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거의 찾을 수 없는 관행인데, 옛날에 메뉴가 달린 Windows용 프로그램 중에는 파일, 편집 같은 다른 메뉴는 왼쪽에 있는 반면 '도움말' 같은 마지막 메뉴 하나만은 맨 오른쪽에 따로 떨어져서 배치된 것들이 종종 있었다. 그게 유행이었다. 특히 16비트 Windows 3.x 시절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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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학 연구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사운드 편집기 프로그램인 프라트(Praat)는 최신 버전까지도 그런 형태라는 게 흥미로웠다. 단어 배치로 치면 단순히 space가 아니라 왼쪽 정렬 탭과 오른쪽 정렬 탭으로 구분된 셈이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얘는 도움말 메뉴뿐만이 아니라 프로그램 외형이 전반적으로 좀 범상치 않아서 혹시 qt나 자바 같은 범용 프레임워크로 GUI를 만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Spy++로 들여다보니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컴파일러는 Visual C++이 아니라 gcc 계열을 써서 빌드 됐더라. 그리고 얘 자체가 크로스 플랫폼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도움말까지 자체 구현인 걸 보면, 독자 개발한 자체 GUI 라이브러리 자체는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정도 엄청난 프로그램이 무료 공개라는 게 참 대단하다!)

그나저나, 오른쪽에 따로 떨어진 메뉴 아이템은 어떻게 구현된 걸까?
본인은 아무 근거 없이 정말 막연하게.. 왼쪽의 맨 마지막 아이템과 오른쪽으로 밀려난 첫 아이템 사이에 "아마 separator 아이템이 있는 게 아닐까?"라고 오랫동안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걸 넣어 보니, 아이템과 아이템 사이에 공간만 더 생길 뿐 정렬 방식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걸 구현한 방식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다. 바로 체크/disabled 등을 나타내는 그 상태 플래그에 MFT_RIGHTJUSTIFY라는 정보도 같이 들어있다. 즉, 플래그에는 자신의 상태도 들어있고 속성도 같이 들어있는 것이다. 그건 뭐 윈도우 스타일도 마찬가지이지만.

여러 메뉴 아이템에 그 스타일이 있으면, 스타일이 등장하는 첫 아이템부터 나머지 메뉴 아이템들은 죄다 오른쪽에 정렬되어 나온다. 가로로 배치된 메뉴 말고 세로로 배치된 메뉴 내지 우클릭 팝업 메뉴 같은 데서는 이 플래그는 아무 기능도 하지 않는 잉여이다. 그걸로 끝이다.
마치 콤보 박스의 extended UI 스타일만큼이나 자주 보기 쉽지 않은 UI이다 보니, 더 특별한 방법이 있는가 싶었는데 다소 실망스럽기까지 했다.

예전에 메뉴에 대해서 한번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오른쪽 정렬 메뉴 아이템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메뉴와 관련해서 non-client 영역 얘기나 좀 더 하고 글을 맺겠다.
메뉴가 표시되는 영역다 응용 프로그램이 자체적으로 뭔가 출력을 하는 예로 옛날에 Freecell 게임이 있었다. 남은 카드의 수가 메뉴의 오른쪽 끝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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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셀은 유사품인 카드놀이(solitaire)와는 달리, 처음부터 32비트 코드 기반으로 개발되어 옛날에 Win32s와 함께 제공되기도 했던 역사적인 유물이다.

그런데 Windows XP로 오면서 살짝 옥에티가 생겼다.
XP의 기본 luna 테마에서는 가로로 배치된 메뉴 표시줄은 회색이다. 하지만 펼쳐진 메뉴 창은 흰색이다. 고전 테마 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역사상 처음으로 메뉴 표시줄의 배경색과 메뉴 창의 배경색이 서로 달라진 것이다.
허나 프리셀은 "남은 카드 수"를 메뉴 창의 배경색으로 출력하는지 옅은 회색 배경에 흰색 배경으로 글자가 찍혀서 뭔가 이질감이 생겨 있다.

그래서 Vista인가 7부터 프리셀은 화면 하단에 상태 표시줄이 별도로 추가되었고, 남은 카드 수는 거기에다 출력하게 동작이 바뀌었다.

그림을 그리라고 운영체제가 보장을 해 준 클라이언트 영역 말고, 창의 프레임이나 제목 표시줄, 메뉴 표시줄 등은 논클라이언트(non-client) 영역으로 분류된다.
여기는 일단은 운영체제가 알아서 모든 처리를 해 준다. 그릴 일이 있을 때 WM_NCPAINT라는 메시지를 날려 주기는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응용 프로그램이 그걸 건드리지는 않는 게 좋다.

전에도 한번 말했듯이 MS Office는 95 시절에 캡션 바(제목 표시줄)를 독자적으로 그러데이션을 입혀서 그리곤 했다. 이건 1회 유행으로 끝났고 그러데이션은 나중에 Windows 98에서 완전히 전체적으로 적용되었다.
더 옛날 16비트 시절에 시스템 차원의 훅킹이 더 쉽던 시절엔 모든 창의 캡션에 응용 프로그램이 자신의 기능을 수행하는 버튼 같은 것도 막 집어넣기도 했던 것 같다.

허나, 그 동작을 어설프게 가로채면, Windows가 버전업 되어서 논클라이언트 영역의 비주얼이 또 바뀌었는데 응용 프로그램은 동기화가 안 되어서 외형이 이상해지고 프로그램이 오동작 할 수가 있게 된다.
일례로, 과거에 아래아한글 97은 논클라이언트까지 완전히 독자적으로 GUI를 그리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Windows XP 테마에서는 윈도우의 논클라이언트 가장자리에 둥그런 모서리 region이 적용되었다.
하지만 아래아한글 97은 기본 region은 딱히 건드리지 않고 그림만 직사각형 region을 기준으로 곧이곧대로 그렸기 때문에 가장자리가 짤려서 대화상자에 약간 glitch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Windows는 맥 OS처럼 GUI가 선택의 여지가 없이 독재 획일화인 운영체제는 아닌지라 당장 MS 자신들부터가 Office나 Visual Studio 같은 중요한 밥줄 프로그램들은 운영체제의 표준 GUI 따위는 전혀 안 쓴다.
특히 리본 UI는 논클라이언트를 완전히 제멋대로 재정의해서 쓴다. 논클라이언트 영역에 적용되는 Aero 투명 효과까지 세밀하게 제어하면서 말이다. 지금은 Aero가 폐기돼서 별 의미는 없어졌지만 말이다.

MS 같은 GUI 잉여짓을 할 여력이 없는 프로그래머라면 WM_NCPAINT를 다룰 일은 별로 없겠지만, custom 컨트롤을 만드는 경우라면 불가피하게 이 메시지를 직접 처리해야 하게 된다.
공용 컨트롤 6 매니페스트가 적용되었더라도 윈도우의 테두리는 그냥 가만히 놔 두면 새끈한 테마 형태가 아니라 옛날의 밋밋한 기본 스타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OpenThemeData와 DrawThemeBackgroundEx 같은 함수로 수동으로 그려야 한다.

이런 부류의 글은 결론이 언제나 동일하다. Windows 프로그래밍은 재미있더라.

Posted by 사무엘

2015/05/16 08:25 2015/05/1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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