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셋 개발 10주년

올해 여름이면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개발된 지 무려 10주년이 됩니다. (2000년 8월)

이 프로그램의 초기 버전(1.x)은 단순히 자체 한글 입출력 체계로 조합형 한글과 세벌식 최종 자판+모아치기를 구현해 보겠다는 아주 소박한 의지로 출발했습니다. 동기는 간단했습니다. 지금 윈도우 운영체제에서 이게 가능하지 않으니까 한번 만들어 보자는 것이었죠.

입력기의 기술 데모 정도밖에 되지 않는 정말 초라한 에디터 프로그램이었지만 2.x에서는 드디어-_- 탭과 자동 줄바꿈이 지원되면서 그럭저럭 쓸 만한 에디터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문자 집합의 크기가 16비트로 확장되고 간단한 옛한글 표현도 가능해졌고, 매우 불완전하긴 하지만 플러그 인이라는 개념도 이 때 처음 도입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3.x 시절부터입니다. 프로그램 내부 구조가 처음부터 다시 설계됐고, 글쇠와 오토마타에서 수식이 도입되어 프로그램의 활용도가 크게 올라갔습니다. 일부 미흡한 점이 있긴 하지만 유니코드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표현 가능한 옛한글의 범위도 월등하게 넓어졌죠.
특히 3.x에서 드디어 외부 모듈이 도입됐습니다. 한글 입력 기능을 단순히 에디터뿐만이 아니라 진짜 운영체제 표준 입력기로 쓰는 날이 도래한 것입니다.

4.x에서는 3.x에서 닦아 놓은 기반을 토대로 하여 수많은 기능들이 마음껏 추가되고 버그가 고쳐졌으며, 말기에는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여 드디어 64비트 버전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현재 버전의 형태와 일치하는 완전체가 되어 갔습니다.

그리고 5.x는 다시 한번 유니코드 5.2를 기준으로 프로그램의 한글 표현 범위가 확장되었으며, 유니코드 지원을 좀 불완전하게 하던 것을 완전히 보강했습니다.
요즘은 터치스크린 입력 방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고 어지간한 IME라면 키보드 외의 여러 방식으로 문자를 입력하는 도구도 갖추고 있는 만큼, 최근에는 이쪽 분야의 기술을 적극 수용하는 연구를 해 왔습니다. 예전에 편집기가 제공하던 ‘화면 키보드’를 이런 입력 패드의 일종으로 바꾸고 문자표라든가 부수 한자 입력기 같은 것을 추가했으며, 편집기도 아니고 외부 모듈도 아니면서 입력 패드만 띄워 주는 별도의 유틸리티도 추가했습니다.

앞으로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다양한 한글 입력 방식을 구현하는 가능성을 계속해서 넓혀 나갈 것입니다.
기본 입력 단위인 날개셋문자를 확장하고, <날개셋> 기본 입력기에도 뭔가 확장할 게 있습니다. <날개셋> 고급 입력기에도 고급 입력기라는 취지에 맞게 추가할 기능이 있습니다.
94개의 기본 글쇠뿐만 아니라 임의의 글쇠도 인식할 수 있는 스키마를 추가하고, 아이폰이나 휴대전화 입력 방식을 PC 상으로 흉내 내는 입력 패드도 추가할 것입니다.

이렇게 지금 생각하고 있는 큼직한 기능을 모두 잘 추가한다면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곧바로 6.0으로 올라가는 데 지장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이 벌써 5.x가 꺾이기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번에 6.0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고 5.7이나 5.8 정도는 한 번 거치게 될 것입니다. 특히 7은 지금까지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버전 번호에서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숫자인데, 윈도우 7 유행을 따라-_- 도입될 가능성이 큽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 5.5x는 이미 구현된 기능들의 한도 내에서는 정말 윈도우용 “싸제”(=MS와 무관하게 개발된) 한글 IME로서는 그야말로 최정상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고 여겨집니다. 구닥다리 윈도우 95/NT4부터 시작해 64비트 7까지, 운영체제 문자 프로토콜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5.0까지는 거의 2년에 버전이 1.0씩 올라가는 게 가능했는데 이제는 어렵네요. 버전업 속도는 점차 더뎌지고 있습니다.

한글 입력기로서 생각할 수 있는 기능이 다 들어가 버려서 이제 더 작업할 게 없으면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이제 보안 패치나 미래의 OS에서 제대로 동작하는 버그가 있을 때 패치나 이따금씩 이뤄질 것입니다. 그리고 슬슬 타 운영체제 포팅이라든가, 심지어 SDK 내지 소스 공개를 생각할 수도 있죠.
그 날이 6.x나 7.x 시절이나 언제쯤 오게 될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아무쪼록 곧 다가올 <날개셋> 한글 입력기 개발 10주년을 자축하며, 지금까지 제 프로그램을 성원해 주신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0/01/11 11:01 2010/01/11 11:01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11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111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2042 : 2043 : 2044 : 2045 : 2046 : 2047 : 2048 : 2049 : 2050 : ... 2139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2664677
Today:
1852
Yesterday:
1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