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하는 세 개의 고전 게임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 지금으로부터 무려 3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엄청난 옛날 물건이다. 나이가 본인과 맞먹는다~!
  • 게임기(오락기 포함)이 아닌 PC용이다. 그래서 비주얼이 겨우 4색 CGA로 맞춰져 있는지라 당대의 게임기용 게임들보다는 그래픽이 다소 초라해 보인다.
  • 본인은 옛날에 컴퓨터 학원에서 구경했던 적이 있다. 그런 인연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내 블로그에다 소개도 하는 것이다.
  • 개인 작품이다.
  • 프로그램은 롬/카트리지 이미지 따위가 아니라 COM 파일 하나로 존재한다. 그래서 도스박스 정도의 에뮬레이터에서 간단히 실행 가능하다.
  • 딱히 이렇다 할 엔딩이 없다. 단지 인간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게임 진행이 점점 더 빨라지고 어려워질 뿐이다.
  • PC용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게임기용 게임을 표방하는지, 실행을 종료하는 명령도 없다.
  • 오늘날은 다들 '리메이크' 작품이 나와 있다. 특히 모바일용으로. 게임 목표와 방식은 동일하지만 그래픽과 사운드를 월등히 더 고퀄로 끌어올려서 말이다.

"아~ 이거! 그때 그랬지" 하면서 공감하는 old-timer들이 많이 계시기를 기대하며 글을 시작하겠다.

1. Paratroopers (1982)

우리는 화면 하단 중앙의 포탑의 각도를 좌우 화살표로 조종할 수 있다. 하늘 위로는 헬리콥터들이 수시로 드나드는데 총알을 맞혀서 떨어뜨려야 한다. 총알을 한 발 쏠 때마다 점수를 1 잃지만 목표물을 맞히면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점수를 얻는다. 단, 0점이라도 총알 보급 자체는 무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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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헬리콥터에서 낙하산을 탄 군인이 떨어지는데 얘는 반드시 쏴 죽여야 한다. 좌나 우 한 방향에 군인이 4명이 생기면 이 군인은 포탑 위로 기어 올라와서 포탑을 부수며 이로써 게임이 끝난다.
또한 주기적으로 헬리콥터 대신 제트기가 날아오면서 폭탄을 일직선으로 투하하는데, 이 폭탄도 요격해야 한다. 안 그러면 포탑은 폭탄에 맞아 박살 난다. 폭탄을 요격했을 때의 점수가 가장 높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의 경우 사람 자체가 아니라 낙하산만 맞히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땅바닥으로 운지-_-하는데, 아래에 다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도 같이 죽는다. 이것이 포탑 아래에 이미 내려간 군인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나름 아기자기한 요소가 여기저기 담겼고 상당히 재미있는 시간 죽이기용 게임이다.
다만 실제로 게임을 해 보면 조작이 굉장히 불편하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폭탄 요격도 생각보다 잘 안 돼서 첫 제트기 씬 때 죽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포탑이 돌아가는 속도, 총알이 날아가는 속도도 그리 빠른 편이 아니어서 군인들이 좌우로 사정없이 떨어질 때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이 게임의 개발자는 폴란드계 미국인인 Greg Kuperberg인데.. 이 사람은 1967년생이다. 즉, 저 게임을 중3~고1쯤 되는 나이일 때 어셈블리어를 혼자 뚝딱거리며 만들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는 소개하지 않지만, 저 사람은 비슷한 시기에 이것과 비슷한 타입의 다른 게임도 여럿 개발한 경력이 있다.

10대 중반의 나이에 엄청난 프로그램을 개발한 괴수야 이 세상에 한둘만 있는 건 아니니, 이것만으로는 그렇게까지 대단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저 사람은 좀 더 무서운 가정사와 내력이 있는데, 바로 부모가 모두 영문 위키백과에 등재되어 있을 정도로 저명한 수학자이다. (대학교 수학과 교수) 그리고 저 사람 자신도 나중에 미국의 유수의 명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나중에 수학과 교수가 되었고, 수학은 아니지만 물리학과 교수인 여자와 결혼했다.

이 정도면 우리나라의 홍 성대 씨에 맞먹는 수학 명문 가문이 아닐 수 없다.
수학 덕후가 만든 덕분에 헬리콥터나 대포가 박살날 때 날아가는 파티클들의 모양과 움직임이 상당히 고퀄이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하지만 저건 중삐리~고삐리 급 애가 만든 게임이다.

2. Bouncing Babies (1984)

화면의 왼쪽엔 5층짜리 건물이 온통 불길에 휩싸여 있으며, 미처 지상으로 대피를 못 한 어린 아기들이 수시로 창문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당신은 안전 낙하용 매트를 든 2인조 구급대원이다. 아기는 한번 매트에 떨어지면 오른쪽으로 세 번 통통 튀는데, 이때도 아기를 매트로 받아서 구급차가 있는 데까지 안전하게 보내야 한다. 게임 진행이 하도 엽기적이어서 머리에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걍 구급차를 좀 더 건물에 가까이 주차시켜 놓지 그래..?? 같은 건 묻지 말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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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기술 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다. 건물의 불은 불꽃 애니메이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무작위로 불 스프라이트를 xor 연산한 것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데, 그래도 기술적인 단순함에 비해 불 같은 느낌이 살짝은 난다. 색깔을 나타내는 숫자의 한 비트만을 xor시킨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구급대는 일체의 스프라이트가 존재하지 않으며, 좌우 화살표를 누를 때마다 좌중우 세 위치 중 하나로 곧바로 워프할 뿐이다. 이 정도 게임은 걍 GWBASIC으로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

그리고 그런 의심이 더욱 강하게 드는 이유가 뭐냐 하면.. 이 프로그램은 실행 직후에 불, 아기, 구급대 같은 그래픽만 화면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도스 시절의 BASIC 프로그래머라면 이건 화면에 그려진 그래픽 내용을 버퍼에다 저장하는 GET 명령을 호출하는 준비 과정과 유사함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난이도가 올라가서, 한 아기가 완전히 구급차로 가기 전에 또 5층에서 아기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구급대는 그야말로 좌우로 축지법을 써야 하게 된다. 옛날 도스용 라이온 킹 게임의 스테이지 중간 보너스 게임으로 있던 Bug Toss와 비슷한 방식이다.

게임 화면에서 고개를 좀 갸웃거리게 하는 것은.. 잔기를 표시한 방식이다.
저 게임에서 미스는 두 말할 나위 없이, 떨어지는 아기를 하나라도 놓쳐서 땅에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런 사고를 낼 때마다 잔기가 하나씩 줄어들며, 모든 잔기가 떨어지면 게임 오버가 된다.

그런데 게임에서는 그 잔기를 아기 모양으로 표시해 놓았다. 아기 모양은 차라리 한 스테이지당 구해야 하는 아기의 수를 나타내고,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그 남은 수가 줄어들게 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아기 모양으로 "허용되는 미스의 수"를 표기한 건 좀 직관적이지 못해 보인다.

물론 나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근본적으로 아기를 떨어뜨린다고 해서 저 구급대원이 당장 다치거나 죽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게임 체계에서는 뭔가 다른 대안을 떠올리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뭐, 이런 게임도 있다 싶어서 소개해 보았다.
개발자는 Dave Baskin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동명이인이 많을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이 게임과 프로필이 연결되어 있는 사람을 찾지 못해서 개발자가 지금은 뭘 하고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3. Alley Cat (1983)

그리고 그 이름도 유명한 Alley Cat. 얘는 게임 자체와 개발자 모두에 대해서 본인이 이미 심층분석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 또 상세히 다루지는 않겠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위의 두 게임과 비교해 보니 Alley Cat이 당시로서는 창의적인 명작 대작이었는지가 실감이 가지 않는가? (비록 Alley Cat은 전적으로 1인 기획은 아니었고, 다른 사람이 만들던 것을 Bill Williams가 물려받은 형태이지만)
다른 게임에 비해 얘는 일단 길거리, 집안, 최종 보스 퀘스트 등 현실 세계과 초현실 세계를 드나들면서 장면 내지 컨텐츠 자체가 엄청 많이 존재한다.

예전 글에도 적혀 있듯, 이 게임의 개발자는 훗날 게임 업계를 은퇴한 뒤 신학을 시작했다. 그러나 유전병을 갖고 있던 게 도져서 30대 후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생년과 몰년이 pkzip의 개발자인 필립 카츠와 비슷해서 비교된다는 점까지 언급한 바 있다.

* 그나저나 옛날에는 마우스가 없어도 조이스틱은 있었는지.. 그 시절엔 조이스틱을 어느 포트에다 연결해서 어떻게 썼는지 참 궁금해진다.
도스용 고전 게임들 중에서도 조이스틱을 지원 안 하는 물건은 거의 없다시피했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03/05 08:31 2015/03/0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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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지금까지 게임 포함 고전 소프트웨어에 대해 글을 잔뜩 올린 것은 그래도 플랫폼은 PC 한정인 편이었다. 운영체제는 응당 16비트 도스/윈도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옛날 8비트.. 아무래도 롬 베이직을 빼면 롬 카트리지를 꽂아서 게임밖에 할 게 없었던 더 옛날 컴퓨터에 대한 추억도 없는 건 아니다.

본인은 난생 처음 접한 개인용 컴퓨터가 286 AT인 관계로, 저 컴퓨터는 친구 집에서 어깨 너머로 구경만 했지 개인적으로 소장한 경험은 없었다.
그런 플랫폼용으로 프로그램 개발은 어떻게 했을까? 16비트도 모자라서 8비트이면 int도 char과 크기가 같을까? 몇만 바이트밖에 안 되는 허접한 메모리로 어떻게 저런 게임을 만들 수 있었을까? 1980년대 초니까 C 컴파일러조차도 없이 그냥 기계어/어셈블리 직통 코딩을 했을까?

그런 컴퓨터와 아예 8비트 아케이드 게임기와의 관계는 어떠했을까? 그리고 MSX인지 뭔지는 무슨 규격이지? 난 그런 건 전혀 모른다.
그러고 보니 일본이 유난히도 이런 플랫폼용 게임을 많이 만들었던 것 같다. 이 글에서 소개하는 5개의 게임도 다 일제이다.
하지만 본인은 정작 일본에서 동전 품절 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는 슈퍼마리오는 전혀 접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황금도끼나 보글보글도 PC 도스용을 접했지 오락실용은 접한 적이 없다. 오락실용이 더 완성도가 높고 재미있는데도 말이다.

1. 남극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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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원제는 Antarctic Adventure로, 1984년에 일본 코나미에서 MSX용으로 개발했다.
구멍과 바다표범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펭귄을 잘 달리게 하는 게 목표이다. 구멍에 빠지거나 바다표범에 부딪히면.. 주인공인 펭귄이 죽거나 다치지는 않지만.. '지연'이 발생해서 제한 시간 안에 도착을 못 하고 미스가 난다.

BGM은 잘 알다시피 다른 음악이 아니라 스케이터 왈츠라는 고전 음악이다.
그리고 레벨을 클리어하면 가상 세계가 아니라 현실에서 남극 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의 국기가 뜨는데, 이는 이 게임이 완전한 허구의 게임성보다는 일종의 교육용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주행 거리 단위는 km를 m로 거의 1/1000에 가깝게 너프시켜도 모자랄 판에 뻥튀기가 너무 심하다.

2. 캐슬 엑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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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에 일본 아스키 사에 MSX 및 여타 플랫폼용으로 개발한.. 일단은 아케이드 게임이지만 슈파플렉스처럼 퍼즐 요소가 굉장히 강하다. "도미솔미 파레솔~~ 도미솔미 파레도" 요런 BGM이 유명하다. 참고로 아스키는 MSX 규격을 제정하는 데 동참했던 그 회사이다.

얘가 게임 메카닉면에서 여타 게임들과 다른 점은.. 점프가 단순히 일시적인 추진력으로 공중에 떴다가 즉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일종의 제트팩을 몇 초간 동작시키는 것과 같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방으로 들어가면 각종 기물이나 적들의 위치가 원상복귀되어 버린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단, 없애 버린 기물이나 적이 다시 생기지는 않는다.

이 게임은 레벨이라는 개념이 없으며, '캐슬'을 구성하는 가로 10*세로 10 총 100개의 방 전체가 거대한 단일 레벨이다. 그리고 지형과 기물, 각종 열쇠 조합을 이용한 굉장히 까다로운 퍼즐을 풀어야 공주가 있는 방까지 갈 수 있다. 주인공은 각종 움직이는 트랩이나 적에게 걸리면 HP 없이 바로 죽는다. 그리고 무기가 없어서 적은 움직이는 기물이나 트랩을 이용해서만 죽일 수 있다.
난 당연히 엔딩은 못 보고 포기했지만, 그래도 뭔가 중세풍의 성 안에서 각종 보석을 먹는 게 잠시나마 재미있긴 했다.

3. 덱스더(Thex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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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표기와 영어 스펠링이 굉장히 헷갈려서 그 동안 검색을 하고 싶어도 못 하곤 했다. 원제품의 로고타입을 보면 T가 영락없이 C처럼 적혀 있기도 해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Dexter라는 이름도 있다.
그런데 PC용에는 포팅을 한 기업인 '1987 시에라 온라인'이라는 문구가 뜬다는 걸 기억을 되살려서 역추적 후 검색에 성공했다.

친구 집에서 패미컴용을, 그리고 나중에 초딩 시절에 개인적으로 PC DOS용도 해 봤다. PC용은 극악의 종횡비를 자랑하는 CGA 640*200 16색 그래픽 모드에서 실행되었다. 물론 원작은 1985인가 86년에 Game Arts라는 일본 기업에서 개발되었으며, 그 당시 수십~수백만 카피가 팔렸을 정도로 굉장히 히트 치고 성공한 작품이라고 한다.

게임 주인공은 이족보행과 비행 기능을 모두 갖춘 로봇이다. 아케이드 게임으로서는 아주 드물게 각도를 목표물을 자동 조준하여 총을 쏘는 기능이 있다. (이것 말고 자동 조준을 하는 게임으로는 난 툼 레이더밖에 못 봤다~!)
비행 모드에서는 덩치가 좀 더 작아지고 낙하· 추락을 안 하게 되지만 자동 조준을 못 하며 중간에 정지를 할 수 없다는 제약이 생긴다.

이런 상태에서 던전 안의 수많은 장애물· 몬스터들을 죽이거나 피하면서 던전을 빠져나가는 게 게임의 목표다. 게임을 잘 못하면 적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걔네들에게 다구리 당하다가 게임오버 된다.
SF스러운 느낌이 나면서 한편으로는 단조 특유의 구슬픈 느낌이 나는 BGM도 인상적이다.

4. 마피 (M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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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에 일본 남코에서 개발한 아케이드 게임으로, 동작 플랫폼이 위의 둘과는 좀 다르다. 위키백과에서도 MSX가 아니라 '아케이드'라고만 소개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본인 역시 이건 동전을 넣어서 사용하는 동네 문방구의 오락기로만 구경해 봤다.
주인공은 쥐이고 적들은 고양이인데, 고양이를 피하면서 아이템들을 모두 모아야 한다.

고양이를 직접 공격해서 죽일 수는 없으며, 문을 적절한 타이밍에 열어서 기절시킬 수만 있다. 그리고 굉장히 특이한 규칙이 있는데, 봉봉 패드를 타고 점프 내지 낙하 중일 때, 다시 말해 발이 땅에 닿지 않은 상태일 때는 고양이와 닿아도 죽지 않는다. 요 타이밍을 잘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안전하다고 해서 봉봉 패드만 계속 연달아 타고 있으면 안 된다. 그러면 패드가 나중에 끊어져서 화면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E단조의 BGM 멜로디도 20년 가까이 기억 속에 봉인되어 있었는데 본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신기하다.
그리고 정식 오락실도 아니고 마치 뽑기 기계처럼 비치된 '동네 문방구의 오락기'라고 하니까 또 추억이 돋는다. 요즘은 그런 용도의 게임은 스마트폰 게임이 다 대체해 버렸으며, 3, 40대 아저씨들이나 옛날 추억을 살리려고 에뮬레이터와 롬 파일을 구해서 PC에서 게임을 즐기는 지경이 됐다.

일본에서는 패미컴(family), 퍼스컴(personal) 등.. 한국 같았으면 그냥 알파벳 이니셜을 그대로 썼을 텐데 영어 단어를 제멋대로 뚝뚝 잘라 내서 말은 참 잘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5. 요술나무 (Magical Tree)

남극탐험과 마찬가지로 코나미에서 1984년에 MSX용으로 개발한 작품이다. 제목을 까맣게 잊어버린 상태였는데 구글에서 MSX tree climbing game이라고만 쳤더니.. 이거 뭐 내가 원하는 답이 즉시 튀어나와서 기억을 복원할 수 있었다. 역시 무서운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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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깃털 달린 모자를 쓴 귀여운 인디언 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나무를 수직으로 끝도 없이 타고 오르는 게 목표인 게임이다. 9개의 스테이지를 거치면서 설정상 총 2004m를 올라가야 한다. 한라산보다 약간 더 높구나.
게임 BGM을 말하자면, 평소에는 F장조 파~도 파~도 파라솔파도... 요렇게 시작하는 명랑한 멜로디 6마디가 무한 반복된다. 아, 한 스테이지에는 화면의 중앙에 나무 기둥이 있는 보통 모드가 있고, 중앙 대신 좌우 양 끝에 나무 기둥이 있는 특별 모드가 있다. 특별 모드에서는 반음 간격의 뚜두뚜두...만 반복되면서 뭔가 위기 상황인 듯한 분위기가 난다.

주인공을 방해하는 건 무슨 게처럼 수평 비행을 하는 부엉이, 번개를 떨어뜨리는 먹구름,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애벌레 등이다. 아이템으로 칼과 활이 있는데 이건 점수만을 줄 뿐 무기가 아니다. 이 게임엔 주인공에게 무기를 사용한 공격은 없으며 단지 사과를 떨어뜨리고 굴려서 적을 없애는 시스템만이 존재한다.

끝도 없이 높이 솟은 나무 위에 성이 있는 게 '재크와 콩나무' 동화 같은 느낌이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15/01/27 08:26 2015/01/2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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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이 블로그의 옛날 글들을 보면 알 수 있듯,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옛날 고전 게임들을 회상하는 걸 매우 좋아한다.
본인이 어릴 때에 생각한 가장 typical한 게임은 사람 또는 최소한 두 팔 두 다리가 달린 캐릭터가 2차원 던전을 뛰어다니면서 적을 죽이는 액션/아케이트 장르였다. 그래서 주 관심사도 페르시아의 왕자나 황금도끼 같은 부류였는데..

하루는 오랜 기억 속에 봉인되어 있던 약간 색다른 게임이 되살아난 관계로 별도의 글을 좀 쓰게 되었다. 바로 슈파플렉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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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통상적인 액션/아케이드라고 보기에는 맵 구조가 단순하고 주인공의 묘사가 더 기하학적(?)이며 퍼즐의 비중이 매우 높다. 주인공이 대놓고 동그란 공 모양인 건 Bumpy's Arcade Fantasy 말고는 쟤 정도밖에 기억이 안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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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파플렉스는 간단한 규칙에 비해 게임성과 중독성이 대단히 뛰어나서 그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명작이라 칭송을 받고 있으며, 외국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수천 개의 custom level들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이 게임의 명목상 배경은 컴퓨터 내부=_=;;이다. 주인공은 저 붉은 공 모양의 입 큰 캐릭터이다. 주인공은 던전 안에서 좌우상하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기 때문에 던전의 전체 시점이 좌우전후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중력이 아래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소수 레벨은 주인공에게도 중력이 걸리기 때문에 위로 한없이 자유롭게 올라갈 수가 없다.

게임의 기본적인 목표는 던전 안을 돌아다니면서 위험물에 걸려 죽지 않고, '인포트론'이라고 불리는 아이템을 모두 먹어서 모은 뒤 출구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초록색 기판은 주인공만이 먹어서 없앨 수 있는 일종의 지형인데(적은 이걸 못 없앰), 이게 없어지면 그 위에 있던 돌덩어리와 인포트론은 아래로 떨어진다. 떨어지는 물체에 맞으면 주인공이건 적이건 다 죽는다.
(여담이지만, 주인공이 녹색 기판을 먹으며 이동 중일 때는 눈을 소복소복 밟는 듯한 찰진 소리가 들린다.)

슈파플렉스의 모티브는 팩맨과 분명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지형을 먹어 없애서 장애물을 아래로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은.. 1983년에 개발된 완전 옛날 게임인 Digger와도 비슷한 것 같다.
혹시 Digger 아는 분 계시는지? 본인은 초딩 시절에 컴퓨터 학원에서 디스켓 넣어서 흑백 모니터 XT 컴퓨터로 저걸 돌려서 해 봤다. 얘는 주인공이 무슨 자동차처럼 생겼으며, 한 화면에서 보석을 다 먹기만 하면 자동으로 레벨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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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슈파플렉스는 Digger보다야 머리 써야 하는 복잡한 요소가 훨씬 더 많다.
돌과 인포트론이 막 복잡하게 섞여 있는 곳에서 뭘 까딱 잘못 건드리면 죽거나, 인포트론이 돌 사이에 파묻혀서 내가 먹을 수 없게 되는 게 많다. 마작으로 치면 무작정 짝이 맞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가까운 패를 없애다가 나중에 게임을 풀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장르를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게임 하다가 너무 골치 아파서 스트레스만 잔뜩 받을 법도 한데.. 덕후들은 오히려 이런 데에 완전 열광한다.
엔하위키 아니랄까봐 각 레벨과 게임 특성에 대해서 아주 자세히 설명돼 있다. 역시 거기 글 쓰는 사람들은 덕력이 장난이 아니다.

PC 통신 시절에 내가 알고 지내던 내 또래의 어느 컴덕/프로그래머는 슈파플렉스의 중독성을 극찬하던 매니아였으며, 도스용으로 슈파플렉스 레벨 에디터를 자작하기도 했다. =_=;;
하긴 별도의 복잡한 트리거나 이벤트가 별로 없이 정말 사각형 격자 데이터만으로 레벨이 만들어지니 데이터가 압축/암호화만 돼 있지 않다면 레벨 에디터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겠다.

이 게임의 백미는 돌더미들이 하나씩 순서대로 떨어지면서 좌우로 균형 있게 데굴데굴 굴러서 차곡차곡 쌓이는 모습이다. 이런 게임 메카닉은 어떤 알고리즘으로 구현되었을지가 프로그래머로서 무척 신기하게 느껴진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이라면 옛날 비디오 게임에 대한 추억을 하나 이상씩은 다 갖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웹툰 작가 가스파드는 작년 가을부터 <전자오락 수호대>라는 작품을 연재하기 시작했는데..
다들 알다시피 이건 뭐 예고편부터가 일개 웹툰 퀄리티가 아니었다. 도대체 무슨 약 빨고 이런 걸 창조해 냈는지? 천재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퍼즐보다는 더 현실성을 추구한 아케이드 게임에서도 아래로 떨어지는 중력을 왜곡하는 효과는 종종 등장한 경우가 있다.
페르시아의 왕자는 7단계 끝부분에서 초록색 물약을 먹어서 잠깐 낙하산 효과가 나며, 퀘이크 1의 비밀 레벨은 주인공을 포함한 모든 동체들이 중력이 1/n토막 나서 꽤 높은 점프가 가능하다.
물론 지구상에서 그걸 실제로 구현하는 건 제트팩 같은 것이라도 달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것이다. 아니면 달 같은 다른 작은 행성으로 가든가.

Posted by 사무엘

2015/01/17 08:25 2015/01/1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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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날 전세계적인 히트를 친 게임을 만든 유명 개발사가 왕년에는 이런 고전 게임을 만든 적이 있었고, 그걸 내가 어렸을 때 즐겨 한 적도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본인의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는 Rick Dangerous 시리즈는 온통 순발력과 타이밍 퍼즐로 가득한 2D 아케이드 플랫폼 게임이다. 체력도 없이 주인공을 즉사시키는 트랩이 곳곳에 지뢰밭처럼 깔려 있고, 여러 번 죽으면서 시행 착오를 겪지 않고서는 트랩을 알 수 없는 것도 많아서 본인은 게임의 레벨 디자인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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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개발사는 영국의 Core Design이다. 훗날 툼 레이더를 개발한 회사라니 믿어지는가? 1996년에 나온 1부터 시작해 2003년의 Angel of Darkness 시리즈까지를 이 회사가 만든 뒤, 나중에는 개발사가 Crystal Dynamics로 바뀌었다.

2.
Dangerous Dave는 id 소프트웨어의 그 이름도 유명한 존 로메로의 옛날 작품인 거 모르는 분이 별로 없을 것이다. 나중엔 기획 쪽으로 부서를 옮겼지만 이 양반도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사람이고, 회사 내부에서 쓰는 게임 데이터 제작용 툴 정도는 직접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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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액션/아케이드 게임은 주인공이 으레 마초스러운 남자이며, 게임의 목적은 언제나 여자친구나 공주님을 구하는 설정인 게 많다. 그러나 그 통념을 정면으로 깨고 오히려 여자가 왕자님을 구하러 모험을 떠나는 게임이 있으니, 바로 Jill of the Jungle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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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에 Epic MegaGames에서 개발한 이 게임은 비슷한 시기의 다른 게임에 비해서는 그래픽이 좀 허접하다. 맵의 각 칸을 구성하는 그래픽이 딱 격자인 게 티가 날 정도이니 말 다 했다.;; 하지만 인상적인 건, 내가 알고 있는 고전 게임들 중에 제일 관대하고 UI가 친절하다는 점이다. 그 당시에 F1 도움말이 있는 게임이 얼마나 됐을까? ㅋ 어디서나 저장 가능하고 게임 주변 환경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이 엄청 많이 나온다. 말이 많다.

그리고 시간 제한도 없으면서 목숨 수 제한도 없다. 그 당시의 2D 아케이드 플랫폼 게임들은 시간 제약이 없으면 목숨 수 제한이 있다거나, 아니면 그 반대인 것처럼 둘 중 하나는 있는 게 보통이었다. 그리고 목숨 수 제한이 없더라도, 죽고 나면 예전에 먹은 아이템은 다 잃은 채 게임을 해당 레벨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는데 이건 그렇지도 않았다.
약간의 고비를 좀 넘기면 한 3, 40분 정도만 애쓰면 무난하게 엔딩을 볼 수 있다.

이 게임을 만든 프로그래머는 Tim Sweeney이다. 그렇다. 훗날 3D 게임용 Unreal 엔진을 만든 그 개발자이다.

4.
길 잃은 바이킹(The Lost Vikings)은 1992~93년을 풍미한 유명한 게임이다. 한 주인공만 조종하는 여느 아케이드 플랫폼 게임과는 달리, 이 게임은 제각기 특기가 다른 세 명의 주인공을 순서대로 조종해서 맵의 퍼즐을 풀고 이동해야 한다. 달리 빨리 달리고 점프를 할 수 있는 놈, 화살을 쏠 수 있는 놈, 방패 겸 낙하산이 있는 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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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개발사는 Silicon & Synapse인데, 이게 훗날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WOW로 세계를 뒤흔들어 놓는 게임 개발사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렇다, <길 잃은 바이킹>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옛 작품이다. id 소프트웨어로 치면 Commander Keen 같은 옛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RTS 장르만 만드는 줄 알았는데 블리자드도 왕년엔 아케이드를 만들었다.

5.
옛날에 본인이 접한 게임들 중에는 엔딩을 본 것도 있고, 끝내는 정복을 못 한 어려운 것도 있다.
그래서 이것과 관련된 기억을 좀 나열해 보자면.. 대표적으로 보글보글 레벨 32가 있었다.
잘 알다시피 이건, 몬스터를 죽이기 위해 위에 있는 좁은 구멍을 통해 밑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대단히 위험하다. 여섯 마리나 되는 몬스터에게 십중팔구 부딪혀 죽는다.

아주 오래 기다리고 있으면 몬스터 중 일부가 구멍 위로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Hurry up과 고래크리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이 레벨까지 오는 것만 해도 천고만신 만신창이인데 레벨 32가 본인의 병목 지점이었고, 여기서 크레딧 다 깎아먹은 뒤 본인은 끽해야 3x나 4x대 레벨이 한계였다. 이보다 더는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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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대가 지나서 요즘은 유튜브에 온갖 고전 게임들을 플레이하는 우주괴수들의 동영상이 나돈다. 공략 사이트들도 있다. 그리고 저 레벨은 방법만 알면 그렇게 어려운 레벨도 아니다. (☞ 공략 사이트 클릭)
비결은 시작 지점에서 거품을 불어서 그 거품 위로 점프를 하여 top-to-bottom이 아니라 bottom-to-top으로 몬스터들 굴 속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단, PC용 버전은 게임기용 버전보다는 그렇게 하기가 더 어렵다.

6.
추억의 레밍즈!
여러 에디션들 중에서 Oh no! More Lemmings의 Crazy 카테고리는 레벨 1도 쉬운 편이 아닌데 레벨 2 Dolly Dimple에선 어지간한 레밍즈 뉴비들은 다 떨어져나가고 만다.

미칠 듯이 쏟아져나오는 레밍즈에 출구까지는 높이 차이가 너무 심하고(추락사), 도구도 얼마 없고, 게다가 100% 다 구출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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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법은 이 그림에 나와 있듯이 한 놈만 저런 땅파기를 이용해 밑으로 내려가게 한 후, 저렇게 사다리를 파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공략법 보고도 제대로 못 따라할 것 같다.
추락사를 할 높이에서 떨어지더라도 출구로 떨어지는 건 안전하기 때문에, 사다리를 출구 위까지 놓고 쥐들을 거기로 떨어뜨리는 해법도 있긴 하다.
이것도 공략집 사이트를 소개하겠다. (☞ 클릭)

7.
게임 개발 업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완전 상식이겠지만, 왕년의 스타 개발자가 옛날답지 않은 이상한 모습으로 몰락한 사례가 여럿 있다. 앞에서 언급되었던 존 로메로는 id 소프트웨어를 떠난 뒤에 정말 처참하게 망가진 케이스이며, 빌 로퍼도 한때 블리자드의 부사장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거기를 떠난 후 근황이 묘연하다.

그리고 울티마 시리즈를 만들어서 천재 게임 개발자로 추앙받던 리처드 개리엇은 그 명성은 안드로메다로 가고 가히 우주먹튀 수준으로 비아냥의 대상이 되어 있다.

8.
국내의 기업들은 영어나 알파벳을 쓸데없이 남발하고 문서, 간판이나 소프트웨어의 UI 같은 데서 표준어/맞춤법도 틀리는 반면, 오히려 외국계 기업이 그런 걸 더 잘 지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장 떠오르는 예는 맥도날드이다. 간판에다 한글로 ‘맥도날드’라고 큼직하게 쓰고 영어로는 작게 보조로 쓴 것 때문에 예전에 민간의 한글 운동 단체들로부터 칭찬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블리자드도 그런 식의 개념 면모 때문에 사용자들로부터 칭찬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물론, 한국이 블리자드 게임들을 워낙 폭발적으로 사랑해서 매상을 많이 올려 줬으니 거기서도 우리나라를 특별히 배려-_-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동기야 어쨌든 잘하는 건 잘하는 것이니까. 스타크래프트 2는 동영상에 나오는 사람의 입모양까지 한국어에 맞춰 만들어졌고, 각종 배경에 나오는 문자까지 전부 철저하게 한국어로 바뀌었다.

특히 WOW에서던가 배틀넷에서던가, 채팅 중 입력하는 한글 자모 커맨드를 세벌식 자판 기준까지 지원해 준 건 세벌식 사용자들로부터 오래 전부터 칭송받은 사항이다. 어떻게 외국계 기업이 세벌식 자판까지 알고 로컬라이즈를 할 수 있었을까?

9.
어느 장르에서든 게임이 2D에서 3D로 바뀌면 옛날 같은 개떼 물량전이 퇴색하는 건 어쩔 수 없는 tradeoff임이 분명하다. 아무래도 둘의 CPU 처리 부담의 차이가 장난이 아니니까 말이다.
단적인 예로, 스타크래프트 2나 워크래프트 3에서 스타크래프트 원판의 저글링 개떼 같은 찰진(?) 맛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둠 2에서 퀘이크로 넘어갔을 때만 해도 그렇다. 100% 폴리곤으로 넘어간 첫 버전이던 퀘이크는 이제 맵 어디를 뒤지더라도 과거의 둠 2 같은 광활한 평지에서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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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사무엘

2012/03/20 19:21 2012/03/2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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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되었수다!
Old timer PC 유저라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을 만한 전설의 게임이다.
이 게임의 내력에 대해서 전부 떠벌리자면 좀 복잡하다.
그러나, “모든 일을 맨 처음부터 완전히 이해한 본인이, 이 블로그의 구독자인 여러분에게 그 내막에 대해 차례대로 글로 써서 알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눅 1:3) 몇 자 좀 끄적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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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본디 1994~95년경, 당시 카이스트 학생이던 김 동건, 이 은석 님의 작품이다. 물론 이분들은, 지금으로부터 10년 가까이 전에 이미 넥슨에 입사하여 지금은 데브캣 스튜디오를 지휘하는 베테랑급 게임 개발자가 되어 있다. 모교로부터 초청을 받아 강연도 한 유명인사이다.
매우 황공스럽게도, 본인 역시 대학 시절에 이분과 메신저로 얘기를 나눈 적이 있고 이분들 초청으로 넥슨에 견학 간 적도 있다! 그게 2002년 가을의 일이다.

이 게임의 컨셉의 제일 원조는 1980년대에 일본 KONAMI에서 개발한 <그라디우스>라는 횡형 스크롤 슈팅 게임이다. 인삼을 여러 개 먹은 후 다양한 파워업을 고르는 시스템의 원조가 저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KONAMI는 훗날 그 게임의 시스템을 익살스럽게 바꿔 놓은 <패러디우스>(패러디-_-)를 내놓았고, 카이스트의 저 두 분은 그걸 또 패러디해서 ‘패러디우스’에서 착안, <85되었수다>라는 패러디 슈팅 게임을 만들었다. ‘패러디’가 ‘파로되’로 바뀌다니, 환상적인 작명 센스. ㅠ.ㅠ

게임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중 하나인 ‘할 박사’가 설정상 85세 노인이다. 그래서 85되었수다. ㄲㄲㄲ 그리고 또 하나는 ‘산소’라는 할 박사의 손녀딸이며, 18세 미소녀이다. 원래 게임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 게임에서는 세계 정복을 꿈꾸는 살모사라는 미친 과학자(mad scientist) 악당이 반란을 일으키고 자기 직장이던 카이스트부터 쑥대밭을 만들어 놓는다. 그래서 게임 주인공이 나서서 학교를 구하고 세계-_-를 구하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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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아마 스테이지 1이 끝나고 2를 만들던 중이었는데...
<85되었수다!>의 개발팀에게 악재가 닥친다. 사고로 컴퓨터를 망가뜨리는 바람에, 개발 중이던 소스를 날렸다고 한다. 흠좀무;; 결국 <85되었수다!>는 미완성인 채로 당시 주요 PC 통신에 공개되었고 개발은 중단되고 말았다. 스테이지 2 중반부터 더 진행이 안 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PC 통신 자료실이나 심지어 게임 불법복제 CD 등으로도 퍼져 나갔다.

본인도 중학생이던 그 시절, 이 게임을 해 봤다. 오프닝 음악과 게임 줄거리 정도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살모사 박사가 수감됐다가 탈옥한 것, 출동하는 주인공을 향해 “그나저나 할 박사, 올해 연세가 몇이지요?” 질문이 뜨고, 이때 “85되었수다” 로고가 딱 뜨는 것까지도 기억한다. 게임이 끝까지 제대로 완성됐다면 정말, “이거 내가 혼자(많아야 둘이서) 만든 게임이에요!” 한 마디면 어느 게임 회사에서도 스카웃 제의 받고 바로 입사할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뭐 어차피 개발자 분들은 자기 적성에 맞는 좋은 직장에 이미 잘 들어갔지만 말이다.

그렇게 <85되었수다!>는 마무리가 되었는데,
그로부터 몇 년 정도 시간이 지난 1997년, PC 통신 하이텔의 게임 제작 동호회(go GMA)에서 제 1회 아마추어 게임 공모전을 개최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출품한 작품의 총용량이 압축했을 때 100KB 이내에 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작은 공간이지만, 그때는 그것 갖고도 별 걸 다 만들었다.

이때 <85되었수다!>의 제작진이 옛날 레퍼토리를 리메이크했다. 소스를 날렸다고 했으니, 기존 게임의 리소스만 가져다가 코딩을 다시 한 모양이다. 그런데, 용량 100KB를 맞추느라 게임 데이터를 곳곳에서 가위질을 해야 했다. 그래서 게임의 제목이 또 패러디되어 바뀌었다. <삭제되었수다!>라고 말이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옛날 게임 시스템과 리소스를 기반으로, ‘패러디에 패러디’를 거듭한 끝에 <삭제되었수다!>라고 나름 스테이지도 5개까지 있는 완성된 게임이 만들어졌다.
그 시절, 본인은 비록 완전 허접 눈팅 유령 회원이긴 했지만, 나름 하이텔 게제동의 회원이었고 그 공모전이 진행되던 과정을 모두 지켜볼 수 있었다.

이 게임은 의심의 여지 없이 다른 출품작들을 제치고 대상을 받았다.
기술적인 면이나 그래픽, 게임성이나 모든 것이 아마추어를 넘는 프로급으로 손색이 없었다.
공모전은 이듬해에 2회까지 한 후 그 후로 더 진행되었다는 소식을 못 들었다. 그 무렵부터 PC 통신 자체가 인터넷에 밀려 슬슬 빛을 잃기 시작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랬으니 1회의 당당한 대상 수상작인 <삭제되었수다!>가 더욱 부각되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조금 기술적으로 디테일한 부분을 얘기하고자 한다.
이 게임은 볼랜드 C++ 3.x로 빌드된 16비트 도스용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메모리, 그래픽, 사운드 등 모든 하드웨어 제어 루틴을 어셈블리로 다 자체 제작했다. 대체 하드웨어를 어떻게 제어하기에, 윈도우 95의 도스창에서는 실행할 수 없고 무조건 순수 도스로 빠져나가야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게임이 실행되는 모드이다. 본인은 1990년대의 도스용 게임들이 다 채택하던 VGA mode 13h 320*200 256색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더 작은 256*200이었다. 가로· 세로의 aspect ratio가 좀더 균형 잡힌 모드를 의도적으로 선택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문제는 저런 해상도는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모드가 아니라는 것. VGA mode X라고 해서 90년대 중반에 ID 소프트웨어의 마이클 압래쉬 같은 프로그래머나 특수한 용도로 사용했던 기법이 동원된 것이다.
그런 게임을 만든 사람이 나온 대학을 약 3년 남짓 뒤에 본인도 가게 되었으니 이 또한 감개무량했다.

참고로, 그 1997년도 대회에서 <삭제되었수다!>에 이어 금상을 받은 작품은 안 영기(SMgal) 님의 <대변 파이터>이다. 이것도 각종 PC 통신 자료실에 많이 퍼졌다. 이분은 파스칼/델파이 프로그래머로 날리던 분이어서 그 게임 역시 C/C++이 아닌 파스칼로 개발되었다. 하드웨어 제어라든가 게임 개발 쪽의 달인인 것도 매한가지인지라 이분도 지금까지 게임 개발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나이나 경력이나 인상이 여러 모로 박 정만(옛날에 하이텔 세벌식 사랑 모임 동호회 대표) 님과 비슷한 분 같다.

<대변 파이터>도 주인공이 비행기가 아니라 사람인 것만 빼면, 일종의 횡형 스크롤 슈팅 게임.
그러고 보니 1990년대 전설의 명작 국산 게임인 <그 날이 오면 3>도 횡형 스크롤 슈팅이고, <삭제되었수다!>나 <대변 파이터> 같은 명작 게임이 다 이 장르라는 게 무척 흥미롭다.

그러나 본인은 총알 피하는 건 영 소질이 없다. 특히 체력(hit point)이라는 게 없이 부딪치기만 해도 즉사하는 게임은 겁이 나서 원...
슈팅이라는 장르는 내 타입이 아닌 것 같다. 지인 중에는 반대로 총알 피하는 게임만 즐기는 친구도 있지만... ㅋㅋ <그날이 오면>, <-되었수다!> 모두 너무 어려워서 혼자서는 스테이지 2도 못 깬다.

본인은 게임은 하지도 않고 개발에도 그렇게 별 관심이 없다. 그냥 타자 게임 정도가 고작..;; 하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배경지식과 스킬은 기회가 되면 익히고 싶다. 지금은 이제 운영체제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카드놀이, 지뢰찾기 같은 게임마저도 3D로 만들고, 아예 GDI조차 Direct3D 계층 위에서 돌아가는 세상이 됐으니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24 08:44 2010/08/2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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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는 말: 스크롤의 압박이 심한 글임을 밝힌다.

본인은 일명 2D 플랫폼 게임이라고 불리는 아케이드 장르로 PC 게임에 첫 입문한 사람이다. 여기서 플랫폼이란, 어떤 소프트웨어가 돌아가는 운영체제 내지 하드웨어 기반을 말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게임 세계 내부가 주인공이 돌아다니고 점프하는 발판(platform)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이다. 요즘은 3D 트렌드 때문에 이런 2D 플랫폼 게임은 보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본인은 롤플레잉이나 전략 시뮬 같은 다른 장르의 게임들을 거의 하지 않았다. 삼국지나 대항해시대, 프린세스 메이커 같은 것들.
그런 여타 장르 게임 중에서는 스타만... 얘는 워낙 너무 히트 치고 유명했으니까 예외적으로 했을 뿐, 전략 시뮬/RPG 전문인 블리자드의 다른 명작 게임은 접하지 않았다. 뿌리가 거기에 있는 요즘 온라인 MMORPG도 본인은 흥미가 안 가서 안 하고 지낸다.

컴퓨터 학원에서 GWBASIC을 배우던 시절, 수업을 마치고 모노크롬 모니터로 게임을 즐겼다. 게임은 2D 플로피디스크에 담겨 있었고, 그때는 실행 파일이라는 개념도 몰라서 '암호'(?)라고 불렀다. 그 반면, 모노크롬 CGA/허큘리스로 하던 게임이 286 AT VGA 환경에서 실행되니까 완전히 딴 작품이 되었다.
그런데 그때 학원에서 불법 복제하던 게임은 용량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EGA/VGA 그래픽 파일은 빠진 녀석이 많아서, 집의 컬러 모니터 컴퓨터에서도 겨우 4색짜리 CGA 그래픽으로 만족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다음은 그때 즐겼던 게임들을 특성별로 조목조목 분석한 것이다. 그때는 뭔지도 모르고 그냥 게임을 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니까 그래도 영어로 흘러나오는 게임 스토리들이 해석이 되는 건 좋다. ^^;;

※ 릭의 위험한 모험 2 (Rick Dangerous 2)

제작사: 영국의 코어 디자인(Core Design). 훗날 툼 레이더를 만들어 낸 회사이다!
스크롤 단위: 가로로는 화면(페이지) 단위, 세로로는 픽셀(줄) 단위인 독특한 체계
게임 목표: 던전에 존재하는 모든 트랩 퍼즐들을 통과하여, 던전을 살아서 빠져나갈 것. 그리고 마지막 레벨에서는 최종 보스를 죽일 것.

주인공의 무기: range attack이 가능한 총(총알 최대 6발)과 폭약 6발을 쓸 수 있음. 한 총알이 날아가고 있는 동안엔 총을 또 쓸 수 없다.
주인공이 가능한 동작: 엎드려 가기, 그리고 주먹으로 버튼을 누르는 동작이 있음. 점프는 자기 키의 3배 정도로 가능함. 사다리를 타고 오를 수 있음.
주인공의 체력: 체력이라는 게 없고 오로지 즉사만 있음. 트랩 하나에라도 잘못 걸리면...;; -_-;;
죽으면: 마지막으로 가로로 이동한 화면에서 다시 시작하며, 모든 게 원상복귀됨. (죽였던 몬스터나 바꿔 놓은 게임 지형 등이 다 reset) 목숨 한계는 6.
점수: 적을 죽이거나 점수 아이템을 먹거나 특정 지점을 통과했을 때 점수가 올라간다. 하지만 높은 점수가 게임 진행에 뭔가 이익을 주는 것은 없다.

시체: 뻥~ 점프를 하면서 화면 밖으로 튕겨나간다.
비고:: 몬스터 역시 주인공을 죽게 하는 다른 트랩(미사일, 전깃줄 등등..)에 빠지면 죽는다. 사실, 몬스터를 이렇게 죽였을 때 점수가 더 높게 올라간다.

총평: 오로지 순발력으로 트랩 피하는 퍼즐만으로 가득한 게임. 정말 어렵다. 조금이라도 타이밍 늦어서 죽으면 깜짝깜짝 놀란다. 게임이 무슨 108계단 40컴보도 아니고 자비심이 없다. 5개의 레벨 중 본인은 어렸을 때 첫 1~3개의 레벨까지는 깼는데, 레벨 4 중후반부터는 gg 쳤고, 최종 보스가 있는 레벨 5는 구경도 못 했다. 주기적으로 주인공을 노리는 트랩들의 출현 패턴을 파악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거기에다 미묘한 컨트롤과 순발력도 따라 줘야 하고...;; 고수가 하는 플레이 동영상을 유튜브로 보니, 지금 생각해 봐도 내겐 무리이다.
장애물을 제거하려고 오른쪽으로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렸는데 그 장애물이 내가 있는 왼쪽으로 날아온다거나... 순 어거지 같은 트랩도 있다. 순전히 주인공 죽이는 게 목적인 데모노포비아-_- 같은 게임도 아니고 말이야..;; 이런 건 유저 인터페이스 면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 위험한 데이브 (Dangerous Dave)

제작자: 훗날 ID 소프트웨어로 간 존 로메로(John Romero)
스크롤 단위: 가로로는 화면(페이지) 단위, 세로 스크롤이 없음. 밑으로 떨어지면 다시 화면 위로 닿는 특이한 설정
게임 목표: 던전에 존재하는 트로피를 반드시 먹은 후, 각종 트랩을 피해서 던전을 빠져나갈 것. 최종 보스 같은 건 없음.

주인공의 무기: 총이 존재하는 레벨에서 총을 먹으면 총을 쏠 수 있으나, 한 총알이 날아가고 있는 동안에는 총을 또 쏠 수 없다.
주인공이 가능한 동작: 점프만 있으며, 자기 키의 3배 정도로 가능함. 제트팩을 쓰면, 공중에서 떨어지지 않고 원하는 곳으로 자유자재로 이동 가능.
주인공의 체력: 역시 체력이라는 게 없고 즉사만 있음. 불이나 물 등에 빠지면 죽고 적의 총알에 맞아도 죽는다. 하지만 몬스터와 부딪치면, 여느 게임과는 달리 나만 죽는 게 아니라 그놈도 같이 죽는 '자폭'이라는 시스템이 있다.
죽으면: 해당 레벨의 시작 위치에서 다시 시작하지만, 예전의 게임 상태는 그대로 유지됨. 기본 목숨 한계는 3.
점수: 보석을 먹거나 몬스터를 죽이면 올라간다. 점수가 2만 점의 배수가 될 때마다 목숨이 하나씩 생긴다.

시체: 펑~ 폭발한다.

총평: 10개의 레벨이 존재하는데 레벨이 올라갈수록 점진적으로 굉장히 어려워진다. 게임 엔진 자체는 너무나 단순하기 그지없고 던전 모습도 허접하다. (스프라이트도 검은색 배경에다가 무려 xor 연산으로 그리는지, 두 스프라이트가 겹치면 겹치는 부분의 색깔이 변한다!) 하지만 그 작은 규모 치고는 적당하게 어렵고 퍼즐을 풀어 나가는 재미는 있다. 몬스터 외에 딱히 움직이는 트랩은 없다는 게 특징.
총을 먹어야 몬스터를 죽일 수 있는데, 날아다니는 몬스터를 피해서 먼저 총을 먹으러 가야 하는 게 어려웠다.

※ 보글보글 (Bubble Bobble) -- 제목이 좀 교묘하게 의역됨

제작사: 일본 Taito
스크롤 단위: 한 레벨은 오로지 한 화면에서만 이뤄지고 게임 도중 스크롤이란 게 없다! 다음 레벨로 넘어가는 게 세로로 방 단위 스크롤임.
게임 목표: 각 레벨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을 모두 죽일 것. 최종 보스 있음.

주인공의 무기: 거품을 쏜다. 거품으로 적을 가둬서 터뜨리면 된다. 다만, 일부 레벨에서는 번갯불이나 불십자가 같은 더 강력한 무기 아이템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주인공이 가능한 동작: 점프만 있으며, 자기 키의 3배 정도로 가능함.
주인공의 체력: 즉사만 있음. 몬스터와 몸이 닿거나 몬스터의 발사체에 맞으면 무조건 죽는다.
죽으면: 해당 레벨의 시작 위치에서 다시 시작하며, 게임 상태는 그대로 유지됨. 기본 목숨 한계는 4인데, Credits라는 개념이 있어서 Credit를 사용하면 해당 레벨의 초기 상태에서부터 게임이 다시 시작된다.
점수: 몬스터가 죽으면서 남긴 각종 과일들을 먹었을 때, 그리고 심지어 거품을 터뜨려도 올라간다. 점수가 5만 점의 배수가 될 때마다 목숨이 하나씩 생긴다.

시체: 몬스터가 죽으면 화면을 날아다니다가 각종 과일이나 아이템으로 변하고, 주인공이 죽으면 데굴데굴 구르다가 사라진다.
비고:: 2인용이 가능하다.

총평: 뭔가 랜덤한 요소가 엄청 많은 게임. 캐릭터가 아기자기하고 예쁜 캐주얼 컨셉이긴 한데, 역시 어렵다. ㅠ.ㅠ 레벨마다 시간 제한이 있어서 게이머를 압박하며, 특히 몇몇 레벨은 깨는 방법을 모르면 얄짤없이 다 죽을 수밖에 없다. 레벨이 총 100개 있는 게임에서 한 40 이후부터는 가 본 기억이 없다.

※ 페르시아의 왕자 (Prince of Persia) -- 아주 무난한 제목

제작자: 조던 메크너(Jordan Mechner)
스크롤 단위: 가로와 세로 모두 화면 단위로만
게임 목표: 던전에 존재하는 트랩 퍼즐들을 통과하여, 던전을 살아서 빠져나갈 것. 그러기 위해서는 출구 문을 열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힘들다. 마지막 레벨에서는 최종 보스를 죽일 것.

주인공의 무기: 검이 있다. melee 공격만 가능한 셈.
주인공이 가능한 동작: 점프는 진짜 실제 사람이 가능한 높이로만-_- 가능하다. 엎드리기, 매달리기 등 다양한 동작이 있다.
주인공의 체력: 2층 높이에서 떨어지거나 칼싸움 중에 몬스터의 공격을 받았을 때처럼 hit point가 1개 단위로 감소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고층에서 추락, 가시에 찔림, 칼에 허리가 잘림 등 대부분의 트랩들에 걸리면 즉사한다. (추락사라는 개념이 있는 게임 자체도 흔치 않음)
죽으면: 해당 레벨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모든 게임 상태가 원상복귀된다. 목숨 제한은 없지만, 아주 독특하게도 시간 제한이 있다.
점수: 점수라는 개념이 전혀 없음.

시체: 죽은 시체는 사라지지 않고 바닥에 그냥 널부러져 있다. 시체가 이렇게 끝까지 남아있는 게임은 당시 드문 편이었다. 죽은 모습도 꽤 끔찍한 편.
비고:: 몬스터 역시 절벽에서 떨어지거나 가시에 찔리거나 허리가 잘리면 주인공과 똑같이 죽는다.

총평: 허리 자르는 칼(chopper)가 내게 상당한 트라우마를 선사했던 게임이다. 얘도 상당히 어려운 퍼즐 난이도 때문에 엔딩 보기를 포기한 사람이 많았으나, 본인은 이건 모든 레벨을 깨고 엔딩 보는 데 성공했다. 단, 내 혼자 연구해서 깬 건 아니고, 남이 하는 걸 보고서 막힌 부분을 뚫는 방법을 발견한 뒤부터이다.
조던 메크너는 드라마/영화 감독 출신답게, 게임도 뭔가 한 편의 드라마처럼 웅장한 스케일로 시작하게 만들었다.

※ 고인돌 (Prehistorik)

제작사: 프랑스의 Titus
스크롤 단위: 가로로는 화면 단위. 세로 스크롤은 아주 예외적으로 위층으로 올라가거나(레벨 5) 아래의 물로 빠질(레벨 1) 때 화면 단위로 일어나는 경우가 아니면 일반적으로 없음
게임 목표: 던전에 존재하는 각종 몬스터들을 잡아먹어서 Food를 채운 후, 출구로 빠져나갈 것. 던전 차원에서 그렇게 어려운 퍼즐은 없다. 그리고 던전이 끝나면 보스를 해치우는 레벨이 나옴.

주인공의 무기: 방망이나 돌도끼만 존재하며, 역시 melee 공격만 가능함.
주인공이 가능한 동작: 점프는 실제 사람이 가능한 높이로만 가능하지만 스프링 아이템을 먹으면 키의 2~3배 정도 높이로 점프가 가능해진다. 사다리가 있음. 다른 게임과는 달리, 사다리를 잡고 있는 도중에 뛰어내리거나 떨어지는 게 가능하지 않다.
주인공의 체력: 체력 시스템이 있고 3~5단계 수준은 아닌 다단계의 hit point가 있다. 물에 빠지거나 절벽으로 곤두박질치면 즉사이긴 하지만, 그렇게 ring out되는 것 말고 던전 내부에 주인공을 즉사시키는 트랩은.. 수면 위를 오르내리는 섬 말고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안전함을 느낌) 그런데, 게임 중에 hit point는 오로지 데미지를 입어서 감소만 할 뿐, 보충하는 방법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죽으면: 딱히 way point 같은 것도 없고 죽기 직전의 위치에서 다시 시작하는 굉장히 대인배스러운 체계. 당연히 게임은 지금 상태에서 그대로 계속됨. 목숨 제한이 있지만 목숨을 늘려 주는 아이템도 있고,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보너스로 목숨도 많이 주는 편이다.
점수: 음식을 먹으면 점수가 올라가고, 클리어를 빨리 해도 보너스가 많이 주어진다.

시체: 몬스터는 일단 죽지 않는다. 죽이는 게 아니라 기절시키고 나서 잡아먹는 개념이기 때문에, 끔찍한 시체 같은 게 없다. 주인공이 죽으면 해골이 되어 하늘나라로 빠이빠이~~

총평: 다른 게임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쉽게 엔딩을 볼 수 있었다. 목숨도 10여 마리가 넘게 남기고 말이다. 공룡이 살던 시대를 묘사한 배경 그래픽이 무척 아름다웠다. 특히 빙하(레벨 3)와 숲(레벨 5). 프로그램의 버그 때문에 계단 오르다가 물에 쑥 빠져 버리면 좀 짜증.
레벨 클리어 후 보너스 점수 정산을 하는 화면은 왜 그래픽이 아닌 텍스트 모드에서 뜨는지가 늘 궁금했다. ^^

※ 블루스 형제

제작사: 역시 Titus
스크롤 단위: 가로와 세로 모두 픽셀 단위로 자유자재
게임 목표: 각 레벨별로 얻어야 하는 특수한 악기 아이템을 먹은 후, 던전을 통과하여 출구로 빠져나가는 깃발을 먹을 것. 보스 같은 개념은 없음

주인공의 무기: 상자를 들어 집어던지는 게 가능하다. melee가 없고 range 공격만 있는 셈.
주인공이 가능한 동작: 엎드릴 수 있고, 점프 역시 키의 3배 정도 높이로 가능하다. 하지만 상자를 들고 있으면 점프 높이가 급감하며, 엎드릴 수도 없게 된다. 일단 들었던 상자는 다시 놓을 수 없고 몬스터를 향해 던져서 없애 버리는 것만 가능한 것도 아쉬운 점. 그리고 물에서 헤엄치는 게 있다. 산소 제한은 없으며, 물에서 무제한 체류 가능.
주인공의 체력: 3~5칸 정도 있다. 이 게임은 모든 트랩은 빠져나가는 게 가능하며, 즉사라는 게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죽으면: 레벨별로 way point가 존재하는데, 주인공이 죽기 전에 가장 최근에 거쳤던 way point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예전 게임 상태는 보존되어 있다. 목숨 제한이 존재하며, 목숨은 레코드 아이템을 100개 채우면 하나 늘어난다.
점수: 점수라는 게 없었지 싶다. 있더라도 수집한 레코드 개수가 훨씬 더 중요했던 걸로 기억.

시체: 몬스터는 죽으면 마치 <릭의 위험한 모험>에서처럼 점프를 하면서 튕겨나간다. 주인공은 죽으면 블루스를 춘다... 음??
비고:: 2인용이 가능하다.

총평: 고인돌보다는 확실히 어렵다. 하지만 본인의 연구와 플레이만으로 스스로 5개+1개 최종 레벨을 모두 격파하고 엔딩을 봤다. 아주 넓은 던전이 인상적이었다.

※ 폭스

제작사: 역시 Titus
스크롤 단위: 가로와 세로 모두 픽셀 단위로 자유자재. 사실, 블루스 형제에서 기술적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 목표: 던전에 존재하는 트랩 퍼즐들을 통과하여, 던전을 살아서 빠져나갈 것. 단, 보스를 죽여야 하는 레벨도 있다.

주인공의 무기: 블루스 형제와 마찬가지로 자체 무장은 존재하지 않고, 던전 내부에 있는 각종 도구를 던져서 적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도구 자체는 블루스 형제보다 훨씬 더 다양한 게 존재한다.
주인공이 가능한 동작: 역시 엎드릴 수 있고 점프는 키의 3배 정도 높이로 가능하다. 도구를 들고 있어도 점프 높이는 변함없으며, 들었던 도구를 다시 놓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런데, 이색적으로 점프할 때 점프 강도를 조절 가능하다.
주인공의 체력: 고인돌처럼 다단계로 존재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shield 모드가 없다! 블루스 형제나 고인돌은 주인공이 상처를 입으면, 어서 그 나쁜 환경으로부터 빠져나가라고 주인공에게 추가 데미지를 유보하는 shield 모드를 만들어 준다. 그러나 폭스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여러 몬스터가 있는 곳에서 부닥치다가 순식간에 hit point를 다 잃고 죽을 수도 있다. 이에 덧붙여, 주인공을 즉사시키는 트랩도 많이 존재한다.
죽으면: way point를 갱신해 주는 아이템이 있다. 주인공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그런 아이템을 먹어야 하며, 주인공이 죽으면 마지막으로 그 아이템을 먹은 곳에서 게임이 다시 시작된다. 직전 상태는 보존됨. Titus의 게임들은 다 직전 상태를 보존해 준다.
점수: 존재하지 않음

시체: 주인공이나 몬스터나 다 죽으면 수직 점프를 한 후 화면 아래로 떨어져 사라진다.
비고:: hit point를 회복해 주는 아이템이 있는데, 체력이 full로 꽉 차서 더 회복할 게 없는 상태에서 그걸 먹으면 보너스 점수가 올라간다. 그리고 이 보너스 점수가 일정 한도에 다다르면 목숨을 하나 더 추가해 준다. 폭스 이외의 게임에서는 본 적이 없는 재미있는 시스템이다.

총평: 10개가 넘는 레벨이 있는 걸로 아는데, 퍼즐이 블루스 형제보다도 굉장히 어렵다. 본인은 레벨 5 정도에서 이미 GG. 위에서 언급했듯이 shield 모드가 없어서 더욱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08/16 09:06 2010/08/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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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소개하는 두 게임은, 본인이 좋아한 장르가 아니고 즐겨 하지는 않았지만, 본인의 기억에 비교적 좋게 남아 있는 고전 게임이다.

1. LHX

헬리콥터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1992년 5월, 초등학교 4학년의 나이로 본인이 최초로 접한 개인용 컴퓨터가 286 AT급 기종이었다. 40MB짜리 하드디스크의 GAME 디렉터리 아래에 기본으로 깔려 있던 게임이 페르시아 왕자 1과 바둑(the many faces of go던가? 그 유명한 프로그램), 그리고 이놈이었다. 그러니 이 게임을 어찌 잊을 수 있으리요?

그 시절엔 단순한 화면 스크롤이나 스프라이트의 2차원적인 이동 말고 전체 화면급으로 프레임이 완전히 새로 바뀌는 애니메이션 자체를 보기가 쉽지 않던 시절이었다. 컴퓨터 성능이 뒷받침을 못 해 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동소수점 전용 프로세서조차 없던 그 열악한 기계에서 비록 허접하게나마(텍스처 같은 것도 없고 그저 solid color ^^) 3차원 공간이 구현되고 헬리콥터 조종석이 1인칭 시점으로 보이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인트로 화면에서 LHX 글자와 ■●▲ 도형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애니메이션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캐드 프로그램 같다. 본인이 먼 훗날에 3차원 그래픽 시연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 수 있게 됐을 때도 둠, 퀘이크와 더불어 이 장면이 떠오를 정도였다. 아 이제야 나도 저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이론적인 배경을 터득했구나!

꽤 현실감을 추구했던 만큼, 헬리콥터의 체력은 단순히 hit point 하나로만 표현되는 게 아니라, 속도계의 일부가 깨지거나 어느 부품이 날아가거나 무슨 기능이 박살나는 것처럼 무척 세세한 묘사가 지원되었다. PC 스피커로 나오는 소리 역시 백미. 본인은 도스 시절에 하드웨어 제어 프로그래밍 경험이 전혀 없이 32비트 윈도우 운영체제로 바로 넘어간 세대이기 때문에, 옛날에 그런 걸 갖고 놀았던 시절이 무척 신기하게 느껴진다.

LHX의 개발자는 Brent Iverson이다. 프로필을 보니 예술 쪽과 전산학 내공을 두루 갖춘 굉장히 탁월한 프로그래머인 것 같다. 과거에 유명한 2D 그래픽 프로그램이던 딜럭스 페인트의 도스용 포팅을 한 사람이기도 하다.
(상업용 게임들이 320*200 256컬러 VGA에서 돌아가던 시절에는 딜럭스 페인트가 오늘날의 포토샵 정도로 스프라이트 만들 때 필수 툴이었다. ^^;;)
듣기로는 군 복무 경력도 있는 듯? 그러니 저런 사실적인 군사 미션 게임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은 LHX 화면 녹화 동영상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rbgJGg5yd1A (인트로 화면)
http://www.youtube.com/watch?v=VC3OUrgf1Lg (게임 플레이)

2. 대항해시대 2

대항해시대 시리즈 중에서 가장 명작이었다고 평가 받는 작품. 본인에게는 국산 게임인 <그 날이 오면 3>만큼이나, 음악이 아름다워서 기억에 남는 게임이다.
오프닝부터... 툭툭툭툭 툭툭툭툭.. 빠암 빠암.. 빠암 빠암.. 빠 밤 빰... ^^;;
그리고 비록 3D와는 관계가 없고 16컬러이기까지 하지만, 그래픽 역시 16컬러치고는 색상이 미려하고 고해상도의 장점을 살려 깔끔한 편이다.

다음은 이 게임의 오프닝 동영상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EM143YYEdEg

일본물에 조예가 깊은 분이라면 이미 알겠지만, 이 게임의 음악들을 작곡한 사람은 칸노 요코라는 40대 중반의 여성 음악가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작곡을 했다는 음악 신동이라 한다. 캐릭터 선택 음악, 항해 중 음악 등등... 아주 낭만적이다.
이 사람은 유수의 게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몇몇 드라마 주제곡도 작곡했으며, 한국에도 팬이 많다.

이 게임은 한글화도 되어 나왔다. 요즘처럼 유니코드도 없고 문자 처리의 국제화와 관련된 그 어떤 표준도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localizing은 상당한 고역이었을 것이다.
특히 이름을 입력할 때 쓰이는 한글 입력 루틴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키보드를 이용한 두벌식 한글 입력 같은 건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으며, 한글 자모를 화살표로 일일이 선택한 후 조합해야 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날처럼 터치 스크린이나 포인팅 장비가 대중화하기 전부터도, 아주 제한된 key만으로 한글이든 로마자든 글자를 입력해야 하는 환경이 있었다. 게임, 특히 오락실 게임에서 말이다. 알파벳과 숫자 정도야 그냥 A부터 Z까지 위 아래 화살표로 고르고, 대소문자마저 무시하고서 이니셜만 입력하게 해도 되지만 한글은 그보다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한글은 그래도 그런 환경에서 입력을 구현이라도 할 수 있지, 일본어와 한자로 가면 정말 답이 안 나온다. 일본이 다른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오직 게임 산업이 발달한 것은 그나마 가장 locale-neutral한 분야여서 그렇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우리나라가 한글 처리에 특화된 아래아한글이라는 워드 프로세서가 강세이듯,
일본도 외국 기업이 흉내 내기 어려운 수준의 일본어 처리 능력을 자랑하는 이치타로(일태랑)라는 토종 워드 프로세서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래아한글만치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지는 못하고 결국 MS 워드에게 발리고 있는 듯? 하긴, 일본은 IME마저 패키지 소프트웨어로 팔리는 나라이니, 문자 사정이 한국과는 마치 지구와 금성의 차이만큼이나 극단적으로 다르다. 그래도 한국에도 <날개셋> 같은 3rd-party 입력기가 있다. ^^;;

.
.
.

갑자기 얘기가 문자 쪽으로 새었다. 다시 게임 얘기로 돌아오자면..
풍부한 리소스와 하드웨어 환경만이 명작 게임을 반드시 보장하지는 않는 것 같다.
개나 소나 3D를 써야 하는 오늘과는 달리, 옛날에는 오히려 제한된 자원의 특성을 이용해서 더욱 창의적인 방식의 게임이 많이 시도되었다. 레밍즈나 테트리스 같은 게임이 3D로 컨버전된 후 완전 ㅈ망이지 않았던가.
또한, 그야말로 불멸의 명작으로 평가 받는 스타크래프트도 3D가 전혀 아니며, 무려 윈도우 95에서 실행 가능하고 640*480 256컬러로 돌아가는.. 초 구닥다리이다.

본인은 온라인 게임류를 별로 안 좋아해서 품질 좋은 패키지 게임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게임 업계의 현실은 불법 복제 걱정이 없는 온라인밖에 답이 없는 모양이다.
마치 노트북도 4:3 화면을 선호하는데 온통 와이드 화면밖에 안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6/17 09:04 2010/06/1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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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도끼 도스용 버전을 처음 해 본 게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92년이었습니다.
그 후 무려 17년이 지나서 몇 달 전에.. 마메를 돌려서 오락실 아케이드 버전을 처음으로 해 봤습니다. -_-;;

둘을 충분히 해 보고서 내린 결론은
도스용과 오락실용의 차이는 아래아한글과 MS 워드의 차이와 비슷하다는 것. =_=;;;;
모든 동작 방식이 손에 익어 있고 예측 가능한 아래아한글과는 달리, MS 워드류는 영 적응이 안 되는 야생마 같습니다.

도스용은 눈에 띌 정도로 스프라이트 수가 엄청 감소(strip down)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메모리가 부족해서 그런 거겠죠. 그리고 원본에 존재하던 다중 스크롤도 삭제되었고, 움직이던 독수리 눈도 도스용에서는 응당 정지해 있습니다.

때리는 프레임이 남자와 여자는 2프레임, 그리고 가장 날렵한 캐릭터인 난쟁이 할아버지는 단 1프레임이죠. 뛰기 전에 잠깐 다리를 굽히는 동작도 오락실에는 있지만 PC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덕분에 PC판이 주인공의 조작 반응성이 더 날렵-_-해진 것은 있습니다. 오락실은 타이밍을 놓쳐서 적이 나의 때리기 공격을 피하고 반격을 하는 게 가능하지만 PC는 거의 그런 게 없지요. 물론 나뿐만 아니라 적도 더 날렵해졌지만.. -_-;; 때리면 거의 무조건 맞거나 아니면 아예 피하거나 이뿐입니다.

1단계에 나오는 꼬리로 공격하는 괴물은 PC판보다 다루기가 훨씬 더 어렵고 불을 쏘는 용도 발사 후의 cooldown이 굉장히 길어서 운용하기 어렵습니다. 그거 발사한 후 뒤의 적에게 반격을 당하기 쉽습니다.
PC판은 용에서 한번 떨어지고 나면 용은 거의 즉시 달아나 버리는 반면, 오락실판은 그래도 관용이 좀 있더군요.

몬스터의 AI도 원판이 훨씬 더 강력합니다. 작은 몬스터도 점프 공격을 하며, 해골은 훨씬 더 똑똑하고 무섭고 공격 데미지가 강합니다. PC판은 해골은 남자 몬스터와 체력도 일치하고, 점프 공격을 할 줄 아는 것 외에 딱히 차이가 없거든요. 사실, 몬스터별 체력이라든가 데미지 체계도 PC판은 딱 정해져 있는 반면 오락실판은 이미 수십 판을 해 봤는데도 파악이 잘 안 되겠더군요.

몬스터는 PC판처럼 무조건 주인공을 향해 접근만 하는 게 아니라 근처에 용이 있으면 용부터 탑니다. 그리고 PC판처럼 x축부터 일치시킨 후 y축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y축부터 일치시킨 후 달리기 박치기 시도를 굉장히 잘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용 같은 걸 뺏어 타기도 PC판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락실판이 PC판보다 어렵고 전략 전술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게 만드는 원인은.. 바로 근거리 공격 때문입니다.
PC판은 모든 몬스터들은 주인공이 너무 바싹 붙어 있으면 일단 뒤로 물러나서 일정 거리를 확보한 후 공격합니다. 게다가 다른 AI가 전반적으로 무척 멍청하기 때문에, PC판으로는 한 대도 안 맞고 엔딩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오락실판은 그렇지 않으며 얄짤없이 근거리에 있는 주인공은 곧바로 공격합니다. 매우 위험합니다. 게다가 큰 몬스터인 대머리 아저씨나 칼 든 기사는 주인공을 내던지기까지 하며, 원거리에서도 공격 성향이 더욱 짙습니다. 용 없이 기사 두 명을 피해 없이 상대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제가 보기엔) 큰 몬스터를 향해 날라차기를 해도 실패하고 반격 당할 확률이 훨씬 더 높고요.

다만, 오락실판에만 존재하는 필살기가 있더군요(마법 쓰는 것 말고). 뛰면서 위로 점프한 후, 칼을 아래로 내리찍기. 이게 데미지가 굉장히 커서 작은 몬스터는 한 방에 바로 골로 보내더군요.
PC판의 몬스터라면 100% 저게 성공일 텐데, 오락실판 몬스터는 그걸 피할 줄 압니다. PC판은 몬스터가 y축으로 왔다갔다 하는 걸 거의 볼 일이 없는 반면 오락실판은 y축으로 이동하여 필살 공격을 회피할 줄 압니다. 그래서 제일 밑으로 내려가서 회피를 못 하게 하고 때리면 성공률이 꽤 높습니다.

오락실판은 날라차기를 하다가 목표물을 맞으면 목표물이 힘을 받아 튕겨나가고 나는 추진력이 탁 떨어지기 때문에 타격감과 탄성을 느끼죠. 하지만 PC판은 목표물을 맞든 안 맞든 언제나 정해진 공식만큼 앞으로 나아갑니다. 기계적입니다. 오락실판은 도둑을 때려서 나온 물약병도 통통 튀지만, PC판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것 말고도, 오락실판은 PC판에서 게임의 쾌감을 떨어뜨리던 그런 요인들이 없습니다.
가령, 열심히 때리고 한 몬스터를 집어 던지는 모션을 취하느라 uncontrollable한 도중에는 다른 몬스터가 나를 공격하지 않습니다. 저 경우를 따로 배려를 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습니다. PC판은 나도 반격을 당해 튕겨 나가고 잡혀 있던 몬스터도 같이 튕겨 나가는 어색한 상황이 벌어지죠.

난쟁이 도둑을 때리면 PC판은 완전 랜덤한 다른 위치로 도망가 버려서 일일이 쫓아다니며 또 때려야 하지만 오락실판은 원래 있던 곳에서 그렇게 멀리 나가지 않으며, 또한 도둑을 때리기도 훨씬 더 쉽습니다. 어지간히 날라차기를 해도 맞고, 불을 쏘는 용으로도 굉장히 쉽게 맞힐 수 있습니다. 도둑이 약병을 다 내 준 뒤에도 이따금씩 가만히 죽어 버려서 게임 진행을 더 못 하고 끝내야 하는 버그도 오락실판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죠.

또한 '해골 다구리'. 가끔 여러 해골들이 있는 상태에서 막다른 곳에 몰리면, 해골들이 나를 일어나서 반격할 틈도 안 주고 계속 점프 공격을 해서 결국 죽게 만드는 경우가 PC판에는 있습니다. 오락실판은 그런 식의 공격 패턴을 지니고 있지는 않거든요.
여러모로 PC판보다 더 신경을 쓰고, 쓸데없는 것 갖고 사용자를 짜증 나지 않게 설계가 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단거리 공격까지 틈을 조금도 안 주는 거는 너무 어렵습니다.

오락실용은 세 마리 정도는 죽고 엔딩을 봤습니다. 점수는 230점대, strength는 85점까지는 가 봤네요.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0:14 2010/01/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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