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에 개발되었던 비트맵 그래픽 에디터인 Image72와 Splash!를 소개하겠다.
이들은 닥터할로(원래 이름은 드로잉 할로라고 하는..) 나 딜럭스 페인트 같은 프로그램에 비해 인지도가 이상할 정도로 듣보잡인 것 같다.
진작부터 추억을 회상하는 글을 올리고 싶었으나, 정보가 넘쳐나는 구글과 잡학 지식의 보고인 위키백과를 검색해 봐도 나오는 정보가 너무 없었다.

이름뿐만이 아니라 제작사까지 같이 넣어 줘야 그나마 외국 사이트 위주로 몇 개가 뜨는데, 그래도 자료가 드물다.
국내에서는 운영자가 뭘 하는 어떤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dreamphp라는 사이트에서 그야말로 엄청난 양의 국내외 고전 소프트웨어 소개와 스크린샷 리스트가 있고 거기에 Image72와 Splash!도 나란히 소개돼 있다. 가히 고전 소프웨어 박물관이라고 해도 될 듯. (단, 소개와 스크린샷만 있지 프로그램의 다운로드는 제공 안 함)

본인은 초· 중딩 시절엔 컴퓨터가 256컬러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희열을 느끼곤 했다.
게다가 그래픽 에디터는 여타 분야의 프로그램과는 뭔가 다른 독특한 UI와 포스가 존재해 왔으니 말이다.
그런 프로그램들을 어른이 된 뒤 다시 접하니 마치 이산가족을 상봉한 듯한 느낌이다.

1. Image72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여 년 전, 본인이 집에서 486 컴퓨터를 처음으로 접했을 때 그때 컴에 기본으로 깔려 있던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얘는 메뉴가 없이 그저 검정 배경에 단순한 UI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닥터할로를 닮았다. 그리기 기능은 Windows의 그림판 같은 그저 그런 수준.

표준(?) 버전은 640*480 16색 VGA에서 실행되었다. 단색 버전과 심지어 Image256이라는 256색 SVGA 버전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난 실물을 못 봤다.
또한, A4tech라는 제작사에 대해서도 현재는 알려진 게 없다. 다른 제품을 더 만든 게 있는지, 혹시 이 프로그램은 DOS 말고 다른 플랫폼 포팅도 됐는지 같은 것들. 단, 검색을 해 보니 미국이 아닌 타이완 국적의 기업이며 저 링크된 회사와 정체성이 동일한 회사가 맞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서 존재감이 완전히 묻혀져 가는 Image72에 대해서 더 많은 정보를 알고 계신 분의 제보를 기다린다.

2. 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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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320*200 저해상도에서 256색을 지원한 프로그램이다. 게임 말고 이런 그래픽 모드를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드물었다.
개발사는 Spinnaker software. 지금도 있는 회사이긴 하나, 그때로부터 워낙 긴 시간이 흘렀다 보니 Splash!의 개발사와 동일한 곳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맞는 것 같긴 하다만)

우리가 놀랄 만한 점은, 이 프로그램은 1988년 12월에 출시되었다는 점이다.
VGA 그래픽 카드가 출시된 게 1987년이다. 그 정도로 까마득한 옛날에 VGA의 256색을 모두 활용하는 거의 초창기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Splash!는 출시 당시엔 굉장한 화제를 모았다. 당대의 컴퓨터 잡지들도 앞다퉈 소개할 정도였다고 한다. 마치 19세기나 20세기 초반에 만들어진 소수의 컬러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다만, 화면 해상도는 그렇다 쳐도 편집할 수 있는 그림의 크기도 화면의 크기를 넘어갈 수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건 좀 아쉬운 점이다.

Splash!를 보니 다음으로, 팔레트 관련 추억을 좀 늘어놓고 글을 맺도록 하겠다.
컴퓨터의 그래픽 모드에서 256색은 2색/16색 같은 저색상도 아니고 하이/트루 같은 고색상도 아닌 딱 중간을 차지하는 독특한 모드이다. 1픽셀의 정보량이 딱 1바이트여서 프로그래밍이 쉬운 한편으로, 팔레트의 중요성이 가장 커진다. 어떤 색들을 선별해서 256개에다가 배당하느냐에 따라 해당 그래픽의 분위기가 싹 달라지곤 했다. 특히 게임들 말이다.

VGA 그래픽 카드가 모드 13h에서 기본 제공하는 256색 팔레트는 다음과 같았다. 기존 16색 이후로는 흑백 32단계와 고채도 원색 그러데이션이 잠시 나온 뒤, 형광/파스텔톤의 색이 3단계 명암으로 나열된다. 저 색깔띠 자체는 예쁘지만, 배색이 게임 같은 그래픽을 표시하는 데는 그리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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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VGA 팔레트로는 1990년대를 풍미한 명작 그래픽 편집기인 딜럭스 페인트가 제공한 팔레트가 있다. 나름 미술 전문가가 설계했다고 전해지는데 이 정도는 돼야 좀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상을 쓸 수 있는 것 같다. 이 팔레트는 그대로 각종 게임들에서 많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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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야 웹 표준이라고 하면 HTML5를 떠올리지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쯤만 해도 웹 그래픽에도 256색 디스플레이를 배려하여 web-safe한 표준 색상 규정이 있었다는 걸 기억하시는가?
RGB 각 축당 6단계 명암을 줘서 총 6^3 = 216개 색상이 나오니 그걸 순서대로 배당하고, 나머지 40개 색깔은 호환용이나 흑백 등 다른 용도로 비워 두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51*n(n은 0이상 5이하, 이상 6단계)을 해 주면 n이 최대값 5일 때 성분값이 딱 255 최대값이 된다.

색깔을 그런 식으로 배당하는 게, 마치 유니코드에서 나눗셈/나머지 연산만으로 한글 자모 정보를 추출하듯이 원하는 RGB대역의 색깔 인덱스를 계산만으로 얻는 데 유리할 것이다.
차라리 VGA의 기본 256색 팔레트도 그렇게 원시적인 방식으로 색을 배당할 법도 한데 나름 파스텔톤 색깔띠를 만든 게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날 그래픽과 디스플레이 기술이 불과 20여 년 전에 비해 얼마나 까마득하게 발전했는지를 실감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5/03/24 19:39 2015/03/24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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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yn 2015/03/25 13:26 # M/D Reply Permalink

    32bit 가 나온 이후론 별 발전이 없네요 ㅎㅎ

    필요를 못느끼는걸까

    1. 사무엘 2015/03/25 17:31 # M/D Permalink

      사람이 식별 가능한 수준보다 더 발전할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아마? ㅎㅎ

  2. 김재주 2015/03/25 21:13 # M/D Reply Permalink

    사람이 식별 불가능해서라기보다... 디스플레이가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색공간을 다 표현하질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 AMOLED가 색재현도가 매우 좋아져서 기존 LCD 디바이스들에서 제대로 표현을 못 하던 Adobe SRGB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그것조차도 인간의 색영역에 비하면 일부에요.



    색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은 색맹도 색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안경이 나오더군요. 허허 참. 붉은 색을 보는 원추세포와 녹색을 보는 원추세포의 주파수 인식곡선이 거의 비슷하게 생겼는데, 색맹은 붉은 색을 보는 세포의 유전자가 달라서 녹색 쪽으로 Shift되어 있기 때문에 뇌가 적색도 녹색도 아닌 혼합된 색으로 보게 되는데, 가장 많이 겹쳐지는 영역의 빛만 필터링해버리면 오히려 색 구분이 편해진다는 원리....인데 참 기술이란 놀랍습니다.

    http://enchroma.com/

    1. 사무엘 2015/03/25 21:42 # M/D Permalink

      제가 얘기하는 문맥은 이런 부류예요.
      "포유류 중에서 색깔 구별 능력을 가진 것은 오직 우리 인간과 원숭이뿐이며, 사람은 같은 계통의 색깔에 대해서 250가지 정도를 구별하며, 혼합된 색은 대략 107,000가지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 숫자는 인터넷 어디를 검색해 봐도 큰 차이가 없으며, 어느 source를 보더라도 2의 24승을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그나저나 적록 색맹 보정은.. 대단하군요!

  3. 김재주 2015/03/25 21:58 # M/D Reply Permalink

    네 물론 32비트 정도면 사람이 구별할 수 있는 모든 색을 표현하는 데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데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근데 디스플레이가 표현가능한 색은 그만큼도 안 된다는 얘깁니다. 기술적으로 그 이상의 색재현이 가능하다면 인간이 알 수 있건 없건 일단 만들고 거하게 광고 때릴테니까요(...)


    저 안경은 원래 수술하는 의사들이 피와 조직을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용도로 만든 건데, 만든이의 색맹 친구가 껴 보고 기겁을 해서 효과를 알게 됐다는 뒷이야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인이 쓰면 평소보다 훨씬 다채로운 색채를 보게 된다고 하는군요.

  4. Lyn 2015/03/26 00:19 # M/D Reply Permalink

    일단 카메라는 30bit 이미지로 결과물이 나오는 애들도 있던데...

    그걸 볼 디스플레이가 없어서 문제지

  5. ujinyang 2015/05/05 20:12 # M/D Reply Permalink

    Image72 는 A4Tech 이라는 대만회사로 마우스 살때 같이 번들로 끼워주던 프로그램이었던 걸로 압니다. 당시에는 마우스라는 제품이 매우 고가였고, 마우스 제품을 만들던 회사들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픽프로그램과 마우스는 선망의 대상이었죠. 마우스 없이 Dr.Halo를 키보드만으로 도트 노가다 그림을 그리던 후배을 보고 깜짝놀라던 시절이군요.

    1. 사무엘 2015/05/05 20:37 # M/D Permalink

      질소를 사면 감자칩을 드립.... 도 아니고 "마우스를 구입하면 마우스를 활용하는 프로그램을 하나 끼워 드립니다."였군요. ^^ 감사합니다.
      1992년에 286 AT에서 처음으로 연결해서 썼던 마우스가 그 시절 가격으로 2만 원이었고요.
      그러고 보니 삼보 스캐너와 함께 수채화라는 그래픽 프로그램이 번들로 제공되기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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