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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19 한국의 사철 by 사무엘 (8)

한국의 사철

우리나라는 철도 하면 곧 코레일 독점이라는 인식이 아주 강하다. 철도는 전기나 수도 같은 공공재 인프라로서, 경영 효율을 위해 국가가 의도적으로 정부 기관이나 국가 소유 공기업을 통해 독점 관리한다는 식의 관념이 지배적이다. 아직도 철도“청”이라는 용어가 여전히 친숙할 정도이기까지 하고 말이다.

이는 일면 효율적이다. 철도 승차권에는 내가 타는 철도 운송 회사가 따로 찍혀 있지 않으며, 시스템이 완전히 단일화해 있는 덕분에 전국 어디서나 아무 열차의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역에서는 공항과는 달리 자기가 타는 열차의 관할 회사 부스를 또 찾아가야 할 필요도 없으며 환승 역시 아주 매끄럽고 편리하게 가능하다.

철도는 고속버스나 항공과는 달리 터미널 따로(한국 공항 공사, 서울 고속버스 터미날 주식회사;;), 차량 운영사(금호/속리산 고속, 대한/아시아나 항공) 따로가 아니다. 어느 역이나 어느 차량도 그저 코레일 관할일 뿐.
이런 점에서 철도는 한국에서 가장 사회주의적인 교통수단인지도 모른다.;; JR을 빼고도 중· 대형 사철 노선이 20여 개에 달하는 일본과는 사정이 얼마나 다른가?

생각해 보아라. 방송국이 KBS와 MBC가 공존하고 항공계에 대한과 아시아나가 공존하듯, 철도에도 코레일과 그에 준하는 제2 철도 회사가 반반씩 경쟁을 시작한다면 어찌 될까? 한 저그 부족이 깔아 놓은 크립이라는 레일 주변으로 여러 저그 부족들이 크립을 공유하여 건물을 만들어 놓은 느낌일 것 같다. ㄲㄲㄲ

물론, 좀 더 세부적으로 가면 코레일도 철도의 백 엔드 계층은 한국 철도 시설 공단이라는 조직에 의존하고는 있지만, 이건 말 그대로 back end인지라 일반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건 없다.

이렇듯 한국은 간선 철도를 코레일이 접수하고 있고, 기껏 지방 지하철이나 각 지방 소유의 공기업이 운영하는 형태가 전부였다. 그러다가 21세기에 와서야 민자라는 이름으로 9호선이나 공항 철도, 신분당선 같은 사철이 도시철도를 위주로 생겨났지만 이들도 한국 정서상 100% 순수한 사철 노릇은 못 하고 있다. 현재 그나마 가장 순수한 사철 같아 보이는 신분당선도 30년 뒤에는 운영권이 국가로 넘어갈 예정이라 한다.

그럼 그런 도시철도 말고, 지방에 있는 단선 비전철 철도 중에는 사철, 아니 정확히 말해 코레일 관할이 아닌 철도가 한국에 전혀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장항선 간치 역(충남 보령 소재)에서 분기하는 서천화력선과, 경전선 화순 역(전남 화순군 소재. 광주와 가까움)에서 분기하는 화순선이라고 사철이 딱 두 개가 있다.

다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석탄 수송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산업선일 뿐 정기 여객 열차가 다니지는 않으며, 운영 주체도 다 어차피 코레일과 같은 급인 국가 소유 공기업이라는 점이 아쉽다(더구나 교통· 운수와는 전혀 관계 없는 업종).
그래도 두 철도 모두 길이가 10km는 넘으며, 선로가 유지 보수되고 있는 어엿한 철도 노선이다.

서력화력선은 총연장 17.5km이며 운영 기관은 무려 한국 중부 발전 주식회사이다. 이건 그 이름도 유명한 공기업인 한국 전력의 자회사로, 노선의 종점인 동백정 역은 군부대 급의 기밀 시설인 발전소의 내부에 있다.

그러니 서천화력선은 태생상 민간인에게는 접근이 금기시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춘장대 해수욕장 관광 연계 상품이 개발되어 이 철도는 그나마 사철 중에서는 철덕들을 중심으로 제법 알려졌다. 중간에 춘장대라는 역이 마치 공항 철도의 용유 역처럼 임시로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제한적으로나마 여행 갈 때 이용할 수 있는 전국 유일의 사철 구간 철도역이라니 놀랍지 않은가? 관광 열차는 물론 코레일이 굴린다.

다음으로 화순선은 남쪽에 처박힌 사철인데 아예 대한 석탄 공사 소속의 전용 철도이다. 용도는 두말 하면 잔소리. (이거 무슨 강원도도 아니고 특이하다.) 길이는 11km 남짓이다. 중간에 역이 한두 개 있기도 했지만 잉여력을 감당치 못하고 이미 수십 년 전에 없어졌다. 서천화력선보다야 존재감이 훨~씬 덜하다.

이런 철도와 관련하여 떠오르는 생각들:

1. 난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산 좋고 물 좋은 곳에다 사철 깔고(사찰이 아니다! ㅋ), 퇴역한 새마을호 객차 내지 열차 편성을 구입 후 개조해서 사무실이나 카페나 하나 차리고 싶은 소원이 있다. 이런 시설은 영화 촬영용 세트 대여를 해 줘도 좋을 테고.

2. 코레일이 정식 출범하기 2~3년 전부터 철도청의 민영화 떡밥은 나돌고 있었다. 그때 철도 노조에서는 민영화를 극렬 반대하면서 “철도청이 기업으로 바뀌면 한국도 영국처럼 서울-부산 열차 운임이 10만원이 넘어갈 것임” 같은 구호가 담긴 전단지를 뿌리고 다녔다. 본인은 그걸 본 기억이 있다. (사실, 대한 항공도 수십 년 전에 국영 항공사가 민영화한 것이다)

3. 지금은 이미 용산선조차 경의선의 이설과 지하화를 기약하고 사실상 폐선된 상태인데, 옛날에는 그 용산선의 서강 역에서 분기하는 '당인리선'이라는 사철 지선이 있었다. 당인리 화력 발전소에 연료를 공급하는 통로였으리라.
영화 <튜브>에도 이걸 근거로 지하철이 웬 당인리 화력 발전소로 돌진할 위험에 빠진다는 이상한 설정이 들어가 있다.

4. 아래 사진으로 유명세를 탔던 희대의 엽기 철도인 세풍제지선(군산화물 역 → 페이퍼코리아 공장)이 있었다. 공장으로 들어가지만 사철은 아니었던 듯. 공장이나 군부대로 들어간다고 해서 다 사철은 아니니까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민들은 주민대로 열차 때문에 불편하고, 열차는 열차대로 안전 요원을 동반해 가며 정말 엉금엉금 기어가듯 주행해야 했다. 그런데 블로그 검색을 해 보니 2006~2007년 이후의 자료가 나오질 않는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자료를 더 찾아보니 역시나 2008년 6월 26일부로 폐선되었다고.
모르긴 몰라도 인천에도 경인선 남쪽에는 이렇게 건물이 다닥다닥 붙은 철도가 좀 있다.

5. 의왕에 있는 오봉 역은 경부선의 지선 남부화물기지선에 자리잡은 화물 전용역이어서 일반인에게는 전혀 존재감이 없다. 하지만 이 역과 철도도 엄연한 코레일 관할이고 사철은 전혀 아니다. 다른 여객 철도와 연계할 계획도 없지는 않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여기도 언젠가 한번 가 보고 싶다.

6. 사철 하니까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건 사회· 정치 이슈이다. 난 개인적으로, 사회 구조에 전반적으로 private한 것들이 많고 그런 게 자율적으로 양심껏 깨끗하게 잘 돌아가야 좋은 자유 민주주의 사회일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렇게 놔뒀더니 부조리와 비리, 양극화, 천민 자본주의 폐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다시 국가 정부가 나서서 이것저것 통제하고 감시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먼저 가정부터. 부부 사생활은 하나님도 간섭을 안 할 정도로 은밀하고 소중한 것인데, 오늘날은 이거 뭐 부부간에도 강간죄 판결이 나올 정도로 가정이 막장으로 치달았다(반대로 간통죄는 폐지됐고, 이거 원..ㄲㄲㄲㄲㄲ). 비리 사학 문제는 이미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수준이다. 중소 기업이나 자영업이 파탄 나고 있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젊은이들은 공무원· 공기업에만 목숨 걸고 있다. 이런 것들을 빌미로 국가 체제가 점점 사회주의· 공산주의처럼 가진 않으려나 우려된다..;;

난 부자· 재벌들이 부정부패하고 타락하는 것보다, 걔네들 돈을 강제로 뺏어서 분배해 주는 일을 한다는 계층이 부정부패하고 타락하는 게 훨~씬 더 끔찍하고 참혹한 결과를 야기한다고 굳게 믿는다. 본인의 사회· 정치관은 이 문장으로 충분히 설명이 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2/01/19 19:13 2012/01/1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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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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