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올해의 마지막 글로 채택된 주제는 이것. ㅎㅎ
1. 공 병우 박사
...는 한글 타자기를 최초로 만든 분이 아니다. 세벌식 한글 속도 타자기 내지 한영 겸용 타자기의 최초 발명자일 뿐, 한글 타자기 자체의 최초 발명자는 아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본인에 대해서도 세벌식 글자판이나 세벌식 한글 입력기를 최초로 만들었다고 오해하는 분이 좀 계신다. 이는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 세벌식 자체만을 쓰는 게 목적이라면 기존 MS IME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며, 세벌식 모아치기도 현재 내 프로그램만 지원하는 기능은 아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정체성에 대해 가장 짧게 설명하자면, “한글 입력기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요소와 기능을 프로그래밍 가능하게 해 놓은 시스템인데, 그 체계가 철저히 세벌식의 사고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도가 될 것 같다. 어쨌든 말이 어렵다. ^^
2. 우 장춘 박사
...는 씨 없는 수박의 발명자가 아니다. 그걸 발명한 사람은 따로 있으며(일본인), 우 박사는 “우리나라도 품종 개량에 투자를 해야 농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 기술로 이런 것도 만들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차원에서 씨 없는 수박을 한국에 가져와 재배하는 시범을 보였을 뿐이다. 그분의 업적은 다른 전문 분야에 따로 있으며, 대표적인 게 유전학 쪽의 종의 합성 이론임.
그는 을미사변에 가담했다가 일본으로 망명한 친일파 아버지 우 범선의 아들이었고, 일본에서 너무 오래 살아서 한국어가 어눌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진짜 조국을 진심으로 사랑한 분이며, 대한민국 초기에 각종 장관직 감투도 마다하고 오로지 한국의 영농 선진화에 헌신한 존경스러운 위인이다.
3. 이 휘소 박사
...는 핵 물리학자가 아니다. (ㅠㅠ)
김 진명 씨의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때문에, 전세계에서 알아주는 소립자 물리학의 대가가 유독 고향인 한국에서만 핵 물리학자로 와전되어 있다. ㅋㅋㅋㅋ
본인에게는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이며 카이스트에서 물리학 박사까지 마친 수학· 물리 괴수인 친구가 하나 있다. 맨날 실험 기기와 씨름하기보다는 초끈 이론이 어떻고 하는 걸 연구한다기에(이게 이과대와 공대의 차이인가?) 걔에게 “그럼 네가 하는 연구가 故 이 휘소 박사의 연구 분야와 비슷하냐? 이건 좋은 질문 맞지?”라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둘 다 yes였다. ^^;;
그런데 나도 그 소설이 아니었으면, 이 휘소 박사라는 사람이 있는 줄도 모르고 넘어갔을 것 같다. 조국의 핵무기 개발 연구 같은 거창한 민족주의 떡밥이 없었으면, 현대 물리학에 문외한인 평범한 사람이 초끈 이론 따위가 알 게 뭐고 양자역학이 알 게 뭔가? -_-;;
소설 내용이 고인드립이라고 그의 유족들이 불쾌해하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법원의 판결은 “사실에 대한 왜곡이긴 해도 고인을 '아주 긍정적인 쪽으로' 왜곡한 것이기 때문에 사자 명예 훼손은 아님” 쪽으로 났지 싶다. 나도 공감한다.
다만, 박통이 핵무기나 그에 준하는 무서운 무기(장거리 미사일?)를 개발하려고 노력을 한 건 사실인 듯하다. 후임인 전 두환이 자기네 쿠데타 정권을 미국으로부터 승인받는 조건으로, 그 무기 개발 계획을 분명 백지화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박통이 허무하게 암살 안 당했으면 우리나라는 지금쯤 핵무기 보유국이 됐을 거라고 그리워하는 분도 계심.
저런 시대 정황에다, 의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한 한국 출신 천재 물리학자, 그리고 환빠스러운 민족 정서가 합쳐져서 <무궁화꽃...> 같은 허구 소설이 한때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게 아닌가 싶다. 이 휘소 박사는 생전에 박통의 군사 독재를 매우 싫어하고 비판했던 사람이다.
4. 아인슈타인
...은 상대성 이론으로 노벨 상을 받은 게 아니다.
당시로서는 상대성 이론이 대단한 업적이긴 했으나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었고, 그가 노벨 상을 받은 분야는 광전 효과(광양자 가설)이다.
그런데 이 사람 하면 역시 이 휘소 박사만큼나 원자 폭탄이 떠오르니, 어째 일반 사람들에게 현대 물리학의 총아는 원자력이나 핵무기로 집약되는 듯하다. 이거 뭐 스타크래프트 테란의 코우벌트 옵스(Covert ops) 애드온의 이름이 피직스 랩(Physics lab)이 돼야 하는 건 아닌가 몰라. ㄲㄲㄲㄲㄲ
5. 그리고 끝으로, 저런 사례들만큼이나,
예수님은 사대성인, 성인군자, 유대인의 혁명가, 사상가, 철학가, 도인, 교주 레벨이 절대 아니다. -_-;;;
예수님은 성육신한 하나님이며, 신으로서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을 주신 분이자 그 선물 자체이다.
그래서 인간의 식량이나 교육이나 주거나 경제· 사회· 정치 문제가 아니라 죄 문제를 십자가에서 해결해 놓으셨다. 예수님만이 인류의 유일무일한 구원의 통로이다.
세상 어느 종교들도 신이 죄 문제 때문에 자신의 창조물(피조물)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가르치지는 않는다.
그 어느 종교도 교주가 죽었다가 스스로 부활하고 승천했다고 가르치지 않으며, 빈 무덤을 자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엄청 호화찬란한 무덤이라든가, 방부 처리된 성인 내지 교주 시신을 자랑하는 곳은 몇 곳 있다. ㄲㄲㄲ)
대중들에겐 뭔가 임팩트가 크고 육신적인 감각으로 내세우기 쉬운 업적이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진실은 그것 너머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