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프란시스' 부자

1.
"프란시스" 쉐퍼(섀퍼) (1912-1984)는 유명한 복음주의 기독교 신학자, 철학자, 장로교 목사이며 국내에서도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같은 영성 쪽의 여러 유익한 신앙 서적들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저 책의 제목인 How should we then live는 성경에서 겔 33:10의 표현을 딴 것이다.
출판 시기는 1976년이다. 정치적으로는 냉전, 공산당 혁명과 월남전, 그리고 과학 기술 분야로는 초음속기와 우주선, 대중 문화로는 비틀즈와 락 음악 같은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에 말 그대로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사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면서 그 해답을 성경적 세계관에서 찾았다.

물론 현대만 다루는 게 아니다. 부제가 The Rise and Decline of Western Thought and Culture이니만큼, 로마 제국, 중세, 종교 개혁, 산업 혁명 등을 모두 다루면서 서양사를 전반적으로 고찰했다.
그렇게 살펴봤는데 역시 사회의 문제는 절대적인 진리를 거부하고 절대적인 선과 악이 없다고 주장하는 상대주의에서 유래되곤 했다. 그 결과 무정부주의가 나오고, 이로부터 야기된 혼돈을 바로잡으려고 또 다른 극단인 피의 독재자가 등장하여 학정을 하곤 했다.

영국의 명예 혁명과 미국의 독립 혁명에 비해, 프랑스의 혁명과 러시아의 혁명은 좋지 못한 결말로 끝났다. 공산당식 혁명은 언제나 끔찍한 피의 비극과 독재 학정으로 마무리 되곤 했다.
하지만 반공 우파스러운 주장만 있는 게 아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그나마 성경적인 가치관이 심어져 있던 영국도 산업 혁명 이후에 부의 제대로 된 분배에 교회가 제 역할을 못 해서 공산주의가 등장할 빌미를 줬다. 미국은 크리스천들이 흑인 노예의 인권에 소홀하여 오점을 남겼다고도 글쓴이는 지적한다.
또한, 저런 정치 해석뿐만이 아니라 미술사· 음악사 얘기도 나온다.

방대한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쉐퍼의 책은 그 이듬해에 10부작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출시되었다.
바로 그의 아들인 프랭크(혹은 Y가 붙어서 프랭키) 쉐퍼 (1952-)가 영화 감독, 시나리오 작가, 연설가였으며, 20대 중반의 나이로 자기 아버지가 자기 저서에 대한 나레이션을 하는 영화를 만든 것이다. 나름 굉장히 잘 만들었다. 제5편 혁명의 시대 때는 시도 때도 없이 단두대가 내려오는 장면이 나온다. ㅎㅎ

이 영화는 현재 유튜브에서 바로 검색해서 볼 수 있다. 다만, 한국어 자막이 없기 때문에 유튜브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다.

2.
"프란시스" 메크너(1932-)는 심리학자이다. 위키백과를 보면 1960년대부터 이미 학계에서 날고 기었던 것으로 소개된다.
그런데 그의 아들이 바로 조던 메크너 (1964-)로.. 비디오 게임 개발자, 시나리오 작가, 영화 감독이다. 프란시스 쉐퍼의 아들과 비교했을 때 영화학도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물론 메크너 쪽은 종교 쪽으로는 안 가고 게임업계로 갔다. 그리고 조던 메크너는 그 이름도 유명한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을 20대 중반의 나이 때 만들어 냈다.

그 게임 특유의 던전 구조와 메카닉, 왕자의 움직임 같은 것이야 그 옛날에 조던의 머리에서 나온 천재적인 발상이다. 그리고 코딩 역시 그 사람이 애플 II 어셈블리 언어를 독학하여 직접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페르시아의 왕자>는 가족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모션을 촬영할 때 연기는 남동생을 시켜서 이리저리 굴리며 했고, 무엇보다도 게임의 음악은 심리학자인 저 아버지가 전부 작곡해 줬기 때문이다. 빰 빠빠빰 빰빰 하는 그 음악을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게임을 그저 죄악시 금기시하는 우리나라 풍토와 비교했을 때, 그것도 1980년대에 조던 메크너의 집안이 시대를 얼마나 앞선 천재 집안이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게임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런 게임을 만들어 냈다. 그것도 본인과 본인의 아버지, 동생이 힘을 합쳐서 말이다.

쉐퍼든 메크너든, 위키백과에 대대로 이름이 등재돼 있는 '프란시스' 부자들엔 이렇듯 굉장히 의미심장한 패턴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5/06/18 19:25 2015/06/18 19:25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106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1106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231 : 1232 : 1233 : 1234 : 1235 : 1236 : 1237 : 1238 : 1239 : ... 2204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2992235
Today:
1246
Yesterday:
2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