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부의 광진· 중랑구와 구리시 사이에는 '아차산'이라는 산이 있다. 여기는 북한산이나 청계산 계열이 아니면서 제법 규모가 있는 산이며, 적당한 암반과 숲에다 한강을 포함해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는 경치도 훌륭해서 등산 경험이 아주 좋았다. 산 중에는 한번 등산을 시작하면 온통 나무들에 파묻혀서 정상이나 몇몇 전망대를 빼면 아래 경치를 거의 볼 수 없는 것들도 많은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또한, 서울의 산 하면 흔히 조선 시대스러운 한양 도성만 떠올리기 쉬우나, 이 산 일대엔 고구려 시대의 유적들이 이례적으로 발견되는 것도 이 산만의 고유한 개성이다.

아차산은 5호선 아차산-광나루 역 일대에서 접근하여 남쪽으로부터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서쪽에는 살짝 더 높은 봉우리가 있어서 이건 용마산이라고 따로 불린다. 이 산은 7호선 중곡-용마산 역에서 접근 가능하다. 두 산 모두 지하철역의 이름으로 당당히 쓰이고 있다.
두 산의 정상은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꼭대기 능선은 북쪽으로 무려 국도 6호선 도로 근처까지 꽤 길게 이어지는데, 여기에 있는 해발 280m 남짓한 봉우리를 '망우산'이라고도 부른다. 망우산 일대는 온통 망우리 공동묘지로 조성되어 있다.

본인은 옛날에 회사 사람들과 함께 아차산과 용마산을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대원 외국어 고등학교 일대에서 하산해 버렸지 북쪽을 더 탐험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차산은 제끼고 처음부터 용마산을 오른 뒤, 더 북쪽 망우산 구간을 탐험하겠다는 생각으로 중곡 역 일대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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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에는 이미 가파른 비탈길이 시작되고 있었다. 용마산로30길 주변엔 빌라들이 가득했다.
등산로 옆에는 웬일로 주차장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나 차를 가져올 수 있는 건 당연히 아니고 거주자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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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숲길은 어느 산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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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를 내려다본 모습은 이러했다. 등산 당시는 이른 아침이고 아주 흐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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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비탈길을 오르고 또 올라서 정상에 도착했다. 중간에 밧줄을 붙잡고 암반을 올라야 하는 곳이 있었으며, 정상에 도달하기 전에 정자와 전망대가 나오기도 했다.
지금 여기서는 사진 첨부를 생략하지만 정상 주변에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단, 끝부분이 많이 해져서 교체할 때가 된 상태였다.
안 그래도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했는데 저 정상 인증샷을 찍자마자 정확히 그 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본인은 비를 피하러 허겁지겁 내려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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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에 있을 때는 빗방울 소리가 무척 크게 들렸지만, 정작 밖에 나가 보니 이 정도 비는 그럭저럭 맞을 만했다. 그래서 원래 가려고 하던 곳을 다 가기로 결심하고 북쪽의 망우리 공동묘지 방면으로 이동을 계속했다. 중간에 하산해서 용마 폭포 공원, 사가정 공원 같은 곳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그쪽으로 가지 않았다.
중간에 헬리포트를 두 곳 지났다. 그나저나 이 산엔 헬리포트 말고도 고구려 시절의 흔적이라고 무슨 '보루'라는 군사 시설이 놓여 있었다. 현대에 북한군의 침략에 대비해서 만들어진 군사 시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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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너머로 아차산 정상이 보인다. 아차산의 정상에는 저렇게 풀밭 평지가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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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산을 처음 오를 때와는 달리 여기서부터는 서쪽 서울 방면이 아니라 동쪽 한강과 구리 방면의 경치가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비 내리고 안개가 자욱한 날 혼자 산에 있으면 시원하고 운치 있고 좋긴 하지만, 그래도 산 아래의 경치 사진을 포기해야 하는 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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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서울 둘레길이 나와서 약간 넓은 시멘트길이 시작됐다. 이 길만 따라 쭈욱 가면 망우리 공원으로 가게 되는데, 본인은 망우산의 봉우리를 오르고 싶고 최대한 동쪽으로 가서 하산하고 싶었던지라, 중간에 갈림길이 나왔을 때 길을 오른쪽으로 갈아탔다. 그래서 다시 비포장 흙길이 시작됐다.
분기점은 용마 터널을 지나서 아마 서일 대학교과 비슷한 위도에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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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에다가는 묘지 사진은 대표로 이거 하나만 올리도록 하겠다.
망우산 제1보루를 통과하고 나니 서울 둘레길이 아닌 망우리 공동묘지 내부의 순환 도로가 나타났다. 엔진이 달린 교통수단은 못 다니고 자전거 통행까지만 가능한 1차로 정도 폭의 포장 도로이다. 그리고 그 사이엔 역시나 망우산의 깊숙한 봉우리로 더 들어서는 샛길이 있었다.

망우산이 왜 이렇게 인지도가 없는지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묘지의 규모가 생각보다 꽤 크다..;; 그렇다고 해서 등산로가 없다거나 일반 등산객은 출입할 수 없다거나 한 건 아니다.
또한 여기는 한 용운, 방 정환 등 20세기의 주요 인물들도 많이 묻혀 있다고 한다. 하지만 표지판의 설명만으로는 여기가 정확하게 어디이고 그런 분들의 묘지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본인은 순환 도로를 벗어나서 망우산 탐험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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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산에는 보루가 세 곳이 있다고 한다. 이제 북쪽으로는 충분히 이동했고, 본인은 어떻게든 망우산을 가로질러 구리 쪽으로 가 보려고 순환 도로를 이탈하여 보루 세 곳을 모두 통과했다. 중간에 이렇게 망우산 정상임을 나타내는 표식과 돌무더기가 달랑 놓여 있었다. 그 뒤로는 내리막이 이어졌다.

한참을 이동한 뒤에는 다시 묘지 내부 순환 도로가 나타났으며, 최종적으로 본인은 망우리 공동묘지 입구 + 국도 6호선 구간으로 하산했다. 동쪽 건너편 구리시의 전원마을 쪽으로 하산하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일단 묘지 구간에 들어서 버리자 묘지의 정식 출입구가 아닌 다른 등산로를 찾기란 대단히 어려웠다.

이렇게 그래도 순수 아차산 구간만 빼고 용마산과 망우산 일대를 몽땅 종단하는 데 성공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서울 시내와 상당히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딱히 조선 시대나 현대의 군사 안보와 관련된 느낌이 별로 안 느껴지는 산이라는 게 인상적이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6/07/06 19:22 2016/07/0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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