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것과 듣는 것의 차이

1.
그래픽 사진에 대해서 피부 주름 제거, 색감 명도 채도 보정 같은 온갖 '뽀샵질'이 존재한다.
그것처럼 사운드에도 잡음 제거는 말할 것도 없고, 노래 중에 쓸데없이 들어간 "헉 / 쓰읍" 숨소리 제거, 음량-음역 보정, 너무 커서 찢어지거나 뭉개진 파형 보정 등 갖가지 보정이 존재한다. 음반 음원도 그냥 만들어지는 게 절대로 아니다.

2.
그래픽에는 비트맵을 계단현상 없이 부드럽게 확대하는 휴리스틱 알고리즘이 있고, 산술 연산이나 AI를 동원해서 흐릿한 상을 복원하는 필터도 있다.
그것처럼 사운드에는 음고를 유지하면서 재생속도만 바꾼다거나, 재생속도를 유지하면서 음고를 변형하는 휴리스틱 알고리즘이 있다. (음파는 일반적으로는 음고와 속도가 같이 증가하거나 같이 감소하기 때문. 둘 중 하나만 변형하기가 어렵다)

3.
컴퓨터의 성능이 발달하면서 디지털 영상은 더 고화질로 리마스터링이 행해져 왔다.
3D 모델 소스가 있으면 렌더링과 영상 인코딩을 다시 하면 되고, 아날로그 영화 필름도 화질이 아주 좋기 때문에 이걸 그대로 다시 디지털화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오히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의 영상이 상대적으로 화질이 안 좋아 보인다. 종횡비도 16:9가 아니라 4:3이니 더 이질감이 느껴진다.
화질이 안 좋거나 아예 흑백인 옛날 영상의 경우 AI를 동원해서 '창작'을 해서 화질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음성은..??? 쌍팔년도 시절에 정립된 CD 음질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얘만 리마스터링 하는 경우는 딱히 없는 것 같다.
단.. 옛날에 PC 스피커로 어설프게 자연 사운드를 구사했던 게임 효과음들은 필요하다면 실제 사운드로 리마스터링 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도스용 황금도끼 게임의 효과음 말이다.;;

4.
음속은 광속보다 훨~~씬 더 느리다.
번갯불과 천둥 소리 사이의 텀까지 생각할 필요도 없이, 비행기만 해도... 관악산 같은 데서 좀 낮게 날아가는 걸 보시라.
비행기의 엔진 소리는 지금 비행기가 있는 곳보다 더 뒤에서 들리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카카오톡에서 말과 사진을 같이 보내다 보면..
발신자는 '말-사진-말-사진' 이렇게 보냈지만, 수신자는 '말-말-사진-사진' 이렇게 받게 되는 수가 있다. 사진은 아시다시피 용량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전송이 훨씬 더디다.
빛의 속도와 소리의 속도도 이런 부류의 차이가 존재하는 걸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곤 한다.

5.
대부분의 우주 사진, 천체 사진은 노출을 분~시간 단위로.. 심지어 며칠 단위로 하면서 빛을 어마어마하게 모으고 쬐어서 간신히 찍은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저 암흑천지에서 무슨 풍경을 건지겠는가?
그렇게 노출하는 동안 한 곳만 뚫어지게 안정되게 보고 있어야 사진이 흐려지거나 망가지지 않는다.

그 반면, 태양 흑점 사진은..??? 정반대로 빛을 미치도록 줄이고 또 줄이고 특수하게 걸러내서 찍은 것이다.
현실의 태양은 겨우 저런 누런 주황색이 아니며, 흑점도 시꺼먼 색이 절대 아니다. 흑점이고 나발이고 아무 구분 없이, 맨눈으로는 차마 볼 수도 없는 미치도록 희고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올 뿐이다.
모든 광학 기기는 아무 조치 없이 태양을 직접 겨냥하는 건 마치 박격포 90도 직사와 동급으로 절대 금지이다.

그런 것처럼 빛뿐만 아니라 소리에도 비슷한 부류의 극한이 있다.
개인적으로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를 아주 좋아하는데 이건 평범한 장비로는 제대로 녹음을 하기 어렵다. 쿠르르르릉~~ 소리가 워낙 웅장(..)해서 파형이 다 넘치고 뭉개지기 때문이다.

영화나 게임에서 각종 총소리, 폭발 등을 보면 화염 비주얼은 실제보다 훨씬 더 과장해서 묘사하고, 폭음 같은 소리는 줄여서 묘사한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남자들 군대에서 수류탄 투척까지 갈 필요 없이.. 차끼리 부딪히는 교통사고 현장 근처에만 있어 봐도 쾅 소리에 크게 놀라게 된다.

6.
음파가 가청 대역을 넘어가면 초음파라고 불린다.
그러나 전자기파가 가시광선 대역을 넘어가면.. 그건 자외선 등 다른 전파가 된다.

7.
철길 근처에 서서 열차가 쌩~~ 지나가는 걸 들어보면 말이다.
같은 소리가 멀리서 날 때는 더 작게 들리고, 가까이서 날 때는 더 크게 들린다는 거야 당연히 상식이다.

그런데 이때 소리를 잘 들어 보면 음량만 작아지는 게 아니라, 음높이까지 변할 때가 있다.
까놓고 말해 ‘솔’ 소리가 그대로 fade out되는 게 아니라 “솔~~~ 파# 파 미..” 이렇게 된다는 뜻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 보시라.
주행 중인 철도 차량 출사 덕질을 많이 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음향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왜 그렇지..???

이게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도플러 효과이다. 단순히 열차가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는 게 아니라,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소리의 진동수까지 변한다는 것이다.
이거 마치.. 지구가 둥글다는 걸 설명할 때.. 배가 멀어지면서 단순히 작아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없어져 버린다고 얘기하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_=;;

도플러 효과가 우주 레벨로 올라가면 음파뿐만 아니라 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시광선까지 색깔이 바뀐다. 적색편이, 청색편이가 이것과 관계가 있다.
자동차나 야구공의 속도를 측정하는 스피드건도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서 동작하며, 생각보다 굉장히 정확한 결과를 낸다. 색깔만 보고 온도를 측정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4/10/15 08:35 2024/10/1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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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소리를 찾아서

오늘날 개인용 컴퓨터를 포함해 소리를 낼 수 있는 소형 개인용 전자 기기에서 두루 통용되는 사운드 단자는 ‘TRS 커넥터’라고 불린다. 제정된 지 꽤 오래 된(누가 처음 고안했는지?) 아날로그 오디오 커넥터 규격이지만, 지금까지도 아주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다.
TRS는 tip, ring, sleeve의 이니셜을 딴 것인데, 마치 끝이 펜촉처럼 생긴 독특한 커넥터의 생김새를 표현한 단어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TRS 커넥터도 크기별로 몇 가지 종류가 존재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건 3.5mm (1/8인치) 규격이다. 하지만 TRS 커넥터가 최초로 개발된 건 1/4인치짜리 크기였다고 한다. 본인이 어렸을 때 집에 있던 전축의 헤드폰 단자도 1/4인치 TRS 커넥터였던 것 같다.

PC99 규격에서는 컴퓨터에 꽂는 사운드의 단자의 용도가 색깔로 바로 분간이 되게 정해져서 한결 편리하다. 과거 카세트 테입 플레이어에서도 녹음 버튼은 언제나 빨간색이었기 때문에 빨간 단자가 마이크 입력 단자이다. 그 반면 이어폰을 꽂고 듣는 단자는 초록색이다.

입력 단자와 출력 단자를 양방향 잭으로 연결하면 한쪽에서 나는 소리를 컴퓨터로 녹음할 수 있고, 심지어 컴퓨터 자신에게서 나는 소리를 그대로 녹음할 수도 있다. 하지만 TRS 커넥터는 아날로그 방식인 관계로, 출력되는 파형을 순수한 원형 그대로 추출할 수는 없으며 컴퓨터 내부의 잡음이 섞이는 것까지도 감안해야 한다.
컴퓨터 자신에게서 나는 소리를 녹음하는 방법이 윈도우 XP 시절에는 무척 간단했는데, 비스타 이후부터는 그 분야의 드라이버 계층이 크게 바뀌면서 절차가 다소 번거로워진 걸로 기억한다.

음반 매체는 카세트 테입, LP, CD 등 다양하게 바뀌어 왔지만 그 소리를 전달하는 단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어떤 발전이 있어 왔으며 TRS보다 더 나은 표준이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모니터가 영상 신호를 받는 방식도 과거의 아날로그 D-sub 방식에서 디지털인 DVI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소리 쪽도 정말 극악에 가까운 결벽증 매니아인 사람이 있다. 고음역과 저음역까지 귀가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겨우 128Kbps짜리 mp3는 너무 저질이어서 못 듣는다. 대역폭이 최소한 300Kbps가 넘어야 하거나, 아예 무손실 압축으로 듣는다.

좋은 소리가 나려면 좋은 음원과 좋은 단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은 출력기가 한데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 스피커/이어폰은 흔한 필수품인 만큼 조악한 싸구려는 정말 싸지만, 품질 좋은 명품은 무슨 악기 이상으로 가히 살인적으로 ‘억 소리’ 나게 비싸다. 이런 걸 기를 쓰고 구하려고 하는 매니아가 있다. 영화 <파괴된 사나이>에 나오는 싸이코패스 악당처럼 말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품질이 열악한 테입도 거부하고, 비록 깨끗하지만 양자화와 디지털화를 거쳐 버린 CD도 거부하며, 진짜 아날로그 소리가 원형 그대로 담겨 있는 레코드나 축음기를 구하려 애쓰는 사람도 있다. 귀가 얼마나 예민해야 그런 소리의 차이까지 분별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면 초음파까지 들리고 들어 봤자 인생만 피곤해지는 소리까지 다 들려서 고민인 경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소리의 세계는 참으로 심오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25 09:13 2010/08/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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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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