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소리를 찾아서

오늘날 개인용 컴퓨터를 포함해 소리를 낼 수 있는 소형 개인용 전자 기기에서 두루 통용되는 사운드 단자는 ‘TRS 커넥터’라고 불린다. 제정된 지 꽤 오래 된(누가 처음 고안했는지?) 아날로그 오디오 커넥터 규격이지만, 지금까지도 아주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다.
TRS는 tip, ring, sleeve의 이니셜을 딴 것인데, 마치 끝이 펜촉처럼 생긴 독특한 커넥터의 생김새를 표현한 단어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TRS 커넥터도 크기별로 몇 가지 종류가 존재하며, 우리가 사용하는 건 3.5mm (1/8인치) 규격이다. 하지만 TRS 커넥터가 최초로 개발된 건 1/4인치짜리 크기였다고 한다. 본인이 어렸을 때 집에 있던 전축의 헤드폰 단자도 1/4인치 TRS 커넥터였던 것 같다.

PC99 규격에서는 컴퓨터에 꽂는 사운드의 단자의 용도가 색깔로 바로 분간이 되게 정해져서 한결 편리하다. 과거 카세트 테입 플레이어에서도 녹음 버튼은 언제나 빨간색이었기 때문에 빨간 단자가 마이크 입력 단자이다. 그 반면 이어폰을 꽂고 듣는 단자는 초록색이다.

입력 단자와 출력 단자를 양방향 잭으로 연결하면 한쪽에서 나는 소리를 컴퓨터로 녹음할 수 있고, 심지어 컴퓨터 자신에게서 나는 소리를 그대로 녹음할 수도 있다. 하지만 TRS 커넥터는 아날로그 방식인 관계로, 출력되는 파형을 순수한 원형 그대로 추출할 수는 없으며 컴퓨터 내부의 잡음이 섞이는 것까지도 감안해야 한다.
컴퓨터 자신에게서 나는 소리를 녹음하는 방법이 윈도우 XP 시절에는 무척 간단했는데, 비스타 이후부터는 그 분야의 드라이버 계층이 크게 바뀌면서 절차가 다소 번거로워진 걸로 기억한다.

음반 매체는 카세트 테입, LP, CD 등 다양하게 바뀌어 왔지만 그 소리를 전달하는 단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어떤 발전이 있어 왔으며 TRS보다 더 나은 표준이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모니터가 영상 신호를 받는 방식도 과거의 아날로그 D-sub 방식에서 디지털인 DVI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소리 쪽도 정말 극악에 가까운 결벽증 매니아인 사람이 있다. 고음역과 저음역까지 귀가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겨우 128Kbps짜리 mp3는 너무 저질이어서 못 듣는다. 대역폭이 최소한 300Kbps가 넘어야 하거나, 아예 무손실 압축으로 듣는다.

좋은 소리가 나려면 좋은 음원과 좋은 단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은 출력기가 한데 어우러져야 할 것이다. 스피커/이어폰은 흔한 필수품인 만큼 조악한 싸구려는 정말 싸지만, 품질 좋은 명품은 무슨 악기 이상으로 가히 살인적으로 ‘억 소리’ 나게 비싸다. 이런 걸 기를 쓰고 구하려고 하는 매니아가 있다. 영화 <파괴된 사나이>에 나오는 싸이코패스 악당처럼 말이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품질이 열악한 테입도 거부하고, 비록 깨끗하지만 양자화와 디지털화를 거쳐 버린 CD도 거부하며, 진짜 아날로그 소리가 원형 그대로 담겨 있는 레코드나 축음기를 구하려 애쓰는 사람도 있다. 귀가 얼마나 예민해야 그런 소리의 차이까지 분별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면 초음파까지 들리고 들어 봤자 인생만 피곤해지는 소리까지 다 들려서 고민인 경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소리의 세계는 참으로 심오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25 09:13 2010/08/25 09:13
, , ,
Response
No Trackback , 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356

Trackback URL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Comments List

  1. 김 기윤 2010/08/25 09:41 # M/D Reply Permalink

    레코드판이라면 아버지께서 한때 수집하셨던 거라 아직도 집에 있습니다.

    지금 "집에는" <사무실에는 있는 모양 ㅡ,.ㅡ> 재생할 수 있는 장치는 없지만,

    옛날에는 꽤 자주 들었죠. 레코드판에 무려 진공관(!) 앰프에, 대형(....) 스피커에..


    .......... 아버지께서는 이쪽으로 지인도 많으신 듯한 기분도 듭니다.

    그도 그럴께 가끔 진공관 앰프 고치러 간다고 꽤 먼곳까지 출장도 가시던 (........)

    1. 사무엘 2010/08/26 10:26 # M/D Permalink

      부친께서 그쪽으로 일가견이 있으신가 봐요. 저는 나이가 나이여서 그런지 레코드에 대한 기억은 전혀-_- 없습니다.
      저는 음감이 예민한 것에 비해서 음질은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따지지는 않는 편인데. ^^;;;

      진공관은 컴퓨터용 부품으로는 진작에 퇴출되었지만 스피커처럼 크고 높은 출력이 필요한 곳에서는 여전히 쓰이고 있지요.

  2. 소범준 2011/08/08 00:09 # M/D Reply Permalink

    아.. 저희 집에도 오디오 카드와 신디사이저를 연결하는 TRS 커넥터가 있습니다. 처음 사진처럼
    제 것은 5.5mm짜리입니다.ㅋ 그리고 거기에도 이름이 있다는 것과 그 유래까지도 신기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샬롬!^^

    (언제나 사무엘 형제님의 글은 다양방면이네요 ㅎㅎ)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901 : 1902 : 1903 : 1904 : 1905 : 1906 : 1907 : 1908 : 1909 : ... 2204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3041264
Today:
891
Yesterday: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