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강· 의학 관련 인식의 변화
(1) 옛날에는 "난 평생 병원이라고는 한 번도 간 적 없을 정도로 팔팔하고 건강했다구!" 라는 말이 긍정적인 심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그게 "평생 병원이라고는 한 번도 안 갔을 정도로 건강 관리를 안 했구나!"라는 부정적인 심상이 됐다.
(2) 옛날에는 좀 아파도 근성으로 깡으로 버티고, 학교건 직장이건 콜록거리면서도 출근· 출석하고 개근하는 게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일단 무조건 출석도장부터 찍고 나서 그 다음에 진짜 도저히 못 버티겠으면 조퇴를 하든가 했다.
그러나 요즘은 콜록거리면서 출석해 있는 건 소음 유발이며, 남한테까지 병을 옮기는 민폐짓이다. 아프면 알아서 푹 쉬는 것이 매너와 센스로 취급된다.
(3) 옛날에는 장애인이나 정신병에 대한 인식이 밑바닥 시궁창 그 자체였다. 꾀병 겁쟁이 의지박약 같은 것에 대한 인식이 정말 최악이었다. 그런 건 게으름과 거의 동급으로 취급됐었다.
그러나 요즘은 정신과 치료 내지 상담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거의 없어졌다.
(4) 옛날에는 의학 기술로 불치 아니면 완치지, 완치라는 게 없이 약 먹으면서 평생 관리해야 되는 지병이라는 개념이 좀 생소하고 낯설었다. 에이즈나 고혈압 같은 거 말이다.
하긴, 옛날에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도 새 버전이 나와서 업그레이드를 하면 했지, 한번 구매하고 설치한 제품을 또 계속 업데이트 받는다는 개념도 없다시피했다. 인터넷 같은 사기적인 소프트웨어 유통망이 없었던 탓이 컸지만..
그래서 사람이고 소프트웨어고 다 뭔가 완제품보다는 '반제품'에 더 가까운 취급을 받는다.;;
(5) 피부의 때라든가, 포경수술, 자외선에 대한 인식도 쌍팔년도 대비 많이 바뀌었다.
때는 박박 밀어서 무리하게 벗길 필요가 없는 존재이며.. 포경수술도 이제는 꼭 할 필요가 없는 과거의 유물이 됐다.
자외선도 비타민 D 합성보다는 피부를 노화시키고 망가뜨리는 해악이 더 부각되고 있다. 담배에 대한 인식만 바뀐 게 아니다.
2. 고혈압에 대한 인식
-- “아이고 내 머리야 머리야!!” (왕하 4:19. 성경에서 수넴 성 과부의 외아들이 죽기 직전)
기록에 따르면, 루스벨트는 1931년, 50대 초반의 나이로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에는 혈압이 140/100이어서 고혈압 초창기였다고 한다.
그 혈압은 갈수록 올라가서 10년 뒤, 미국이 태평양 전쟁에 참전할 즈음에는 188/105까지 올라갔고..
1944년에는 환갑을 넘긴 대통령 각하가 몸 상태가 이미 엉망이었다고 한다.
눈에 띄게 수척해져 가고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시퍼렇고,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확 차고..
혈액을 통한 산소 공급이 잘 안 되는 게 명백했다. 이 와중에 혈압은 226/118을 찍었다.
그러다가 루스벨트가 돌연사한 당일 아침에 측정한 혈압은 무려 300/190이었다고 한다. 사인은 대뇌출혈. 이제는 몸이 도저히 못 버텨서 뻗어 버린 거다. 컴퓨터로 치면 down, crash..
저 사람은 대공황부터 세계대전까지 겪느라 살인적인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모양이다. ㅠㅠㅠ
저땐 아직 혈압계만 있고 오늘날 같은 효과 좋은 혈압약이라는 게 없었던 듯. 그러니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이라는 초VIP조차 건강이 저런 식으로밖에 관리되지 못했다.
음, 그러고 보니 고혈압은 뭐고 협심증은 뭐지..??
협심증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갑자기 쥐어 짜듯이 그렇게도 아파 견딜 수 없다가 의식을 잃고 심정지 상태로 빠지는 거라고 한다.
니트로글리세린이라는 물질이 원래 폭발물을 만드는 데 쓰이는데, 정말 뜬금없게도 심장의 과부하를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저게 협심증에 대처할 ‘시간’을 벌어 주는 응급처치약으로 쓰인다.
‘내과 박원장’ 웹툰엔 ‘소대광’이라는 의사가 과로에 시달리다가 심장에 무리가 갔는데.. 비상 상황에서 이걸 못 먹어서 목숨을 잃는 장면이 나온다. 굵은 손가락으로 정말 쌀알만 한 약 한 톨을 집다가 놓쳐서 날려먹었다..;;;
옛날에는 이 지병이 있던 아버지가 문맹이어서 “뚜껑을 누르고 돌리면 약병이 열립니다” 이 문구를 못 읽고 니트로글리세린 약병을 개봉하질 못해서 안타깝게 운명했다고 회고하는 내용인 수필도 발표된 적이 있었다. =_=;; (오 천석, <아버지의 손>)
심지어 그 약의 제조사에서는 “어린이· 아기가 함부로 갖고 장난치지 못하게 최신 최첨단 안전장치가 적용됐다”면서 약병의 구조를 자랑하고 있었다나 어쨌다나..
아무튼 사람은 피가 제대로 못 돌면 큰일난다. 그러니 익수자를 건져도 인공호흡조차 필요 없고 이젠 오로지 심폐소생술만 할 정도이다.
그리고 몸을 꼿꼿하게 펴는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당연한 말이지만 피를 잘 통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긴, 피뿐만 아니라 전기가 흐르는 전선도 배배 꼬고 묶어 놓지 않는 게 권장된다.
3. 마지막으로 남은 문제
옛날에는 영양 보건 인프라가 열악해서 영유아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 출산 과정에서 산모가 죽는 일도 지금보다 훨씬 더 흔했다.
오늘날이야 저런 일은 매우 감소했지만 그 대신, 그 대신..
결혼 늦어지고 출산 늦어지고.. 산모가 30대 중후반이나 심지어 40대에 육박하는 노산이 늘면서 또 다른 부작용이 속출하는 중이랜다.
다른 질병 감염은 없지만 그냥 착상이 잘 안 되고, 기형아가 태어나거나 아예 유산돼 버리는 빈도가 급격히 치솟았다.
이게 업계에서는 이미 공공연하게 통용되는 상식 팩트랜다. (학교나 군대에도 띨띨한 애들이..)
매우 불편한 진실이지만 정치적으로 뭔가 선동할 껀덕지는 없으니 언론이나 파파라치 유튜버들은 이런 얘기를 일절 함구한다.
현대의 보건 의학이 외부로부터 세균 감염이나 바이러스 침투는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생체 기능 자체가 늙고 저하되고 죽어 버리는 걸 막거나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마치 탈모가 불치병인 것과 같은 맥락에서 말이다.
인간의 의술로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늙고 죽어 가는 속도를 약간이나마 늦추는 게 전부이다. 과학은 성경의 기적 같은 부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 문제를 해결했지만 또 다른 부작용 때문에 골치를 썩는 게 많은 것 같다!
하긴, 옛날에는 영양실조 면역력 저하 때문에 가벼운 병에 걸려 죽은 사람, 마데카솔· 후시딘이 없어서 상처가 패혈증으로 도져서 죽은 사람, 겨우 결핵에 걸려 죽은 사람, 콜레라· 장티푸스에 걸려 죽은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이러니 유 일한 같은 사람이 조선 땅의 열악한 현실을 보고는 제약 회사와 공장을 자국 땅에 차린 것이었다.
항생제로 세균을 극복하고, 백신으로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고 비누와 염소 계열 세제로 위생을 개선하니 인간 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후진국형 질병을 다 극복하고 나니까 인간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관문이 암이나 성인병 부류인 것 같다.
- 에이즈가 기회질환으로 사람을 죽인다면, 당뇨는 합병증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차이가 있다. 고혈압도 합병증이 문제인 듯하다.
- 언론에도 자주 나오는 식중독의 양대 산맥은 살모넬라 균 vs 노로 바이러스인 것 같다.
- 중환자와 응급환자는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병이나 상처의 규모가 커서 많은/빡센 치료를 해야 하는 거랑.. 간단한 치료이더라도 당장 1분 3분 안에 하지 않으면 죽는 위급한 상황은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엄청 무거운 죄를 지어서 교도소에서 평생 썩어야 하는 죄수랑, 잡법이지만 교도소에서 자잘한 사고 많이 치고 수형 성적이 개판인 죄수가.. 관점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
- 우리나라의 보건 의료 정책과 법률이 현실을 반영해서 좀 유도리 있게 바뀌기는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이런 쪽의 인식도 좀 선진화될 수 없을까..??
돈이 저절로 펑펑 솟아나는 것도 아닌데 아무 무의미한 연명 치료는 진짜 중단해야 할 것이고, 의료진들한테 자율과 재량은 없이 규제와 책임, 처벌만 지우는 관행도 없어져야 할 것이다. 안 그러면 지금 같은 의료 인프라가 절대로 유지되지 못할 테니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