기량/출력 이상의 기계 동력으로 일정 속도 이상을 내는 차량을 말한다. 비행기도 글라이더나 기구가 아니라 기계 동력으로 양력을 생성해서 뜨는 항공기를 말한다.

(2) 자동차는 시동 중에 주유 금지가 권장되는 정도이지만, 여객기는 승객이 탑승한 채로 연료 주입이 금지이다.

(3) 비행기는 자동차와 달리, 납이 들어간 유연 휘발유도 여전히 항공 연료 중 하나로 쓰이고 있다. 비록 가까운 미래에 규제가 걸릴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까지는 그렇다. 그리고 이쪽 업계는 아무래도 디젤 엔진의 존재감이 아주 희박하다.

(4) 자동차의 타이어 안에는 그냥 일반 공기가 주입되며, 펑크가 났을 때 지렁이 땜빵만 해도 된다.
그러나 비행기의 랜딩기어 안에는 산소가 절대 없는 질소 100%만이 주입되며, 저런 부분적인 땜빵이 허용되지 않고 전면 교체를 해야 한다.

(5) 자동차는 한 엔진 안에서 실린더가 몇 개(3~8?)인지, 몇 기통인지를 따지지만 비행기는 엔진 수가 몇인지(1~4개)를 따진다. 엔진은 프로세스, 실린더는 스레드인 것 같다. -_-;; 플라이휠은 스레드를 동기화시켜 주는 장치인 건가..?

(6) 자동차는 주행 중에 야생 동물과 충돌하는 '로드킬' 사고가 날 수 있고, 비행기는 비행 중에 '버드 스트라이크'라는 충돌 사고가 날 수 있다. 그런데 투명한 도로 방음벽에 새가 부딪혀서 죽는 건.. 위의 두 사고의 중간 유형으로 분류해야 하려나 모르겠다.;;

(7) 자동차에 운전석 에어백이 있다면, 비행기에는 전투기 한정으로 사출 좌석이 있는 듯.. 전자는 화약을 터뜨려서 팽창하고, 후자는 아예 초소형 로켓이 달려 있다고 들었다.

(8) 굴러가는 자동차 바퀴 때문에 돌멩이나 각종 이물질이 밟혔다가 튀어오르는 것은.. 선박이 지나가면서 남긴 물결이나 비행기의 후폭풍, 심지어 초고속으로 날아다니는 우주 쓰레기와 비교할 수 있겠다. 평소에 차가 부드럽게 나아가는 것 같아도, 엔진이 내는 힘은 이 정도로 정말 무지막지하다는 뜻이다.

(9) 육상 교통수단은 외연 기관에서 시작해서 내연으로 바뀐 반면, 비행기는 처음부터 내연으로 시작했는데 왕복 엔진에서 제트 엔진으로 바뀌었다. 가스 터빈은 증기 터빈이나 왕복 내연기관보다 만들기 더 어려운 물건이었다.
(참고로 선박은 증기선에서 내연기관으로 바뀐 것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덜해 보인다. 그 대신 목재에서 철제로 바뀐 것, 범선에서 기선으로 바뀐 것, 외륜에서 스크루로 바뀐 것의 존재감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10) 자동차는 정지나 저속 상태에서는 정지 마찰력을 극복하는 데 힘이 많이 들고, 고속에서는 공기 저항과 엔진의 과부하 때문에 가속이 힘들어진다.
비행기는 저고도에서는 짙은 공기 저항 때문에 빨리 못 날고, 고고도에서는 연소에 필요한 공기가 너무 희박해서 엔진이 출력이 안 나오고 빌빌대니.. 둘 다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짐을 많이 실은 무거운 자전거를 타고 처음 출발할 때 페달을 밟는 것보다 땅을 차서 나아가는 게 더 편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정지 마찰 때문..).

(11) 자동차는 바퀴를 굴려서 앞으로 나아가지만, 비행기는 주변 공기를 뒤로 밀어내고 연소 배기가스를 내뿜어서 나아간다. 지상에 있을 때는 바퀴는 기체를 따라 저절로 굴러갈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는 역주행하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맞바람만 어떻게든 충분히 강하게 받을 수 있다면 물리적으로 수평이동을 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이륙할 수도 있다.
프로펠러가 비행기의 앞이 아닌 뒤에 달려 있어도 이륙 가능하다. 단지, 이런 디자인은 기수가 들릴 때 프로펠러가 땅을 긁을 위험이 크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을 뿐..

(12) 단, 주변이 폭염 급으로 너무 더우면 비행기의 이륙이 힘들어져서 활주거리가 길어진다. 엔진 과열 문제 때문이 아니라 공기가 열팽창해서 밀도가 낮아지고, 이는 양력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대로 한겨울에 기체에 눈이 쌓여 있으면 반드시 깔끔하게 다 치워야 된다. 이 역시 양력의 생성 효율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변수가 비행기에는 아주 민감하게 작용하는 셈이다.

2. 탑승하는 절차

대중교통 중 육상 버전인 버스나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구입하고 제시하는 차표를 우리는 '승차권'이라고 한다. 선박은 '승선권'이라고 부르는데.. 비행기는 '승기권'이라고 부르지 않고 '탑승권'이라고 부른다. 글쎄, 영어로는 비행기와 선박 모두 boarding pass라고 부르기는 한다만 말이다.

지금 같은 만능 교통 카드라는 게 없던 옛날엔 시내버스의 경우, 잔돈을 취급하느라 걸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무슨 식권이나 동전 같은 버스 토큰이라는 게 쓰였다. 철도 쪽은 '에드몬슨 승차권' 내지 그에 준하는 마분지 승차권이 오랫동안 쓰였다.
그러다가 오늘날은 육상에서는 시외버스와 고속버스가 시스템이 점차 통합되고, 교통 카드로도 운임을 결제할 수 있게 돼 간다. 그러나 비행기는 그런 통합과는 딱히 접점이 없다. 아직은 말이다.

항공 쪽이 꽤 특이한 점은.. '항공권'과 '탑승권'이 구분돼 있다는 점이다. 먼저 무슨 증서처럼 생긴 항공권부터 발급받은 뒤, 공항에 가서 체크인을 하면서 그걸 실제 탑승권으로 바꿔야 한다. 이걸 제시해야 면세 구역으로 들어가고 비행기를 탈 수 있다. 이거 무슨 수표-현금의 관계처럼 느껴진다.

  • 좌석 번호 지정인가?
  • 운임이 거리와 등급별 편차가 큰가?
  • 유기명인가?

부담 없이 빨랑 타서 단거리를 잠시 이용하고 내리는 시내버스나 지하철이야 위의 속성이 모두 XXX이다. 그러나 시외버스/일반열차 이상급이 되면 OOX이고.. 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행기나 선박 정도가 돼야 티켓에 탑승자의 신원 정보가 기재된다.
아.. 아니, 더 정확하게는 사고가 날 확률이라기보다는, 일단 사고가 났을 때 시체를 못 찾을 확률이 육상 교통수단보다 높기 때문에 탑승자의 신상을 매번 확인하는 것이다.

비행기는 운임 제도가 굉장히 복잡하며, 수하물의 무게를 재고 탑승자를 일일이 대면 확인도 해야 한다. 그래서 좌석 위치도 비행기의 실제 탑승이 임박해서야 비로소 결정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항공권과 탑승권이 구분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하나 더.. 공항은 보안도 더 엄격하기 때문에 한번 들어가면 되돌아 나올 수 없는 구역 구분이 더 엄격한 편이다. 단, 이건 공항이기 때문이 아니라 출입국이 수반되는 절차이기 때문에 적용되는 것도 있다.

3. 영공 통과료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톨비(통행료)를 내는 것처럼 국제선 비행기들은 타국의 영공, 정확히는 타국의 관제 영역에 들어갈 때 영공 통과료를 낸다.
이건 "남의 나와바리에 들어왔으니 돈 내!!" 같은 무역 장벽이나 삥뜯기 같은 개념이라기보다는.. 일단 남의 나라를 상대로 우리는 UFO(미확인..)나 심지어 적국 군용기가 아니라는 걸 당당히 알리고, 그쪽으로부터 관제 서비스를 받는 비용이다. "근처에 다른 비행기가 날아오고 있고 충돌 위험이 있음. 고도를 변경하시오" 같은 교통 제어 말이다.

그런데 이런 영공 통과료라는 개념이 최초로 제기된 건 1928년, 독일에서였다고 한다.
그 당시 미국엔 Popular Science라고.. 우리로 치면 뉴턴이나 과학동아 같은 장르의 교양 과학 잡지가 있었다. 이건 무려 1872년에 창간된 ㅎㄷㄷㄷ한 물건인데 지금으로부터 2년쯤 전인 2021년 4월부로 드디어 종이 잡지의 출판을 완전히 중단하고 100% 온라인 웹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PopSci의 1928년 9월호 65페이지의 한 토막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체덴(현재 폴란드 서부 체디니아) 지방의 자무엘 슈바르츠라는 사람이 루프트한자 항공사를 상대로 "내 집 위를 타넘어서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내게 비행료를 내시오~!!"라고.. 약간의 생떼 부리는 듯한 서한을 보냈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때는 루프트한자라는 항공사 자체가 생긴(1926) 초창기였고, 지금 같은 대형 여객기와 서민들의 대규모 외국 여행이 존재하던 시절도 아니었다. 아니, 찰스 린드버그가 최초의 무착륙 단독 대서양 횡단을 한 때가 바로 전 1927년이었다.

그런 시절에 이런 요구를 한 사람이 있었다는 건 정말 기발하고 대단하긴 하나.. 루프트한자 항공은 현행법상 그래야 할 근거가 없다면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긴, 저건 인터넷 초창기에 좋은 단어로 된 도메인 주소명을 자기가 쓰지도 않을 거면서 알박기 한다거나, 아니면 심지어 달 표면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처럼 뜬금없게 들렸을 것이다.;;

그랬는데 말이 씨가 되어 1944년 12월, 2차 세계 대전이 끝나 가는 시기가 돼서야 미국의 주도로 국제 민간 항공 협약이란 게 맺어졌다.
선박은 최소한 신고만으로 남의 나라 영해를 지나다닐 수 있는 반면, 비행기는 돈 내고 허가를 받아야 외국 영공을 통과할 수 있는 것으로 법이 이때 본격적으로 정착됐다. 선박보다 훨씬 더 빠르고 내륙까지 순식간에 들어올 수 있다는 위험한 특성이 고려됐지 싶다.

영공 통과료가 부과되는 영역은 항공 관제가 제공되는 영역과 대응한다.
태평양 한가운데는 어느 나라의 소유도 아닌 공해이니, 선박이라면 통행에 아무런 제약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비행기는 그런 곳을 비행할 때도 세계 경찰 미국으로부터 항공 관제를 받는다면 미국에다 영공 통과료를 내야 한다. 이건 '영공 통과료'가 아니라 진짜 그냥 '관제 수수료'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레이더도 발명됐겠다, 오늘날은 아무도 모르게 몰래 슬쩍 비행하는 게 가능한 시대가 아닌 셈이다. 그리고 현재의 국제 항공법에 따르면, 여객기는 언제라도 n분 안으로 근처의 제일 가까운 공항에 비상 착륙 가능한 항로만 골라서 비행하게 돼 있다. 엔진 수가 적고 출력이 작은 비행기일수록 그 제약이 더 크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지름길이라 해도 무작정 육지에서 한없이 멀리 떨어진 망망대해를 대놓고 횡단하지도 못한다.

끝으로.. 국제 우주 정거장 같은 인공위성이야, 비행기나 항공 관제 시설이 범접조차 할 수 없는 대기권 너머 높은 우주에서 훨씬 더 빠르게 지구를 도니.. 저런 항공법에서는 당연히 열외돼 있다. 영공 통과료 따위 없다.
비행기의 고도를 나타내는 단위는 피트이지만, 우주 발사체의 고도는 엄연히 SI 단위인 킬로미터로 나타낸다. 서로 물이 완전히 다르다~!

4. 면세점

비행기의 영공 통과료는 새로운 문명과 기술이 등장한 곳에 규제와 세금이 따라 부과된 것에 가깝다.
그런데 여객기를 이용한 자유로운 외국 여행은 반대로 납세 의무가 '면제'된 새로운 장소를 개척했다. 바로 면세점..

이건 꽤 재미있는 계기로 등장했다. 1947년, 아일랜드의 섀넌 공항에서 Brendan O'Regan이라는 직원이 합리적인 제안을 한 게 시초라고 한다.

"출국 심사를 마치고 비행기를 타기 직전인 승객들은 법적으로 이제 이 나라에 있는 사람이 아닌데.. 쇼핑 때 여전히 이 나라의 세금이 부과된 물건을 사야 하는 건 부당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런 승객들을 상대로 간접세가 붙지 않은 저렴한 물건을 팔아서 이윤을 남겨 보는 게 어떨까요?"

이 관행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의 공항들은 면세점을 갖추는 게 관행으로 정착했다고 한다.
완전 자그마한 나라의 듣보잡 공항인데.. 세계의 역사를 바꾸는 큰일을 했다..;;

요즘은 국제 공항뿐만 아니라 국제 여객선 터미널에도 면세점이 있다. 하지만 옛날에 여객선을 타고 대양 횡단하고 외국으로 가던 시절에는 이런 면세점이 아직 없었는가 보다. 면세점은 세계 대전이 끝나고 UN이 생기고 비행기를 이용한 외국 여행이 보편화되면서 등장했으며, 그걸 선박 쪽에서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사무엘

2023/07/05 08:35 2023/07/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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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동차

1930년대에 일본군 장성인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미국으로 여행인지 출장인지를 갔는데..
시골 깡촌의 평범한 소녀가 공구를 들고 와서 자동차가 퍼진 걸 뚝딱 수리하는 걸 목격했다.
그는 이거 하나만으로도 천조국의 저력을 직감하고 경악했으며, 일본은 이런 나라와 전쟁을 벌여서는 이길 수 없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참고로, 옛날에 성경 번역자 틴데일은.. 시골에서 소 모는 꼬맹이 조무래기라도 교황보다 성경을 더 많이 알고 자국어로 성경을 암송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근데 이 미친 나라는 어떻게 듣보잡 시골 처자조차 기계를 이렇게 잘 다루느냐 말이다.

2. 컴퓨터

한편, 1940년대인가 50년대인가, 컴퓨터 과학자 폰 노이만은 거의 인간 컴퓨터 급의 큰 수 암산이 가능했으며, 그냥 머릿속으로 기계어 코드를 쭈룩 읽고 쓰는 게 가능했던 천재 괴수로 유명했다.
자기 제자들이 컴파일러는커녕 어셈블러를 만드는 것조차 별로 달갑지 않게 봤을 정도였다. 프로그램을 짜고 싶으면 사람이 그냥 직통으로 0 1 쑤제 암산 기계어 코딩을 하면 되지, 엔지니어가 지 한 몸 편하자고(!!) 그 비싸고 거대하고 귀한 컴퓨터를 갖고 무슨 자원 낭비 잉여짓을 하느냐고, 그렇게 힐난을 가했었다.

하긴, 폰 노이만은 컴퓨터에 대해서 '프로그램 내장형 모델'이라는 개념 자체를 최초로 만든 사람이었다..!!!
컴퓨터가 해야 할 일을 일일이 진공관 배선을 바꾸고 천공 카드를 교체하는 식의 물리적인 노동으로 지정하는 게 아니라, 이 지시사항 역시 프로그램이 취급하는 데이터와 동급으로 메모리 상의 정보 중 하나로 간주시키는 발상이다.

요즘처럼 키보드 코딩만으로 간편하게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가능해진 것 자체가 이런 개념이 도입된 덕분이다.
그러니, 자기가 이 정도로 프로그래밍 환경을 개선했으니, 더 편한 요행 꼼수를 바라지는 마라~~ 그런 생각을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3. 저격총

역시 2차 세계 대전 때.. '시모 해위해'라고 적군 수백 명을 사살한 핀란드의 전설적인 저격수가 있었다.
그는 저격 잘 하는 비결이랍시고 번거로운 조준경 따윈 없는 게 낫다는 말을 씨부려서 다른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지 혼자 시력이 2.0 3.0을 넘기라도 하는지.. 아무도 이해하지도 이행할 수도 없는 비현실적인 조언을 조언이랍시고 진지하게 남겼던 것이다.

하긴, 그 시절엔 레이더도 없거나 뒤늦게 개발됐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기 폭격기 조종사 역시 시력이 좋은 게 지금보다 아득히 유리하게 작용하긴 했었다.

이것들은 대단한 일화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저 시대 사람들이 오늘날과 같은 급의 자동차를 수리하거나 요즘 컴퓨터와 운영체제 같은 여건에서 기계어 코딩을 한 건 아니라는 점 역시 감안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지금 자동차나 컴퓨터는 정말 저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호락호락 직접 만지고 고칠 수 있지 않다.

제 아무리 천재 괴수 폰 노이만이라 해도, 그 시절에 컴퓨터라는 건 핵 실험이나 탄도 계산, 일기예보 시뮬레이션을 위한 거대한 계산 기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국가 기관· 연구소만의 전유물이었으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엄청 비싸고 귀하신 몸이었다.

그는 2차 세계 대전을 겪었고,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했을 뿐이었다. 일반 양민들이 개나 소나 그 거대한 컴퓨터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시대를 살았거나 그걸 예측한 건 아니었다. 그러니 컴퓨터 자원에 대해서 극도로 아껴 쓰고 절약하자는 마음이 뼛속까지 몸에 배겼으며, 그런 사고방식이 자신의 천재적인 두뇌와 결합했기 때문에 '쓸데없이 어셈블러 따위'라는 갈굼이 나온 것이었다. =_=;;;

지금이야 한낱 작업자의 편의 때문이 아니라 업무 생산성 때문에라도 프로그래머들에게 고급 툴과 컴파일러는 듬뿍 쥐어 줘야 한다. 폰 노이만이라도 Windows용 exe 실행 파일을 맨땅에서 만들지는 못할 것이며, 근본적으로 그래야 할 필요가 없다.
키가 3m인 인간흉기 골리앗, 특수부대 할아버지라 해도 현대의 전장에서 총 맞으면 죽는 건 똑같기 때문이다.

시모 해위해도 기술이 훨씬 더 향상된 오늘날의 저격 소총을 보면 조준경 불필요 소신을 바꾸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은 전장에서 수백 명의 적군을 조준경 없이 저격 사살하긴 했지만, 그 대신 저격 거리도 km급이 아니고 우리 생각보다 짧았다고 한다(2~300m). 그만큼 더 위험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4. 비행기

20세기 중반의 천조국 기준으로.. 컴퓨터 업계에 폰 노이만이 있다면, 항공 업계에는 '켈리 존슨'(1910-1990)이라는 정말 전설적인 괴수 엔지니어가 있었다.
이 사람은 평생을 비행기를 조종하는 일이 아니라 비행기를 설계하고 만드는 일에 뼈를 묻었다. 이 사람도 조종을 안 한 건 아니지만, 평범한 여객이나 군용 조종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기체의 안정성을 극한까지 시험하는 '테스트 파일럿' 명목이었다. ㄲㄲㄲㄲㄲ 즉, 여느 파일럿과는 급이 다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사람은 록히드에서 일하다가 미국의 최신 항공 우주 기술의 산실인 스컹크 웍스의 수장을 역임했고.. 네바다 주에 그 비밀 실험 기지인 AREA 51을 직접 구상하고 만들기도 했다.;;
전투기 P-38, 최초의 제트 전투기 F-80 슈팅스타 쌕쌕이, 마하 2를 최초로 돌파한 F-104, 고공 정찰기 U-2와 SR-71 등..

컴퓨터도, 캐드도 없던 시절부터 이 사람은 인간 컴퓨터나 인간 백과사전이 아니라, 그냥 걸어다니는 풍동 실험실이었다.
"비행기를 이렇게 만들고 날개의 모양과 크기와 각도를 이렇게 만들어서 저렇게 조종하면 실제로 이렇게 날아갈 것이다, 성능과 안정성이 이럴 것이다.. 이 디자인은 요런 비효율과 문제가 있으니 얼추 이 정도로 고쳐야겠다.."

동료 엔지니어들은 낑낑대며 복잡한 수학 계산을 통해 예측을 했지만, 저 사람은 머릿속에서 직감적으로 바로 시뮬레이션이 됐다.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한 게 굉장히 정확하게 적중했다. 이게 진짜 무서운 면모였다.;;; 동료 엔지니어들은 "저 괴수는 공기의 움직임이 눈에 보이기라도 하나?" 하며 혀를 찼다. 이 정도면 비행기의 폰 노이만 급이 아닐지? ㄷㄷㄷ

참고로 비슷한 시기에 보잉 사에서 재직했던 '조(조셉) 서터'(1921-2016)도 전설적인 비행기 개발자였다. 보잉 7x7 프로젝트에 모두 관여하면서 짬을 쌓다가 궁극적으로는 747의 팀 리더가 되어 20세기 최대 크기의 전설적인 여객기를 설계하고 개발하게 됐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쎄, 현대의 CPU 설계 중에서는 독보적이고 전설적인 장인 엔지니어가 없나 모르겠다.
CPU는 자동차나 비행기와 달리 애초부터 사람 손으로 만드는 게 가능하지 않은 물건이긴 하다만.. 그래도 미시세계에서도 회로를 이렇게 설계하면 발열이나 전력 소모가 너무 심해진다느니, 몇 마이크로초 단위의 손실이 생긴다느니 뭐니 이런 직관이 발휘될 여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3/03/08 08:35 2023/03/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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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본공수 61편 납치 사건"은 지난 1999년 7월 23일, 우리나라로서는 아직 씨랜드 화재 참사(6월 30일)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던 시절에 일본 국내선으로 뛰던 보잉 747 대형 여객기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얘는 지역만 생각하자면 우리나라와 별 관계 없어 보이지만, 사건의 발생 배경을 생각하면 본인 같은 사람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가해자는 1970년생으로 나름 똑똑하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철덕이었는데.. 대학교 시절에 스케일이 더 큰 항덕으로 전향(!!!)했다. 흐~ 난 대학 말년 때 겨우 철덕에 입문한 케이스인데 말이다. (물론 그 뒤로 무늬만 쬐끄맣게, 명함 내밀기도 민망한 실력이지만 약간 항덕/밀덕 표방을..)

하지만 그 사람도.. 그렇게 늦깎이로 입문했다고 항공사에 승무원이나 사무직, 지상 조업도 아니고 여객기 조종사로 당장 입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비행 시간을 뭘로 어떻게 채우려고? 취미와 직업은 엄연히 서로 다른 영역이다.

결국 그는 대학 졸업 후엔 철도 회사에.. 그것도 열차 운전도 아니고 JR화물에서 상하차 관련 초라한 단순노동 직군에 입사했다. 허나, 음침한 우울증 증세로 인해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으며, 업무 실수도 잦았다. 이 때문에 근속연수 2년을 못 채우고 무단결근 잠적하면서 회사를 뛰쳐나와 버렸다. (1994~96)

이 사람은 점점 더 사회성이 오그라들었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혔다. 한때는 자살 시도도 했고.. 집에 틀어박혀서 플심 게임에만 심취해서 살았다.
게임으로는 비행기를 기막히게 조종하면서 아무 사고 없이 사뿐히 이착륙을 시켰다고 한다. 그는 “자기는 똑똑하고 철도/항공에 빠삭한 전문가인데 사회에서 안 알아 준다”는 쪽의 망상에 빠지게 됐다.

그래도 이 사람은 진짜 똑똑하기는 했는지, 컴퓨터 해킹과 본질적으로 완전히 동일한 짓을 현실의 항공업계를 상대로 해냈다~!!
인터넷으로 접한 하네다 공항 내부 구조를 보고는.. 보안 취약점을 발견한 것이다.

“환승을 가장해서 요렇게 요렇게 슬며시 이동해서 출국장으로 들어가면 검사받지 않은 짐을 기내에 반입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이걸 착하게 공항과 항공사 측에다가 신고도 하고 “나 잘했죠? 그러니 공항 보안요원으로라도 채용해 주세용~” 라고 제안을 했다. 그러나 이 제안마저도 전부 무시 당했다.

결국 이 사람은 폭주해서 사고를 치고 말았다. 자기가 찾아낸 그 방법대로 기내에다 흉기를 실제로 반입했고, 이륙이 끝나자마자 그 흉기로 여객기를 탈취해 버렸다.
승무원을 위협해서 조종실로 어째어째 들어갔다. 부기장은 내쫓는 데 성공했지만, 기장은 끝까지 말을 안 들으니 부득이하게 흉기로 찔러서 살해하게 됐다.

이 사람은 플심으로만 보던 여객기 조종실을 실제로 구경하고 이것저것 조작하는 소원을 이뤘지만.. 이것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예비 열쇠로 조종실 문을 따고 다시 들어온 승무원과 승객에 의해 곧 제압당했기 때문이다. 이때는 가해자가 흉기를 내려놓고 조종실 감상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에 무력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던 걸로 보인다.

저 사람은 악의적인 “다같이 죽자” 자살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문적인 베테랑 747 조종사도 아니었다. 그냥 놔 뒀으면 자기 망상대로 비행기의 성능 한계를 시험한답시고 각종 기기들을 마구 건드리다가 기체를 통째로 추락시켰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다행히 부기장이 다시 비행기를 접수해서 상황을 복구했다. 그 덕분에 비행기가 추락한다거나, 승객이 더 죽거나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장이 사망한 관계로 비행기는 목적지로 가지 못하고 도로 회항하게 됐다.

가해자는 2킬 이상이 아닌 only(?) 1킬인 점, 그리고 정신병 정황이 감안되어 사형까지는 아니고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살인에다가 500명이 넘게 탔던 여객기를 상대로 하이재킹이니, 평생 감방에서 썩기에 부족함이 없는 너무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현재까지도 형무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 사람의 범행 수법이 알려진 뒤에야 하네다 공항의 내부 구조는 당연히 보안 패치가 행해졌다.

저 사람을 보안 요원 특채까지는 안 시키더라도, 항공 당국이 취약점 신고를 받아들이고 간단히 포상이라도 해 줬으면.. 저렇게 기장이 순직하고 저 청년 인생 쫑나고, 수많은 승객들이 당일 스케줄이 아작나는 불편을 겪는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참 재능이 아깝다. 일본은 국가적인 손해를 당하게 됐다.

“안에서 잠그면 밖에서는 절대 못 열죠” -- 영화 <라이터를 켜라> 승객 대사가 문득 생각난다. 이거는 여객기가 아니라 열차 버전이다만..
이 때문에 주인공 허 봉구는 열차 지붕 위를 기어가서 운전실로 잠입하는 미친 짓을 한다. 이때는 경부선 철길이 전구간 전철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설정이 가능했다.

저 사건에서는 쫓겨난 승무원들이 비상용 예비 열쇠를 갖고 있어서 조종실에 다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9· 11 테러 이후에 비행기들이 안에서 열어 주지 않으면 어떤 경우에도 조종실 잠입이 진짜로 절대 안 되게 구조가 바뀌어 있다. 이게 비행기의 한쪽 보안은 강화시켰지만, 반대로 조종사 자체의 일탈 같은 다른 상황에 대한 보안은 약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끝으로, 이 납치 사건을 보니 먼 옛날 1971년, 우리나라의 F27기 납북 미수 사건도 같이 떠오른다.
이 사건에서는 항덕은 아니고--그 나라 울나라 여건상 강원도 깡촌에서 항덕이 되기란 불가능..-- 그냥 사회 불만 니트처럼 살고 있던 어느 20대 청년이 괜히 북한 가서 팔자 펴고 싶어서(???) 칼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제 폭탄을 만들어서 국내선 비행기 안에서 난동을 부렸다. 이때는 부기장이 폭탄을 껴안고 자폭하는 바람에 이 사람 한 명만 순직하고 희생됐었다. 범인은 체포가 아니라 그냥 현장에서 사살됐다.

Posted by 사무엘

2023/02/16 08:35 2023/02/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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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상 정지 / 탈출 / 자폭

교통수단에는 위급한 상황에서 (1) 자기 차체/기체/선체 따위를 강제로 세우고 정지시키고, (2) 탑승자를 붙잡고 감싸거나 (3) 반대로 강제로 내보내서 보호하는 안전 기능이 존재한다.

자동차는 (2)에 속하는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있다. (3)은 버스 한정으로 유리창을 부수는 망치가 해당되는 듯하다.
오토바이는 어느 쪽으로든 그런 안전장치를 장착할 여건이 도저히 안 되기 때문에 탑승자가 헬멧을 써야 한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다음으로 철도 차량은 (2)나 (3)의 범주에 드는 안전 장치가 없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안전벨트는 무의미하고, 유리창도 자동차 같은 정도의 강화 유리를 쓰지 않는다.
얘들은 승객이 아니라 차량이 '독 안에 든 쥐' 수준으로 매우 정교한 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1)이 크게 발달해 있다. 선로와 차량이 연계해서 조금이라도 조건에 어긋나면 바로 감속하고 차량을 강제로 세운다. 심지어 기관사가 일정 간격으로 생존 인증 신호를 보내지 않아도 차량이 비상 정지한다.

사실, (2)/(3)보다는 (1)이 더 발달된 교통수단이 원론적으로 더 안전한 교통수단이기도 할 것이다. (2)/(3)은 사고가 난 뒤의 대처이지만, (1)은 사고가 애초에 나지 않게 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공중에 뜬 비행기나 우주 발사체 정도가 되면 (1)이 아예 가능하지 않다. 비행기의 GPWS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pull up!" 경보만 하염없이 내보낼 뿐, 철도의 ATS/ATC/ATO처럼 기체를 안전하게 세운다거나 착륙시키지는 못한다.

비행기 중에서 경비행기와 전투기는 (3)형에 속하는 비상 탈출용 낙하산을 갖추고 있다. 전투기의 경우 더 빠르게 기체로부터 이탈하라고 사출 좌석까지 있다.
유인 우주발사체에는 비슷한 개념으로 비상 탈출용 로켓이 있다. 선박으로 치면 구명보트나 튜브에 대응한다.

이렇게 교통수단별 안전/탈출 시스템을 살펴봤는데, 문득 드는 생각은..
운전 중인 자동차가 갑자기 통제가 안 되고 폭주할 때 어떡하느냐 하는 것이다.

시동도 못 끄고, 어디 옆에 쫘악 긁거나 들이받을 데도 없고 도저히 세울 방법이 없는데, 앞이 낭떠러지이거나 사람들이 가득 있으면..
자동차에 대해서 (1)에 해당하는 강제 정지 조치는 핸들을 옆으로 확 돌려서 차를 전복시키는 것이지 싶다. 실제 상황에서 이런 것까지 차분하게 판단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더 큰 사고를 막으려면 그렇게라도 해서 굴러가는 차 바퀴를 지면에서 떼어 놓고 차를 어떻게든 세워야 된다.

차가 어디 부딪히지 않고 혼자 뒤집히는 것만으로는 탑승자가 사망· 중상 급으로 다치지 않는다. 벨트를 단단히 매고 에어백과 튼튼한 A필러의 도움까지 받는다면 말이다.
다만, 벨트를 안 한 채로 차가 뒤집혀서 탑승자가 머리를 아래로 향한 채로 바닥에 떨어지거나 심지어 원심력 때문에 차 밖으로 튕겨나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렇게 되면 사람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러니 차 탈 때 안전벨트는 꼭 매야 한다.

우주 로켓은 통제력을 상실하고 아무 방향으로 폭주할 때를 대비해서 주변에 민폐를 끼치지 말라는 취지로 자폭 모드라는 게 있다. 1986년 챌린저 호 폭발 사고 때도 고체 연료 부스터가 제멋대로 날아가기 시작하자 지상 기지에서 원격으로 명령을 내려서 그걸 자폭시켰었다.
육상 교통수단이라면 어떻게든 강제 정지만 시키면 되겠지만, 쟤들은 비행선도 아니고 공중에 혼자 둥실둥실 떠 있을 수 없다. 그러니 격추나 자폭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2. 주행 방해· 위험 행위

대중교통의 운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수십~수백 명에 달하는 탑승객의 시간을 빼앗고 안전을 위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중범죄로 강하게 처벌된다.

먼저 자동차는? 열차나 비행기 등의 타 교통수단과 달리 차체가 아주 작기 때문에 운전석이 객실과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운전사가 악성 진상이나 취객이 저지르는 범죄에 노출되기도 쉬운 편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지금으로부터 10~15년 쯤 전, 지하철역들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때와 비슷한 시기에 시내버스의 운전석이 투명 플라스틱 칸막이로 둘러지기 시작했다. 즉, 이것도 처음부터 당연히 존재해 온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승강장 투신 자살이 여러 건 터진 뒤에야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었듯, 지상에서는 버스 운전사 폭행 사건이 몇 건 터진 뒤에야 이런 칸막이가 생겼다. 물론 버스 운전석 칸막이는 스크린도어보다는 훨씬 더 저렴할 것이다.
외국의 경우(아마 일본?), 버스보다 더 작은 택시도 운전석이 칸막이로 둘러진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굳이 차내가 아니라 밖에서는 도로에다가 압정이나 쇳조각 같은 자그마한 장애물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타이어 펑크를 유발할 수 있다. 길거리에서 무한궤도 차량이 다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비슷한 원리로, 철길 레일 위에다가 짱돌을 올려놓는 것도 굉장히 위험한 짓에 심각한 범죄로 간주된다. 열차는 비록 타이어 펑크는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그런 장애물을 부수지 못하고 타고 올라가다간 탈선 사고가 날 수 있다. 철도에서는 이게 제일 큰 위험이다.

정말 자그마한 과속방지턱 하나만으로도 자동차의 통과 가능 속도가 얼마나 낮춰지는가? 이게 바퀴의 약점이며, 철도 차량은 그런 약점의 파급 효과가 더욱 크다.

비행기야 내부 보안이 철도역이나 버스 터미널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이 삼엄하기 때문에 민간인이 지상에서 비행기에 호락호락 접근해서 해코지를 할 수는 없다. 조종실에 잠입하는 것도 과거에 테러 몇 건을 겪고 나서는 보안이 강화되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 대신, 지상의 민간인이 저공 비행 중인 비행기에다가 의외로 쉽게 테러를 저지르는 방법이 있다. 바로.. 비행기를 향해 레이저 포인터 불빛을 쏘는 것이다.
이건 테란 메딕의 기술인 옵티컬 플레어의 실사판이며, 밤에 자동차 운전자끼리 구사하는 하이빔 테러보다 더 치명적이다. 비행기 조종사의 시야를 일시적으로 차단하고, 심하면 영구적인 안구 손상까지 야기하기 때문이다. 레이저를 겨우 선글라스로 차폐할 수 있지는 않을 테고.. 비행기에다 기계적인 대미지를 전혀 주지 않으면서 안전을 치명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그럼 반대로 생각하면.. 전시에 적국 군용기의 야간 작전 수행을 이런 식으로 방해할 수도 있겠는데? 하지만 그러면 조종사는 레이저 불빛이 발사된 쪽으로 폭격을 하면 될 테니 실용성은 별로 없겠다.;;;
도로에 압정과 유리 조각, 철길에 짱돌, 공중으로 레이저.. 흥미롭다.

3. 철도 차량의 관절대차

우리나라에 KTX, 고속철도라는 게 등장한 지 좀 있으면 무려 20주년이 된다.
외국물 먹은 KTX 차량은 지금까지 국내의 기존 철도 차량에는 존재하지 않던 흥미로운 특성이 있었는데.. 하나는 바로 ‘관절대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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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특히 트럭 업계에서는 바퀴가 장착되는 부위를 차축 내지 축(axle)이라고 부르는 반면, 철도 차량에서는 상응하는 동일 부위를 ‘대차’(bogie)라고 부른다.
그리고 자동차 차축이야 말 그대로 차량의 좌우에 달리는 바퀴 한 쌍을 끼우는 작대기 하나만을 가리키지만, 철도 대차는 그 작대기를 앞뒤로 2개, 즉 한 쌍 단위로 묶어서 바퀴를 총 4개 끼우는 형태인 게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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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랜딩기어도 트럭의 복륜이라기보다는 약간 철도 대차처럼 생긴 구석이 있어 보인다;; 둘 다 굉장히 단단하고 무겁다는 공통점도 있다.)

자동차가 앞바퀴 뒷바퀴가 있는 것처럼 철도 차량도 평범하게 차량의 앞과 뒤에 대차를 하나씩 장착하는 게 보통인데..
관절대차는 대차 하나가 앞차의 뒷부분과 뒷차의 앞부분을 담당하게 한 것이다. 굉장히 신기한 형태이다.

이렇게 하면 같은 개수의 차량을 굴리는 데 필요한 대차의 수가 일단 절반에 가깝게 줄어든다.
그리고 튼튼한 대차가 앞뒤의 차량을 동시에 굳게 붙들고 있기 때문에 차량이 옆으로 뒤집히고 탈선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차량의 주행 안정성이 더 나아진다는 것이다.

과거에 국내에서는 광명 역 탈선 사고(2011), 강릉선 탈선 사고(2018) 같은 꽤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허나, 그 정도 충격량에도 불구하고 관절대차 덕분에 차량이 뒤집히거나 더 심하게 부서지지 않았으며, 인명 피해도 더 적을 수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안전에 관한 한 관절대차는 확실히 메리트가 있었다.

그렇다고 관절대차가 장점밖에 없는 만능인 것 역시 아니다. (1) 그 특성상 당연히 객차를 분리하는 유동적인 편성이 불가능한데.. 뭐, 이건 기관차-객차가 아닌 동차에서 원래부터 크게 희생하는 특성이긴 하다.

그리고 대차의 수가 줄어드는 만큼, (2) 차량 하나의 길이와 무게 한계에 제약이 더 커진다. 그런데 이 역시 고속 주행을 위해서는 어차피 공기 저항을 극복해야 하고 차량의 피지컬을 크게 최적화해야 하니 그리 큰 단점이 아니다.

고속철도 차량의 관점에서 관절대차의 진짜 큰 단점은 (3) 동력분산식 구조와 같이 연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뭐,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서로 어울리는 형태가 아니다. 동력차와 무동력차가 한데 연결되었을 수도 있는데 바퀴는 양 차량에 걸쳐 있으면 설계가 좀 난감할 것이다.;;

일본의 바로 다음으로 고속철 차량을 의욕적으로 개발했던 프랑스는 관절대차를 최초로 도입했다. 쟤들은 동력집중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관절대차가 단점보다 장점이 확실히 더 크다고 본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KTX와 KTX-산천에서 관절대차가 채택되어 있으며, 김포와 부산 김해, 그리고 서울 우이라는 경전철 차량도 의외로 관절대차 기반이다.

그 반면, ITX-청춘/새마을, 그리고 심지어 KTX-이음은 동력분산식이어서 그런지 관절대차를 채택하지 않았다.
일본의 신칸센이야 골수 동력분산식이기 때문에 역시 관절대차와 인연이 없으며, 독일의 ICE도 마찬가지이다.

1985년 8월에 발생했던 일본 최악의 항공 사고인 JAL123기 추락 말이다.
이거 사고 원인은 뒤쪽 벌크헤드의 수리를 부실하게 했기 때문으로 밝혀져 있다. 아래의 그림에서 원래 위처럼 수리돼야 하는 게 아래처럼 얼렁뚱땅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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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강판이 한데 이어져 있지 않으니.. 결국 리벳 한 줄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고 외력에 훨씬 더 취약해지게 된다.
수 년 동안 반복된 비행으로 인해 압력을 너무 많이 받은 부위가 결국 피로파괴를 일으켰고, 유압 상실과 조종 불가로 인해 여객기의 추락과 끔찍한 인명 피해를 야기한 것이다.

그런데 철도에서 관절대차가 개념상 하는 일이 바로 저 파란 보강판이 양 옆의 철판을 붙드는 것과 정확하게 동일하다~!! 철판 둘은 앞뒤 차량에 대응하고.. 절묘한 관계가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04 08:35 2022/11/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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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속도

자동차는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는 게 법적으로 특별한 '고속'으로 간주된다. 고속도로는 신호 대기가 없고 보행자와 느린 차량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아서 좋은 대신, 모든 탑승자에게 안전벨트 착용도 의무이다. 그리고 입석이나 10% 남짓 정원 초과가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1차로를 추월용으로 비워 두는 지정차로도 내가 알기로 고속도로에서만 엄격하게 적용된다.

허나, 철도에서는 시속 200 이상으로 꾸준히 달리는 열차와 선로 시스템을 고속철도라고 규정한다. 철도는 소음· 진동이나 급가속· 급선회 없이 주행의 품질이 워낙 좋기 때문에 자동차 도로보다 요구 사항이 더 높다. 그리고 고속철은 시속 200~300으로 달리더라도 안전벨트 따위 없고 정원 초과 입석 승객도 얼마든지 받는다.

자동차가 100이 경계이고 철도가 100의 두 배의 200이 경계라면.. 비행기는 100의 뒤에다 0을 하나 더 찍은 1000대의 속도가 초음속이라는 중요한 경계를 형성한다. 초음속으로 날아야 다른 평범한 비행기보다 더 빠른 '고속기'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바닥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속 900~1000대의 아음속 여객기가 대세이다. 초음속기는 경제성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객기의 주류가 되어 있지 못하다.

자동차의 경우, 1920년대에 독일과 오스트리아 같은 일부 유럽 국가에서 평면교차 신호대기가 없는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라는 것을 처음으로 구상하고 만들었다. (아우토반..!!)
철도에서 비슷하게 건널목을 없애고 터널과 교량으로 굴곡 선형을 없애서 고속선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구상하고 실현한 나라는.. 잘 알다시피 1960년대의 일본이다. (신칸센)

고속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깔끔한 선로와 고성능 동력원뿐만 아니라 차량의 공기 저항 최소화, 선로와 차륜을 극도로 정밀하게 유지 보수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이에 덧붙여서 신호· 통신 시스템도 첨단화돼야 한다.
바깥 경치가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이제는 기관사가 신호기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 현재 이 차량에 적용되는 신호가 차내의 계기판에 나타나게 해야 한다.

일본 신칸센은 그 당시에 그런 것도 다 자체 개발했다고 한다. 중앙 집중 제어 장치(CTC)도 당연지사..
그 시절에 한쪽에서는 원시적인 단선에서 증기 기관차가 통표를 싹 낚아채면서 다녔는데.. 그에 비해 신칸센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과학 기술의 산물인지를 알 수 있다. 아무튼...

자동차는 완전 통제 무인 운전이 보급되지 않는 한, 현행 교통법규가 지금보다 더 증속을 허용할 가능성이 전무하다. 즉, 인간의 조종 능력의 한계 때문에 더 빨라지는 게 불가능하다.
비행기는.. 뭔가 획기적인 고효율 제트 엔진이 개발되지 않는 한 가성비가 안 맞아서 증속을 못 한다.
그나마 가까운 미래에 지금보다 속도가 유의미하게 더 빨라질 가능성이 제일 높은 교통수단은 철도 같은 육상의 궤도 교통수단이라 하겠다. 물론 새로 지어지는 것 한정으로 말이다.

일본의 신칸센 다음으로 곧장 등장한 고속철도는 잘 알다시피 프랑스 TGV이다. 얘는 1970년대 초 맨 처음엔 잠시 가스 터빈 엔진 기반으로 개발된 적도 있었다는 게 매우 흥미롭다. (헬리콥터나 탱크처럼!) 전철로 먼저 개발됐던 신칸센과의 차별화 시도를 일부러 했던 것이다. 뭐, 전철 설비도 처음 만드는 비용이 정말 엄청 비싸기도 하니까..
하지만 계산기를 두들겨 보니 가스 터빈은 연료비가 너무 많이 들고 환경 문제도 있다는 게 고려되어 신칸센과 동일한 전기 모터 기반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2. 바퀴와 무한궤도

동물에게 달린 다리와 기계에 달린 바퀴는 하는 일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동작하는 원리는 서로 놀라울 정도로 상극이다.
혈관과 신경이 연결된 생체 조직에서 배배 꼬이지 않고 끝없이 굴러갈 수 있는 바퀴라는 부위는 존재 불가능하다. 반대로 다리를 기계로 구현하는 것은 다족이건 사족· 이족이건 공학적으로 극도로 어렵고 까다롭다. 이건 굉장히 흥미로운 차이점인 것 같다.

바퀴는 관성 버프를 받아서 평평한 길에서는 아주 빠르고 편하게 잘 굴러갈 수 있는 대신, 지형에 따른 효율의 편차가 굉장히 커진다.
경사를 오를 때 사람은 좀 가파르더라도 이동 거리가 짧은 계단이 유리한 반면, 바퀴 달린 교통수단은 긴 경사면/빗면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퀴는 계단을 오르내리기란 거의 불가능이며, 과속방지턱 하나만 있어도 주행 가능 속도가 크게 떨어진다. 비포장 도로에서는 어지간한 급커브처럼 시속 40 이상도 내기 힘들어진다.

다리 달린 동물이야 아스팔트 도로, 사막의 모래밭, 자갈밭도 모두 별 차이 없이 동일한 속도로 주행 가능하다.
인간이 21세기 최첨단 과학 기술을 동원한다 해도, 숲 속에서 산짐승보다 더 빠르고 날렵하게 달리는 건 불가능하다. 모래 사막· 자갈 사막에서 낙타의 수송력을 능가할 수도 없다. 아예 헬리콥터를 띄워서 기름을 퍼부으며 위험하게 떠 다니지 않는 한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리 움직이는 걸로 육지를 시속 200~300으로 달리는 건.. 생체로든 기계로든 심각한 무리수일 것이다. =_=;; 두 방식의 장단점은 절대적이기보다는 좀 상대적인 구석이 있다.
(또한, 다리뿐만 아니라 새나 곤충의 날개도 말이다. 동물들은 날개를 퍼덕일지언정, 프로펠러나 로터나 팬 같은 걸 돌리는 게 없다는 걸 생각해 보자. 쟤들은 비행 원리도 고정익과 회전익 중 하나로 정확하게 딱 떨어지는 형태가 아니다. 하늘에 뜨기 위해서 활주로가 필요한 새가 있는가?? =_= 이런 것도 참 오묘하다.)

생물과의 비교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바퀴와 다리는 특성이 이렇게 다른 게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같은 바퀴 중에도 자동차의 고무 바퀴와 철도 차량의 철바퀴는 특성이 굉장히 다르며, 심지어 이들의 중간인 무한궤도라는 것도 있다.
철도는 바퀴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특화된 방식이다. 그 반면 무한궤도는 바퀴의 단점을 보완하는 쪽으로 특화된 방식이다~!

철도는 바퀴와 노면의 마찰을 줄여서 일반적인 자동차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차량을 견인할 수 있다. 조향이 필요하지 않으니 안정된 고속 주행이 가능하고, 매끈한 궤도 위만 달리니 승차감도 아주 좋다.
그러나 이런 쇠바퀴로 울퉁불퉁한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는 없으며, 철도는 마찰이 작다는 특성상 오르막 등판능력도 매우 취약하다.

한편, 무한궤도는 일부 건설기계나 군용 무기(탱크..!!)에서 쓰이는데, 차축이 많이 달렸고 바퀴가 구를 궤도를 자기가 내장하고 있는 형태이다. 일반 자동차보다 접지압이 훨씬 더 높기 때문에 모래밭 수렁을 포함한 온갖 험지를 더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으며 등판능력이 더 높다. 고무 타이어 기반이 아니니 압정이나 유리 조각을 잘못 밟아서 타이어가 터질 일도, 타이어 옆을 칼로 긁는 테러를 당할 일도 없다.

또한 얘는 그 특성상, 비포장 도로를 달릴 때 바퀴에 밟혔던 돌멩이가 튀어오르는 게 없다. 비행기가 선회하듯이 좌우의 구동 속도를 달리해서 매우 작은 회전 반경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
빙판길에서는..?? 무한궤도는 고무 타이어에 장착하는 체인의 넘사벽급 상위 호환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무한궤도는 단단한 쇳덩어리인 만큼 엄청나게 무겁고 연비가 안 좋으며.. 고속 주행과도 상극이다. 고무 타이어만으로도 충분한 잘 닦인 길에서는 너무 단단한 무한궤도가 오히려 도로 포장을 손상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도로에서는 무한궤도 차량을 그냥 일반 트럭에다 실어서 나르거나, 고무 같은 걸로 무한궤도를 감싸서 자력 주행한다고 한다.

3. 보조 전원/엔진(APU)

승용차 같은 작은 차량에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우리 주변의 여러 교통수단들은 주행· 비행을 위한 주 엔진뿐만 아니라 보조 엔진이 추가로 장착된 경우가 많다. 개발툴로 치면 실제 코드 생성용 컴파일러 vs IDE의 빠른 문법 체크용 컴파일러처럼 말이다.;;

크레인, 레미콘 같은 중장비· 건설기계는 이동 말고 자기 기계를 가동하기 위해서 별도의 보조 엔진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리고 꼭 그런 부류가 아니더라도 버스처럼 사람을 많이 태우는 교통수단의 경우, 접객 공간에 전기를 공급하는 게 엔진 힘만으로는 다 감당하기 곤란할 수 있다.

특히 쌍팔년도 이전, 기술이 부족하던 시절엔 40인승 대형 버스에 탑재되는 6~7000cc 급 디젤 엔진의 최대 출력이 200마력이 채 안 되고, 요즘으로 치면 겨우 중형 승용차급인 150~160마력 남짓이기도 했다.
그런데 버스 내부의 넓은 공간을 식히기 위한 에어컨을 가동한다면..?? 부족한 엔진 출력을 끌어다 쓴 발전기나 압축기만으로는 답이 없었다. 에어컨 내지 발전기만을 위한 전용 엔진을 가동해야 했다.

또한 얘는 자동차의 본 엔진 시동과 무관하게 켜고 끌 수 있다. 관광버스는 운전사가 시동을 끈 채로 차에서 장시간 대기할 일이 많으니, 이런 게 설령 주 운전사의 복리후생을 위해서 필요한 구석이 있었다. 주 엔진의 출력이 충분하다 할지라도 말이다.

비행기는 엔진의 무서운 괴력으로 하늘을 날았다가 사뿐히 내려앉지만, 정작 공항 계류장에 있는 동안은 너무 시끄럽고 연료 소모와 후폭풍이 심한 주 엔진을 함부로 가동하지 못한다. 터미널 건물에서 뒤로 돌아서 활주로로 가는 동안 견인차의 도움을 받을 정도이다.
그래서 이렇게 주 엔진이 꺼져 있는 동안 객실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 공항 시설의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지만, 자체 보조 엔진을 가동해서 전력을 생산하기도 한다.

비행이 시작되면 보조 엔진은 시동이 꺼지며, 주 엔진이 발전기까지 같이 돌리게 된다. 그러나 비행 중에 주 엔진이 꺼지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보조 엔진이 다시 동작한다. 추락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라도 기내에 전기가 공급되고 조종에 필수적인 장비가 동작하고, 조종실과 지상의 통신이 되게는 해 준다.

보조 엔진은 벌크헤드나 블랙박스와 마찬가지로 비행기의 맨 뒤 꽁무니에 장착되는 편이다. 얘마저 맛이 가면 동체나 날개의 하체에 비상용 풍력 발전기(램 에어 터빈 RAT)가 비행풍을 맞으면서 돌아가서 최소한의 전기를 생산하는 발악을 한다. 비행의 입장에서는 공기 저항을 늘리는 물건이지만.. 전력을 생성하는 게 현실적으로 훨씬 더 중요하니 말이다.

끝으로, 철도 차량은 기관차-객차의 경우, 별도의 발전차가 앞이나 뒤에 편성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엔진 차원에서 객실 전원 공급 장치(HEP Head End Power)라는 파트가 같이 있다면.. 전원 공급이 자체적으로 가능했다. 무슨 10량 이상의 엄청 긴 열차만 아니면 됐다.

디젤이더라도 새마을호 디젤 동차나 7000호대 봉고 기관차는 HEP가 장착돼 있었다. 반대로 전기이더라도 초창기 8000호대 기관차는 HEP가 없었기 때문에 여객열차는 발전차를 또 편성해야 했다.
7000호대 디젤 기관차의 HEP는 엔진 소음을 심하게 키우고 문제가 많아서 결국 쓰지 않게 됐다는 건 잘 알려진 일화이다.

이렇게, 보조 동력에 의지하지 않은 채 엔진의 동력이나 자체 배터리만으로 차내에서 전기를 많이 끌어다 쓰는 건 아무래도 무리이다.
특히 자동차용 납 배터리는 시동을 걸 때 전기를 잠깐 짧고 굵게 썼다가 다시 곧장 충전하는 것에 최적화돼 있다.
시동을 끈 채로 많이 방전시켰다가 오랫동안 재충전을 안 하고 방치해 버리면 영원히 충전을 다시 못 하게 되고 배터리가 망가져 버린다. 명색이 이차 전지라지만 반쪽짜리 이차 전지일 뿐인 것 같다.

소싯적에 전자기기에서 쓰이던 니켈카드뮴 배터리는 메모리 효과 때문에 완충 완방이 권장되었다지만.. 이런 납 배터리 내지 리튬이온 배터리는 그렇지 않다. 그냥 조금 쓰고 바로 바로 충전해 주는 게 낫다.

Posted by 사무엘

2022/11/01 08:35 2022/11/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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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와 피난

작년 8월 여름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고, 나라 전체가 탈레반 집단에게 점령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50여 년 전, 남베트남이 망할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저 나라는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해방된 뒤에도 역사가 참 파란만장했다. 한때는 여기에 웬 소련 공산당 빨갱이들이 들어와서 1980년 무렵엔 전쟁이 벌어졌었다. 그러고 보니 미국 등의 자유 진영에서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대거 보이콧 했던 이유가 이 전쟁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엔 여기는 이슬람 꼴통들 천지로 전락했다.
1970년대에 나라가 잘 살고 여성도 자유로운 복장으로 길거리를 활보했는데, 2010년대가 되니 옛날에 건물이 있던 곳은 폐허가 되고 여성은 부르카인지 히잡인지를 뒤집어쓴 답답한 복장으로 바뀌어서 혼자 함부로 길거리를 다니지도 못하게 됐다. 둘을 비교한 사진을 보신 분이 있을 것이다.

이런 걸 생각하면.. 약소국 신생 독립국들이 2차 대전 이후로 무작정 강대국으로부터 해방만 되는 게 장땡이 아니었겠다 싶다. 그럼 이제 식민지 착취나 인종 차별 같은 건 없겠지만, 그 뒤로도 내전이 벌어져서 동족끼리 지지고 볶고 싸우고, 식민 통치보다 더 악랄한 싸이코 폭군이 등장해서 나라 말아먹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당장 이북이 저 지경이 돼 있다. 그 반면 우리나라의 건국과 역사 흐름은 감사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제아무리 천하의 미국 천조국이 쬐끄만 자유 진영 국가를 지원하고 도와준다 해도.. 그 지원 대상 국가가 도를 넘게 부패해 있고 자기들 스스로 자기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의사가 없다면 아무 소용 없다. 무기를 지원해 봤자 그 무기가 빼돌려지거나 심지어 적에게 넘어간다면 미국이라도 미쳤다고 그 나라를 도와주겠는가.

이 패턴은 우리나라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6 25의 극초반에는 군기가 잔뜩 빠져서 허겁지겁 후퇴만 하는 오합지졸 국군을 보고는 미국의 반응은 “이 자식들 노답~~”이었다. 후퇴 금지 즉결처분이라든가 제주도 망명 정부 계획이 최후의 수단 차원에서 괜히 나왔던 게 아니었다.

그랬는데 서울 한강 이남에서는 어느 무명 용사가 “저는 명령이 내려올 때까지 이 자리를 절대 뜨지 않고 지킬 것입니다. 부디 탄약을 더 주십시오”라는 명대사로 맥아더 장군을 감동시켰다. 다음으로 낙동강 전선에서는 무려 사단장이라는 백 선엽 장군이 야전에서 직접 “나를 따르라~! 내가 후퇴하면 너희들이 날 쏴 죽여도 좋다” 이런 모습을 보였으니 미국도 다시 적극적으로 한국을 도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고, 얘기가 또 옆길로 많이 샜다. 다시 아프가니스탄 얘기로 돌아오면..
알고 보니 저 나라는 영해라는 게 없는 내륙국이더라. 어쩐지 그래서 탈출하는 사람들이 배가 아니라 수송기를 타려고 난리를 쳤던 것이었다.

그런데 비행기는 빠르기는 하지만 선박보다 수송 능력이 훨씬 부족하다.
그런 데다, 비행기는 타 교통수단과 달리 외벽 같은 데에 껴서/붙어서/몰래 짱박혀서 탑승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조건은 피난민에게는 굉장한 악재이다. 그래서 어디 못사는 나라에서는 어떻게 몰래 탔는지 “여객기의 랜딩기어 수납 공간에 어느 밀입국자가 숨진 채 발견” 이런 사건이 보도될 때가 있다.

그런데 하물며 비행기의 외벽에 끼어 탔다가 비행 중에 떨어져서 죽는 건.. 정말 희대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건.. 9 11 테러 때 창 밖으로 뛰어내린 희생자 이후로 거의 20년 만에 처음 봤다.

2.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국 화물기 추락 사고

지금 저 동네의 정치 시국하고는 아무 관계 없는 일이긴 하지만..
9년 전, 2013년 4월에는 무거운 미군 장갑차를 싣고 아프가니스탄 소재의 미 공군 기지를 이륙했던 보잉 747-400 개조 화물기가 갑자기 추락하는 대형 사고가 났었다. (내셔널 항공 102편 추락 사고) 원인은 화물 적재 불량이었다. (☞ 사고 영상)

육상 교통수단은 짐을 제대로 묶지 않으면 가다가 짐이 떨어지는 바람에 “주변 차”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비행기나 선박은 엄청 무거운 짐을 제대로 묶지 않으면 비행/항해 중에 짐이 한쪽으로 쏠리고 기울어져서 자기가 추락이나 침몰 같은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저 사고의 경우, 비행기가 이륙해서 기수가 살짝 위로 들렸을 때.. 화물칸 장갑차의 결박이 풀려 버렸다.
15톤이 넘는 무거운 장갑차는 뒤로 굴러가서 벌크헤드를 쳐 버렸고, 이 때문에 비행기의 미익을 조종할 수 없게 됐다.

그리고 무게중심이 기체의 뒤쪽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기체의 받음각이 치솟고, 이로 인한 항력도 엔진의 출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올라갔다.
이 때문에 그 화물기는 이륙한 지 얼마 되지도 못해서 실속에 빠진 채 지상으로 힘없이 추락했다. 승무원 7인 전원 사망.

추락하지 않았더라도 조종을 못 하니 1985년의 JAL123편 같은 꼴 나서 언젠가는 자세가 어긋나고 추락했지 싶다.
에.. 자동차에다 비유하자면 몇십 톤짜리 강철 코일을 실은 트레일러가 겁도 없이 교차로에서 고속 급선회를 하다가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강철 코일 따라 차량이 통째로 옆으로 뒤집힌(전도) 걸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자동차는 그냥 뒤집히는 걸로 끝나지만, 비행기는 양력을 잃고 추락한 것이다.
이제 앞으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군용기 또는 미군에서 외주 준 민항기가 뜰 일은 없어지는 건가..?? 문득 저 사고 생각이 났다.

3. 전투기의 호위

지난 2018년에는 6· 25 사변 장진호 전투 현장에서 발견된 국군 전사자들 유해를 하와이에까지 가져가서 신원 확인 후, 다시 우리나라로 송환한 일이 있었다.
유해를 실은 수송기가 우리나라 영공에 진입하자 우리나라에서는 그에 맞춰 전투기들을 무슨 보디가드처럼 출격시켜 수송기의 양쪽을 엄호했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수송기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이렇게 인사했다.

“오랜 시간 먼 길 거쳐 오시느라 대단히 수고하셨습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공군이 안전하게 호위하겠습니다.” (☞ 영상)

이게 영화나 드라마의 대사가 아니라 현실이었다니..

태양의 후예에서 “성공한 인질 구출 작전에 무슨 책임을 지겠다는 말씀입니까? 정치와 외교는 제 책임입니다. 우리 국민을 무사히 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대사처럼 사이다이고..
현충원에 있는 할배 묘지에 새겨져 있는 헌시 “민족의 독립을 되찾아 우리를 나라 있는 백성 되게 하시고”처럼 감동적이다. 그리고 2013년 레카 시절 국군의 날 기념식 영상처럼 뭉클하다.

지난 8월에 모종의 계기로 홍 범도의 유해가 카자흐스탄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올 때에도 전투기들이 똑같이 수송기를 호위했다. 이때는 3년 전에는 안 했던 섬광탄까지 폭죽처럼 쏴 줬다. (☞ 영상)
홍 범도는 독립군 활동을 하다가 자유시 참변을 겪고, 그 뒤엔 소련 인민으로 살았던 사람이다. 헤이그 밀사 중 하나였던 이 위종처럼 말이다. 소련으로 가긴 했지만 딱히 한국에서의 사회주의/공산주의 운동이나 북한의 건국과 연루된 것은 없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독립운동가나 6· 25 참전 용사의 유해가 귀환할 때 전투기 호위를 했는데, 지난 도쿄 올림픽 때 대만에서는 선수들이 귀국할 때 이런 이벤트를 시행했었다.
대륙을 꺾고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너무 기특하다면서, 귀국하는 선수들이 탄 여객기의 주위에 미라주2000 전투기를 네 대 띄워서 호위해 준 것이다. 총통 각하가 특별 지시를 내린 거라고 한다. 공군이 이런 의전에도 동원될 때가 있는 셈이다.

4. 세계에서 제일 큰 비행기의 최후

인류가 만들어 낸 역대 가장 거대한 비행체야 나치 독일 시절의 힌덴부르크 비행선이다. 허나, 부력이 아닌 양력으로 날면서 가장 많은 payload를 싣고 이륙 가능한 세계 최대 비행기는 바로.. 구소련에서 지난 1988년에 개발했던 An-225였다. 여객기가 아니라 화물기 겸 군 수송기 용도로 만들어졌다.

얘는 그 큰 보잉 747은 말할 것도 없고, A380보다도 더 컸다. 요즘은 저런 4발(엔진 수) 비행기조차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단종되는 추세이지만 An-225는 무려 6발이었다. 그리고 예비용 자매기가 구소련의 붕괴 시국으로 인해 끝내 만들어지지 못한지라, 얘는 동형의 다른 기체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 유일 유니크 아이템이었다.

워낙 덩치가 큰 덕분에 부란 우주왕복선도 실어 나르고 다른 여객기의 벌크헤드 같은 대형 부품도 수송하고..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도 있었다.
30년 넘은 낡은 비행기이다 보니 내부 기기들이 지금 관점에서는 낙후했으며, 조종을 위한 승무원이 좀 많이 필요하긴 했다.

하지만 세계의 항덕들이 주목해 온 이 역사적인 비행기가 그만 소실되었다. 다른 사고도 아니고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수리 불가능한 손상을 입고 대파 당했다. 비행 중 격추는 아니고, 공항 격납고에 가만히 주기 중이었는데 공습을 받아 같이 박살 난 것이다. 전쟁이 야기한 참으로 안타까운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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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우리나라 내부에서의 최대 항공 사고

그나저나.. 우리나라 국적의 여객기가 옛날에 겪었던 네임드급 사건· 사고로는 북괴가 저지른 대한항공 858편 폭파(1987), 소련에 의한 007편 격추(1983), 괌에서 801편 착륙 실패 추락(1997) 등 여럿 있다. 이것들은 사고 장소는 다들 외국이었다.
정작 대한민국 내부에서 벌어진 역대 최대 규모 항공 사고는.. 의외로 국적기의 사고가 아니어서 인지도가 별로 높지 않다. 바로 2002년 4월 15일에 악천후 속에서 부산 김해 공항에 착륙하려다 실패하고 인근 야산에 추락한 중국 국제항공 129편 사고이다.

이 사고로 승객 155+승무원 11명 중에 130명이 사망하고 36명만 살아남았다. 승객들은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이건 1993년에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 733편 추락보다 더 큰 사고였다(68명 사망, 48명 생존).
이 두 사고는 지형 때문에 착륙 난이도가 높은 공항에다, 악천후와 조종사 과실까지.. 발생 원인이 서로 좀 비슷하다. 하지만 아시아나 733은 추락 후에 다행히 화재와 폭발이 없었던 반면, 저건 그렇지 않아서 더 처참한 사고가 되었다.

요컨대,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여객기 한 대의 추락만으로 무려 500명이 넘는 사람이 몰살 당했다거나..=_=, 천조국처럼 여객기가 납치 당해서 고층 건물과 충돌하는 엽기적인 일을 자국 내부에서 당한 적은 없다.
본인조차도 2002년 5월 25일, 대만의 중화항공 611편 공중분해 추락 사고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정작 저 사고는 한참 뒤 나중에야 뒷북으로 접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부산에서는 김해 공항을 대체할 더 크고 안전한 동남권 공항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되었다. 게다가 김해는 군 공용이기까지 한 관계로, 민항기의 운용에 제약이 더 크다.
굉장히 오랫동안 진통이 많았는데 결국은 가덕도에 신공항의 건설이 확정되었는가 보다.
서울에 공항이 여의도-김포-인천의 순으로 확장되었다면, 부산은 공항이 수영-김해-가덕도의 순으로 확장되는 모양새이다.

한편, 우리나라 국적기에서 사망자가 수십 명 이상 발생한 심각한 대형 사고는 저 801편 사고 이후로 현재까지 20년이 넘게 전무하다.
메롱 상태인 나라 말고, 세계를 통틀어 나름 선진국의 플래그십 항공사가 낸 '마지막' 대형 사고 기록은 현재로서는 2009년 에어 프랑스 447편 추락 사고가 차지하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2/03/16 08:35 2022/03/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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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이미 언급했던 아이템들도 좀 있지만 도로 철도 항공 몽땅 한데 통틀어서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단선 터널

육상 교통수단에서 단선이란 건 선로를 따라 매우 정교한 신호와 통제가 가능한 철도에서나 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그리고 요즘은 철도도 교통량이 아주 적은 곳이 아니라면 최소한 복선으로 만드는 게 기본이다. 철도가 넘사벽의 접근성을 자랑하는 자동차와 경쟁해서 이기려면 자동차로 도저히 불가능한 고속 대량 수송에 올인해야 하는데, 그건 단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상황이 달랐다. 자동차가 지금보다 훨씬 적었고, 도로를 닦는 기술과 자본도 부족하다 보니 도로에 지금 같은 엄격한 상· 하행 구분이나 차량과 보행자의 구분 자체가 별로 돼 있지 않았다. 일제 시대만 해도 경성 시내 도로에 깔끔하게 중앙선과 차선이 그어져 있고 신호등이 설치된 것을 내가 본 기억이 없다. 노면전차 때문에 공중에 전차선들만 어지럽게 늘어서 있었을 뿐..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정말 믿기 어렵지만, 자동차 도로 터널이 겨우 1차로로 만들어진 게 있다. 짤막한 굴다리 수준이 아니라 나름 600m가 넘는 길이이며, 일방통행도 아니고 상· 하행 공용인 게 말이다.
2020년 현재 국내에는 딱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여수의 '마래 터널'(현재는 정확히는 마래 제2 터널로 개칭)이고, 다른 하나는 울릉도의 '통구미 터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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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터널의 입구는 교차로나 횡단보도 따위가 없어서 그냥 직진만 하면 됨에도 불구하고 신호등이 있다. 한쪽에 차량이 진입했으면 맞은편에서는 차량의 진입을 막아야 한다.
자동차 도로가 이렇게 되는 건 보통은 왕복 2차로 도로에서 차로 하나가 사고나 공사 때문에 막혔을 때일 것이다. 이때는 현장의 인부가 일정 주기로 상행과 하행의 통행을 허용하면서 교통을 정리하는 편이다.

그런데 터널이 통째로 1차로인 건.. 무려 1920년대의 여건 하에서 산의 암반을 힘겹게 뚫어서 차로 하나만 개통시킨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래 터널은 단면이 철도 터널처럼 생겼으며 마침 전라선 구선로(여수 엑스포에 맞춘 복선전철화 이전)도 근처를 지난다. 그러니 마래 터널이 전라선 철도의 진짜 오리지널 구간이 아니었나 하는 의문도 든다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자동차용 터널 중에 이런 비좁은 물건이 있는 게 흥미롭지 않은가..?
참, 여담이지만 인터넷으로 찾아 본 바에 따르면, 울릉도는 모든 도로가 시멘트로만 포장돼 있고 아스팔트 포장은 없다고 한다. 도로가 처음으로 포장되던 시절에 아스팔트 포장을 위한 중장비를 거기까지 동원하는 건 여러 모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2. 2차로 고속도로

우리나라에서 고속도로라는 건 통행료를 내야 이용 가능한 대신, 평면교차가 없고 보행자도 없고 길이 가장 곧고 상태가 좋아서 차가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최고급 도로이다.

요즘은 지방에 국도도 중앙분리대를 갖추고 고속도로 못지않은 고속 주행이 가능한 고퀄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것들도 시내로 들어가면 다시 신호를 받기 시작하며 지속적으로 빠르게 달릴 수 없다.
그리고 상하 구배나 커브가 레알 고속도로보다는 아무래도 더 급격하다. 운동 에너지라는 게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는 만큼, 시속 80 기준 설계와 100/110 기준 설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런데 이렇게 도로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고속도로가 겨우 왕복 2차로라면..?? 그 도로는 제대로 추월을 할 수 없으며 사실상 고속도로라고 부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역사적으로 왕복 2차로의 열악한 반쪽짜리 고속도로가 존재했으며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 영동 고속도로의 강원도 구간은 20세기까지 아예 국도/고속도로 공용을 표방하는 막장 2차로 산길 형태였다. 그러다가 2001년이 돼서야 지금과 같은 깔끔한 새 길이 완공됐다.
  • 우리나라 최후의 왕복 2차로 고속도로는 잘 알다시피 88 올림픽 고속도로였다. 하지만 2015년에 전구간이 4차로인 대구광주 고속도로로 리모델링 됐다.
  • 중앙 고속도로는 나름 장거리 횡축 간선인 주제에 2차로 형태로 건설되고 있다가 뒤늦게 4차로로 다시 만들어졌다.

그래서 2020년 현재, 우리나라는 수십 km 이상 간선 고속도로 중에 2차로짜리는 완전히 전멸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건 제2경인 고속도로에서 인천대교로 이어지는 학익-옥련 사이의 아주 짤막한 구간, 그리고 151번 고속도로의 말단인 동서천 IC-동서천 JC 구간이다. 간선이 아니라 고속도로 연결선에 가까운 자동차 전용 도로일 뿐인데.. 법적인 이점을 얻기 위해서 명목상 고속도로라고 등재해 놓은 듯하다.

어떤 도로가 고속도로라면 한국 도로 공사 관할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해당 지자체의 관할이 된다. (경부 고속도로 vs 양재IC 이북의 경부 간선 도로의 차이처럼..)
그리고 고속도로의 주변 부지는 다른 도로의 주변에 비해 개발 제약이 더 심하기 때문에 지금 미리 고속도로라고 찜해 놓는 게 나중에 이 도로를 확장하는 데 더 유리하게 된다.

3. 철도

(1) 신호(재래식 통표 폐색): 정선선의 끄트머리인 정선-아우라지가 최후의 보루이다. 정선선은 20여 년 전에 비둘기호의 최후의 보루였는데 이제는 통표 폐색 방식을 마지막까지 간수하고 있나 보다.
여기 말고 전라선 모 구간에서 2000년대까지 아직 통표가 쓰이는 곳이 있었다고 하지만.. 복선 전철화가 모두 완료되면서 옛날 이야기가 됐다. 호남선은 주요역 위주로 호남고속선이 새로 깔렸지만 전라선은 본선 자체가 준고속선으로 개량됐다는 차이가 있다.

(2) 오르막 급경사(인클라인/스위치백): 영동선 통리-심포리 구간이 전국 유일의 스위치백 구간으로 잘 알려져 있었으나, 이미 2012년에 루프식 터널(솔안 터널)로 바뀌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전국에 루프식 터널은 내가 알기로 중앙선에 두 곳(치악), 함백선, 그리고 저기 저렇게 총 네 곳 있다.

(3) 기관차 방향 전환: 증기 기관차 시절의 엄청 옛날 이야기이다만, 그때는 서울에서 출발한 열차들이 대전에서의 정차 시간이 꽤 긴 편이었다. 호남선이 서울 방면과 곧장 연결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호남선과 전라선 열차는 대전에서 기관차를 열차의 뒤쪽으로 바꿔 달아야 했다. 그리고 경부선 열차라 해도 어차피 150km 정도 달린 뒤에는 물 보급이라든가 기관차 상태 관리 때문에 10분이고 20분이고 쉬어 줘야 했다.
대전 역이 우동(가락국수)으로 유명해진 이유가 이 때문인 것은 이미 다들 아실 것이다. 호남선에서 서울 방면으로 곧장 진입 가능해진 것은 1978년에 호남선 북쪽 구간이 복선화된 뒤부터이다.

(4) 나무 침목, 자갈밭과 레일 이음매: 우리가 철도 선로에 대해서 흔히 생각하는 이 모습조차도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갈수록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요즘은 그냥 다 하얀 시멘트인지 콘크리트인지 노반이 침목과 자갈 역할을 다 하고 있다. 교량이고 평지고 터널을 가리지 않고 말이다.
도로는 시멘트 포장과 아스팔트 포장이 장단점이 있어서 현재까지 모두 쓰이고 있지만, 철도는 뭔가 획일화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4. 비행기

(1) 엔진 수: 기술의 발전 덕분에 요즘 여객기는 어지간해서는 쌍발 엔진만으로 다 커버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3발기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보기 힘든 퇴물이 됐으며, 4발기도 2010년대부터 대형 비행기(A380, 747..)들이 몰락하면서 갈수록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2) 앵커리지 중간 기착: 과거에는 비행기의 항속거리가 지금만치 길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미국까지(서부· 동부 불문) 직통으로 갈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미국 본토까지 미묘하게 덜 간 알래스카 앵커리지가 중간 기착 허브로 굉장히 각광을 받았다. 과거의 한국 철도에다 비유하자면 저기가 마치 대전 역의 비행기 버전 같은 지위에 오르기라도 한 것 같은데..
한국-미국 직통 비행이 가능한 보잉 747-400이 1990년대에 등장하면서 앵커리지의 명성은 퇴색하기 시작했다.

(3) 항로 안내: 지금이야 GPS라는 게 자동차와 개인 스마트폰에도 다 들어있어서 지도와 현재 위치 표시 서비스(내비게이션)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제공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여객기에 기장· 부기장에다가 항공기관사와 항법사까지 조종실에 탑승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훗날 항법사가 항공기관사에 흡수되고, 더 나중엔 후자까지 없어짐) 게다가 항로 측정에 착오가 생겨서 적성 국가 영공에 잘못 들어갔다가 여객기가 격추 당한다니... 이것도 지금이야 소설 같은 일이지만 1980년대에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였다.

Posted by 사무엘

2021/01/12 19:35 2021/01/1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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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비행기 수준은 아니지만 지면이나 수면을 약간 떠서 다니는 교통수단이 있다.

1. 지면에서는 자기 부상 열차가 대표적인 예이다. 얘는 분명 육상의 궤도 교통수단이고 차량을 열차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철도의 범주에 드는 물건이 아니다. 당장 차량의 밑에 바퀴가 달려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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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전자기력의 힘으로 아주 미세하게나마(수 cm 남짓) 위로 떠서 달리니 구름 마찰력 따위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조용하고 진동 없고 주행 속도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198, 90년대의 공상 과학 매체에서 진작부터 미래의 교통수단이라고 주목 받아 왔다.

하지만 기존 철도와 전혀 호환되지 않는 새로운 선로, 그것도 첨단 기술의 집약체여서 건설비도 엄청 많이 깨지는 시설을 수백 km씩 새로 건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2020년 현재까지도 자기 부상 열차는 장거리 고속 간선이 아니라 단거리 중저속 도시철도 경전철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국내의 경우 대전 엑스포 공원과 인천 공항의 자기 부상 열차가 대표적인 예이다. 중국에는 상하이 시내와 푸동 국제 공항을 잇는 공항 철도가 어째 자기 부상 고속철 형태이다.

다음으로 일본의 츄오 신칸센이 2020년 현재 세계 최초의 유일한 장거리 간선 + 초전도 기반의 자기 부상 열차를 표방하며 건설 중이다. 시속 200km짜리 고속철에 이어 시속 600짜리 자기 부상까지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은 놀라운 일이겠지만, 요즘 세계의 경제 시국을 감안하면 저건 경제 대국 일본의 입장에서도 꽤 버거운 과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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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부상 열차의 동력원은 linear motor라고 부르는 선형 전동기이다. 하지만 얘 자체는 부상식이 아닌 철차륜 접지식 철도에도 적용 가능하다. 용인 경전철이 ‘선형 전동기’라는 말을 국내에 거의 처음으로 선보인 사례이다.

요즘 자동차가 휘발유에서 전기 같은 대체 에너지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면, 철도는 전철은 진작부터 따 놓은 당상이니, 다음으로 기존 열차의 틀을 깨고 공기 저항이나 구름 마찰력을 차원이 다른 방법으로 극복해서 초고속을 실현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철도가 아음속기의 속도를 따라잡을 때쯤이면 비행기는 초음속기가 다시 실용화되지 않을지?

2. 다음으로 수면에서는.. 위그선과 수중익선, 공기부양정(호버크래프트)이 있다.

(1) 먼저 위그선은 생긴 것부터가 날개가 달린 게 경비행기 내지 헬리콥터.. 어쨌든 비행기를 짬뽕한 것처럼 생겼으며, 수면 위를 수~수십 m 정도 뜰 수 있다. 덕분에 속도도 시속 수백 km에 달하고 매우 빠르다. 배멀미가 없는 것은 덤.. 그 대신 얘는 평범한 배를 운전하는 감과 노하우만으로는 제대로 조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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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좀 더 발전시켜서 아예 비행정이나 수상기를 만들면 되지 이런 어중간한 물건은 왜 만들까? 위그선은 비행기와의 차이가 무엇일까?
위그선은 아무래도 완전한 비행기보다는 연비가 훨씬 더 좋으며, 조종 난이도도 비행기만치 높지는 않다. 그러면서 비행기의 장점을 바다 위에서 저렴하게 얻을 수 있다. 참고로 위그선은 초저공 비행 중에 날개가 공기를 아래로 누르면서 발생하는 '지면 효과'로부터 생성된 양력을 활용해서 뜬다.

다만, 위그선은 굉장히 빠르게 날아가는 도중에 아래의 파도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양력 비행이란 건 어떤 형태로든 밀도가 낮은 공기 중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공기보다 훨씬 무거운 물이 기체에 부딪혀서 좋을 건 하나도 없다. 금세 자세가 흐트러지고 속력을 잃고 양력도 잃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나쁜 상황이 발생한다.

위그선은 선박의 경제성과 비행기의 속도를 적당히 절충한 교통수단으로서 나쁘지 않지만.. 전문적인 선박이나 비행기의 틈새를 뚫고 독자적인 시장을 확보할 만치 획기적으로 뛰어난 물건은 아니어서 그냥 마이너한 특수 목적 교통수단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 이걸 타고 굳이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건널 필요는 없으니까.. 단지 포항이나 울진에서 울릉도 정도를 갈 때, 인천이나 안산에서 백령도 연평도 정도를 빨리 가고 싶을 때 비싼 헬기를 띄우느니 이런 물건이 가성비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위그선은 비행기와 선박 사이의 정체성이 무척 모호한 물건인데,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물론 선박이다. 법적으로 수면 위에서 고도 150m 이하로만 떠 다니는 것들은 다 선박이고 그 이상부터가 비행기라고 한다. 비행기가 이륙을 성공한 것으로 간주되는 최소 높이가 35피트(약 10.7m), 국내에서 사전 신고 없이 경량 드론을 띄울 수 있는 최대 고도가 150m이다가 최근에 최대 300m로 완화됐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기체 반경 600m 이내에 있는 가장 높은 건물의 옥상 높이에서 추가적으로 이 높이까지)

(2) 다음으로 수중익선은 선체 아래에 U자 모양의 둥그런 '날개'가 달렸다. 주행을 시작하면 이게 물 속에서 양력을 받아서 선체를 위로 수 m 남짓 띄운다. 양력을 공기 중에서 얻는 게 아님을 유의할 것. 날개(수중익) 부위는 여전히 물에 잠겨 있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상에 이런 배도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워낙 압도적으로 더 높기 때문에 비행기처럼 크게 돌출되지도 않은 저 작은 날개만으로도 그 무거운 선체를 띄울 수 있다고 한다.
수중익선은 모든 부위가 공중에 뜨는 위그선보다야 느리다. 하지만 위그선보다 더 대형화가 가능하고, 같은 출력으로 일반 선박보다 더 빠르고 편안한(= 배멀미 없는) 운항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수중익선은 저렇게 떴을 때는 물이 양력의 매체 역할만 하지 스크루를 돌려서 동력을 전하는 매체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워터제트 엔진을 따로 장착해서 물을 뒤로 뿜어서 나아간다.

(3) 끝으로, 공기부양정은 마치 호치키스처럼 본명보다도 호버크래프트라는 제조사의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데..
얘는 날개가 없고 딱히 항공역학적인 디자인이 아니다. 하체가 공기 쿠션으로 둘러져 있고, 그 공간에다 압축 공기를 불어넣어서 그 공기의 압력으로 뜬다. (양력이 아니라 추력...) 딱 자기 부상 열차가 뜨는 만치만(cm 단위..) 간신히 뜨기 때문에 공중부양(?)을 한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대신 얘는 위그선보다야 훨씬 더 크게 만들어서 많은 사람과 짐을 실을 수 있으며, 물 없는 바닥 위에서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다. 일반 선박들은 바닥이 지면과 닿으면 곧바로 긁히고 좌초하는 반면, 얘는 그런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중부양정은 험한 지형의 바닷가에 상륙 작전을 펼치는 군사 용도로 매우 적합하다. 물의 저항을 덜 받는 덕분에 일반 선박보다 훨씬 더 빠를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내륙 깊숙히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속도는 비행기만치 빠르지는 못해도 승용차 정도는 나온다.

공기부양정은 일반 선박처럼 물에 잠긴 형태의 스크루가 달려 있지 않으며, 옛날 증기선 같은 외륜도 없다. 뒤에 달린 프로펠러가 선체 상부의 공기를 뒤로 내뿜어서 나아간다는 게 특징이다. 물이 아니라 공기를 뒤로 밀어낸다.
사실, 비행기도 프로펠러를 뒤에다 장착해서 추진하고 뜨는 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단지, 이륙하면서 기수가 위로 들릴 때 뒤의 프로펠러가 땅에 닿을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안 할 뿐...

모든 교통수단은 이것저것 겸용으로 만들면 효율이 매우 떨어지고 생산 비용도 비싸진다. 공기부양정 역시 예외가 아닌지라 일반 선박보다 수송량 대비 매우 비싸고 연비도 낮고 엔진 소리가 시끄럽다. 그렇기 때문에 잠수함처럼 민간이 아닌 군용으로 주로 쓰이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12/28 08:35 2020/12/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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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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