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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3 아Q정전 by 사무엘

아Q정전

<아Q정전>(阿Q正傳)이라는 이름도 참 괴상한 소설을 본인은 중· 고등학교 시절에 접했다.
주인공인 아Q는... 그야말로 정신과 가치관이 병들 대로 병들었으면서 자기가 병들었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비운의 주인공이다.

그는 빈곤층 하층민에다 요즘 시쳇말로 잉여인간 빵셔틀-_- 동네 북인데.. 아예 대놓고 백치 아다다 같은 타입이라거나 불쌍하고 착해 빠진 인물이라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다.
뭔가 오타쿠 내지 찌질이 같은 이미지가 느껴지는 한편으로, 자기 자신도 기회주의적이고 자기보다 더 약한 사람에게는 잔인한, 비열함 그 자체인 인간 쓰레기 타입이다.

아Q에게는 자기만의 인생 테크닉이 있었다. 일명 '정신 승리법'.
말만 들어 보면 무슨 자기 자신과 싸워 이기는 요령이라든가, 공부 비결, 정신 무장 같은 게 연상되지만... 그런 것과는 전-_-혀 거리가 멀다.
현실에서 무슨 짓을 당하든, 알량한 자존심 하나만으로 “내가 지금 육신은 쳐 맞고 있어도 정신으로는 너를 이긴 것이다”.. 로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고 상대방을 멸시한다. 이게 정신 승리법이다. -_-;; 헐~ 이 똥배짱의 원천은 대체 뭐냐?

이건 어찌 보면, 오늘날 인터넷 공간의 암적 존재인 키배 워리어들의 난독증 내지 병신 논리하고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ㅜㅜ
작가인 루쉰이 설마 21세기 트롤· 찌질이의 존재까지도 예견한 건 아니겠지. -_-;;

루쉰은, 과거의 찬란했던 영광만을 간직한 채 막장 테크를 타고 있던 청나라와, 이 분위기에 편승하여 눈깔이 완전히 썩어 있던(= 맛이 간) 주변 백성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시국이 어느 정도로 막장이었냐 하면, 일본군이 중국인들을 누명을 씌워 학살하고 있는데도 같은 중국인 구경꾼들이 “와 재미있다, ㅋㅋㅋㅋ 어서 죽여라 죽여!” 할 정도였으니까...

자기 조국이 서구 열강에게 캐관광 당하든 어찌 되든 말든, 우리는 여전히 정신적으로 승리해 있는 것이고 나만 잘 살면 되고 피아 식별 따윈 중요하지 않다는 식의 생각이 팽배해 있었다. 루쉰은 이런 현실을 몸서리치게 혐오했으며, 이를 아Q라는 인물의 막장 인생을 통해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풍자했다. 실제로, 당시 소설이 출간되자 독자들은 아Q의 행적을 보고 “이거, 완전 내 얘기잖아!!” 하면서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한다.

루쉰은 사상가 겸 사회 개혁가였고, 중국스러운 유교· 봉건 사회 시스템을 굉장히 싫어했다. 일종의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같은 생각? 또한, 중국의 문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굉장한 한자 안티로도 이름을 날렸다. “이놈의 빌어먹을 한자를 어떻게 하지 않으면 중국 인민은 진짜로 망한다” 정도의 극언까지 남겼으며,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한창 한글· 한자 논쟁이 뜨겁던 시절에 한글 진영이 즐겨 인용하기도 했다.

지금은 컴퓨터 성능이 워낙 좋아져서 한자의 구조적인 단점이 그나마 많이 가려졌으니 망정이지, 그가 살던 시절은 컴퓨터도 없었고, 간체자도 없던 때였다.
한국에서처럼 가~끔씩 유식한 티 낼 때나 한자 한두 자 인용해 주는 것하고, 아예 100% 그 복잡한 한자만으로 모든 생활을 해야 하는 건 서로 가히 차원이 다르다. 루쉰의 눈에는 한자는 정말 높은 문맹률의 주범이요, 그렇잖아도 무지한 국민들을 진짜 우민화하고 암흑 속에 가두는 주범으로 충분히 보일 만도 했을 것이다.

그가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1만여 명에 달하는 조문객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였다. 그는 조국과 동포를 향해 신랄한 비판과 독설을 퍼부었으나 조국과 동포를 한 순간도 저버리거나 잊은 적이 없던 애국자였다. 그 시절에 중국에서 루쉰 같은 선각자가 살았던 건 국가적인 축복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정신 승리법'은 아무리 다시 봐도 그 의미가 21세기에 위와 같이 재조명되어 정말 웃긴다.. -_-;;;

Posted by 사무엘

2011/05/23 08:40 2011/05/2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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