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날 전세계적인 히트를 친 게임을 만든 유명 개발사가 왕년에는 이런 고전 게임을 만든 적이 있었고, 그걸 내가 어렸을 때 즐겨 한 적도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본인의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는 Rick Dangerous 시리즈는 온통 순발력과 타이밍 퍼즐로 가득한 2D 아케이드 플랫폼 게임이다. 체력도 없이 주인공을 즉사시키는 트랩이 곳곳에 지뢰밭처럼 깔려 있고, 여러 번 죽으면서 시행 착오를 겪지 않고서는 트랩을 알 수 없는 것도 많아서 본인은 게임의 레벨 디자인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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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개발사는 영국의 Core Design이다. 훗날 툼 레이더를 개발한 회사라니 믿어지는가? 1996년에 나온 1부터 시작해 2003년의 Angel of Darkness 시리즈까지를 이 회사가 만든 뒤, 나중에는 개발사가 Crystal Dynamics로 바뀌었다.

2.
Dangerous Dave는 id 소프트웨어의 그 이름도 유명한 존 로메로의 옛날 작품인 거 모르는 분이 별로 없을 것이다. 나중엔 기획 쪽으로 부서를 옮겼지만 이 양반도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사람이고, 회사 내부에서 쓰는 게임 데이터 제작용 툴 정도는 직접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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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액션/아케이드 게임은 주인공이 으레 마초스러운 남자이며, 게임의 목적은 언제나 여자친구나 공주님을 구하는 설정인 게 많다. 그러나 그 통념을 정면으로 깨고 오히려 여자가 왕자님을 구하러 모험을 떠나는 게임이 있으니, 바로 Jill of the Jungle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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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에 Epic MegaGames에서 개발한 이 게임은 비슷한 시기의 다른 게임에 비해서는 그래픽이 좀 허접하다. 맵의 각 칸을 구성하는 그래픽이 딱 격자인 게 티가 날 정도이니 말 다 했다.;; 하지만 인상적인 건, 내가 알고 있는 고전 게임들 중에 제일 관대하고 UI가 친절하다는 점이다. 그 당시에 F1 도움말이 있는 게임이 얼마나 됐을까? ㅋ 어디서나 저장 가능하고 게임 주변 환경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이 엄청 많이 나온다. 말이 많다.

그리고 시간 제한도 없으면서 목숨 수 제한도 없다. 그 당시의 2D 아케이드 플랫폼 게임들은 시간 제약이 없으면 목숨 수 제한이 있다거나, 아니면 그 반대인 것처럼 둘 중 하나는 있는 게 보통이었다. 그리고 목숨 수 제한이 없더라도, 죽고 나면 예전에 먹은 아이템은 다 잃은 채 게임을 해당 레벨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는데 이건 그렇지도 않았다.
약간의 고비를 좀 넘기면 한 3, 40분 정도만 애쓰면 무난하게 엔딩을 볼 수 있다.

이 게임을 만든 프로그래머는 Tim Sweeney이다. 그렇다. 훗날 3D 게임용 Unreal 엔진을 만든 그 개발자이다.

4.
길 잃은 바이킹(The Lost Vikings)은 1992~93년을 풍미한 유명한 게임이다. 한 주인공만 조종하는 여느 아케이드 플랫폼 게임과는 달리, 이 게임은 제각기 특기가 다른 세 명의 주인공을 순서대로 조종해서 맵의 퍼즐을 풀고 이동해야 한다. 달리 빨리 달리고 점프를 할 수 있는 놈, 화살을 쏠 수 있는 놈, 방패 겸 낙하산이 있는 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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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개발사는 Silicon & Synapse인데, 이게 훗날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WOW로 세계를 뒤흔들어 놓는 게임 개발사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렇다, <길 잃은 바이킹>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옛 작품이다. id 소프트웨어로 치면 Commander Keen 같은 옛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RTS 장르만 만드는 줄 알았는데 블리자드도 왕년엔 아케이드를 만들었다.

5.
옛날에 본인이 접한 게임들 중에는 엔딩을 본 것도 있고, 끝내는 정복을 못 한 어려운 것도 있다.
그래서 이것과 관련된 기억을 좀 나열해 보자면.. 대표적으로 보글보글 레벨 32가 있었다.
잘 알다시피 이건, 몬스터를 죽이기 위해 위에 있는 좁은 구멍을 통해 밑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대단히 위험하다. 여섯 마리나 되는 몬스터에게 십중팔구 부딪혀 죽는다.

아주 오래 기다리고 있으면 몬스터 중 일부가 구멍 위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Hurry up과 고래크리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이 레벨까지 오는 것만 해도 천고만신 만신창이인데 레벨 32가 본인의 병목 지점이었고, 여기서 크레딧 다 깎아먹은 뒤 본인은 끽해야 3x나 4x대 레벨이 한계였다. 이보다 더는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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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대가 지나서 요즘은 유튜브에 온갖 고전 게임들을 플레이하는 우주괴수들의 동영상이 나돈다. 공략 사이트들도 있다. 그리고 저 레벨은 방법만 알면 그렇게 어려운 레벨도 아니다. (☞ 공략 사이트 클릭)
비결은 시작 지점에서 거품을 불어서 그 거품 위로 점프를 하여 top-to-bottom이 아니라 bottom-to-top으로 몬스터들 굴 속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단, PC용 버전은 게임기용 버전보다는 그렇게 하기가 더 어렵다.

6.
추억의 레밍즈!
여러 에디션들 중에서 Oh no! More Lemmings의 Crazy 카테고리는 레벨 1도 쉬운 편이 아닌데 레벨 2 Dolly Dimple에선 어지간한 레밍즈 뉴비들은 다 떨어져나가고 만다.

미칠 듯이 쏟아져나오는 레밍즈에 출구까지는 높이 차이가 너무 심하고(추락사), 도구도 얼마 없고, 게다가 100% 다 구출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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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법은 이 그림에 나와 있듯이 한 놈만 저런 땅파기를 이용해 밑으로 내려가게 한 후, 저렇게 사다리를 파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공략법 보고도 제대로 못 따라할 것 같다.
추락사를 할 높이에서 떨어지더라도 출구로 떨어지는 건 안전하기 때문에, 사다리를 출구 위까지 놓고 쥐들을 거기로 떨어뜨리는 해법도 있긴 하다.
이것도 공략집 사이트를 소개하겠다. (☞ 클릭)

7.
게임 개발 업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완전 상식이겠지만, 왕년의 스타 개발자가 옛날답지 않은 이상한 모습으로 몰락한 사례가 여럿 있다. 앞에서 언급되었던 존 로메로는 id 소프트웨어를 떠난 뒤에 정말 처참하게 망가진 케이스이며, 빌 로퍼도 한때 블리자드의 부사장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거기를 떠난 후 근황이 묘연하다.

그리고 울티마 시리즈를 만들어서 천재 게임 개발자로 추앙받던 리처드 개리엇은 그 명성은 안드로메다로 가고 가히 우주먹튀 수준으로 비아냥의 대상이 되어 있다.

8.
국내의 기업들은 영어나 알파벳을 쓸데없이 남발하고 문서, 간판이나 소프트웨어의 UI 같은 데서 표준어/맞춤법도 틀리는 반면, 오히려 외국계 기업이 그런 걸 더 잘 지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장 떠오르는 예는 맥도날드이다. 간판에다 한글로 ‘맥도날드’라고 큼직하게 쓰고 영어로는 작게 보조로 쓴 것 때문에 예전에 민간의 한글 운동 단체들로부터 칭찬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블리자드도 그런 식의 개념 면모 때문에 사용자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물론, 한국이 블리자드 게임들을 워낙 폭발적으로 사랑해서 매상을 많이 올려 줬으니 거기서도 우리나라를 특별히 배려-_-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동기야 어쨌든 잘하는 건 잘하는 것이니까. 스타크래프트 2는 동영상에 나오는 사람의 입모양까지 한국어에 맞춰 만들어졌고, 각종 배경에 나오는 문자까지 전부 철저하게 한국어로 바뀌었다.

특히 WOW에서던가 배틀넷에서던가, 채팅 중 입력하는 한글 자모 커맨드를 세벌식 자판 기준까지 지원해 준 건 세벌식 사용자들로부터 오래 전부터 칭송받은 사항이다. 어떻게 외국계 기업이 세벌식 자판까지 알고 로컬라이즈를 할 수 있었을까?

9.
어느 장르에서든 게임이 2D에서 3D로 바뀌면 옛날 같은 개떼 물량전이 퇴색하는 건 어쩔 수 없는 tradeoff임이 분명하다. 아무래도 둘의 CPU 처리 부담의 차이가 장난이 아니니까 말이다.
단적인 예로, 스타크래프트 2나 워크래프트 3에서 스타크래프트 원판의 저글링 개떼 같은 찰진(?) 맛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둠 2에서 퀘이크로 넘어갔을 때만 해도 그렇다. 100% 폴리곤으로 넘어간 첫 버전이던 퀘이크는 이제 맵 어디를 뒤지더라도 과거의 둠 2 같은 광활한 평지에서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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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2/03/20 19:21 2012/03/2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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