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답사기: 불곡산 (성남)

경기도 성남과 광주는 산들로 가로막혀 있어서 전통적으로 생활권이 서로 단절돼 있다. 성남 분당에서 어디서든 동쪽으로 끝까지 진행해 보면 결국 인적이 뜸해지고 산이 나오는데, 그 산을 넘으면 행정구역이 바뀐다. 본인은 바로 거기 일대를 탐험하고 싶어진 관계로, 하루 날 잡아서 분당의 동남쪽에 있는 불곡산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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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곡산 등산 진입로는 분당동 주민센터, 정자동 이마트, 분당 서울대 병원 근처 등 여러 곳이 있다. 본인은 그 중 이마트를 선택해서 정상을 향해 북쪽으로 산을 올랐다. 위의 사진은 등산 진입로 근처의 풍경이다. 지난번에 검단산을 오를 때처럼 날씨는 흐린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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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곡산은 전반적으로 등산로가 넓고 잘 닦여 있었다. 가끔 벤치와 운동 기구가 놓인 공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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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줄을 잡고 암반을 타고 오르는 험한(?) 구간이 딱~ 한 군데 있었다. 하지만 다른 곳으로 우회도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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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번 암반을 오르자 산등성이에 진입하고 이정표가 나타났다. 정상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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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는 역시 운동 기구와 함께 책꽂이가 비치된 정자가 있었다. 단, 이 산은 내가 지나간 곳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전망대 같은 건 전혀 없어서 역시 산 아래 경치는 감상할 수 없었다.
전망대가 없고 정상 표지석도 꽤 찾기 힘든 곳에 짱박혀 있어서 난 처음엔 여기가 정상이 아닌 줄 알았다.
어쨌든 산에서 제일 높은 곳에 땅밟기를 성공했으니 1차 목표는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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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는 곧장 광주 방면으로 하산할 수도 있고, 산등성이를 따라 분당동이나 태재고개 등 북쪽으로 산행을 계속할 수도 있었다.
북쪽에 정상보다는 낮지만 '형제봉'이라는 다른 봉우리가 있다고 해서 본인은 그쪽으로 향했다. 등산로는 역시나 전반적으로 폭도 크고 돌 밟을 일이 없을 정도로 아주 잘 닦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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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봉은 불곡산 정상에서 1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여기도 간단한 정자와 운동 시설이 있었지만 역시나 전망대 같은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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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봉까지 들른 뒤, 본인은 분당동이 아니라 반대편 광주 방면으로 하산하기 위해서 태재고개 쪽으로 계속 산을 탔다. 성남을 넘어 광주로 진입할 때쯤 되자 언제부턴가 등산로가 좁아지고 산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태재고개를 몇백 m 앞두고 수풀 속에서 위와 같은 이정표가 나타났다. 여기서 지체없이 광주 뒷골 방면을 선택했다. 태재고개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광주의 산기슭 마을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궁금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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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 드디어 이런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기자기한 빌라들이 늘어서 있는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 마을 어딘가에 착륙했다. 가장 가까운 길 모퉁이에는 '상태길68번길'이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큰길을 향해 몇백 m 정도 걸어가니 마을 입구가 있고, 근처에 버스 정류장도 보였다. 버스를 타니 말로만 듣던 지방도 57호선에 차들이 바글바글 몰려 있었다.

이곳을 떠날 때는 시내버스 17번을 탔다. 덕분에 지금까지 말로만 듣던 성 요한 성당, 율동 공원, 분당동 주민센터를 비롯해 성남대로와 분당선 일대만 돌아다닐 때는 접할 수 없던 분당 시가지 내륙 쪽의 모습을 차창 밖으로나마 잘 구경할 수 있었다. 버스가 워낙 꼬불꼬불 돌아서 다니니 투어용으로는 좋았다. =_=;;

사실, 북쪽의 분당동 주민센터 쪽에서 입산해서 형제봉부터 들른 뒤 불곡산 정상까지 남쪽으로 내려가는 경로도 생각할 수 있었다. 동선의 관점에서는 그게 더 낫다. 하지만, 불곡산 정상에서 광주 방면으로 곧바로 하산하는 경우 귀가하는 연계 교통편이 문제가 됐다.
상태마을보다 더 외진 농촌 마을에 도달하게 되며, 이마저도 탐험이 목적이라면 오히려 더 나은 선택이다. 허나 여기는 대중교통이 아예 없는지라 버스를 타려면 어차피 상태마을까지 북쪽으로 몇백m~수 km를 걸어가야 한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하산하자마자 곧장 버스를 탈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하게 북남이 아니라 남북으로 코스를 짰다. 기왕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려면 산길로 이동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이다.
단순히 헬스장의 러닝머신 위를 뛰거나 동네 주변을 조깅하는 것에 비해 등산은 여행과 탐험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집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외진 곳으로 나간다는 특성상, 중간에 취소를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가기 전에 시간과 체력 분배, 교통편 같은 계획을 잘 짜야 된다. 이것도 많이 해 보면 계획 짜는 것 자체에 재미가 붙는다.

Posted by 사무엘

2016/06/21 08:31 2016/06/2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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