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각종 교육 제도와 교육 시설

(1) 문과/인문계의 반의어는 무엇일까? 문맥에 따라 실업계, 이공계, 무과로 제법 다양하게 나뉘는 것 같다.

(2) 의대가 대학병원을 부설하듯이 사범대· 교육대가 자기네 임상실습(?) 명목으로 초· 중등학교를 만들면 그건 '부설 초· 중등학교'라고 불린다.
그런데 초등학교에서는 유치원을 '병설'할 수도 있다. 이건 유아교육 전공자가 설립한 여느 사립 유치원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린이집은 뭐고 영어 유치원은 뭔지.. 제도가 어찌 되는지 궁금하다.

(3) 교육대학교는 초등 교사를 양성하는 곳이지만, 교육대학원은 교직 이수를 통해 중등 교사 자격증을 주는 곳이다.

(4) 국방대학교나 국가정보대학원은 학위..;; 라기보다는 그 직종에 일단 들어간 직원들의 직무 재교육 성격이 강한 곳이다. 법조계에는 사법연수원이 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런 곳들은 일반인에게 점차 문호를 개방하거나, 아니면 별 필요가 없어져서 다른 수단으로 대체되는 추세이다.

2. 초등학교 시절 추억

내 기억이 맞다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라는 건 중학교에서부터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 대신 초등 시절에는 시학력고사와 도학력고사라는 게 있었다. 요즘도 있나?
중등부터는 다른 형태의 모의고사나 학력평가가 있겠지만, 어쨌든 시· 도학력고사라는 명칭은 더 등장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 차이점이 있었군.

초등 시절에는 산수/수학 시간에 곱셈· 나눗셈 연산자와 정수 나눗셈 나머지라는 걸 볼 수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교과서의 글자 크기가 작아지고 글이 빽빽해지고, 말이 반말로 바뀌는 게 개인적으로 위압감이 느껴졌다. ^^ 심지어 중학교 이후부터 교과서에 컬러가 없어지고 흑백으로 바뀌기까지 하니 그것도 싫었었다.

3. 대학 이상의 고등 교육

(1) 신학 석사 vs 목회학 석사,
전문의(임상) vs 의학 석박사(기초의학),
법학 전문석사 vs 법학 석사
처럼 일부 특수한 전문 분야는 학문 연구 위주로 받는 학위와, 해당 실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인정받아 받는 학위나 자격이 나뉘어 있는 것 같다. (전문학위 vs 학술학위) 마치 교사와 교육학자가 다른 것처럼 말이다.
대학 학부 이후에 대학원 석· 박사 가방끈의 세계도 계열이 생각보다 매우 다양하다. 꼭 논문을 쓰지 않아도 되는 코스도 있다.

(2) 명예박사는.. 실제 박사학위가 있는 사람이 절대 아니다.
그러나 명예교수는.. 실제 학위에 실제 교수까지 했던 사람이 은퇴하고 나서 얻는 자리이므로 지위가 완전히 다르다. 겸임교수나 외래교수 같은 게 '명예박사'의 교수 버전에 더 가까울 것이다.

4. 의대와 로스쿨, 통번역 대학원

몇 년 전에 어떤 초딩 꼬마애가 머리가 좋아서 대학교 미적분 문제를 술술 푼다거나, 여러 외국어를 구사한다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쓱쓱 한다거나, 어른들 이상으로 바다 낚시 입질의 천재이다거나.. 이런 게 아니라
의학 서적 암기가 취미인 게 어느 TV 프로에서 소개된 적이 있었다.

인체의 세부 부위들의 의학 명칭을 줄줄 외울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증상을 들으면 정확한 병명을 읊으면서 진단도 한다. 현직 의사들이 그거 보고 깜놀 하더라~~ 뭐 그런 내용이었다.

그 아이가 지금은 어찌 됐을지 모르겠다만, 그 의학 지식이 실제로 의대를 진학하는 데 도움이 될까..?? 아니다.
어떻게든 의대를 들어가서 본과 공부를 시작한 뒤부터는 그런 사전지식들이 약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의대 입시를 치르는 데는 의학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비슷한 맥락으로, 로스쿨도 당장 LEET를 응시하기 위해 법학이나 판례 지식이 필요하지는 않다.

의대나 로스쿨을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냥 이전 학교에서의 왕창 우수한 성적을 통해서 "이 학생이 머리가 좋아서 아무 공부든지 닥치는 대로 잘 흡입한다, 빽빽한 텍스트를 빨랑빨랑 잘 읽는다. 그러니 앞으로 그 빡센 의학· 법학 지식도 왕창 흡입할 역량이 된다"는 것만 입증해 보이면 된다.

학창 시절에 수학· 과학· 정보 등의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려면 정규 교육과정 밖의 대학교 전공 서적 선수학습이 필수이다. 가령, 수올의 핵심인 정수론 같은 건 교육과정의 심화판 정도가 아니라 정규 교육과정에 아예 포함돼 있질 않다.
그런 거 입상 실적이 자연· 이공계 대학의 진학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의대· 로스쿨의 입시가 지향하는 건 그런 쪽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학원 중에서 입시가 의· 법 계열과 정반대인 곳은 아마 통· 번역 대학원이지 싶다.
학부 간판이나 성적, 자기 소개, 창의적인 학업 계획서 그딴 거 전혀에 가깝게 보지 않고, 오로지 자체적으로 치르는 통· 번역 외국어 시험 성적순으로 커트를 하기 때문이다.
닥치고 오로지 화살이 과녁의 정중앙에 얼마나 가까이 많이 꽂혔는지만 측정해서 국대를 뽑는 양궁과 좀 비슷하달까? =_=;;

통번역 대학원은 입학을 위해 당장 그 어학 실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고, 입학 후엔 그걸 더 강화해야 된다. 출발어뿐만 아니라, 아니 그것보다도 도착어 내지 자기 모국어 어휘력도 왕창 뛰어나야 된다.
저기는 명색이 대학원인데 입시가 고등학교나 대학교 학부 입시와 비슷하다. 왜일까?

그만큼 모국어와 다른 언어를 새로 습득하는 건 정말 어렵고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국제기구 회의 같은 데서 활동하는 통번역 전문가를 양성하는 걸 백지 상태에서 대학원에서부터 시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의학 법학 공부와는 좀 다른 방식으로 빡세고 힘들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5. 제약

요즘 몇몇 엘리트 교육기관엔 일면 이해는 되지만 굉장히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워 보이는 제약이 걸려 있는 게 있다. 다음과 같은 딱 둘이다.

  • 과학고 다니는 애가 의대를 가려 하면 지원받은 학비를 토해내야 하고, 교사가 공식적으로 진학 지원을 끊는 등의 페널티/불이익이 부과됨.
  • 로스쿨은 졸업하고 나서 5년 안에 변호사 시험을 5번만 응시할 수 있음. 이 안에 합격 못 하면 그 사람은 앞으로 평생 영원히 그 시험에 다시 응시할 수 없으며 변호사 면허도 절대로 딸 수 없음. 이 기간은 군 복무를 제외하면 그 어떤 개인사 가정사(질병, 결혼, 출산..)로도 유예 불가능함.

예전에 수능이라는 시험을 첫 설계했던 대학 교수가 회고하기를, 자기는 이 시험이 대학교 전공 공부를 소화할 지능이 되는지를 진단하는 최소한의 자격 시험, 가벼운 IQ 테스트에 가깝게 되는 걸 의도했다고 한다. 지금처럼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몽땅 달달 암기해서 하루 원큐에 결판을 내는 미친 시험이 돼 버린 건 취지가 변질된 거라고 말하던데..

하지만 저건 저 사람이 현실을 잘못 파악한 감이 있었지 않나 싶다. 오늘날 수능이 기여하는 가장 큰 역할은 고등학교마다 인플레가 너무 심한 내신, 그리고 대학교마다 편차가 너무 크고 부정의 가능성도 있는 대학별 본고사 따위를 대체하여 객관적인 국가 공인 학력 지수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니 수능은 어쩔 수 없이 과거의 본고사/학력고사의 역할도 해야 하고 상위권 애들을 변별도 해야 한다. 옛날만큼은 아니어도 배배 꼰 함정 문제, 분야 통합 문제도 내야 한다.
뭐, 그래도 중학교나 고등학교 입시와 달리, 수능은 고득점을 위해서 대놓고 대학교 내용의 선수 학습까지 할 필요는 없다.

대학교 선수 학습은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하는 애들한테나 필요하다. 그런데 이게 영재 발굴 이상으로 사교육 조장 부작용이 커서 교육의 ‘평등’ 이념과 안 맞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수능 다음으로 변호사 시험도 마찬가지다. 이 시험을 첫 설계한 교수가 말하기를, 이건 합격률 90%대의 최소한의 자격 시험을 의도한 거랜다. 그래서 이런 시험조차 5년 안에 합격을 못 할 정도이면 진짜로 법학 적성이 안 맞는 사람이니까 더 인생 낭비하지 말고 딴 2군 진로를 찾으라는 취지에서 이런 제약을 넣은 거라고 한다.

실제로 제1회 변시의 합격률은 90%대에 달했다. 하지만 그 뒤로 재수생 삼수생이 누적돼서 지금처럼 합격률이 50%대까지 뚝 떨어지게 될 것을 저 사람은 예상을 정말 못 한 것일까..?
이거 마치 하사· 소위와의 형평성을 생각은 좀 하고서 병들 월급을 팍 올린 건가, 정말 이래도 괜찮나 의문이 드는 것과 완전히 같은 느낌이다.

지금은 로스쿨 나오고도 이렇게 변호사 기회가 완전히 박탈된 ‘오탈자’가 매스컴 타고 당당히 유튜브까지 하는 세상이 됐다. ㅡ,.ㅡ;;
절대평가도 아니고 경쟁률 2:1에 가까운 상대평가에서 아주 근소한 점수 차이로 걸러진 사람들인데.. 무슨 범죄자도 아닌데 오로지 이 시험에만 영구적으로 응시 자격을 박탈하는 조치가 있는 게 좀 부자연스러워 보이긴 한다.

이런 사람은 판사 검사 변호사 정도로 소송을 직접 다루지는 않으면서 자잘하게 복잡한 생활법들만 취급하는 법무사 세무사 행정사 등의 2군 진로를 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로스쿨에 들인 돈과 시간과 노력에 비해서는 가성비 안 맞는 보상일 것이다. 마치 육사 들어갔다가 퇴교한 병· 부사관과 비슷한 처지이다.

사법시험 시절처럼 8번, 9번, 10여 번 재응시를 해서 간신히 합격한 사람이 나오는 게 좋은지, 아니면 그런 사회적 낭비 인생 낭비를 원천차단하는 게 좋은지.. 나는 딱 잘라 가치 판단을 못 하겠다.
하지만 갈수록 이럴 거면 그냥 예전처럼 사법시험 체제를 유지할 것이지, 로스쿨이라는 제도가 예전 제도보다 특별히 더 낫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끝으로 의대..
저런 무식한 제약을 억지로 부과해야만 이공계 영재를 의대로 뺏기지 않을 수 있다면 이젠 뭐 과학고의 운영 자체가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세월이 흐르니 과학고니 외고니, 경찰대니 등 뭔가 특수 목적 학교들이 전반적으로 인기와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
민항사로 우수수 빠져나가는 공군 파일럿은 어떡할 것이며, 밋딧릿으로 빠지는 공대 졸업생은 어떻게 붙잡을 참인가?

의대 진학을 막을 게 아니라 의학과 연계된 연구를 하는 과학자를 양성하는 쪽으로 뭔가 변화를 해야 하지 않겠는지.. 이런 생각도 든다.

Posted by 사무엘

2024/02/12 08:35 2024/02/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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